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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이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됐다. <씨네21> 1245호에는 한주연 통신원의 리뷰 ‘살아남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와 기자회견 현장을 옮긴 기사가 실렸다. <파수꾼>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윤성현 감독과 배우 이제훈·박정민이 보내온 포토코멘터리도 담겼다. 코로나19사태로 국내 개봉이 연기되어 <사냥의 시간>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은 미뤄졌지만, 베를린영화제에서 공개된 <사냥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을 먼저 살펴보자.
1. 베를린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 초청
<사냥의 시간>은 베를린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부문에 초청됐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개봉이 미뤄졌지만 2월22일 오후9시(현지 시간) 베를린에서 첫 공개됐다. 스페셜 갈라는 비경쟁 부문으로, 대중과 폭넓게 교감할 수 있는 영화가 초청된다. 올해는 <사냥의 시간>을 포함해
베를린에서 첫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어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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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시상식 레이스 후반부에 등장한 <1917>이 <기생충>의 경쟁 상대로 거론되는 동안, 막강한 감독상 후보였던 샘 멘데스만큼이나 조용한 기쁨을 누린 배우가 있었다. 바로 <1917>을 통해 스타로 자리매김한 영국 배우 조지 매케이다. <1917>은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7년 4월 6일, 아군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나가야 하는 두 병사 윌 스코필드(조지 매케이)와 톰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를 따라가는 영화다. 통신망이 파괴된 상황에서 독일군의 함정을 감지한 장군이 두 전령 병사를 보내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를 지시하려는 상황. 젊은 군인들은 자신들의 임무가 1600명의 영국 병사를 살리는 길임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진흙탕을 헤쳐나간다.
총, 칼, 수류탄을 몸에 두르고 대지에서 두려움과 싸우는 동안, 두 병사는 이 명령이 유효한 것인지 의심하고, 시시각각 전쟁의 참혹한 폐해를 목도하며,
<1917> 조지 매케이 -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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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갔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을 기념해 <BBC>에서 생방송을 하기 위함이었다. 영국 뮤지션 몇을 초대해 라이브를 꾸렸다. 앤마리, 스타세일러의 제임스 월시, 그리고 톰 워커다.
앞의 둘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다. 한데 영국에서의 명성과 달리 톰 워커의 국내 지명도는 그리 높지 못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가 라이브를 끝내자마자 스튜디오 밖의 전부가 환호성을 질렀고, 스튜디오 안에서는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진짜다. 증거도 있다. 유튜브에 ‘<배철수의 음악캠프> 톰 워커’라고 치면 바로 나온다. 총 2곡을 라이브로 해줬는데 1시간57분짜리 영상에서 각각 1시간13분, 1시간39분부터 보면 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후자인 <Leave a Light On>을 고르겠다. 톰 워커는 이 곡을 약물중독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썼다고 한다. 그는 “내가 너를 위해 불을 켜둘게”라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마감인간의 Music] 톰 워커 , 등대가 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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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방영된 동명의 KBS 드라마가 원작인 <굿 닥터>는, 미국에서의 높은 인기 덕에 시즌3가 종영하기도 전 시즌4의 제작을 확정지었다. <굿 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주인공 숀 머피(프레디 하이모어)가 외과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의학드라마다. <굿 닥터>가 <그레이 아나토미>의 뒤를 이어 <ABC>의 간판 드라마가 되기까지, 그 성공의 여정 속에는 이동훈 엔터미디어 콘텐츠 대표의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미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토종 한국인으로서 드물게 주류 할리우드에서 성공한 이동훈 대표는 <굿 닥터> 시리즈를 통해 어떻게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씨네21> 1245호에 실린 이동훈 대표의 인터뷰를 토대로 미국 드라마 <굿 닥터>의 흥행 이유를 살펴보았다.
1. 다른 미국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서사를 다뤘다.
당시 미국에서는 <브레이킹 배드> <
인기 미국 드라마 <굿 닥터>의 제작자는 토종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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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즈음, 오랜 친구가 밤에 불쑥 전화를 했다. “방 청소를 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문집을 발견했는데, 네가 아주 변태같은 글을 써놔서 네 생각이 났다”는 전화였다. 그렇다. 그는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서 악우(惡友)라는 농이 어울리는 귀한 친구다. 나는 또 나대로 그 말에 흥미가 동해, 문집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
그는 얼마 후, 정말 문집에서 내 글을 찍어 문자로 보내주었다. ‘여름의 대삼각형’(여름의 북반구 밤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밝은 별 3개가 이루는 삼각형)이라 일컫는 베가, 데네브, 알타이르에 대한, 조금도 귀엽지 않을 뿐 아니라 그리스 문자까지 병기한 다소 장황한 설명이었다. 그는 사진을 보내며 중학교 2학년도 아니고 초등학교 6학년이 학교 문집에무슨 이런 글을 쓰냐, 너는 역시 그때부터 변태였다며 낄낄 웃었고, 나는 읽어보고 “ㅎㅎ 나 같은 글이네”라고 했다.
