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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3일, <힐빌리의 노래> 연출을 맡은 론 하워드 감독과 배우 에이미 애덤스, 글렌 클로스가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극장 개봉을 거쳐 11월24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힐빌리의 노래>는 불우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한 실존 인물 J. D. 밴스가 2016년 출간한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주인공 밴스(가브리엘 바쏘/오웬 아스탈로스), 약물 중독에 빠진 어머니 베브(에이미 애덤스), 어머니 대신 손자를 돌봤던 할머니(글렌 클로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론 하워드 감독은 <힐빌리의 노래>를 영화화한 이유에 대해 “사회정치적인 부분이 아닌, 가족의 이야기에 공감해서“라고 말했다. 미국 중심부의 소도시 오클라호마에서 자란 론 하워드 감독은 책 속 이야기가 개인적인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를 투영시킬 수 있는 가족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찾던 론 하워드 감독은 "이 이야기가 적
미국 ‘흙수저’들의 삶 다룬 영화 <힐빌리의 노래> 기자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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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내가 이제 쓰지 않는 말들’에 올라오는 글들을 흥미롭게 읽는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돌아보자는 이 캠페인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제안했다. ‘확찐자, ◯밍아웃, 결정장애, 장애우, ◯린이, 거지 같다, 건강하세요’ 같은 말을 사용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언어에 예민하고자 노력하지만, 무심코 쓴 표현이 부끄러웠던 경험은 내게도 있다. 논쟁적인 주제에 대해 주장을 펼치는 내 글에 ‘전장’(戰場), ‘전선’(戰線) 같은 군사 용어가 종종 등장한다는 점을 나는 최근에야 의식했다. 병역거부운동을 통해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평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의 활동을 접하면서부터다. 전쟁의 심상을 손쉽게 소환하는 일에 신경 쓰게 되자, ‘핵노잼’, ‘핵꿀잼’ 같은 유행어들도 심상치 않게 여겨졌다.
낯선 대상을 친숙한 대상에 빗대 표현
[오혜진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불완전한 언어와 투명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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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이나 소행성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으로, 지구의 멸망을 다룬 블록버스터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를 떠올리는 영화 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과연 어떤 작품일지 짐작할 수 있는 팬이 얼마나 될까.
헤어초크 감독이 화산학자인 클라이브 오펜하이머와 공동 연출한 <파이어볼>(Fireball: Visitors from Darker Worlds)은 앞의 영화들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1월13일 애플TV+를 통해 공개된 <파이어볼>은 ‘지구를 멸망시킬 만한 소행성이 언제쯤 올까’ 또는 ‘이를 막기 위해서 세계 정부들은 어떤 대비책을 마련했나’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우주진(stardust)으로 만들어졌다’는 약간은 낭만적으로 들리는 아이디어나 화구와 운석을 중심으로 생긴 종교, 눈송이보다 더 작은 유성진(micrometeorites)
[뉴욕] 화산학자와 영화감독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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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인을 선정하면서 한국의 배우 송강호, 김민희를 포함시켰다. 할리우드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배우들을 대상으로 한 이 리스트에서 김민희는 16위에, 송강호는 6위의 자리에 언급되었다. 뉴욕타임스는 리스트 공개에 앞서 얼마든지 여기 언급되지 못한 더 좋은 배우들이 있을 수 있음을 시인하며 “지난 20년 동안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배우들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선정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리스트에 오른 25명의 배우에 대한 각각의 선정 이유도 함께 공개했다. 선정위원들은 16위에 오른 김민희의 출연작 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와 <아가씨>의 연기에 가장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의 “시간에 갇혀 버린 것처럼 끊임없이 술을 마시던 모습”과 <아가씨>의 “공포와 고통이 쾌락과 해방감으로 변하며 뒤틀리는 육체와 표정”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놀라 다기스는 <지
송강호, 김민희가 21세기 최고 배우로 선정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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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 플레저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일정 이상 존재한다. NQQ와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에서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인 <스트레인저>는, 2014년 한 출연자의 사망으로 종영된 SBS <짝>을 연출했던 남규홍 PD의 신작이다. 출연자들은 ‘SV(스트레인지 빌리지) 133’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숙소, 즉 애정촌에 모여 며칠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남자 1호’, ‘여자 3호’ 대신 ‘미스터 염’, ‘미스 김’ 등의 성으로 칭한다.
