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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스파이더맨이 한 편의 영화에 모두 모일 수 있을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큰 그림'의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2>의 옥토퍼스로 출연했던 배우 알프레드 몰리나가 MCU의 새영화 <스파이더맨 3>(가제)에 옥토퍼스 역할로 다시 캐스팅됐다. 이 소식을 전하는 대부분의 매체가 "역대 스파이더맨들이 (한 영화에) 모두 등장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토비 맥과이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앤드류 가필드,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톰 홀랜드까지, 역대 스파이더맨 출연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MCU 페이즈 3기의 엔딩을 장식했던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J.K. 시몬스가 출연하면서 수많은 스파이더맨 팬들에게 여지를 남긴 것. 그 이유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에서 신문사
'스파이더맨 3' 토비 맥과이어X앤드류 가필드X톰 홀랜드, 역대급 스파이더맨 콜라보 성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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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아 테일러조이
<퀸스 갬빗> <뉴 뮤턴트> <엠마>
외계에서 날아와 지구에 불시착한 존재가 우리 안에 몰래 섞여 지내고 있다면, 왠지 애니아 테일러조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에겐 예쁘다, 잘생겼다와 같은 이분법을 넘어서는 남다른 개성이 있다. 종종 테일러조이의 얼굴을 보고 있다 보면 저 배우는 어떤 작품에서든 주인공을 맡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마저 드는데(실제로 데뷔작 <더 위치>에서부터 그는 주연이었다.-편집자), 등장하는 모든 프레임에서 시선을 가져간다. 마녀 재판의 중심에 섰던 <더 위치>, 해리성 다중인격장애 환자에게 납치당했던 <23 아이덴티티>로 경력을 시작했던 그는 인디영화계의 ‘스크림 퀸’ 같은 따분한 수식어도 일찌감치 뛰어넘었다.
6년 동안 21개의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떤 상자 속에 갇혀 있기를 거부하던 그의 매력이 만개한 것은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 그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 2020년의 활약 돋보인 배우 6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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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아내로 뿌리내리려는 순간 육체와 정신에 찾아온 고통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자. 그도 관객도 발병의 이유를 몰라 어리둥절할 때, 헤일리 베넷은 유난히 강조된 흰 피부 아래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얼마간 억누르는 연기를 선보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환자의 곡절을 짐작하게 했다. 자주 붉어지던 두뺨이 마치 인내의 역치를 시험하는 리트머스지 같았다고나 할까. 그 볼이 아릿해 잊기 힘들었다. 올해 공개된 출연작 <스왈로우>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힐빌리의 노래>에서 모두 그랬다. 이중 앞선 두 작품에서 베넷은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여인에게 찾아온 임계점을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영화 시작 30분 만에 죽음을 맞아야 했던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베넷에게 너무 짧은 무대였다. 대신 이식증에 걸린 임신부 헌터 역을 맡은 <스왈로우>에서 그는 압력을 버티다 못해 잔잔히 폭주하는 주인공으로서 화면을 장악했다
[2020년의 얼굴들] 남선우 기자의 PICK <스왈로우>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헤일리 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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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그가 택하는 모든 작품이 의외였다. <해리 포터>의 모범생 세드릭 디고리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을 거치며 금발의 하이틴 스타로 자리 잡을 찰나, 자본을 좇는 투자자 에릭 페커 역으로(<코스모폴리스>) 방향을 틀더니 <라이프> <잃어버린 도시 Z> <하이라이프> 등 하나의 키워드로 묶기 어려운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트와일라잇>에서 불거진 연기력 논란이 잠잠해지며 완벽한 로맨스영화 주인공으로서의 온기도 사그라들었다. 그 대신, 로버트 패틴슨의 얼굴엔 불안과 광기가 싹트기 시작했다. 이 광기는 <굿타임>을 지나 <라이트하우스>에 이르러 완연히 무르익었다. <라이트하우스>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토머스(윌럼 더포)와 단둘이 외딴섬의 등대를 관리하는 에프라임을 연기했다. 윌럼 더포가 초반부터 욕망을 표출하는 데 반해 로버트 패틴슨은 중반 이후에야
[2020년의 얼굴들] 조현나 기자의 PICK <라이트하우스> <테넷> 로버트 패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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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곁에는 자주 죽음과 슬픔이, 유령적 기운이 따른다. 스크린 속을 유유히 방황하는, 아직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배우는 조용한 자태로 관객을 향해 최면을 거는 데 능하다. 베를린 출신의 1995년생 배우 파울라 베어에겐 초연함과 결연함, 성숙함과 순진무구함이 돌연 교차하는 미스터리가 깃들어 있다. 그 모호하고 초월적인 아우라는 올해 한국에 개봉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두 영화 <트랜짓>과 <운디네>에서 실연의 그림자를 입었다. 파울라 베어는 <트랜짓>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망명지를 헤매다 자꾸만 다른 남자를 오인하고, <운디네>에선 오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급작스런 새 사랑과 충돌한다. 이들 영화에서 겹겹의 비밀과 거짓말, 신화적 운명을 통과하는 파울라 베어는 관객을 영화의 휘장 너머로 데려가 어느새 현실의 규칙에 둔감해지도록 만드는 존재다. 이 신비한 작용을 일으키는 피사체에 대한 묘사가 자칫 뛰어난 배우를
[2020년의 얼굴들] 김소미 기자의 PICK <트랜짓> <운디네> 파울라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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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겪는 그늘진 상황 속에는 표정을 지운 그녀의 얼굴이 있다. 엘리자베스 모스는 늘 여성을 향한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 여성을 연기해왔다. 여성을 향한 억압은 가정(<인비저블맨>)에서 벌어질 수 있고 직장(<매드맨>)에 만연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인비저블맨>에서 엘리자베스모스는 강압적인 남편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언)에게서 도망치는 세실리아로 분한다. 먹는 것과 입는 것을 시작으로 마침내 생각까지 통제하려는 남편에게서 세실리아는 필사적으로 달아난다.
