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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영화 <기생충>의 모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국과 미국 LA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취재했고, 일본·홍콩·베트남·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스페인으로부터 온 답신을 바탕으로 지난 9개월간 <기생충>이 그려온 궤적을 재구성해보았습니다. 김성훈 기자가 미국 LA에서 취재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과 <기생충> 4관왕 수상 기자회견이 <기생충>팀이 거쳐온 여정의 행복한 종착지라면, 김혜리 기자가로테르담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 이주현 기자가 취재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코멘터리는 지난해 5월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오스카 레이스까지 <기생충> 제작진이 겪은 흥미진진한 경험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도대체 <기생충>이 왜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인지’ 궁금했던 분이라면 임수연 기자가 취재한 <기생충>의 해외 배급사 관계자 8인의 답변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또 한국 포스터 못지않게 화제였
[장영엽 편집장]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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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 Oscar goes to…”라는 말에 이토록 가슴 졸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주요 제작진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기생충>의 후반부를 처음 보던 순간만큼이나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줬다. <기생충>의 수상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은, 비단 한국영화 최초로 오스카상을 수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야기한 “1인치도 안되는 자막의 장벽”을 가진 비영어권 영화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북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영화와 동등하게 경쟁해 합당한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이 일깨웠다는 점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높은 적중률로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예측해온 <씨네21>도 작품상, 감독상 결과를 기존의 관습에 따라 예상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반성한다. 가능성의 마지노선을
[장영엽 편집장] 영화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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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서울기록원에서 양영희 감독의 <NHK> TV다큐멘터리 <흔들리는 마음>(1996)과 홍형숙 감독의 장편다큐멘터리 <본명선언>(1998)의 비교상영회가 열렸다. <본명선언>이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지 22년 만에 두 작품이 공식석상에서 나란히 상영된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는 지난 1월 15일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 <가족의 나라>(2013)를 연출한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이 <씨네21> 편집부 앞으로 홍형숙 감독이 <본명선언>에서 자신의 작품 <흔들리는 마음>의 총 9분40초 분량을 무단 도용했다는 메일을 보낸 지 약 3주 만의 일. 홍형숙 감독이 <경계도시2> 제작 당시 스탭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김명화 굿필름 대표(<경계도시2> 제작자)의 제보와 <씨네21>의 연속 보도 이후 양
양영희 감독의 <흔들리는 마음>과 홍형숙 감독의 <본명선언> 비교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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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4관왕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기생충>의 낭보가 영화계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 몰고 온 현기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로컬 영화제’ 아카데미의 허들까지 훌쩍 넘었다. 오스카 시상식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 영화제다. 저명한 국제영화제들과 비교해도 대중적 인지도나 화제성 면에서 오스카 시상식을 따라올 자는 없다. 때문에 각국의 주요 지역 영화제들은 종종 '~의 오스카'와 같은 별칭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프랑스의 오스카, 스페인의 오스카… 등의 별칭으로 불린 각종 로컬 영화제들의 진짜 이름들을 알아보자.
세자르상
프랑스의 오스카
최고 권위의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에도 자국 영화를 기리는 로컬 영화제가 있다. 프랑스의 오스카라 불리는 '세자르상'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트로피가 아주 정교하고 묵직해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하다. 이를 조각한 세자르 발다치니는 20세기를 풍미한 조각계의 거장. 세자르상이라는 이름 역시
프랑스의 오스카, 스페인의 오스카? 각국 로컬 영화제의 진짜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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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폴스’라는 밴드가 있다. 2019년에만 2장의 앨범을 냈다. 오는 2월 18일 열리는 브릿 어워드 시상식 중 ‘베스트 그룹’ 부문의 강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폴스는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멈퍼드 앤드 선스만큼이나 해외와 국내의 온도차가 극명한 걸로 유명하다. 톱 밴드로 널리 인정받지만 한국에서는 무명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과연 그러하다. 2019년 5집 앨범 《Everything Not Saved Will Be Lost》를 2장으로 나눠 야심차게 발매했건만 제대로 리뷰한 글을 몇개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영국에서는 인기가 여전해 ‘Part1’이 차트 1위, ‘Part2’가 2위를 기록했다. 음반 전체를 추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루에도 노래가 셀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세상 아닌가. 80분에 달하는 2장을 꼼꼼히 감상할 팬은 많지 않을 거다.
