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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의 작품들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지브리를 대표하는 인물은 단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다. 수작업 방식을 고수해온 그의 굳건한 철학이 없었더라면, 지브리는 2D 애니메이션 분야의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브리를 하야오 감독 한 명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스튜디오에 몸담았던 주요 인물들을 알아봤다.
지브리의 시작
지브리 스튜디오는 전신은 애니메이션 제작사 ‘톱 크래프트’다. 톱 크래프트에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년 후 출판사 도쿠마 쇼텐의 투자를 받아 톱 크래프트를 인수하고, 명칭을 변경해 ‘지브리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하야오 감독과 함께 지브리 설립을 이끈 이들이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과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 편집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한 지브리의 사람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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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트 프룬디치 감독의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수잔 비에르 감독의 <애프터 웨딩>(2006)을 크로스 젠더 방식으로 리메이크한 영화다. 원작에서 남자였던 주인공 캐릭터들이 여자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영화는 인도에서 아이들을 돌보던 이자벨(미셸 윌리엄스)이 거액의 후원금을 제안한 사업가 테레사(줄리언 무어)를 만나러 뉴욕에 오면서 시작된다. 이기적인듯 이타적인 인물들의 행동을 차분히 따라가는 연출자의 시선도 돋보이는 작품이다. <트러스트 더 맨>(2005),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2009),<울브스>(2016) 등을 만든 바트 프룬디치 감독과 줄리언 무어와의 서면 인터뷰를 차례로 전한다.
-수잔 비에르 감독의 <애프터 웨딩>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리메이크했나.
=<애프터 웨딩>은 실제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 모두가 인식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나약함이라든
'애프터 웨딩 인 뉴욕' 바트 프룬디치 감독 - 줄리언 무어, 가장 훌륭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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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감독의 독립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하지만 독립영화라 극장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보기 힘들다. 상을 받았다고 해서 여성감독들이 상업영화 연출 기회를 거머쥐기도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그렇게 우리가 놓친 영화와 여성작가는 모두 몇이나 될까. 미래의 가능성까지도 포함돼 있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안타깝다. ‘퍼플레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독립영화와 여성 서사란 교집합에서 출발한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첫 영화를 만든 여성감독들의 제작기 ‘My First’를 싣는 온라인 매거진 <퍼줌>도 발행 중인 퍼플레이는 지난해 12월 20일 새 단장을 마치고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소중한 공간을 마련한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를 만나 여성주의 영화란 무엇이고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틈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물었다.
-퍼플레이를 통해 대만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아시아 비전 경쟁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보람 감독의 <개의 역사>
여성영화 스트리밍 플랫폼 ‘퍼플레이’ 조일지 대표, “잘 만든 여성영화를 더 많은 관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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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不義)한 세계에서 박해받는 영웅의 수난기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근 ‘다큐-드라마’를 관통하는 주제이다. ‘다큐-드라마’라 함은 그의 근작들 대다수가 실화 사건에 토대하거나, 심지어 <15시 17분 파리행 열차>(2018)처럼 현실의 인물을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이스트우드가 그런 이야기의 기저에서 발견하는 것은, 공동체의 안위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그것의 궁극적인 좌절 혹은 배반이라는 쓰라린 현실이다. 애틀랜타올림픽 캠페인이 한창이었던 1996년, 센테니얼 공원에서 파이프 폭탄이 담긴 배낭을 발견한 경비원의 실제 스토리에 기초한 <리차드 쥬얼>(2019)은 이런 경향의 연장에 있다. 공원 벤치 아래에서 의심스러운 배낭을 발견한 경비원 리차드 쥬얼(폴 월터 하우저)은 그가 배운 매뉴얼대로 상황을 통제하여 수백명의 목숨을 구한다. 호사가들의 이야깃거리로 구미를 당기는 리차드의 무용담은 TV토크쇼의
<리차드 쥬얼>에서 ‘이스트우드 페르소나’가 초(超)자연적 신화의 힘으로 작동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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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일하다 변호사가 된 다음 자주 받는 질문들이 있다. “변호사로 전직한 이유가 뭔가요?”, “강력범을 변호할 수 있나요?”, “돈을 많이 버나요?” 같은 무난한 질문도 있지만, 다소 곤란한 질문도 있다. 그중 가장 난처한 질문을 딱 하나 꼽자면 단연 “사건 맡은 경험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나요?”다.