우리는 연락을 한 김에 약속을 잡았다. 토요일, 여의도였다. 나는 그가 약속한 칼국숫집 앞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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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 개봉한 <엠마>는 1815년 발간된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엠마는 하이베리 마을의 사교계를 휘어잡으며 자발적으로 지역 주민들의 중매를 서는 인물이다. 명석하지만 자기감정과 타인의 진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엠마는 그로 인해 여러 사건을 야기하는 엉뚱한 매력을 지녔다. <엠마>를 보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정보를 소개한다.
호러 퀸의 새로운 변신
엠마 역의 애니아 테일러조이(사진)는 <더 위치> <23 아이덴티티> 등 주로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주연을 도맡아왔다. 일각에선 테일러조이가 밝고 낭만적인 엠마의 성격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우려를 표하기도 했으나 개봉 후 해외 평단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전 작품들에서 상대를 서늘하게 응시하던 테일러조이의 눈빛은 <엠마>에서 다소 계산적이면서도 예리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테일러조이는 “엠마는 무척 까탈스럽지만, 근사
어텀 드 와일드 감독이 재해석한 <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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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시즌1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의 두 번째 시즌이 오는 3월13일 최초 공개된다. 시즌2 세 편의 에피소드를 미리 본 <씨네21> 기자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기대 이상.” <씨네21> 1245호에 실린 송경원 기자의 ‘<킹덤> 시즌2 최초 공개-6가지 관람 포인트와 김은희 작가 인터뷰’ 기사에 실린 내용을 중심으로 <킹덤> 시즌2에서 주목할 만한 관람 포인트 몇 가지를 정리해봤다.
성실한 떡밥 회수
시즌1 엔딩과 함께 새로운 서사의 출발을 예고한 <킹덤>은 시즌2에서 여러 변신을 시도한 한편 지난 시즌의 복선을 성실하게 회수한다. 시즌2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 연출을 담당한 박인제 감독은 “시즌1이 ‘킹덤’의 몰락을 가져온 단초와 과정을 담았다면 시즌2는 그 ‘킹덤’의 몰락의 결과를 담아야 하는 서사다”라고 말했고, 영의정 조학주 역의 류승룡 배우 또한 “시즌1의 장
<킹덤> 시즌2의 여섯 가지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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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밀 아돌리노 / 출연 패트릭 스웨이지, 제니퍼 그레이 / 제작연도 1987년
동화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범죄영화, 코미디, 사극,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관객으로서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대요’ 같은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주인공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뒤 마지막에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 인생의 영화를 꼽아달라니 기억을 대학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해서 난감하다. 예전에는 모든 게 명동에 몰려 있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백화점들이 그곳에 있었다. 지금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자리에 있던 미도파백화점을 기억하는 <씨네21> 독자들이 있을까. 앙드레 김 숍을 포함해 유명한 뷰티숍들 모두 명동에 있었다. 당시 명동은 젊음이 넘쳤고 화려했다. 그곳에서 영화를 보고, 거리를 걸으며 사람을 구경하고, 군것질도 했었다. 명동성당 옆에 있었던 중앙극장, 유네스코 회관 안에 있던 코리아극장 등 극장들도 많았다. 모바일로 간단하게 예매한
[내 인생의 영화] 배우 김성령의 <더티 댄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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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무당이 된다는 소리를 듣고 예언의 그때가 지날 때까지 겁에 질려 지냈단 이야기를 이 지면에서 한 적이 있다. 실은 며칠 전에 또 신점을 봤다. ‘이젠 무속인이 뭐라든 개의치 않는다!’는 치기로 석
달 전에 예약했고, 막상 가서는 입담 좋은 무당이 전하는 업계 소식을 듣다가 왔다. 무당은 다들 자기 신이 최고라 여겨서 협회를 못 만 든다기에 깔깔 웃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관련단체가 많다. 기껏 들은 좋은 얘기도 별 신빙성이 없겠다 싶으니 조금 섭섭하다.
