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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주의 엠파이어는 2008년 경제 대공황의 여파로 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석고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우편번호마저 없는 유령도시가 된다. 펀(프랜시스 맥도먼드)은 남편까지 세상을 떠나지만 이중으로 닥친 상실감을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는다. 펀은 밴을 타고 미국 각지를 떠도는 ‘노매드’ 생활을 시작한다. <노매드랜드>는 트럼프 시대의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회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노매드들이 선택한 대안적인 삶이 물리적인 집에 대한 집착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먼저 포착해낸다.
더불어 여러 노매드들의 인생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어떤 과거를 가졌든 유랑민이란 교집합으로 싹트는 유대감을 주목한다. 노동자계급을 소외하는 사회보장제도의 구멍을 간과하지 않지만 노매드들을 연민의 대상에 놓지 않고, 그들의 일상을 표백하며 마냥 낭만화하지도 않는 사려 깊은 시선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배경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1
영화 '노매드랜드' 가장 유력한 오스카 수상 후보로 떠오른 클로이 자오 감독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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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스테판(다미앵 보나르)의 새로운 부임지는 파리 외곽 도시인 몽페르메유.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을 집필한 도시다. 하지만 강력반 동료인 크리스(알렉시스 마넨티)와 그와다(지브릴 종가)는 몽페르메유를 범죄의 온상지라 칭하고, 낙후된 도시를 보며 스테판은 160년 전 소설이 쓰여질 당시와 별반 달라진 게 없음을 직감한다. 스테판과 동료들은 서커스단으로부터 아기 사자가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한다. 도시의 아이들 중 한명인 이사(이사 페리카)가 사자를 데리고 있음을 확인한 후 곧바로 이사를 체포한다. 잠시 틈을 타 이사가 도망치려 하자, 그와다가 고무탄을 발사해 갈등이 불거진다.
<레 미제라블>은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해온 레주 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레주 리 감독은 프랑스 소요 사태와 노란 조끼 운동에서 영향을 받아 영화를 제작했으며, 말리 출신의 이민자이자 몽페르메유에서 자란 자신의 자전적 경험을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푸티지를 활용한
영화 '레 미제라블'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해온 레주 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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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고생 세진(이유미)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간을 때우다 동갑내기 주영(안희연)을 만난다. 의지할 곳 없는 18살 세진과 주영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가출해 거리를 떠돌던 비행 청소년들의 조우는 곧 서로의 ‘불량한’ 삶에 대한 말없는 의리와 연민으로 이어진다. 생계와 낙태를 모두 제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두 여자는 언제든 미성년자를 모텔로 유인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른들의 세계를 제 발로 맴돈다. 한끼와 하룻밤이 급급한 이들에게 무책임한 어른들의 도덕적 질타는 그저 가소로울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위협을 느끼고 모텔을 뛰쳐나온 주영 앞에 지나가던 재필(이환)의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정체불명의 건달인 재필과 신지(한성수)가 불쑥 세진과 주영의 삶에 끼어든 순간 이후로 네 사람은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잠이 든다. 재필은 낙태하려는 세진을 도우려 애쓰지만, 가난하고 무지한 이들의 모험은 번번이 실패로 귀결된다.
이환 감독의 전작 <박화영>에서도 가출 청소년의 일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의 영화가 그리는 10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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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할리우드 제작자들, 한국 감독 소개해달라는 요청 늘었다" > 에서 이어집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한국영화산업(특히 극장)이 침체기에 빠졌는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극장이 활성화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지만, 조금 역설적이게도 지금 한국영화계와 콘텐츠 산업 전체는 그 어느 때보다 몸값이 높아진 희망적인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생충> 효과로 한국 콘텐츠의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면 그 가치는 이전에 상상하지 못한 정도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믿습니다. 또 지금 개봉을 대기하고 있는 기대작들이 연달아 극장가를 달구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극장에서 대작을 즐길 수 없어 축적된 잠재 수요들이 코로나가 꺾이면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최근 가장 눈여겨보는 감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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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처음으로 밝히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 전략 > 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20년 넘게 CJ가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뿌린 씨앗들이 하나 둘씩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간의 펜데믹 상황에서 스튜디오 드래곤이 제작한 시리즈 <스위트홈>(미국 넷플릭스톱10), <사이코지만 괜찮아>(<뉴욕타임즈> 선정 세계 TV쇼 톱10), <사랑의 불시착>(<버라이어티>가 꼽은 2020년 세계 TV 시리즈 베스트) 등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CJ가 제작한 시리즈들이 ‘신한류’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현상과 변화를 지켜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CJ도 그 중 일부이겠지만,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콘텐츠 업계가 전반적으로 건강한 경쟁 관계 속에서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진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 "할리우드 제작자들, 한국 감독 소개해달라는 요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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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아카데미 영화박물관 개관을 기념해 열린 버추얼 투어 및 기자간담회에 안내자로 참석하셨습니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LA 중심부에 영화 박물관을 개관하는 건 어떤 의미와 가치가있습니까.
