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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KT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기획과 투자, 제작 및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콘텐츠 전문 법인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 이날 자리에는 구현모 KT 대표, KT 스튜디오지니의 공동대표인 윤용필, 김철현 대표 등이 참석했다.
KT는 1300만 고객의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흥행 예측 모델을 도출하고 KT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장르, 배우, 소재 선택부터 최적의 유통 경로를 설정하는 단계까지 인공지능 기술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또 이날 발표에 따르면, KT는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내고 다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미 갖춰져 있는 상태다. KT의 콘텐츠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IT 자산을 활용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skyTV
KT,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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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넘치는데 한 페이지만 늘릴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사진을 더 시원하게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감 때마다 <씨네21> 편집부 구성원들과 나누는 대화다. 기사를 작성하는 건 시작에 불과할 뿐, 한권의 잡지가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구성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교열과 편집과 데스크를 거쳐 기사를 출고하면 디자이너가 글과 사진을 지면에 배치하고 교정지를 인쇄해 취재, 사진, 편집팀이 번갈아 검토한 뒤 편집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는다. 신기한 점은 최종적으로 교정지를 검토할 때와 완성된 책을 보는 느낌이 또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잡지 마감이 끝나는 목요일 밤이 아니라 인쇄가 완료된 책을 받아보는 금요일이 되어서야 비로소 한주의 업무를 마무리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잡지 제작을 경험하기 전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공동 작업의 신묘한 매력이라고 할까.
영화 스탭들의 제작기에 흥미를 느끼는 까닭도 비슷하다. 연출, 제작, 촬영, 미술, 의상, 편집 등
[장영엽 편집장] 촬영감독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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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제작 태창흥업주식회사 / 감독 김수용 / 상영시간 80분 / 제작연도 1967년
한국 영화사에서 문예영화 붐은 1966년에서 1968년으로 기록된다. 외화수입쿼터를 부여하는 우수영화 심사에 문예영화 부문이 포함되었던 시기와 정확히 겹치는 것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그 유행의 본질은 정책 차원의 효과임에 분명하지만, 예술영화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훌륭한 작품들로 응수해낸 감독들의 역할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1967년은 문예영화 제작이 정점을 이룬 시기였는데, 그 중심에는 김수용이 있었다. 그의 작품은 1967년 한해만 <만선>(1월), <어느 여배우의 고백>(2월), <길 잃은 철새>(3월), <산불>(4월), <빙점>(6월), <고발>(9월), <안개>(10월), <사격장의 아이들>(11월), <까치소리>(11월) 등 10편이 개봉되었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문예영화의 전성기를 빛낸 김수용 감독의 수작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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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버블 붕괴 이후의 오랜 장기 침체를 극복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도쿄가 물에 잠기는 것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도쿄만 일대에 제방을 쌓는 대규모 간척 사업을 실시한다. 사상 초유의 토목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간 형태의 산업용 중장비 로봇들이 개발되고, 자연히 로봇을 악용한 강력 범죄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에, 일본 경시청은 거대 로봇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부서를 신설한다. 이 부대의 이름은 ‘경시청 경비부 특과 차량 2과’ . 통칭 ‘특차 2과’다.
특차 2과에 소속된 우리의 주인공들은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는 평범한 말단 경찰 공무원이다. 테러 진압이나 범죄 수사보다는 당장 오늘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 소소하고 지루한 하루를 무얼 하며 보낼지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다.
이들이 상대하는 범죄자들의 면면도 다채롭다. 대개는 술에 취한 중장비 인부이거나, 꼴사나운 실연남이거나, 혹은 파업 중인 건설 노동자들이다. 작중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테러리스트 집단은 산발적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만, 10년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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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이런 날이 오면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남성의 날은 없냐고 따지는 사람부터 모든 여성을 사랑하고 찬미합니다!류의 메시지를 보내며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대기업까지. 전자에게는 더이상 설명을 해줄 기력이 남지 않았고 후자의 경우엔 진짜로 그런 마음인지, 현재 그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어떤지, 여성 임원은 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진다. 아이스크림이 처음 만들어진 날! 이런 것까지 기념하면서 세계 여성의 날은 기념하지 않는 한국에서 제일 큰 포털사이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너무 이런 생각만 하는 것 같아 좀더 본질에 집중해보도록 하겠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환경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열었고 이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된 시기는 프랑스의 경우 1946년, 영국은 1928년, 미국은 1920년이다(참고로 미국의 남성 흑인 노예의 경우 1870년이
[오지은의 마음이 하는 일] 귀한 사람들의 죽음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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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브랜던 크로넨버그의 <안티바이럴>(2012)은 조작된 혈액과 세포로 다른 인간과 연결되려는 시도에 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소재였으나 이야기가 겉도는 끝에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 느낌을 줬는데,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 <포제서>는 주제와 연출 면에서 훨씬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아버지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1983)이나 <엑지스턴스>(1999)를 연상시키는 작품으로서, 기계와 인간의 결합은 단계를 더 나아갔고, ‘왜 인간은 기계와 결합되기를 원하는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은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또는 ‘인간과 기계는 어디까지 결합하는 게 가능한가’ 등의 질문을 던지게 한다. 질문 속에서 반복해 등장하는 현실이라는 단어는 아버지 크로넨버그와 아들 크로넨버그의 영화를 연결함과 동시에 갈라놓는다.