남편은 투명인간이 돼 세실리아 앞에 나타나는데, 여성이 느끼는 불합리한 상황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느껴지지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억압. 그 속에서도 세실리아는 자기 확신을 잃지 않는다. 자기 통제력을 상실하지도 않는다. 미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는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분투한다. 카메라는 벼랑 끝에 선 엘리자베스 모스를
[2020년의 얼굴들] 배동미 기자의 PICK <인비저블맨> 엘리자베스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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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위기의 여자> 제작이 확정됐다. <위기의 여자>는 흥행의 신이라 불리우던 막장 드라마 작가가 자신의 드라마 세계로 들어가 갇혀버린다는 독특한 설정을 지닌 작품이다.
막장 드라마의 세계에 빠져버린 막장계의 본좌, 흥행의 신 김마리 작가가 갇혀 버리는 드라마의 세계는 착하지만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한 여주인공, 나만 바라보는 애틋한 재벌 2세, 결정적일 때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 밑도 끝도 없는 김치 싸대기 등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막장 법칙들로 이뤄진 곳이다. 클리셰로 가득찬 <위기의 여자> 속 드라마의 세계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탈출하려는 김마리 작가의 여정을 통해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다.
<위기의 여자> 연출은 <남자사용설명서><상의원>의 이원석 감독이 맡는다. 코미디와 사극 등 장르를 오가며 독특한 유머 세계를 구축해온 이원석 감독과 함께
K-막장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만난다… 막장의 세계 탐구하는 <위기의 여자> 제작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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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배우로 소환해도 되는 걸까. <소년시절의 너>의 주동우가 중화권 3대 영화제(금마장, 금상장, 금계장)를 모두 석권한 역대 최연소(이자 유일한 20대) 여성배우라는 기록을 세우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모두가 주동우를 사랑하는 지금, 지극히 사적인 이유를 덧붙이고 싶다. ‘체구가 작다’는 신체 조건을 가진 여자가 받는 온갖 편견에 대한 넋두리를 늘어놓자면 이 지면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틀을 반전시키는 순간들, 예컨대 레이디 가가가 슈퍼볼 경기장 꼭대기에서 노래를 부르며 나타났을 때, 박보영이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귀신으로 빙의했을 때, 유독 진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주동우를 처음 인식한건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였다. 안정을 추구하는 칠월(마사순)과 달리 분방한 삶을 즐기는 안생을 보고 첫눈에 반해버렸다. ‘축 처진 순한 눈꼬리를 가진, 체구도 자그마한 여자가 겁 없이 돌아다니고 건장한 남자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고?’
[2020년의 얼굴들] 임수연 기자의 PICK <소년시절의 너> 주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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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뉴욕타임스>에서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배우 25인’에 김민희와 송강호 두명의 한국 배우가 포함됐다. 김민희를 꼽은 근거로 두편의 영화가 언급되었는데,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속 그의 연기를 두고 “남녀가 만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생기는 변화에 대해 절묘한 뉘앙스를 살린 김민희의 연기가 영화의 중심에 있다”라고 평했다. <아가씨>(2016)에 대해선 “감정을 숨겼다가 분출하고, 그녀의 연기는 복잡하지만 섬세한 연기도 가능하다”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축하할 만한 일이지만 이런 몇 마디 설명으로는 배우 김민희의 옷자락 하나 잡지 못한다.
