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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울적한 마음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요즘이다. 텅 빈 거리와 마스크에 가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군중으로 가득한 퇴근길 풍경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걸 최근 들어서야 알았다. 착 가라앉은 기분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건 ‘사회적 거리두기’인 것 같다. 기다렸던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고, 인터뷰가 취소되며, 즐겨 찾던 극장이 연달아 휴관을 선언하는 나날들이 이어지다 보니 평소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하루빨리 지금의 국면이 해소되기를, 그때까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울적한 나날을 보내던 중 김초희 감독의 데뷔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았고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일도, 사랑도 잘 풀리지 않는 한 영화 프로듀서의 일상을 조명한 이 작품은 살면서 경험할 법한 수많은 비극의 틈새로 반짝이는 웃음을 주입한 영화다. 한겨울에 러닝셔츠 바람으로 찬
[장영엽 편집장] 봄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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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이정재와 박해수가 캐스팅됐다.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비밀스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케이퍼필름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가제)이 3월 말 촬영을 시작한다. <외계인>은 대한민국에 사는 외계인을 소재로 한 SF영화로 1,2편을 동시 제작해 순차 개봉할 예정이다. 류준열, 김태리, 조우진, 소지섭, 염정아, 김의성 등이 출연하며 배우 김우빈의 복귀작이다.
영화사 봄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에 공유가 출연한다. <원더랜드>는 그리운 사람을 AI로 재현하는 가상세계 ‘원더랜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수지, 최우식, 박보검, 정유미, 탕웨이가 이미 캐스팅됐고 탕웨이와 호흡을 맞출 40대 남자주인공 역으로 공유가 합류한다.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가제)이 3월 말 촬영을 시작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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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이 더해져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앞선 글에서는 주인공 박새로이를 중심으로 한 단밤 멤버, 조력자 5인을 연기한 배우들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단밤의 라이벌이자 새로이가 넘어야 할 산 '장가'에 속한 캐릭터들을 맡은 배우 5인이다.
유재명(장대명 역)
주인공만큼 중요한 것이 그와 대립하는 악역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태원 클라쓰>의 ‘메인 빌런’격 캐릭터 장대명 회장을 연기한 유재명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는 20년 넘게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고, 60편이 넘는 드라마, 영화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바람: wish>의 친근한 과외 선생님, <응답하라 1988>의 코믹한 담임 선생님, <4등>의 폭력적인 수영코치, <나를 찾아줘>의 비인간적 행위를 일삼는 경찰 등 수많은 캐릭터를 보여줬다. 2018년 드라마 <라이프>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속 배우 소개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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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첫 화부터 약 4.9%의 시청률을 달성했으며, 점점 시청률이 고공행진하며 10화에서는 시청률 14%를 넘겼다. 이는 <SKY 캐슬>에 이은 역대 JTBC 드라마 최고시청률 2위의 기록이다.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 요인은 탄탄한 원작, 시나리오 작가로 원작 작가를 기용한 점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태원 클라쓰>는 번뜩이는 신예부터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한 베테랑까지, 여러 쟁쟁한 배우들이 뭉친 드라마다. 누구 하나 평범한 이 없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리며 극을 이끌고 있는 <이태원 클라쓰> 속 배우들. 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그 첫 순서는 주인공 박새로이와 그의 든든한 조력자 4인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박서준 (박새로이 역)
박새로이 역을 맡은 박서준은 캐릭터와
화제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속 배우 소개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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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간 매주 화요일 8시, 아트나인에서 ‘그레타 거윅의 눈으로 바라 본 세계-그레타 거윅 특별전’이 열린다. 상영작은 <프란시스 하>(3/3) <작은 아씨들>(3/10) <우리의 20세기>(3/17) <재키>(3/24) <매기스 플랜>(3/31)으로 모두 거윅이 창조한 여성 인물들이 빛나는 영화다. 이들은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울고 넘어지다 성장하는 그레타 거윅의 여성 캐릭터들을 <씨네21> 1246호에 실린 이주현 기자의 ‘그녀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그레타 거윅이 밀레니얼의 아이콘이 된 이유’ 기사를 중심으로 만나보자.