이럴 땐 딱 한곡만 집중 타격하면 된다. <The Runner>가 그 대상이다. 이 곡은 록이 가져야 할 미덕
[마감인간의 Music] 폴스 <The Runner>, 현대의 록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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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빈 무대 위 네모 형태의 프레임 하나만 설치한 무대디자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이 무대에서 네모 프레임은 안과 밖 공간을 한정하는 역할을 한다. 연기자들은 관객에게 자신들이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네모 프레임 밖에서는 연기를 하지 않는다. 오직 프레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연기는 시작된다. 너무 당연한 것이어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극장 건축은 네모 프레임과 같은 의미를 이미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무대가 관객의 공간으로부터 분리되어 설계되어 있다. 무대가 특별히 한정된 공간으로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은, 관객이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상징의 자리를 차지한 기능
희곡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극장 무대에 구현해야 하는 연극은 다양한 표현방식을 사용한다. 진짜 나무 대신 나무라고 볼 수도 있는 막대기나, 건물 전체 대신 일부분이라든가, 꼭 현실 그대로 재현할 필요 없이 여러 가지 다양
보여주는, 연기하는 정치인의 삶을 담아내는 <남산의 부장들> 속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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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4K UHD(Ultra High Definition) 화질의 콘텐츠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국내 안방 TV와 모니터에 제공하고 있다. 최고 화질의 콘텐츠를 제작, 서비스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하는 작품은 물론, 다른 제작사들과 협업하는 대부분의 작품에 대해서 현존 최고의 영상기술을 지원한다. 넷플릭스 소속의 이미징 스페셜리스트들은 바로 이런 최고 화질의 콘텐츠 구현을 위한 일을 한다. 2019년 11월 20일, 캐럴 페인 넷플릭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가 한국의 시각특수효과(VFX)업체들과 함께 콘텐츠 제작 영상기술을 논의하기 위한 워크숍에 참석했다. <씨네21>도 이 자리에 참석해 4K 기술을 비롯한 HDR, 컬러 매니지먼트 등 넷플릭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적 이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 캐럴 페인을 만나 이번 워크숍의 의미와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성 등에 대해 물었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라는 직책이 낯설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어떤
캐럴 페인 넷플릭스 이미징 스페셜리스트 - 기술이야말로 창작을 위한 최고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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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 스몰렛은 오디션을 통해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에서 블랙 카나리 역을 꿰찼다. 블랙 카나리는 위기에 처한 이웃집의 10대 소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스한 마음과 특별한 고음을 무기로 삼는 캐릭터. 코믹북을 기반으로 한 블록버스터영화는 처음이지만, 저니 스몰렛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왔다. 10살 때는 <이브의 시선>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아역배우상을 수상했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잭>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는 행운도 누렸다. 지난해 10월 뉴욕 맨해튼에서 저니 스몰렛을 만났다.
-블랙 카나리는 어떤 캐릭터인가.
=코믹북에 그려진 다이애나/블랙 카나리의 모습을 따르지만, 이번 영화에선 아직 자신의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다. 로만(이완 맥그리거)의 클럽에서 노래하고 있으며, 무술 실력을 갖췄지만 악당을 처벌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과거 어머니와 관련한 트라우마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저니 스몰렛 - 가장 튼튼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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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중순, 미국 첫 개봉을 앞두고 마련된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나타난 배우들은 하나같이 작품에 대한 기대로 유쾌하게 들떠 있었다. 다만 그레타 거윅 감독은 유난히 지친 모습이었다. 그녀는 (<레이디 버드>로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2018년 오스카 시상식장을 떠난 직후 이미 초안을 써두었던 <작은 아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왔다고 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 인터뷰
-왜 이 작품을 그렇게도 간절히 하고 싶었나.
=나는 이 책과 함께 자랐고, 너무 좋아했다. 성인이 돼 다시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 현대사회의 시급하고 모던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지를 깨닫고 충격받았다. 오늘날 여성으로서 내가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나누고 있는 대화들이 바로 거기에 다 들어 있었다. 야망, 여성, 예술, 돈, 장사…. 이 이야기는 오래된 19세기 시대극 상황이 아니라 바로 오늘의 이야기다. 세상에서 허락하는 것보다 더 멀리 가고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과 주연배우 시얼샤 로넌·플로렌스 퓨·루이 가렐 인터뷰, ““캐릭터들간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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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에서 내 얼굴과 내 운명을 보았다.”(시몬 드 보부아르)
150년 전 출판된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은 영국의 <올리버 트위스트>, 프랑스의 <레미제라블>처럼 미국의 교과과정에서 빠짐없이 다루어지는, 그야말로 ‘THE’ 클래식이다. 이 작품이 출판되었을 당시 2주 만에 2천여권이 팔려나갔고, 이후 50여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다보니 무성영화 시절부터 할리우드는 이 작품에 눈독을 들여왔고, 이번 그레타 거윅 감독의 버전은 세 번째도 네 번째도 아닌 무려 여덟 번째 스크린 각색작이다. 그간 배우, 작가, 감독으로 통통 튀는 새롭고 모던한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온 거윅이 150년 된 <작은 아씨들> 이야기에서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는지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을 것이다. 돌아가는 법 없이 시원시원한 성격의 거윅 감독은 첫 장면부터 서둘러 관객의 이런 궁금증에 직접적으로 답을 제시한다.
