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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품부터 봤나?”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야론 샤니 감독이 기자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인연>(1편), <속박>(2편), <부활>(3편)이라는 부제를 가진 <사랑의 3부작>을 어떤 순서로 관람했는지가 궁금하고, 그로부터 어떤 감흥을 느꼈는지 듣고 싶다는 것이다. <부활> <인연> <속박> 순(3-1-2)으로 보았고 세편을 관람한 뒤 다시 <부활>이 보고 싶어졌다고 말하자, 야론 샤니 감독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3부작 영화를 어떤 순서로 보아도 무방하며, 세편을 모두 본 관객이 다시금 어떤 작품으로 돌아가 디테일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의 3부작> 시리즈는 지난 2009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실상을 담은 영화 <아자미>로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스라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⑧] <사랑의 3부작> 야론 샤니 감독 - 사랑은 언제 의미를 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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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얼떨떨하다. 정말 꿈만 같았던 경험이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레주 리 감독의 데뷔작 <레미제라블>이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프랑스 후보로도 선정됐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만 쏟아지는 최근 프랑스영화계에 “내가 외계인처럼 나타나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레주 리 감독의 데뷔작은 기득권의 모든 횡포로부터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가 나고자란 프랑스 파리 외곽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극영화지만 사실 레주 리 감독의 삶 자체를 반영한 영화라 봐도 무방하다. 그는 19살에 처음으로 소니 캠코더 ‘DCR PC120’을 사서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무작정 찍고 다녔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아들인 로망 가브라스 감독 등과 모여 비디오집단 ‘쿠르트라즈메’(Kourtrajme)를 결성해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 작업을 시작한 그는 카메라를 들고 “빈민가에서 청소년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⑦] <레미제라블> 레주 리 감독 - 투쟁하는 비주얼리스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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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캐피탈>(2012) 이후 7년 만의 신작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제24회 부산영화제가 신설한 아이콘 섹션에 초청된 <어른의 부재>는 감독의 고국 그리스의 재정위기 사태를 극복하고자 했던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정권의 노력, 특히 전 재무장관이었던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노력을 재조명하는 작품. “한국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하다”는 그의 신작은 전세계 금융권을 소재로 인간의 탐욕과 권력의 암투를 소재로 했던 전작의 연장선상에서 혹은 그가 언제나 천착해왔던 정치영화의 확장판으로서 논의할 가치가 많은 작품이다. 이 영화의 출발점, 그리고 고국의 정치경제 현실에 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당시 그리스 재무장관에 발탁됐던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책 <어덜츠 인 더 룸>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어떻게 이 책을 영화화할 생각을 했나.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발생한 2009년 무렵부터 이미 각종 뉴스, TV프로그램을 섭렵하고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⑥] <어른의 부재>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 그리스 재정위기 파탄의 주범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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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상영작인 <69세>는 성폭행 피해자인 노인 여성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그린다. “노년의 여성은 사회적으로 가장 낮고 소외된 존재다. 이런 이야기에 덤벼든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서, 대본을 받자마자 감독을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69세>에서 간병인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품위 있는 차림새에 신경 쓰는 여성 효정을 연기한 배우 예수정. 그는 중년 여성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이는 올해 부산의 한국영화들 사이에서 단연 날 선 파장을 안겨주고 있다. 영화는 효정이 물리치료 도중 젊은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동거 중인 시인 동인(기주봉)에게 피해 사실을 고백하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탓하고 대질신문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2차 가해와 더불어,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해 치매 검사를 권하는 등 효정은 여성이자 노인으로서 이중의 폭력을 경험한다. 마른 몸과 세련된 패션을 번번이 지적받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⑤] <69세> 배우 예수정 -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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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 더 펜스>(2016) 이후 3년 만에 부산을 찾은 배우 오다기리 조. 그가 연출 데뷔작 <도이치 이야기>를 들고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데뷔 이후 “오랫동안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던 그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의 연출작 <더 화이트 걸>(2017)에 출연했다가 그로부터 “당신이 연출하면 촬영은 무조건 내가 맡겠다”는 말에 10년 전 썼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도이치 이야기>는 근대화 물결이 시작되던 메이지 시대 초,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연로한 뱃사공 이야기로 오다기리 조가 “20여년 전 처음 쿠바에 갔을 때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한 영화다. “쿠바에서는 모두가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다들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부유한 인생이란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 고민을 시나리오에 담았다.” 