<매기스 플랜>의 매기
제목 그대로 매기의 기상천외한 계획이 펼쳐지는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그레타 거윅은 분명한 의지와 계획을 가진 매기를 연기한다. 결혼 대신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으려했던 매기가 존(에단 호크)과 사랑
그레타 거윅이 밀레니얼의 아이콘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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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파도가 밀려올 때 어떻게든 그 속을 씩씩하게 헤엄치는사람.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전직 영화 프로듀서 이찬실은 직업과 사람을 잃고 스스로 “망했다”고 정의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 빠져 있다. “가진 게 없을 때 눈이 더 밝아지는” 이 뭉클하고 지혜로운 수난기에서 단연 빛나는 배우는 첫 장편영화 주연작을 알린 찬실 역의 강말금. “평소엔 좀 골골대도 막상 큰일이 터지면 찬실이처럼 씩씩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삶을 황무지로 만들려나보다”라는 말에서 지금의 찬실을 만든 내공이 묻어나왔다.
-첫 주연작을 제안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비중상 주연이어도 남성감독이 모성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그린 어머니 캐릭터는 삶의 주인공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오롯이 내 인생 내가 사는 여성을 연기하고싶었다. 특별히 시켜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 당시에 동료들과 낭독 공연에 열을 올리기도 했는데, 마침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만났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강말금 - 슬픔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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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발매됐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노래는 <Respect>다. RM과 슈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리스펙트’란 단어가 요즘 남발되고 있어. 부디 존경을 쉽게 말하지 마.”이들의 문제의식에 나 역시 동의한다. 하지만 힙합 문화 안에서 리스펙트란 단어가 지닌 맥락을 떠올리면 그들의 결론에까지 동의하기는 어렵다. 래퍼들이 ‘리스펙트’를 외치는 광경을 본 적 있을 것이
다. 확실히 래퍼들은 이 단어를 습관적으로 입 밖에 낸다. 미국 흑인 남성의 사회경제적 처지 때문이다. 힙합 역사가 윌리엄 젤라니 콥은 이를 “흑인 남성의 무기력함이라는 흉터 조직”이라고 표현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조그마한 성취에도 최대한 큰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위험하고 가난한 동네에 태어나 빈손으로 시작해야 했던 그들은 리스펙트를 건네며 서로를 격려했다. 너도 나처럼 힘든 걸 안다고. 비록 밑바닥에서 출발했지만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고. ‘너의 투쟁(struggle
[마감인간의 Music] 방탄소년단 , 리스펙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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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는 등 영화제 내부적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며, 홍상수 감독의 은곰상 감독상 수상 소식도 들려왔다. 반면 논란의 영화 <다우. 나타샤> 제작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씨네21> 1246호에 실린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의 기획 기사를 통해, 베를린 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7개의 이슈를 살펴보았다.
두 명의 신임 집행위원장이 선임되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정된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왼쪽부터, 사진 베를린국제영화제)
올해 베를린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집행위원장의 교체다. 18년간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었던 디터 코슬릭에 이어 새롭게 선임된 집행위원장은 마리에트 리센벡과 카를로 카트리안이다. 리센벡은 조직 운영을, 카트리안은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마리에트 리센벡의 경우 베를린영화제를 이끄는 첫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화제작과 주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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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호아킨 피닉스의 수상 소감이 한동안 미국의 인터넷을 달궜다. 하나의 동물종(인간),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 하나의 성(性)이 다른 상대를 착취하고 지배하는 부정의에 대항하여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소감은 그 내용도 형식도 많은 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것이었다. 그가 이 멋진 수상 소감을 발표한 오스카가 정작 여성감독을 감독상에 노미네이트하지 않는 것으로 늘 비판받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게 감독상 후보에도 호명되지 않은 여성감독이 있었으니 바로 <작은 아씨들>을 만든 그레타 거윅이다. 그레타 거윅은 2019년 골든글로브에서도 오스카에서도 감독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를 비판하는 이야기 역시 충분히 길게 쓸 수 있겠지만, 그보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작은 아씨들>에는 여러 클래식 음악이 등장한다. 자매들 중 셋째인 베스(엘리자 스캔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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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갤러거>(감독 찰리 라이트닝, 개빈 피츠제럴드)는 밴드 오아시스의 컬이던 리엄 갤러거가 첫 솔로 앨범을 내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오아시스라는 큰 우산에서 벗어나 홀로서는 데 성공하는 모습이 꽤 흥미롭고 감동적이다. 3월 12일 개봉하는 <리암 갤러거>를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 세 가지를 준비했다.