익숙한 무당과 낯선 ‘방법사’가 등장하는 tvN <방법>은 요약하면, 한국 오컬트 전문직 드라마다. “방법 몰라요? 저주로 사람을 죽이는. 한때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말이기도 하고.” 안다. 훔쳐간 나일론 방석을 도로 가져오지 않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방법’한다길래 저렇게 소소한 일로 사람을 저주하나 웃고 넘겼지 업으로 키워 드라마가 될 줄은 몰랐다. 고등학생 방법사 백소진(정지소)은 사진과 한자 이름,
<방법> , 두려움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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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의 눈 역할을 하는 음향탐지사 샹트레드(프랑수아 시빌). 그는 ‘황금 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미확인 잠수함의 존재를 놓치면서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이 사건 이후 전쟁에 대한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프랑스는 전쟁을 억지하기 위해 핵잠수함인 ‘무적함’을 출항시킨다. 얼마 후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프랑스 본토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프랑스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무적함에 핵미사일 발사를 명령한다. 그러나 러시아 잠수함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핵미사일이 아니었고, 모든 것이 테러단체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무적함에서 핵미사일이 발사된다면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핵미사일 발사를 취소시킬 수 있는 절차는 없다. 상부에서는 무적함을 침몰시켜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막으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샹트레드는 스텔스 모드에 들어간 무적함을 찾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다. <울프 콜>은 시각보다 청각에 집중해야 하는 클래식한 잠수함 액션영화다. 어두운 심해에서 소리에만 의존해
<울프 콜> 시각보다 청각에 집중해야 하는 클래식한 잠수함 액션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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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 있는 한 제약회사에서 중간 관리자로 일하는 해럴드(데이비드 오옐러워)는 꼬여버린 인생을 풀고 싶어 한다. 그는 공동 사장인 리처드(조엘 에저턴), 일레인(샤를리즈 테론)과 떠난 멕시코 출장에서 자신을 해고하려는 두 사람의 계획을 알아채고, 아내 보니(탠디 뉴턴)에게 이를 토로하다 난데없이 이혼 통보를 받는다.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 이에 절망하던 해럴드는 위장 납치극을 꾸미고, 먼저 미국으로 돌아간 리처드와 일레인에게 납치범의 요구인 양 500만달러를 제시한다. 하지만 상황은 해럴드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회사에 앙심을 품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에 쫓기고, 리처드의 부탁을 받은 형 미치(샬토 코플리), 미국에서 마약 운반책으로 멕시코에 온 마일스, 아무것도 모른 채 마일스를 따라온 서니(아만다 사이프리드) 커플과 여러 갈래로 얽히게 된 그는 과연 모든 위험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마약과 음모로 결탁된 멕시코의 어느
<그링고> 자의와 관계없이 여러 사건, 낯선 인물들과 얽키고설킨 해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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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로듀서로 일하던 찬실(강말금)은 함께 작업하던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로 실업자 신세가 된다. 친한 후배 소피(윤승아)는 찬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겠다고 말하지만, 찬실은 “일해서 벌어야 한다”며 그의 가정부로 일하기를 자처한다. 그러던 찬실은 소피의 프랑스어 선생님 김영(배유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가 현재 시나리오를 쓰는 단편영화 감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영과 가까워진다. 제작사 대표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믿으며 찬실의 존재를 무가치하다 여기고, 주인집 할머니(윤여정)도 자기 업무를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찬실을 이상하다고 말한다. 찬실은 여전히 영화를 사랑하지만, 인정도 받지 못하고 불러주는 이도 없는 현실 속에서 조금씩 흔들린다. 그즈음 찬실 앞에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남자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한 가닥의 앞머리를 내린 그는 자신을 장국영(김영민)이라 소개한다.
김초희 감독의 데뷔작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그가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 실제로 영화 현장에서 프로듀서로 일했던 경험이 녹아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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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작은 마을 하이베리. 21살의 부유하고 예쁘고 영리한 독신주의자 엠마 우드하우스(애니아 테일러조이)는 주변 사람들의 중매 성사로 무료한 일상을 보상받으려 한다. 가정교사 테일러를 이웃의 웨스턴과 중매해 결혼에 이르자, 이번에는 그녀를 따르는 친구 해리엇(미아 고스)을 교구 목사 엘튼(조시 오코너)과 결혼시켜 친구의 신분을 상승시켜주려한다. 하지만 엘튼은 엠마에게 청혼하고 해리엇은 다른 남자를 좋아한다.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엠마의 행동은 오히려 해리엇과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
엠마의 곁에서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조지 나이틀리(조니 플린)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충고하지만 엠마는 도리어 그를 비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 제인과 프랭크 처칠(캘럼 터너)이 오고, 결혼한 아내와 함께 엘튼까지 등장하면서 이들과 엠마의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된다.
당시 영국 상류층 사회의 분위기와 여성의 욕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제인
<엠마> 21살의 부유하고 예쁘고 영리한 독신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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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 기술자인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언)의 아내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는 그녀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편에게서 도망친다. 언니 에밀리(해리엇 다이어)의 도움으로 경찰 수사관인 제임스(알디스 호지)의 집에 머물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어느 날, 남편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되고 세실리아는 ‘우편물 상속 자산 고지서’를 받는다. 단, 그녀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거액의 유산을 받을 수 없다는 조건이 따른다.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아는 세실리아는 남편의 죽음이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그녀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위협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믿지 않자 남편의 흔적을 직접 찾아 나선다.
하버트 조지 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인비저블맨>은 <겟 아웃>(2017), <어스>(2019)를 통해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선보인 제작사 블룸하우스와 <업그레이드>(2018)를 연출한 리 워넬 감독의 두 번째 작
<인비저블맨> 그녀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