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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뭉클했던 대목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음악상일 것이다. 시상자도, 음악상 후보곡을 라이브로 들려준 오케스트라 지휘자(아카데미 역사상 92년 만에 처음으로 시상식 공연의 오케스트라를 이끈 여성 지휘자 이미얼 눈.-편집자)도, 수상자도 모두 여성인 건 시대의 변화를 요구받은 아카데미의 성의 있는 대답인지도 모른다. <캡틴 마블>의 브리 라슨, <원더우먼>의 갤 가돗, <에이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 등 세 배우로부터 음악상을 받은 <조커>의 음악감독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는 “소녀들과 여성들, 딸들에게 말하고 싶다. 꼭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우리는 당신들의 목소리 듣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DC 슈퍼히어로 시리즈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인 그가 들려준 <조커>의 음악은, 무너지는 조커(호아킨 피닉스)의 내면에 연민, 슬픔, 동정, 씁쓸함 등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생생하게 불어넣었다.
될성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⑥] 인물의 내면을 풍성하게 그려내다 -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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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으로 정평이 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에겐 다행히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동반자가 있다.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토르: 라그나로크> <조조 래빗>까지 세편의 작품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라 빈센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뉴질랜드에서 조각가, 미술가로 활동하던 라 빈센트는 영화미술에 발을 들인 후 세트 디자인을 거쳐 이제는 신뢰받는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약 중이다. 그는 좀처럼 구현하기 힘든 규모의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걸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늘의 라 빈센트를 만들어준 영화는 피터 잭슨의 <호빗> 시리즈다.
<호빗> 시리즈에서 조각과 세트 디자인을 담당한 라 빈센트는 <호빗> 프로젝트가 자신을 성장시킨 장대한 모험이었다고 회상한다. <호빗: 뜻밖의 여정> 의 준비 작업부터 시작하여 <호빗: 다섯 군대 전투>가 끝날 때까지 무려 6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⑤] 상상했던 그대로 - 라 빈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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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72회 칸국제영화제는 촬영감독 클레르 마통의 전성기를 알리는 쇼케이스장이기도 했다. <애틀랜틱스>가 심사위원대상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각본상을 받으면서 주요 부문에서 빼어난 미학을 자랑한 두 영화 모두 한명의 촬영감독이 만진 결과라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 출신의 촬영감독 클레르 마통은 2006년 데뷔해 알랭 기로디 감독의 영화 <호수의 이방인> <스테잉 버티컬>로 특유의 스타일을 인정받은 바 있다. 40대 중반에 이르러 힘 있고 완숙한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마통의 모습은 흡사 <위대한 유산>(1998)을 거쳐 <이 투 마마>(2001), <뉴 월드>(2005) 등으로 뻗어나가고, 일련의 테렌스 맬릭 영화로 도약했던 촬영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의 존재감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해부터 프랑스 뤼미에르영화제, 뉴욕비평가협회상, 전미비평가협회상에서 촬영상을 수상한 클레르 마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④] 우아한 관능과 야생성 - 클레르 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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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여성도 성희롱을 겪어서는 안된다는 당연한 진실을 썼다.” 실존 인물인 앵커 메긴 켈리를 중심으로 <폭스 뉴스>의 성희롱 사건을 파헤치는 영화 <밤쉘>의 작가 찰스 랜돌프는 올해 제72회 미국작가조합상에서 명예상격에 해당하는 파울 셀빈상을 수상했다. 지난 25년간 미국작가조합의 고문변호사를 담당한 파울 셀빈의 이름을 딴 이 상은 헌법상의 인권과 자유의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대본을 쓴 회원에게 수여된다. 평생 동안 작가 1인당 1회로 수상을 한정해 그 의미를 높이 기리는데, 미국작가조합은 <밤쉘>을 “도전적이고 의미 있는 우리 시대의 정신을 깊이 있고 매혹적인 인간 드라마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찰스 랜돌프는 전작인 <빅 쇼트>로 애덤 매케이 감독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미국작가조합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이미 각색상을 휩쓴 작가다. 제작자를 겸업하는 그는 데뷔작인 <데이비드 게일>을 제외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③] 감정과 윤리를 동시에 - 찰스 랜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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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편집이란 시선의 춤이 되어야 한다. 따로 촬영된 두개의 필름을 단순히 붙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간을 압축해 관객을 이끌고, 이미지와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포드 v 페라리>의 편집자 마이클 매커스커는 영화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선명하게 정리한다. 사실 이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다. 할리우드 내러티브 영화가 100년 동안 갈고닦아온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갈수록 기본에 충실한 영화가 드물어지고 있는 지금, 이 당연하고 묵묵한 원칙들이 새삼 빛을 발한다. 2020년 아카데미 편집상을 수상한 <포드 v 페라리>가 바로 그 증거다. <포드 v 페라리>는 영화미학의 영토를 확장시키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그저 탄탄한 대본에 충실한 연기, 이를 조합한 성실한 연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가 완벽하게 들어맞았을 때의 호소력은 그 어떤 영화도 도달하기 힘든 곳으로 관객을 이끈다. 