<비디오드롬>과 <엑지스턴스>에서 인간과 기계가 결합해 진입하는
브랜던 크로넨버그의 '포제서'를 그의 아버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영화와 나란히 놓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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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는 무수한 거리들이 있다. 의도된 것과 인식되는 것 사이의 거리.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사이의 거리. 보는 것과 인식하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의 거리. 느껴야 하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의 거리. 그 모든 거리의 거리의 거리에 관해.
아이, 게이 그리고 양
한국 멜로영화가 실종되었다는 표현은 분명 과장이다. 그렇다 해도 멜로영화가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다. 멜로의 위기는 장르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승리호>에 대해 ‘그래도 멜로로 빠지지는 않았다’며 긍정하는 반응이 단적으로 보여주듯 서사의 흐름 속 멜로는 피해야 할 클리셰로 인식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애 멜로에 한정된 이야기다.
논의의 초점을 퀴어 멜로에 맞추면 사정은 달라진다. 2016년은 한국 멜로영화를 이야기할 때 기억해야 할 해다. <아가씨> <연애담> 등 레즈비언 멜로와 함께 <아수라> 등 동성 군집 영화가 퀴어의 맥락에서 해석되
'정말 먼 곳'의 거리두기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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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부터 3월 현재까지, 영화계에 학교 폭력(이하 학폭) 논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피해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배우들의 과거 학폭 가해 내용을 알리고 있으나 지목된 배우들 사이의 행보는 갈린다.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 하차한 연기자도 있지만 폭로 내용이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입장을 내며 법적 다툼을 예고한 이들도 있다.
지금으로선 의혹 너머에 있는 진실에 가닿기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 확인에 애를 먹는 것은 물론 공개를 앞두고 있던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차질 및 발표 지연으로 인한 후속 대처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배우, 매니지먼트, 제작사간의 계약 관계만으로는 작품이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이 어떻게 규명될지 불분명하다. 영화계의 여러 관계자들에게 최근 논란의 여파와 함께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안을 물었다.
미투 운동 이후, 또 한번 대중예술인의 도덕성 검증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이번엔 학폭 논란이다. 성폭행과
학교 폭력 논란이 영화계에 드리운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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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1987년 뉴욕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뉴 뮤직 세미나’를 만들던 롤랜드 스웬슨이 ‘서남권’에 비슷한 걸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골랐고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에서 이름을 따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라고 지었다. 이후 35년간 SXSW는 빌리 아일리시,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기 팝, 톰 웨이츠, 더 스트록스 등 스타가 되기 직전, 혹은 이미 스타가 된 뮤지션을 클럽에 가까운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게끔 만들었고,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연설대에 올라 자신들의 꿈을 얘기하도록 만들었다. SXSW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테크놀로지에 끌려가지 않고도 미래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십년을 거쳐오며 음악 페스티벌에서 영화와 교육, 인터랙티브 분야로 쇼케이스를 넓혀가 누구보다도 빠른 신기술을 만날 수
[Music] 가상 세계의 라이브 클럽에서 만나요 -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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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제작사가 한배를 탔다. 다이스필름(대표 김성우), 리양필름(대표 이한승), 영화사 미지(대표 서종해), 오스카10 스튜디오(대표 장진승), 영화사 람(대표 최아람), 영화사 일취월장(대표 최문수)은 지난 3월 2일 연합 법인 플랫피(Plat P)를 설립했다. 모두 영화 두편 이상씩 제작한 중견 제작사들이다. 플랫피는 플랫폼(Platform)의 ‘플랫’과 프로듀서 혹은 프로젝트의 ‘피’(P)를 합친 말이다.