=1927년 아카데미 창립 이래부터 영화 박물관 개관은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미국 영화 사업의 본고장이라고 불리우는 할리우드에 영화의 역사를 기록할만한 박물관이 없었다는 것이 굉장히 아쉬운 일이었지요. 박물관의 공사부터 시작해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명의 영화인으로서 매우 기뻤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관이 미뤄진 건 아쉽지만, 가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전 세계 관객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게 돼 벅차고 기쁜 마음입니다. 영화 박물관을 통해 앞으로 영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보는 것에 그치는, 소비하는 문화가 아니라 하나의 역사가 될 것입니다.
-미국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부의장으로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시는지요. 어떤 계기로 부의장을 맡게 되셨나요.
=어느새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처음으로 밝히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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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 스필버그 손을 잡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 <씨네21> 1호의 특집 기사 제목이다. 1995년 4월 창간한 <씨네21>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CJ그룹의 할리우드 진출 소식을 창간 특집 기사로 할애해 알렸다. 제일제당 시절 CJ그룹이 1995년 4월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가 되었고, 아시아 지역(일본 제외)의 판권을 보유하며 영화 배급, 마케팅, 영상 관련 기술 등 할리우드의 노하우를 지원받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드림웍스는 세계 최고의 흥행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월트 디즈니 회장 제프리 캐천버그, 음반산업의 귀재 데이비드 게펀이 모여 ‘꿈’ 같은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스튜디오였기에 CJ의 드림웍스 투자는 충무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핫한 뉴스였다. 삼성, 대우 등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유통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던 당시, 자산 규모가 1조원에 불과했던 CJ가 연간 매출의 20%가 넘는 규모였던 3억달러
[단독]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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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후 꽃피고 봄이 오는 4월이면 기억해야 할 날.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이제는 잊을 수 없는 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잘 다녀올게.” “도착하면 전화할게.” 귓가에 맴도는 말. 어느덧 7년이 지난 그날을 기억하며, 지난해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시상식에서 담았던 사진을 꺼내 본다. 바람이 있다면 그저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ARCHIVE]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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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6번째 연출작 <낙원의 밤>이 4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누아르 장르 세계 안에서 주로 ‘혈전’을 그려왔던 박훈정 감독은 전작 <마녀>에서 잠깐 십대 소녀와 초능력의 세계로 빠져 들었다가 이번에는 제주도라는 공간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혈전’을 다루는 영화가 될까.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던 <낙원의 밤>이 드디어 공개됐다.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는 한 줄 소개만으로는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여길 독자들을 위해 스포일러 없는 가이드를 준비했다.
