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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된 가운데 여름 대작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행보를 점치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 7월 12일부터 2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했다. 극장은 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중이며,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좌석간 띄어 앉기 등의 방역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으며, 연일 1천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5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 단계 효과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다음주 상황을 주시하면서 거리두기 단계 조정 여부를 지자체, 전문가 등과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개봉을 앞둔 여름영화들도 우선은 예정된 개봉일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작품 배급사들은 모두 “이번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수 추이를 보고 변동 여부를 결정할
팬데믹과 올림픽이 여름 극장가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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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15일 막을 내렸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개최된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러 차례 데일리 취재를 담당한 <씨네21> 기자들에게도 가장 높은 수준의 거리두기를 요하는 영화 축제였다. 공식 온라인 데일리팀을 맡은 임수연, 배동미, 김소미 기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대부분의 게스트를 화상으로 만났고, 백종헌 사진기자는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영화인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취재 후일담을 들어보니, 대면 만남이 줄어든 대신 온라인이기에 가능했던 즐거운 순간들도 있었던 것 같다. <기생충>의 다송이 방을 모티브로 한 임수연 기자의 화상 배경은 해외 게스트들에게 인기가 최고였다고 한다. <공동주택 66>을 연출한 필리핀의 래 레드 감독은 임수연 기자의 화면을 보며 공동주택에 사람이 한명 숨어서 살고 있다는 영화의 설정이 실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부터 영
[장영엽 편집장] 네버 엔딩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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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의 아리아 <Nisi Dominus>가 흐르면서 막을 연 영화는 영국 웨일스의 아름다운 저택 곳곳을 비춘다. 이 아름다운 곡조에는 “주님이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이란 성경 시편 구절이 담겼다. 내포된 의미는 “신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집에 살고 있는 이들은 믿음을 상실한 것 같다. 첫째 아들 기토는 성도착증을 앓고 있으며 둘째 아들 그웨리드는 마약에 탐닉 중이다. 아버지 그윈은 약한 동물을 사냥하는 데서 활력을 찾는다. 국회의원인 그윈은 런던 정치계에서 권력을 쥔 것은 물론 웨일스 땅을 이용해 돈도 푸지게 벌어들였다.
한데 곧 이 집에서 만찬이 열릴 예정이다. 어머니 글렌다만 동동거리며 만찬을 준비하고 있다. 글렌다와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할 젊은 여성 카디가 일일 고용돼 저택을 찾고, 말수가 적은 카디는 만찬을 준비하면서 가족의 눈을 피해 괴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는 웨일스 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감독상 수상작] '그녀는 만찬에 초대받지 않았다' 리 헤이븐 존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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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이 현지시각으로 16일 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상영을 앞두고 있다. 한재림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이 칸영화제 프리미어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을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항공 재난 영화인 <비상선언>은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칸에서의 첫 공개에 앞서 <비상선언>에 대해 알려진 몇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360도로 돌아가는 비행기와 카메라
‘비상선언’이란 항공기가 재난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장의 판단에 의해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능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언하는 비상사태를 뜻한다. 항공 재난물 <비상선언>은 “완벽한 장르영화”라는 칸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극찬을 받았다. 그는 “작가주의, 역
송강호 X 이병헌 X 전도연 X 임시완 <비상선언>, 16일 밤 칸에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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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오전, 영화 <인질>의 배우 황정민과 필감성 감독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인질>은 스케줄을 마치고 들어가던 새벽, 정체 모를 인물들에게 납치된 배우 황정민이 탈주를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리얼리티 스릴러. 황정민과 <부당거래> <베테랑> <군함도>를 함께한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이기도 하다. 배우 황정민은 “실제 황정민이 납치를 당했다는 설정 자체가 재밌었다”며 시나리오의 첫인상을 전했다. 그는 “관객에게 영화가 픽션으로도 다큐멘터리로도 보일 수 있는 재미”, 즉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실제 황정민과 <인질> 속 황정민의 접점을 맞춰나가는 과정이 어려웠다”는 황정민 배우는 “실제 황정민과 다른 에너지”로 <인질>의 이야기에 들어가고자 했다고 한다.