기이한 상황을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저음으로 전달하는 <짝> 특유의 내레이션도 그대로다. 감자를 80kg에 가깝게 담는 미션에서 혼자 격앙되어 규칙을 깨고 무작정 많은 감자를 모은 남성의 의아한 행동 위로 우아한 음성이 울려 퍼진다. “투우사와 소는 존재만으로도 경기장을 압도한다. 인정한다. 오늘 감자와 미스터 윤의 만남도 그랬다는 것을….”
인정하자. <스트레인저>는 낯선 이들이 만나 로맨스를 꽃피우고
'스트레인저', Hello 아니 Hell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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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루각은 겉으로는 멀쩡한 중국집이지만 실제로는 사설 복수 대행 업체다. 철민(지일주), 지혜(박정화), 승진(장의수), 용태(배홍석), 곽 사장(정의욱)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용루각에서 함께 살게 된 이들은 정체가 불분명한 정보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해 힘을 쓴다. 어느 날 마약에 중독된 재벌 2세의 만행 때문에 죄 없는 여성이 살해되는데, 철민이 평소 자주 찾는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용루각은 사건의 배후에 폭력조직 호야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골고루 다루려는 연출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수시로 늦춘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장황하고 몰입하기 힘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해 아쉬움을 남긴다.
'용루각: 비정도시' 재벌 2세가 살해한 여성의 복수를 계획하는 중국집 점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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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의 기적>은 성모마리아 발현의 기적 103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작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5월 13일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 한 줄기 빛이 비친다. 10살 소녀 루치아(스테파니 길)와 어린 사촌동생들은 빛 속에서 현신한 성모마리아를 마주하고, 그녀는 매달 13일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이후 세명의 아이들은 6차례 마리아와 만나 기적을 목격한다.
안정되고 원숙한 연출로 당시 주변 상황과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영화는 욕심 부리지 않고 기적의 순간을 담담히 전한다. 기적 그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순수함의 미덕을 관찰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신성, 믿음, 희망을 전하는 성실한 종교영화다.
'파티마의 기적' 성모마리아 발현의 기적 103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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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는 10대 시절 로맨틱 코미디의 열렬한 팬이었던 엘리자베스 생키 감독의 에세이적 다큐멘터리다. 그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장르의 이상적 결말인 ‘결혼’의 실체를 경험한 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중산층 이성애자 백인 중심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로절린드 러셀이나 캐서린 헵번으로 대표되는 진취적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방대한 아카이빙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궁극적으로 이 장르의 한계를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비백인 캐릭터를 내세운 <빅 식>(2017)이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의 성과를 언급하며 최근의 흐름을 짚고, 사랑과 인간성을 탐구하는 장르가 가진 항구적 매력을 강조하며 감독의 오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다.
'로맨틱 코미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로코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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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게임, 망겜, 1등으로 망할 것 같은 게임. 국내 최초 레벨 없는 RPG 게임으로 화제가 됐던 <일랜시아>는 2000년대 초반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곳”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10년 넘게 운영진에게도 버림받는 ‘망한 게임’이 됐다. 닉네임 ‘내이름전지현’, ‘마님은돌쇠만쌀줘’의 길드마스터이기도 한 박윤진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아직도 이 게임을 떠나지 않은 유저들을 찾아간다.
<일랜시아>는 IMF 키즈들의 안식처였다. 시간을 쏟을수록 절대적인 결과가 나오고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게임 세계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위로를 줬고, 노력과 결과물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은 그들이 여전히 게임의 추억을 놓지 못하게 한다. 유저들 스스로도 ‘게임 자체가 무기력한 느낌’이라며 자조하지만 <일랜시아>의 매력을 고백하는 대목엔 순수한 애정만이 줄 수 있는 뭉클함이 있다.