애초에 그의 연기는 언어로 포착하거나 설명으로 해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영역을 거닐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의 것도 아니고, 어느 한순간도 같지 않으며, 이야기를 초과하는 순간들을 여과 없이 발산하는 과정. 한마디로 개별 영화 안에 배우 김민희라는 또 다른 자아가 싹트고 숨 쉰다는 것. 그것이 김민
[2020년의 얼굴들] 송경원 기자의 PICK <도망친 여자>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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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만다 사이프리드의 화려한 얼굴을 좋아한다. 날카롭고 신비한 푸른빛의 큰 눈을. 역시나 그는 오랫동안 금발의 사랑스러운 미녀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 배우로서의 욕심과 용기에도 한 가지 이미지에 갇혀 있었던 셈. “사람들은 잡지 표지만 보고도 날 안다고 생각하죠.” <맹크>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20세기 초 미국 신문업계의 제왕이었던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여인이자 영화배우였던 매리언(아만다 사이프리드)이 시나리오작가 허먼 맹키위츠(게리 올드먼)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이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속마음처럼 여겨지는 것은 그 역시 매리언처럼 10대 때부터 연기를 했고 숱하게 잡지 표지를 장식했으며 그 과정에서 오해와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데뷔작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시작으로 <맘마미아!> <클로이> <디어 존> <레터스 투 줄리엣> <레드 라이딩 후드> <인 타임> <
[2020년의 얼굴들] 이주현 기자의 PICK <맹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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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순수한 웃음기가 얼굴에서 싹 사라졌다. 냉소와 피로가 겹겹이 쌓인 주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사프디 형제가 연출한 영화 <언컷 젬스>에서 애덤 샌들러가 연기한 보석상 하워드는 대책 없이 일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이리저리 치인다. 뉴욕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인 애덤 샌들러가 보석 시장을 운영하는 중년 남성을 연기한 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보석상은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거니와 대출에 전전긍긍하는 그의 모습이 영락없이 ‘보석상 대출 완화’ 정책을 펼치며 거품 경제 논란을 빚었던 트럼프 시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얼굴 위로 드리워진 애덤 샌들러의 얼굴은 21세기 자본주의에 종속된 미국인을 표상하고 있다. 이것은 로맨틱 코미디 속 ‘사랑꾼’ (<웨딩 싱어> <첫키스만 50번째>) 또는 ‘짐 캐리의 라이벌’이라 불릴 만큼 20, 30대 미국 청년의 코믹한 모습(<워터 보이> <
[2020년의 얼굴들] 김성훈 기자의 PICK <언컷 젬스> 애덤 샌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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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도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연말이면 으레 찾아오는 결산의 영역을 이번엔 ‘배우’에 집중해보았다.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올해의 배우를 언급하기에 앞서 <씨네21> 기자들이 개인적으로 올 한해 감탄했던 배우들, 꾸준히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배우들을 꼽았다. 그렇게 탄생한 <씨네21> 기자들의 ‘사심’ 배우 리스트엔 애덤 샌들러, 아만다 사이프리드, 김민희, 주동우, 엘리자베스 모스, 파울라 베어, 로버트 패틴슨, 헤일리 베넷이 이름을 올렸다. 참고로 <베이비티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아씨들>의 엘리자 스캔런, <보건교사 안은영>의 남주혁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기자도 있었다.
더불어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언급해야 할 배우들도 소개한다. <퀸스 갬빗>의 애니아 테일러조이, <런> <래치드>의 사라 폴슨,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아델 에
[2020년의 얼굴들] '씨네21' 기자들이 사심으로 꼽은 최고의 배우들과 올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배우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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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후드>는 올해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슬픈 이야기다. 동시에 가장 흥겨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 리한나의 <Diamonds>에 맞춰 춤을 추는 여자아이들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시선과 몸짓, 그리고 웃음소리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덕분에 나는 십대 시절의 어떤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별일도 아닌 일에 큰 소리로 웃었던 일,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던 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또 보냈던 일. 물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미 지나온 시간이고, 무엇보다 그런 격렬한 감정 상태를 경험하는 건 인생에서 한번으로 충분하다.
어쨌든 리한나의 음악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기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그래서인지 그들에게 조금 더 감정이입할 수 있었다. 나는 노래가 끝나갈수록 불안해졌다. 음악이 멈추는 시간은, 마음껏 웃고 떠들던 작은 호텔방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영화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그래도 길은 빛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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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청춘> 제작 극동흥업주식회사 / 감독 김기덕 / 상영시간 117분 / 제작연도 1964년
청춘영화는 196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장르였다. 1963년 <가정교사>(감독 김기덕)와 <청춘교실>(감독 김수용)의 흥행으로 촉발된 청춘영화는 1964년 <맨발의 청춘>의 폭발적인 관객 동원을 계기로 주류 장르로 등극한 후 1967년까지 장르의 생명력을 유지했다. 이러한 청춘영화의 유행이 일본 대중문화의 영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특히 이시자카 요지로의 소설을 주목해야 한다. <햇빛 쏟아지는 언덕길>은 <가정교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1962년 내내 부동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고, <그 녀석과 나>는 <청춘교실>로 번역되어 1963년 베스트셀러 순위를 계속 유지했다. 1963년 한국에서 영화 <가정교사>와 <청춘교실>이 만들어진 결정적 배경이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일본의 이야기를 빌려 한국 젊은이들과 만나다 '맨발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