<인질>로 첫 장편 연출 데뷔를 앞둔 필감성 감독은 “납치라는 극단적인 상황
“배우 황정민이 납치되었다” <인질> 제작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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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이 영화를 보았다. 당시에는 벽화 속의 말 그림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부한 욕망의 기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조금 다른 해석을 하게 된다. 시각화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쉽지만 장점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이하 <죽어도 좋은 경험>) 는 김기영 필모그래피의 원형(archetype)이라 할 수 있는 <하녀> (1960)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물질의 화신인 남성 캐릭터의 세계로 그로테스크한 혼동의 여주인공이 침입하는 서사를 지녔다. 이른바 ‘악녀’와의 조우다. 하지만 <하녀>의 주인공이 ‘자본주의’라는 거대 유령과 싸웠던 것과 달리 이번 주인공은 처음부터 악이었거나 혹은 악의 영역으로 서서히 침범하는 다른 여성 캐릭터와 다투고 있다.
연출자 김기영의 단호한 목소리
김기영의 남성주인공은 아무리 권위 있는 자라 해도 결코 정신의 영역
'죽어도 좋은 경험: 천사여 악녀가 되라'에서 인간의 극단적인 열망이 드러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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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의 초반부, 유대인 강제 수용소의 생존자인 넬리(니나 호스)는 훼손된 얼굴을 복구하는 성형수술을 받고 머리에 붕대를 두른 채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다. 집으로 되돌아가 남편 조니(로날드 제르펠드)와 재회하는 꿈을 꾸던 넬리가 문득 고개를 돌리면 그녀와 똑같이 머리에 붕대를 두르고 환자복을 입은 여인이 반쯤 열린 문 앞에서 넬리를 바라보고 있다. 다음 장면에 잠에서 깨어난 넬리는 그녀를 지켜본 여인의 발걸음을 따라 복도를 걸어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벽면에 여러 장의 사진이 걸려 있는 또 다른 작은 방이다. 그곳에서 넬리는 자신의 원래 얼굴이 찍힌 흑백사진을 발견하고 바라본다. 외견상으로 두 사람을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넬리를 지켜보고 사진이 걸린 방으로 이끄는 여인에 대해 이렇다 할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장면은 꽤 기묘한 인상을 자아낸다. 별다른 전조나 예비도 없이 불쑥, 기원이 불분명한 영화적 분신(‘double’)이 각인되는 것이다. 나와
'피닉스'의 붉은 원피스와 검은 상의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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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스타트렉> 영화의 연출자로 맷 샤크먼 감독이 낙점되었다.
<데드라인>에 따르면 맷 샤크먼 감독이 J.J. 에이브럼스, 저스틴 린 감독 등에 이어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스타트렉> 시리즈의 새 영화를 연출한다. 디즈니+가 공개한 마블 드라마 <완다비전>을 제작 및 연출한 맷 샤크먼 감독은 1984년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연기자에서 연출자 겸 제작자로 전향해 <왕좌의 게임> <굿 와이프> <파고> <매드맨> <어글리 베티> 등 수많은 드라마 제작 및 연출에 참여했다. 2014년에는 첫 영화 연출작으로 테레사 팔머, 리암 햄스워스 주연의 스릴러 <컷뱅크>를 내놓았다. <컷뱅크>에 이은 맷 샤크먼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연출작이 될 새 <스타트렉> 영화는 내년 봄부터 본격적인 프로덕션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새 <스타트렉> 영
<완다비전> 맷 샤크먼 감독, <스타트렉> 새 영화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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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장화, 홍련> <폰>의 리마스터링 버전을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CGV가 매월 한국영화 명작을 선정해 상영하는 시그니처K 기획전의 7월 테마로 ‘한국공포영화명작전’을 실시한다. 이번에 상영될 작품은 2000년대에 한국 웰메이드 공포 영화로 사랑받은 <기담> <장화, 홍련> <폰>으로, 세 편 모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정식, 정범식 감독의 2007년 작 <기담>은 슬프고도 잔혹한 세 가지 사랑 이야기를 엮은 옴니버스 호러다. 1942년 경성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삼은 이 영화는 우아하고 감각적인 비주얼로도 호평을 받았다. <장화, 홍련>은 김지운 감독이 2003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새 엄마를 만난 자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나날을 그린다. 배우 임수정, 문근영, 염정아의 호연으로도 오래 기억되는 <장화, 홍련>은 한국의 대표 호러 명작으로 꼽힌다.
<기담> <장화, 홍련> <폰> 리마스터링 버전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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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과 디아스포라”. 2019년 뮌헨에서 열린 김진아 감독의 회고전의 타이틀은 그의 필모그래피를 정확히 요약한다. 유학 생활 6년 간 거식증을 포함한 자신의 일상을 비디오 카메라로 기록한 후 157분의 비디오 에세이로 편집해 탄생한 <김진아의 비디오 일기>, 사랑하는 남편과 관계에서 임신이 잘 되지 않자 한국에서 온 불법체류자 지하(하정우)와 비밀리에 잠자리를 갖는 중년 여성 소피(베라 파미가)가 주인공인 <두번째 사랑> 등 김진아 감독의 영화는 늘 여성의 욕망과 이방인의 정서를 담고 있었다.