넥슨사의 게임은 돈이 없으면 고스펙
'내언니전지현과 나' 운영진도 버린 '망겜'을 10년 넘게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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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안에 짐승 한 마리를 키운다. 두 마리 늑대에 관한 인디언 속담이 있다. 한 마리의 이름은 화, 질투, 거짓말, 열등감, 죄책감이며 다른 한 마리의 이름은 진실, 겸손, 연민, 희망 등으로 불린다. 내면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두 늑대 중 누가 이기는가. 아이의 질문에 현명한 노인은 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
<럭키 몬스터>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 던져진 남자가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이야기다. 다단계 판매직으로 일하는 도맹수(김도윤)는 또 다른 자아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환청에 시달린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등 벼랑 끝에 선 맹수는 유일하게 집착하던 아내 리아(장진희)를 지키기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한다. 얼마 뒤 로또 1등에 당첨된 맹수는 다시 아내를 찾으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토록 바라던 돈이 손에 들어왔지만 맹수의 환청과 불안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럭키 몬스터>는 매끈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 안에
'럭키 몬스터'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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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어둠 속에서 깨어난 아버지가 잠든 아들의 한쪽 얼굴을 쓰다듬는다. 아들의 얼굴엔 마저 지우지 못한 하얀 분칠이 남아 있다. 광대 분장을 하고 하루 종일 행사를 뛰던 직업 MC 경만(하준)은 이제 막 아버지의 병상 곁에서 미뤄둔 잠을 청한 참이다. 낮이 되자 경만의 귀여운 동생 경미(소주연)까지 나타나 활기를 돋운다. 아프고 가난하지만 세 식구의 돈독한 사랑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풍경에 불안이 스밀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버린다. 급하게 장례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빚을 갚으라는 고약한 친척까지 등장하면서 남매는 궁지에 몰린다.
경만은 고심 끝에 장례식장에 경미를 남겨두고 당일치기 지방 행사를 떠나기로 한다. 효심이 지극한 의뢰인 일식(정인기)이 팔순의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경만에게 잔칫날의 마이크를 덥석 맡긴 날. 울어야 하는데 웃겨야 하는 오빠의 애처로움만큼이나 홀로 장례식장에 남아 무력하게 동분서주하는 동생의 서러움도 커져만 간다. 김록경 감독의 &
'잔칫날' 아버지가 죽은 날, 팔순 잔치에 초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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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프리키 데스데이' 돌아버린 바디체인지
[정훈이 만화] '프리키 데스데이' 돌아버린 바디체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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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가 제43회 덴버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리 아이작 정 감독, 배우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는 장편극영화 부문에서 관객상을 수상했으며, 배우 스티븐 연이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CJ CGV와 GS건설이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11월 24일 CJ CGV와 GS건설이 ‘자이 커뮤니티 내 CGV 프리미엄 상영관 구축’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에 위치하는 입주민 전용 프리미엄 상영관이다. 1호점은 내년 6월 서초 그랑자이에 오픈한다.
한국영화감독조합과 중구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가 12월 1일부터 5일까지 비대면으로 개최된다
개막작 <The CMR>은 15명의 감독(권호영, 김영남, 박진순, 봉만대, 신아가, 심찬양, 안상훈, 오점균, 이서, 이옥섭, 이종훈, 임선애, 정용주, 진승현, 황욱)이 각각 완성한 15개 단편으로 이
제5회 충무로영화제-디렉터스 위크가 12월 1일부터 5일까지 비대면으로 개최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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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자에 해당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은 제2조 제9호 각 목에 따른 분류 중 스스로가 업으로 하고 있는 분야와 직접 관련되는 소위원회의 위원이 될 수 없다. (중략) 위원 등 또는 위원 등의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안건 또는 지원사업의 피심의인이 되거나 피심의인과 공동권리자·공동의무자 등의 관계에 있는 경우 제척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제17조(소위원회 등)와 영진위 정관 제5장(위원 등과 사무국 지원 등의 제척 기피 회피) 제27조(제척의 이유)]
뜬금없이 영비법 조항과 영진위 정관 얘기를 꺼낸 건, 현재 영화계에서 누가 신임 영진위 위원장이 될 것인지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오석근 영진위원장의 임기 만료(2021년 1월 5일)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모지은 영진위원의 임기 또한 내년 1월 4일 만료된다. 영진위원 두명을 새로 뽑고, 9인 위원회에서 새 위원장을 호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김성훈의 뉴스타래] 누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