영화는 조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은 고전을 어떻게 재해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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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는 두개의 사운드트랙이 등장한다. 에이드리언 챈들러와 라 세레니시마가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 3악장이 하나고, 영화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찬트가 다른 하나다. 여인들 각자가 완전히 다른 음을 내어 만들어낸 불협화음은 이내 화음을 이루는 3개의 음으로 수렴되고, 곧이어 리드믹한 가사로 이루어진 몇개의 성부가 넓은 화음을 펼친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를 강렬하게 기억하리라. 그것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가 말하는 “살아 있는 음악”이며, 교회의 “죽은 음악”과 구별되고, 먼 밀라노의 극장에 가야만 들을 수 있는 ‘(살아 있는) 타지의 음악’과도 구별된다.
이 살아 있는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 가사에 있었고, 음악의 특성이나 영화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볼 때 굳이 가사의 뜻을 알 필요가 없을수도 있었겠지만, 역시 여인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셀린 시
완성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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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감독 중 하나였다. 현란한 색감과 다감한 정서,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한마디 대사로도 급변하는 갈등 구조.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 그의 영화는 과도하게 역동적이었다. 그 과도함이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유혹이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거리를 두게 했다. 솔직히 그의 초기작에 대해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가까이하기에 너무 소란스러운 당신이었다. 난장판 소극 같던 초기작을 벗어나 <라이브 플래쉬>(1997)를 기점으로 알모도바르의 작품은 정제되어갔다. 소동은 갈등으로, 욕정은 욕망으로 깊이를 확보해갔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는 여전히 완벽히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들이 지뢰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폭력적인 집착이나 헌신의 탈을 쓴 맹신이 사랑이라는 단어 안에 스며들었으며, 윤리적인 딜레마들이 감상적이고 비약적인 결말과 함께 황망히 남겨지기도 했다. <욕망의 낮과 밤>(1989)이나 <라이
<페인 앤 글로리>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고백한 고통과 영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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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동명 소설 <작은 아씨들>에 그레타 거윅의 색채와 문법이 더해졌다. 영화는 성인이 된 네 자매의 인생을 조명함과 동시에 플래시백 구조를 취하며 이들의 유년 시절을 되새긴다. 작가라는 꿈을 위해 끊임없이 펜을 드는 둘째이자 극의 중심 화자 조(시얼샤 로넌), 배우가 되는 것 대신 사랑하는 이와의 가정을 택한 첫째 메그(에마 왓슨), 음악에 소질이 있지만 몸이 약한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파리에서 미술을 배우며 꿈을 좇는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와 네 자매의 어머니 마미(로라 던), 따뜻한 이웃 로리(티모시 샬라메), 집안의 대부호 마치 고모(메릴 스트립) 등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영민함과 유기적인 호흡이 발군이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 안에서 파생하는 관계와 축적되는 감정을 유려하게 그려낸다. 한층 더 완숙하고 단단해진 연출력을 뽐내는 그레타 거윅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영리한 결말을 도출해낸다. 여성의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의 색채와 문법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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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청년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의 꿈은 신부가 되는 것이지만 전과 때문에 그 꿈을 이룰 수 없다. 소년원에서 출소한 다니엘은 아는 신부의 도움으로 한 시골 마을의 목공소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생긴다. 훔친 사제복과 충동적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이 다니엘을 신부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신부 행세를 시작한다. 보통의 신부와는 다른 다니엘의 언행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반신반의하지만, 다니엘은 점차 마을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게 된다. 다니엘은 과거 마을에서 일어났던 비극적 사고의 유족들을 치유하는데, 그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면서 갈등을 겪는다.
폴란드 감독 얀 코마사는 종교와 속죄, 믿음과 불신, 위선과 참회 등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엮어냈다. 영화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진행되는데, 한쪽엔 가짜 신부 다니엘의 이야기가 있고, 다른 한쪽엔 지역사회의 어두운 단면이 자리한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놓인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리듯 교차되다 폭발
<문신을 한 신부님> 신부를 꿈꾸지만 신부가 될 수 없는 20살 청년 ‘다니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