밴드 오아시스
오아시스는 1990년대 영국 최고의 록밴드다. 비틀스의 명곡 <Rain>에서 이름을 따온 밴드 레인으로 시작했다가 기타리스트 폴 본헤드아서가 리엄 갤러거를 영입해 그에게 보컬을 맡겼고, 동생 리엄이 밴드를 한다는 소식을 들은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인 형 노엘이 뒤따라 합류하면서 오아시스로 바뀌었다. 멤버는 리엄과 노엘 형제, 폴 본헤드아서, 베이시스트 폴 귁시 맥기건, 드러머 토니 매캐럴로 구성됐다. 데뷔 싱글앨범인《Supersonic》을 비롯해 <Wonderwall> <Don’t Loo
<리암 갤러거>의 흥미로운 감상에 도움이 될 팁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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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렌 아데 / 출연 산드라 휠러,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 제작연도 2016년
나의 부모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대 태어난 세대)와 386세대(1960년대 태어나 80년대 대학에 다니며 민주화에 앞장선 세대) 언저리에서 방황했던, 흔히 말하는 낀 세대였고 나 역시 IMF 구제금융 위기 즈로, 꼈다면 꼈다고 할 수 있는데, “우리 세대는 낀 세대인 것 같아~”라고 말하면 아빠는, “다들 그 나이 때는 자기들이 꼈다고 생각해~”라며 자조 섞인 말을 던지곤 했다. 부모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내가 벽이랑 이야기하고 있나, 내 말을 듣고 있기는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우리 셋은 가족이 해체된 이후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집에 온 딸 이네스(산드라 휠러)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새도 없이 전화기를 붙들고 일하기 바쁘다. 그런 딸을 뒤로하고 빈프리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는 이혼한 아
[내 인생의 영화] 정승오 감독의 <토니 에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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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영화협회(BFI)가 4월 론칭을 발표한 신규 시리즈 <Thirst: Female Desire on Screen>이 인기 팟캐스트 <Thirst Aid Kit>의 컨셉을 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전했다. 제목 및 일부 내용이 <가디언>의 예전 칼럼니스트인 빔 아듄미와 미국 작가 니콜 퍼킨스가 2017년 10월 처음 선보인 팟캐스트 <Thirst Aid Kit>와 유사하다는 것이 주요 기소 이유다. <가디언>은 제목에서 동일하게 ‘목마름’(Thirst)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외에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의 욕망을 들여다보겠다는 제작 의도 자체가 꽤 유사하다며 두 작품의 작품 소개 문구도 공개했다.
<Thirst Aid Kit>는 ‘여성들이 갈증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을 깊이있게 파헤친다’고 한 반면, <Thirst: Female Desire on Scr
[런던]<Thirst: Female Desire on Screen>, 컨셉 도용 혐의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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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내가 바로 그것을 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믿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상상에도 벽이 쳐진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럴 때 한발 앞으로 나와 판을 벌인다. 20대 페미니스트 7명이 모여 만든 여성 미디어그룹 ‘소그노’의 유튜브 콘텐츠 <뉴토피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없다. 대신 ‘지컨’, ‘하말넘많’, ‘하지’ 등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인기 크리에이터와 소그노 멤버 등 8명의 여성이 출연하고, 제작진 역시 전부 여성이다. 댄스 신고식, 제한된 돈으로 장보기, 상황극, 퀴즈와 야외 취침 등 리얼 버라이어티의 전통적 장치를 활용하는 이 예능은 페미니즘에 관해 ‘말’하지 않지만,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학습된 여성성에 기반을 둔 꾸밈노동을 수행하지 않는 출연자들이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놀고 웃고 떠든다.
이를테면 <뉴토피아&g
<뉴토피아>, 여성 콘텐츠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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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고, 오사카만국박람회를 앞둔 1969년, 재일동포 용길(김상호) 가족은 간사이공항 근처에 위치한 한인 집단 거주지에서 ‘용길이네 곱창집’이라는 이름의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 왼팔을 잃은 용길은 전처 사이에서 낳은 첫째 딸 시즈카(마키 요코), 둘째 딸 리카(이노우에 마오), 지금의 아내 영순(이정은)이 데려온 셋째 딸 미카(사쿠라바 나나미) 그리고 영순 사이에서 낳은 아들 도키오를 부양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들은 각자의 사연과 고민을 안고 있다. 어린 시절 지뢰를 밟아 절름발이가 된 시즈카는 한국에서 건너 온 남자와 교제하기 시작한다. 리카는 남편인 데쓰오가 일을 구하려 하지 않아 속상해한다. 클럽 가수가 꿈인 미카는 클럽에서 함께 일하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다. 일본 중학교에 다니는 막내 도키오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에 가지 않는다. 영순은 용길에게 도키오를 “조선학교로 보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지만 용길은 “
<용길이네 곱창집> 일본 고도 경제성장 이면에 자리한 재일조선인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펼쳐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