그가 만든 VR 영화 연작 역시 여성주의와 타자성과 관련이 깊다. 1992년 주한미군 윤금이 씨 살해사건을 다룬 <동두천>, 1970년대 초 성병에 걸렸다고 의심받는 기지촌 여성들을 감금하고 치료했던 ‘몽키 하우스’가 배경인 <소요산>은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에 해당한다. UCLA 영화과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김진아 감독이 현재 부
'소요산' '동두천' 김진아 감독, VR을 통해 여성 재현의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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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꿈꾸는 소라(박시연)와 복싱 챔피언을 꿈꾸는 경호(정용주), 교집합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사람이 체육관에서 만난다. 함께 운동하며 체육관 사람들과 돈독해지는 사이, 소라와 경호는 꿈을 향한 각자의 여정에 어떤 사건을 겪는다. <신림남녀>를 만든 정지영 감독은 막 헤어진 연인(<농담>), 데이트 폭력 피해자(<나의 괴물>), 노량진 생활의 공허함을 가벼운 섹스로 푸는 고시생(<은미>) 등 일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조금씩 비틀어 묘사해왔던 연출자다. <신림남녀> 역시 청춘들의 꿈이란 보편적인 주제를 담았지만,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영화의 마무리에서 감독 고유의 개성이 묻어난다.
-어떻게 시작된 영화인가.
=대학원 졸업하고 <은미>를 찍으려고 돈을 벌던 때였다. 동생이 체육관에서 복싱 코치를 하면서 시합 준비를 병행했는데, 너무 큰 꿈을 품었던 것 같다. 혹독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가족도
<신림남녀> 정지영 감독, '슬램덩크' 같은 90년대 만화처럼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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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가장 귀엽고 유쾌한 영화 한 편을 꼽으라면 단연 <액션히어로>라 할 만하다. 아날로그한 홍콩 액션 영화의 향수를 간직한 이진호 감독이 막강한 개성으로 무장한 두 배우 이석형, 이주영과 합심해 이른바 ‘학식코믹액션’을 선보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연극영화학과 청강생 주성(이석형), 학과 조교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피로에 찌든 대학원생 선아(이주영)는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실은 남다른 히어로적 소울을 타고난 괴짜들이다. 학과장인 차 교수(김재화)의 입시 비리에 얽히게 된 두 사람은 삭막한 한국 청년들의 세태 위로 부정부패를 타파하는 B급 액션 영웅의 행보를 옹골차게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꿈의 제인> <하트>로 독립영화계의 신선한 뉴페이스로 떠오른 이석형, 최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내 보였던 이주영의 내공이 빛을 발한다.
-이경미
'액션히어로'의 배우 이석형, 이주영 - 현실과 장르 사이에서, 돌려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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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무래도 글을 더 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담당을 맡고 있는 김성훈 기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새 앨범 작업과 여름 공연 준비를 동시에 하면서 매번 능숙지 못한 글을 쓰는 일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자신과 음악을 하는 자신은 아주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일종의 변신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그 스위치가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오래되어서 작동이 되다 말다 하는 기계에 시동을 거는 것처럼 컴퓨터를 켜놓은 채로 한숨을 쉬면서 밤과 낮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모드가 켜지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문제는 글 쓰는 모드에 들어선 다음에 있다. 도무지 자신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나는 나의 글에 자신이 없고, 지면은 언제나 과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창작 능력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것으로 지금껏 밥벌이를 해온 것이 용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수제비처럼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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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길의 영화 -다른 이야기’는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어느 순간 문득, 아무 이유 없이 눈앞에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어린 시절 친구가 악어모양 젤리를 나눠주던 모습, 느닷없이 선생님에게 불려나가 칠판 앞에 섰던 순간, 첫 소설을 완성했던 때,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던 비행기 안의 풍경. 때때로는 소설의 어느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기억. 순간. 그때 고인 어떤 감정들.
<어둠의 여인>은 그런 방식으로, 그런 감정으로 내가 자주 기억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나는, 딸 도르사와 함께 거의 맨몸으로 집을 뛰쳐나온 엄마 시데가 경찰에 붙잡히는 순간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히잡을 쓴 채 경찰서에 가만히 앉아 있는 순간까지도. 그때 그녀는 모든 것을 다 체념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빨리 경찰의 훈계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나는 그 얼굴이 조금 익숙하다. 그러니까 그런 일에 자주 시달려본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사악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