마치 자동차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②] 기본에 충실하게 - 마이클 매커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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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는 건 미안하지만 나는 일본을 떠나 미국인이 되었다. (일본에서) 꿈을 이루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 살고 있다.” <밤쉘> 로 92회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의 한마디는 현재 그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마도 ‘(일본인으로서의 경험이) 수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은 일본 문화에 대한 의례적인 상찬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즈 히로는 그렇게 주변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서 살아온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92회 아카데미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된 이 수상 소감은 개인의 창의성을 억압하는 일본문화계의 관행에 일침을 날렸다. 이 대답과 태도만큼 한 사람의 삶과 예술을 향한 태도를 정확하게 밝히는 지표도 드물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쓰지 가즈히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30년 넘게 영화 특수효과 아티스트이자 조각가로 활동해온 그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로 2018년에 오스카 분장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①] 극사실주의 마법사 - 가즈 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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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감독의 강렬한 존재감에 매료되어 간혹 간과할 때가 있다. 영화는 집단창작이다. 하나의 명장면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2020 아카데미 시상식은 우리가 잊고 있던 당연한 사실을 새삼 환기시켜줬다. <기생충>의 작품상이 호명되기 전까지 시각효과, 음향믹싱, 음향편집, 음악, 분장, 의상, 미술, 편집, 촬영, 각색, 각본상 등이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우리는 이들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했다. 이를 계기로 현재 영화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새로운 스탭들을 점검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남긴 <밤쉘>의 분장 가즈 히로, 완성도의 절정을 보여준 <포드 v 페라리>의 편집 마이클 매커스커, 소장하고 싶은 이미지를 선사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촬영 클레르 마통, 독특한 상상을 실현시키는 <조조 래빗>의 미술 라 빈센트, 올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스페셜] 주목해야 할 해외스탭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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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의 ‘성장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전작과 달리 표면적으로는 동성애가 묘사되지 않는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 여성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점이 영화제 공개 당시 화제가 됐는데, 그래서 제목이 유사한 <보이후드>(2014)와도 자주 비교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품이 12년에 걸친 백인 소년의 성장기라면 <걸후드>는 16살 흑인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이 40일 동안 겪는 일이라 정리할 수 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지만 집안에서는 직업학교에 들어갈 것을 권해 절망적인 마리엠 앞에 자유분방한 세 소녀가 나타난다. 레게 머리를 풀고 패션스타일에도 변화를 준 마리엠은 학교를 그만두고 그들과 어울리며 종종 남자들과도 데이트하는 것으로 자신의 진짜 삶을 찾으려 한다. 셀린 시아마는 전작과 달리 <걸후드>에서 자신을 캐릭터와 동일시하기보다 철저한 관찰자로 규정한 듯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10대 흑인 소녀 집단의 문화를 관찰하며 포착한 디테일을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③] <걸후드>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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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가족과 새로운 동네로 이사 온 10살 여자아이 로레(조 허란)는 지금이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재미있는 장난을 칠 수 있는 적기라고 직감한다. 짧은 머리를 한 ‘톰보이’인 로레는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하고 마치 남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아직 2차 성징이 시작되지 않은 그는 수영복 안에 ‘불룩한’ 무언가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수영장에서도 소년처럼 보일 수 있고, 힘도 또래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로레를 스파이 장르물의 언더커버 캐릭터, 마피아 집단에 잠입한 경찰 캐릭터로 비유한 바 있다. 성정체성을 둘러싼 주제는 아주 다양한 레이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릴러물의 재료로도 완벽하다는 것이다. “어릴 때 우리는 모든것을 처음 경험해본다. 욕구가 강하고 감각적인 시기다. 나이가 들면 우리는 선택해야 하지만 이때는 오히려 모든 것이 열려 있고 정체성을 갖고 놀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캐릭터들이 가져다주는 내러티브와 영화의 관점을 좋아한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②] <톰보이>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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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가 26살 때 시나리오를 쓴 데뷔작. 어느 뜨거운 여름날, 마리(폴린 아콰르)는 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팀의 공연을 보고 완전히 매료된다. 