송경원 기자
“내성적인 갱스터.”(Radio Ca' Foscari). 이보다 적절한 표현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박훈정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이자 서정적인 누아르물인 <낙원의 밤>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
엄태구X전여빈X차승원의 제주도 누아르, <낙원의 밤> 첫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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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감독 샤카 킹
출연 대니얼 컬루야, 라키스 스탠필드, 마틴 신
상영 플랫폼 미국 내 극장 및 HBO Max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주제가상 후보
-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수상
-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수상
-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 수상
- 아프리칸-아메리칸 영화비평가협회 작품상, 남우조연상(대니얼 컬루야), 여우조연상(도미니크 피시백), 브레이크아웃 감독상 수상
미국의 급진적 정치단체 블랙팬서당의 태동기였던 1960년대 후반 시카고 지부의 의장이었던 프레드 햄프턴. 그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유복자로 태어난 프레드 햄프턴 주니어는 우선 반대했다. 이전에도 많았던 프레드 햄프턴에 대한 영화 제안에 대해 그는 호의적이지 않았
[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주다스 앤 더 블랙 메시아' 블랙팬서의 빛나는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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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Ma Rainey’s Black Bottom
감독 조지 C. 울프
출연 채드윅 보스만, 비올라 데이비스, 글린 터먼, 콜먼 도밍고, 마이클 포츠
상영 플랫폼 넷플릭스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여우주연상(비올라 데이비스), 미술상, 의상상, 분장상 후보
-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수상
- 제26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분장상, 의상상 수상
- 제46회 LA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채드윅 보스만), 남우조연상(글린 터먼) 수상
스토리 1927년 시카고의 녹음 스튜디오. 당대 최고의 흑인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비올라 데이비스)와 그녀의 전속 밴드 멤버들이 음반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다. 밴드의 대기실이자 연습실인 지하실에선 젊은 트럼펫 연주자 레비(채드윅 보스만)와 고참 멤버들이 음악과 종교와 삶의 태
[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비올라 데이비스와 故 채드윅 보스만 오스카 주연상 거머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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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감독 다리우스 마더
출연 리즈 아메드, 올리비아 쿡, 폴 라치, 마티외 아말릭
상영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주요 수상·후보지명 기록
-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리즈 아메드), 남우조연상(폴 라치), 음향상, 편집상 후보
- 미국영화연구소(AFI) 올해의 영화 수상
- 제33회 시카고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폴 라치) 수상
-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배우상(리즈 아메드) 수상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린 <사운드 오브 메탈>이 국내에선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온라인에서만 스트리밍되고 있다. 사운드 디자인이 훌륭한 영화인 만큼 큰 스크린에서 잘 조율된 사운드로 영화를 만날 수 없게 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우선 특별하고 용감한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것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각본은 훌륭하나 투자는 어렵다
[2021 미국 시상식 화제작] '사운드 오브 메탈' 소리와 침묵으로 경험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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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KT, SKB, LG U+, 홈초이스, 넷플릭스, 웨이브
<신세계>(2012)로 한국 갱스터 누아르 영화에 새로운 장을 연 박훈정 감독인 만큼 <낙원의 밤>에서도 액션을 구성하는 손끝은 여전히 살아 있다. 날붙이 액션부터 카 체이싱까지 엄태구 배우가 활약하는 장면들은 생기가 넘친다. 하지만 이 영화의 심장은 후반부 전여빈 배우가 움켜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작 <마녀>(2018)에서 매력적인 여성 액션 캐릭터를 선보였던 박훈정 감독의 또 다른 도전이다.
<판소리 복서>
KT, SKB, LG U+, 홈초이스, 넷플릭스, 웨이브
내성적인 갱스터물이 가진 매력의 십중 팔할은 엄태구 배우의 몫이다. 사포로 갈린 듯한 거칠고 낮은 목소리 안에 숨겨진 수줍은 진심은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판소리 복서>(2019)에서 이미 엄태구만이 소화할 수 있는 독특한 멜로 감성을 선보인 바 있다. 상남자의
[HOME CINEMA] LINK - '신세계'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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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감독 박훈정 / 넷플릭스
“내성적인 갱스터.”(Radio Ca’ Foscari)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을 둘러싼 여러 반응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영화의 본질을 선명하게 짚어주는 평이다. 박훈정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이자 서정적인 누아르물인 <낙원의 밤>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을 통해 이색적인 감흥을 자아내고자 애쓴다. 낙원처럼 아름다운 제주도와 밤처럼 어두운 조직폭력배의 세계. 처절한 누아르의 폭력성과 아련한 멜로드라마의 조합. 의도는 이해가 간다. 보색 효과처럼 섞이지 않을 듯이 느껴지는 요소들을 대비시키는 것만으로 비장미가 농후해질 수도 있다. 박훈정 감독은 이를 위해 치밀한 음모나 복잡한 플롯 대신 상황과 장면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누아르 특유의 차갑고 어두운 색감과 제주도의 푸른빛이 더해져 밤바다의 심연을 그리고 싶었던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내성적’이란 단어를 다소
[HOME CINEMA] '낙원의 밤', 내성적인 누아르영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