애초 주인공 도이치의 연령대를 30대 정도로 설정하고 본인이 연기하려다가 “에모토 아키라 배우처럼 연륜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④] <도이치 이야기> 오다기리 조 감독 - 시대가 변해도 잃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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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영화제가 준비한 한국영화 회고전인 ‘정일성 회고전’은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의 해라 더욱 의미가 있는 행사다. <화녀>(1971)에서부터 <본투킬>(1996)에 이르기까지 그가 촬영을 맡은 총 7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1950년대 영화계에 데뷔해 60여년 넘는 세월을 카메라 옆에 서서 무려 38명의 감독들과 작업했던 ‘정일성 촬영 영화’ 중 재발견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영화들이다. 회고전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에서, 어느덧 아흔살 나이의 정일성 촬영감독은 거의 한 시간 동안 인생 강의를 펼칠 정도로 정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선정된 영화들이 너무 오래되어 “당시 기억도 더듬을 겸 극장에서 관객과 영화를 다시 보겠다”며 관객과의 만남의 시간을 기꺼이 반겼다.
-회고전에 소개된 7편의 리스트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선정이란 것이 의도치 않게 손해보는 경우도, 덕 보는 경우도 있지 않나. 세상 사는 이치와 비슷하다. 원하는 대로 되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③] ‘정일성 회고전’ 정일성 촬영감독 - 영화의 격조는 촬영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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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엘 에저턴이 제작과 공동각본, 출연까지 한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연출을 맡은 데이비드 미쇼 감독과 그가 오래전부터 함께 준비했던 프로젝트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 중세 잉글랜드 배경의 사극 정치 드라마인 이 작품은, 연기학교 졸업 직후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 2부작, <헨리 5세>로 연극무대를 경험하기도 했던 조엘 에저턴의 오랜 역사관과 정치관이 많이 투영됐다. 그리고 영화제 내한 일정 내내 티모시 샬라메에게 열광하는 팬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흐뭇하게 바라봤던 그에게서 놀랍게도 특별한 ‘한국 사랑’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친형인 내시 에저턴 감독과 <더 킹: 헨리 5세>의 데이비드 미쇼 감독, 세 사람이 오랫동안 절친이었다고.
=우리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인디 영화잡지 <IF>(Inside Film)의 에디터로 일할 때 형 내시와 나는 그와 같은 빌딩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②] <더 킹: 헨리 5세> 배우 조엘 에저턴 - 같은 자리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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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렬히 환호하는 팬들에게 열렬히 화답하는 배우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으로 할리우드의 가장 주목받는 젊은 배우가 된 티모시 샬라메가 <더 킹: 헨리 5세>로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데이비드 미쇼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왕실 밖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할(티모시 샬라메)이 아버지의 죽음으로 잉글랜드의 왕 헨리 5세로 즉위하고, 나라의 분열과 혼돈 속에 프랑스와 전쟁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더 킹: 헨리 5세>의 데이비드 미쇼 감독은 <애니멀 킹덤>(2010), <더 로버>(2014), <워 머신>(2017) 등을 만든 호주 출신 감독이며 배우 조엘 에저턴과 함께 이번 영화의 각본을 썼다. ‘젊은 왕’으로서 권력의 무게를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①] <더 킹: 헨리 5세> 데이비드 미쇼 감독, 배우 티모시 샬라메, "영화가 사랑받는 예술임을 부산에서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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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부산국제영화제는 태풍과 함께 왔다. 올해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역시 태풍 ‘미탁’의 북상 소식과 함께 초긴장 상태의 전야제를 맞이했다. 하지만 개막식을 앞두고 거짓말처럼 맑아진 날씨는 영화 축제의 성공적인 개막을 알렸다. 태풍이 지나가고 반가운 영화 손님들이 부산을 찾았다. 영화제 후반부 영화의전당 일대를 뜨겁게 달궜으며 <씨네21>이 제작한 부산영화제 공식 데일리의 품절 사태를 이끈 미국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더킹: 헨리 5세> 제작진을 비롯해 배우 오다기리 조·예수정·안젤라 베이비,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고레에다 히로카즈·욘판, 레주 리·야론 샤니,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인 정일성 촬영감독까지 국적과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게스트들이 자리를 빛냈다. 이들은 연초 대규모 조직, 인사, 프로그래밍 개편을 통해 정상화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은 부산영화제가 지향하고자 하는 축제의 바로미터와도
[스페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①~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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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넷플릭스의 영국 내 회계 법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8년 영국에서 4800만유로의 매출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인데, 넷플릭스가 본사를 영국이 아닌 네덜란드에 두고 있어 영국에서는 오히려 5만 1천파운드를 세금 환급 명목으로 돌려받게 됐다.