특히 뛰어난 외모와 퍼포먼스로 인기 있는 팀의 주장 플로리안(아델 에넬)에게 완전히 빠진다. 생애 처음으로 성적 끌림을 느끼는 마리, 남성인 프랑수아(워런 재킨)와 만나지만 그와 섹스하는 걸 주저하는 플로리안, 그리고 마리의 친구이자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팀에서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의기소침한 앤(루이스 블라셰)까지 세 소녀가 겪을 법한 섹스에 관한 혼란을 여성의 시각으로 풀어간다. 감독이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작품은 <아메리칸 파이>(1999). “플로리안이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로, 앤이 탈의실에서 당당하게 옷을 갈아입지 못할 만큼 자신의 통통한 몸을 부끄러워하는 캐릭터로 묘사되는 것 또한 <아메리칸 파이>로 대표되는 미국 하이틴물의 공식에서 비롯된”(<타임아웃>) 세팅이다. 초기의 셀린 시아마에게 영향을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①] <워터 릴리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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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시아마의 영화는 한국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 관객수 13만명을 돌파하며 프랑스 예술영화 중 드물게 국내 흥행에 성공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한국에서 개봉한 그의 첫 영화다. 셀린 시아마를 동시대 시네필들이 가장 주목하는 감독으로 부상하게 한 ‘성장기 3부작’,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CGV압구정 등에서 열리는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이다. 이들 작품에는 몇 가지 교집합이 있다. 도심이 아닌 근교를 배경으로 한 10대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셀린 시아마에 따르면 성장담은 “연대기, 자연주의, 신체적인 변화, 그리고 판타지까지 모든 것이 녹아 있는”(<인터뷰매거진>) 이야기이며“교외는 지루하고 짜증나기 때문에 오히려 도발적인 행동을 취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수”(<타임아웃>) 있는 공간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 특별전 미리보기 ① ~ ③] -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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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제법 걸었다. 설 연휴를 끼고 런던으로 출장을 다녀왔고, 돌아와서는 도시 곳곳을 걷는 데 몰두하고 있다. 짧게는 30분부터 길게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리는 산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래 걸어도 발이 편한 운동화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음악이다. 밤과 낮, 아침을 오가며 매일 가던 거리와 오랜만에 마주한 골목을 다니며 들은 재생 목록에는 근래 즐겨본 영화음악이 있었다. 2012년 개봉한 미국영화 <루비 스팍스>도 그중 하나였다. 개인의 연애라는 관점으로 복기하면 결국 우리가 느끼는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란 걸 알게 된다.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닉 우라타가 지휘했다. 종종 나오는 밝고 즐거운 장면 뒤에 흐르는 흥겨운 밴드음악도 매력적이지만, 음반에 담긴 22곡 중 영화의 가장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가 드러나는 맨 앞과 맨 뒤의 곡을 특히 좋아한다. 영화 속 소설가는 그의 작품에만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을 글로 창조하고, 어떤 연유
[마감인간의 Music] 닉 우라타 <루비 스팍스> O.S.T, 산책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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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에 관한 상찬은 대개 영화의 기술적 시도에 한정된다. <1917>은 촬영본을 이어붙여 관객이 단절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 컨티뉴어스 숏’ 기법을 통해 영화 전체가 하나의 숏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기술적 시도에 관한 언급이나 나열에 그칠 뿐, 그것이 왜 성과인지를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보다 미심쩍은 건 기술에 관한 언급 뒤에 따라붙는 체험의 영화라는 수식이다. 영화는 과연 21세기적 엔터테인먼트 체험으로 관객을 유도하는가. 도리어 시각에 매몰된 고전적 관람 경험으로 관객을 이끄는 쪽에 가깝지 않은가. 영화의 연속성은 어딘가 관객의 투지를 자극하는 데가 있다. 잠시 어떤 관객의 사례를 가정해보자. 그는 숏이 정말로 끊어지지 않는지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러던 중 카메라가 인물과 위치를 바꾸는 결정적 전환의 순간을 놓치고 만다. 이후 그는 영화를 어떻게 촬영했을까를 상상하며 영화를 본다. 그러나 카메라 뒤 인간의
<1917>에서 숏의 지속을 목격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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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박수 소리>(2015)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와 자신의 일상을 담아낸 이길보라 감독이 이번엔 베트남전쟁의 역사로 시선을 돌렸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힘겨운 암투병을 하면서도 스스로를 ‘참전 용사’라 불렀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출발점이었다. 유년기에 할아버지 방에 놓인 훈장을 보면서 자연스레 베트남전쟁을 자랑스러운 일로만 알았다는 감독은 역사를 알아가면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과 진상규명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내가 가족 내부에서 얻은 한축의 기억과 다른 한축에 있는 역사적 기억은 왜 맞물리지 않을까?” 약 4년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전쟁 속 여성, 소수자의 기억에 집중한 이길보라 감독은 “내 바깥에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점점 나의 세계로 일치되는” 경험을 찾아나간다. 성실하고 집요한 응시, 그리고 생존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건져올린 <기억의 전쟁>은 그래서 전쟁을 바라보는 작가의 고유한 태도와 절제된 표현이라는 어려운 미덕을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감독 - 전쟁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