이 질문을 처음 받았을 때 나는 몹시 당황했다. 상상해본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타인의 민감한 분쟁을 다루고, 비밀유지의무를 진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고, 글은 아주 널리 퍼질 가능성이 있다. 세상 어느 누가 “일한 경험을 소설로 쓴다”고 말하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사건을 맡기겠는가? 받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것은 변호사로서나 작가로서나 직업윤리상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외통수 질문인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 두 직업인으로 살아오며, 나는 이것이 비법조인/비소설가라면 떠올릴 만한 궁금증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일단 법조인은 발언권이 큰 직업
윤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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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이브>는 무엇보다 캐릭터를 위한 드라마다. 캐릭터를 큐레이션한다는 생각으로 두 캐릭터로부터 떠오르는 인물의 잔상을 붙잡아보았다. 이브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전혀 다른 패턴의 살인사건 속에서 빌라넬의 스타일을 발견한 것처럼, 그렇게 해보고자 한 거다.
우리 시대 (비)인간의 형상들
좋아할까, 말까. 아니 좋아해도 될까. <킬링 이브>의 빌라넬(조디 코머)은 관객을 고민에 빠뜨린다. 잔혹한 살인광인 그녀를 좋아해도 되는 것일까. 매력적인 캐릭터 스토리라고 방어하며 무차별적인 살인 행위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내가 ‘살인 행위’를 인식한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빌라넬은 조직에서 고용한 암살자고 이것은 장르물이다. 스파이물에서 살인은 장르의 정체성과도 같다. 이때 살해당하는 이들 중 다수가 엑스트라이며, 죽음의 무게는 인물의 비중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이를 염두에 둘 때 잔혹한 살인에 대한 페티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 <살인마 잭의 집&
드라마 '킬링 이브', 인간성을 도려내니 인간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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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와 <씨네21>이 함께하는 독립예술영화 온라인 유통지원사업 히든픽처스. 극장에서 놓친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온라인 미출시작의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해 다양한 독립예술영화가 디지털 플랫폼에서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히든픽처스로 선정된 영화 50편은 4월부터 8월까지 올레 tv ‘아트무비 살롱’에서 독점 무료 서비스된다(편당 30일 무료, 4월 예외). 4월 16일 론칭한 아트무비 살롱은 KT가 ‘제2의 봉준호 감독 작품을 만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준비한 독립영화 활성화 프로그램으로, 매달 주제를 선정해 히든픽처스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영화들을 함께 편성한다. 4월의 주제는 ‘사랑의 추억’으로, 히든픽처스 선정작 <환상속의 그대> <영화로운 나날> 이상 2편을 4월 16일부터 30일까지 무료로 볼 수 있다(올레 tv 홈▶영화/시리즈▶오늘은뭘볼까?▶아트무비살롱에서 시청 가능). <씨네21>은
올해의 히든픽처스, 8월까지 올레 tv ‘아트무비 살롱’에서 독점 무료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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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규모의 극장 체인 AMC는 과연 파산을 모면할 수 있을까? 미국 내 630여개의 극장과 1만1천개의 스크린을 보유한 AMC가 파산할 것이라는 루머에 휘말린 것은 지난 3월 17일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상영을 중단한 지 몇주 지난 뒤부터다. AMC는 2월 말부터 고위 관계자들의 연봉과 보너스를 앞으로 3년간 삭감하기로 결정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자 극장 운영까지 중단하게 된 것. 이 때문에 자금 부족으로 2만5천명의 직원을 일시해고시킨 상태다.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파산 신청을 위해 담당법률회사와 미팅을 가졌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왔으나, 4월 16일 AMC측은 5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고 극적인 발표를 했다. 따라서 AMC의 파산이 머지않았다고 예측했던 재
정 전문가들도 조심스럽게 희망적인 관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경우, 4월 5일 AMC의 신용등급을 낮추고,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평가한 바
[뉴욕] 미국 최대 규모 극장 체인 AMC 파산 루머… 코로나19로 상황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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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까? 심리상담센터지안원 원장 이신(김지수)의 초대로 모인 11명의 사람들이 술렁인다. 아파트 경비원 최경만(임하룡)은 “기왕이면 젊은 시절로 가야지 꼴랑 1년이 뭐냐”고 투덜댄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수차례 ‘리셋’을 반복해온 이신은 주도면밀하게도 로또 추첨시간에 딱 맞춰 티브이를 틀고 당첨번호를 읊는다. 하지만 일년치 당첨번호를 모두 수첩에 메모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 시점의 내 육체와 정신이 모두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몸에 지금의 ‘기억’만 보내는 것. MBC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이 다루는 타임슬립의 얼개다.