넷플릭스는 세금 납부와 관련해 현재 이탈리아에서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넷플릭스가 약 150만명의 가입자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물리적’ 자원으로 간주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영국의 공영방송 발전 기금 형식의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최고 경영자는 “스카이 TV 같은 비공영 방송 서비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세금에 한해서만 추가 납부할 생각이 있다”
넷플릭스, 유럽에서 세금 문제로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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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래드 버드 / 목소리 출연 제니퍼 애니스턴, 빈 디젤, 엘리 마리엔탈, 크리스토퍼 맥도널드, 존 마호니 / 제작연도 1999년
첫돌 사진 속의 나는 양손에 연필을 한 다발 쥐고, 돌상 위에 놓인 책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돌잡이 때 아이에게 쥐어주는 0순위가 노골적으로 현금이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책과 연필이 현금으로 가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길이라 여겼던 듯하다. 어린 시절의 돌잡이 사진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운명을 거스르는 것 같은 주술적인 부담으로 각인되기도 했다. 20대가 되고, 학교를 졸업할 무렵에서야 돌잔치의 내가 바라보던 책이 월트 디즈니 만화영화 전집이었고, 연필의 쓰임새는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었고,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1999년, 나는 애니메이션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갔고, <아이언 자이언트>가 개봉했다. 난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지 않았다. 심지어 작품
[내 인생의 영화] 원종식 감독의 <아이언 자이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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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고양이가 다가와 페이지와 페이지가 맞붙은 곳을 앞발로 박박 긁어댄다. 고양이들이 좁은 틈으로 파고드는 본능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그래도 워낙 열심히 파니까, 뭔가 따로 보이는 것이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 집 고양이가 조금만 더 끈기가 있었다면 짝수쪽과 홀수쪽 사이, 예정된 이야기의 틈으로 비집고 들어가 갈퀴발톱으로 다른 가능성을 쑥 당겨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을 느끼게 된 인물이 있다.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18살 고등학생 은단오(김혜윤) 얘기다. 등교한 기억이 없는데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있고, 눈 깜짝할 사이 며칠이 지나기도 한다. 주변 친구들은 듣지 못하는 ‘사각’ 하는 소리도 들린다. 알고 보니 단오가 사는 곳이 만화 속 세상이고 ‘자아’를 갖게 되면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을 알게 된단다. 단오는 ‘금수저’에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데 하필 심장이 약하고 약혼자가 있는 자신의 설
<어쩌다 발견한 하루>, 단역들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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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감독 김도영 / 출연 정유미, 공유, 김미경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 개봉 10월 말
1982년 봄에 태어난 지영(정유미)은 한때 언니와 함께 세계 일주를 꿈꾸고 커리어우먼을 동경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이 있었다. 꿈꾸던 모습은 되지 못했으나 나름 잘해나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던 어느 날, 지영은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말하는 이상 증세를 보인다. <82년생 김지영>은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규정되느라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기 어려웠던 여성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전하는 드라마다. 지영의 남편 대현 역에는 <도가니> <부산행>으로 정유미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공유가 적은 분량이지만 참여해 ‘김지영’을 서포트한다. 여성 독자들에게 ‘마치 내 얘기 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한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팔린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이성재 촬영감독,
[Coming Soon] <82년생 김지영>, 자신의 주체적인 삶을 살기 어려웠던 여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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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퍼펙트맨> 니 와 여기서 자고 있노?!
[정훈이 만화] <퍼펙트맨> 니 와 여기서 자고 있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