과거 제작사들이 공동 제작을 진행하거나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인수 합병하는 사례가 많았고, 한국영화제작가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설립한 협업 방식이 있었지만 연합 법인을 설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제작사들간의 합종연횡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성우 플랫피 대표는 “플랫피에 가면 매력적인 프로젝트와 능력 있는 프로듀서들을 만날 수 있다. 실제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움을 주는
영화 제작 연합 법인 플랫피 -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함께 헤쳐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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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입니다. (웃음)”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으로 가득한 <인천스텔라> 제작기를 듣다보면 자신을 ‘욕심꾸러기’라 지칭하는 백승기 감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천스텔라>는 <숫호구>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으로 C급 코미디의 장을 연 백승기 감독의 신작이다. 아시아항공우주국(ASA)은 우주에서 정체불명의 구조 신호와 함께 우주선 ‘인천스텔라’의 설계도를 전달받는다. 그로부터 27년 후, 엔지니어 승연(정광우)이 인천스텔라 우주선을 완성하고 탐사대원 기동(손이용)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승연과 함께 우주선에 오른다.
백승기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유지하되 기동의 가족사에서 비롯된 진중함을 더해 전작과 다른 결의 작품을 완성했다. 우주선으로 변신한 스텔라 자동차부터 거대한 그린 스크린까지, 처음으로 우주영화를 찍으며 고군분투한 백승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도 평화로운&g
'인천스텔라' 백승기 감독 - 영화감독은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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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의 폴은 이상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모두 주말 예배 대신 혼자 십자가를 끌고 다니는 폴을 멀리한다. 오직 새로 이사 온 제이콥의 가족을 제외하곤 말이다. 폴은 지역사회의 아웃사이더는 이민자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며 소통의 창구가 된다. 폴 역할을 맡은 윌 패튼은 ‘가장 미국적인, 미국의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지닌 배우’다.
1983년 데뷔 이래 <아마겟돈>(1998), <식스티 세컨즈>(2000) 같은 블록버스터는 물론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온 그는 미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활약해온 베테랑 배우 윌 패튼에게 뭔가 비정상적이고 겉돌지만 한편으론 내면이 따뜻하고 미워할 수 없는 인간미로 뭉친 캐릭터 폴에 대해 물었다.
-<미나리>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 시나리오는 첫인상이 어땠는지.
=정이삭 감독과는 이미 <아비가일>(2012)에서 함께 작업한
'미나리' 배우 윌 패튼 - 무더위도 이긴 환상의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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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빅매치다. ‘고질라’와 ‘킹콩’의 대결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관전하는 쾌감을 선사하는, 오랜만의 블록버스터 영화 <고질라 VS. 콩>가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괴수들의 싸움 순위를 결정짓고 말리라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듯한 대결을 그린 <고질라 VS. 콩>을 본 씨네21 기자들의 시사 첫 반응 역시 극명하게 갈렸다. 영화를 보기 전 고질라를 응원할지 킹콩을 응원할지 싸움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봐도 재미있는 관람이 될 것 같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이들의 대결을 관람한 후기를 전한다.
괴수들의 전쟁을 지지하는 송경원 기자
워너브라더스와 레전더리 픽처스가 공동 기획한 몬스터 시네마틱 유니버스(몬스터버스)의 최종 목적지. 이 한 판 대결의 무대를 위해 여기까지 꾸역꾸역 빌드업 해왔다. 지구공동설(지구의 속이 비어 있으며, 남극과 북극에 그 비어 있는 속으로 들어갈 입구가 있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지구의 진짜 왕이신 알파 타이탄의 자
‘그래서 누가 이기나?’ <고질라 VS. 콩> 찬반이 엇갈리는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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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에서 김도훈이 연기한 병준은 몸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다. 전직 권투 선수 출신인 그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최면에 걸린 뒤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도현(이다윗)과 함께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영화 <게이트>(2017)로 데뷔한 뒤 웹드라마 <나의 개같은 연애>, 드라마 <절대그이> <의사요한> 등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경력을 쌓고 있는 신인배우 김도훈은 영화에서 심리적으로 예민해지는 병준의 변화를 세심하게 보여준다. 김도훈은 “캐릭터를 집요하게 고민하고, 성실하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오디션을 봤나.
=감독님이 골라준 신에서 병준뿐만 아니라 여러 캐릭터 분량을 읽었다. 그중에서 거친 이미지인 병준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
-병준은 전직 권투 선수라 그런지 다부진 체구가 눈에 들어오더라.
=운동을 그만두고 오래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자서
[인터뷰] '최면' 김도훈 - 심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