기억을 보낸다는 의미가 뭘까? 기억과 의식이 동일하다면 현재 시점의 내 몸은 죽나? 아니면 평행세계의 내가 존재하게 되는 걸까? 당첨금이 가장 컸던 회차의 로또 번호를 외워가도 11명의 ‘리세터’가 몰린다면, 세금까지 제한 실수령액은 턱없이 적어지는 게 아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 1년 전 오늘로 돌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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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자키 겐토가 연기한 신은 천하대장군을 목표로 열심히 무술을 연마하는 소년이다.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원수를 갚을 요량으로, 동생에게 빼앗긴 왕권을 되찾으려는 세자 영정(요시자와 료)과 연합해 궁으로 향한다. 전투 중 죽음의 문턱에 이른 신은 꿈이있기에 일어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온 힘을 다해 적군의 어깨에 칼을 내리꽂는다. 이후 신은 중국 전국시대 7개의 나라를 통일해 혼란을 잠재우겠다는 세자 영정의 포부를 함께 실현하고자 한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킹덤> 속 신은 무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지만, 비장함으로 가득 찬 야마자키 겐토의 눈빛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짐작게 한다.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왕성한 에너지를 표출하는 야마자키 겐토를 두고 다소 과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원작 팬들은 그가 신을 제대로 표현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야마자키 겐토는 신 역을 소화하기 위해 10kg을 감량하고 반년 동안 승마와 액션 연기를 배웠다. 순정만화
'킹덤' 야마자키 겐토 - 비장한 그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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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고양이 블랭키(유민상)와 아기 고양이 케이프(오나미)는 도심 속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케이프는 엄마가 있다는 전설 속의 캣츠토피아로 떠나고 싶지만 뚱뚱한 아빠 고양이 블랭키는 귀찮을 뿐이다. 어느 날 케이프는 블랭키의 허락 없이 길을 나서고, 케이프를 보호하고자 블랭키도 함께 모험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수다쟁이 앵무새 맥까지 꿈의 숲 캣츠토피아를 향한 원정대가 꾸려진다. <캣츠토피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집고양이들이 도심 속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과정을 따라가는 어드벤처물이다. 도심 곳곳의 상황들이 재치 있게 그려지지만 대단한 야심이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귀여움을 무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익숙하고 안전한 구성이 나쁘지만은 않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조합마저 무난한, 가족애니메이션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캣츠토피아' 세상 물정 모르는 집고양이들이 도심 속에서 한바탕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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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막내 수환(이경훈)은 동네에서 ‘순한’이라고 불릴만큼 선한 심성을 지녔다. 교실에서 방귀를 뀐 친구가 부끄러워할까봐 수환 자신이 부끄러워하고, 시집간 누이가 낳은 또래의 조카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이기고 나서도 연민의 감정이 들어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흘린다. <저 산 너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박하게 그린 드라마다. 생전 고인의 가르침만큼이나 정갈하고 반듯한 감정선은 풍경화 같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순순한 감상을 남긴다. 다만 일제강점기와 천주교 박해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 있지만 그다지 뾰족하지 않아 아쉽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는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 이항나와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굵은 눈물을 흘리는 아역배우 이경훈의 발견만큼은 값지다.
'저 산 너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박하게 그린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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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며 해고 위기에 놓인 CIA 요원 JJ(데이브 바티스타)는 불법 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잠복 수사에 들어간다. 감시 대상이던 소피(클로에 콜먼)는 자신의 집에 CCTV를 설치하던 JJ의 소행을 빠짐없이 녹화하고, 이를 약점 삼아 바쁜 엄마 대신 JJ와 함께 그간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경험하기 시작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아이언맨3> 제작진이 참여한 <마이 스파이>는 올곧게 코미디영화들을 연출해온 피터 시걸 감독의 신작이다. 두 주연배우의 재기발랄한 에너지가 돋보이며 어리숙한 JJ에 비해 매 순간 야무지게 대처하는 소피의 행보를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 장르적 클리셰를 따른 탓에 신선함은 없지만 킬링타임 무비로 가볍고 무난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이 스파이' 올곧게 코미디영화들을 연출해온 피터 시걸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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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의 진나라.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소년 신(야마자키 겐토)은 노예로 팔려간 집에서 자신보다 의젓한 소년 표(요시자와 료)를 만나 함께 천하대장군이 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왕궁에 들어간 표는 이내 죽음을 맞는다. 신은 표의 죽음에 복수를 하고자 이복동생 성교(혼고 간나타)의 반란으로 왕권을 잃게 된 젊은 황제 영정(요시자와 료)을 돕기로한다. 이미 궁 안은 성교의 세력이 장악한 상황. 믿을 만한 충신도 부족하고 군대도 없는 상황에서 영정은 오래전 진나라와 동맹을 맺었던 산족에게 도움을 청하고, 산족의 왕 양단화(나가사와 마사미)는 중국 대륙을 통일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피력하는 영정과 손을 잡는다.
<킹덤>의 원작은 일본, 중국, 한국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하라 야스히사의 동명의 만화다. 훗날 진시황이 되는 젊은 왕과 노비 출신 소년의 신분을 뛰어넘는 꿈과 우정이 원작의 토대를 이루며, 영화는 원작의 초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겨왔다. 만화 속 캐릭터와
'킹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하라 야스히사의 동명의 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