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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소설가, 극작가, 자연철학자였던 괴테(1749∼1832)의 긴 창작 생애에는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주요 작품만으로 따진다면, 그가 첫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낸 것이 스물다섯 때이고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쓴 것은 마흔일곱이 되어서의 일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일흔둘에 그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여행> 완결판을 내고 또 거기서 11년 뒤인 여든셋에 극시 <파우스트> 제2부를 완성한다. 그리고 그해에 그는 죽는다. 그가 <파우스트>를 완성하고 죽었다는 것이 꼭 특별한 이야기일 필요는 없다. 특별한 것은 그가 근 60년 동안 마르지 않는 샘처럼 ‘창조성’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사람에게 여든셋이란 이미 적당히 노망기 들거나 혼미해져 코끼리 다리가 넷인지 다섯인지 기억하기 어렵고 기억하는 일조차 귀찮아질 만한 나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이르도록 창조력이 왕성하게 살아 있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별들 사이에 길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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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분위기가 뉴욕 시내를 도배하고 있다. ‘승리’라는 커다란 글귀를 머리에 이고 경례를 붙이는 해군병사, 전투기에 앉아 뒤를 돌아보는 아득한 눈빛의 젊은 파일럿, 창공을 뒤덮은 전투기의 무리. 3차대전이라도 일어나서 군대며 간호사를 모집하는 걸까? 때아닌 세계대전 분위기를 조성한 ‘전범’은 <진주만> 포스터다. 문제는 자부심 강하기로 소문난 뉴욕 시민들이 이 좋게 말해 복고적인 나쁘게 말해 국수적인 이 포스터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곳곳에서 포스터가 도난당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진주만> 포스터는 영화포스터로는 유례없는 고가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 2차대전 선동포스터를 흉내내 군복, 전투기 등의 이미지를 동원한 이 포스터는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고, 오직 인터넷 경매사이트인 eBay에서 25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포스터를 꼭 갖고 싶었던 사람들은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시내를 도배한 <진주만> 포스터를 ‘소장
홍보를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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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TV토크쇼의 섭외담당자 제인(애슐리 저드)은 새로 입사한 프로듀서 레이(그렉 키니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3년간 사귄 옛 애인을 만나고 온 레이의 태도가 영 심상치 않다. 레이의 마음이 한순간에 떠난 것을 느낀 제인은 홧김에 동료인 에디(휴 잭맨)의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어느 날 신문의 과학란에 실린 수소의 교미행태 기사를 읽게 된 제인은 ‘새 암소 이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Review 헤어진다. 이별의 아픔이 정신뿐 아니라 육체로도 전해져 아릿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이젠 의문에 빠진다. “왜 내가 차였지? 이유가 뭘까?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아니면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물론 이런 고민은 오래 가지 않는다. 저마다 시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별의 이유를 정리하기 때문이다. <썸원 라이크 유>의 제인 역시 이별 뒤 사랑의 실패요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
썸원 라이크 유 Someone Lik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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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매혹적인 여인 야드비가(일디코 토트)와 결혼한 온드리스(빅토르 보도)는 온몸이 폭발할 듯한 기쁨과 기대를 갖고 첫날밤을 맞이한다. 그러나 야드비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동침을 거부하는데, 결혼 전에 사귀던 바람둥이 법률가 프란시(로만 루크나르) 때문이라는 사실이 곧 알려진다. 아내를 잃을까봐 두려워진 온드리스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 경찰 밀정 노릇까지 떠맡지만 야드비가와 프란시의 관계가 정리되기는커녕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아이까지 맡아 기르게 된다.Story 초하(初夏)를 향해가는 극장가에는 또 하나의 정격 드라마 한편이 내걸린다. ‘또 하나’라 함은 헝가리영화인 <야드비가의 베개>가 운명에 사로잡힌 캐릭터와 남자배우의 연기력을 중심으로 한 고전적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한국영화 <파이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야드비가의 베개>는 자의식 강한 여성관객에게 편치 않은 감정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 “여자로 변신한 악마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야드비가의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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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1980년의 어느 날, 수배 대학생 상호는 변두리 마을의 허름한 목조건물 2층에 세들어 살게 된다. 바닥의 작은 구멍을 통해 본 1층 방엔 매혹적인 여인 희란(김지현)이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최철호)은 투박하고 가학적이며 여인은 정사 와중에도 남편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희란의 몸에 넋이 나간 상호는 몰래 숨어들어 남편을 가장한 채 그녀를 범한다. 두 번째 정사에서 희란은 상호의 얼굴을 보지만 그를 받아들인다. 둘의 비밀정사가 잦아질수록, 전직 형사였고 콤플렉스 심한 남편의 눈길은 점점 차가워진다.Review 썸머타임>은 욕심이 많은 영화다. ‘포르노그라피, 그 이상의 흥분’이란 카피에서 이 영화의 주된 목표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썸머타임>은 역사의 환부, 우울한 시대의 초상에까지 손을 뻗친다. 이 영화에서 육체의 향연을 벌이는 남녀는 모두 ‘80년 광주’로 집약되는 어두운 시대의 자식들이다. 그들은 선했으나 역사의 화염을 피하지 못해 더럽고
썸머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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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비상한 문학적 재능을 가진 브롱스의 흑인 소년 자말 월레스(롭 브라운)는 친구와 가족 앞에서는 농구밖에 모르는 평범한 또래로 행세한다. 괴이한 소문에 감싸인 이웃의 은둔자(숀 코너리)의 집에 숨어든 자말은 주인에게 들키자 놀라 배낭을 둔 채 도망치고, 며칠 뒤 창문으로 던져진 배낭 속 일기장에서 빽빽한 수정과 조언을 발견한다. 은둔자의 제자이자 친구가 되는 자말. 학력평가에서 고득점한 자말은 영재학교로 전학가게 되고, 그곳에서 자말을 맞이하는 건 편견덩어리 교사(F. 머레이 에이브러햄)와 총명한 여자친구(안나 파퀸), 그리고 그의 은둔자 친구가 한편의 걸작을 남기고 영영 사라진 전설의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라는 사실이다.Review 신만이 창조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기막히게 아름답다. 천재도 그들 중 하나다. 그러나 가족과 친구들 틈에서 ‘다른’ 존재로 격리되기를 두려워하는 16살의 흑인 소년 자말은 그 아름다움을 역병으로 여긴다. 성적은 딱 튀지 않을 만큼 조절하고, 친구
파인딩 포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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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간장선생> - `스크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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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영화에 르네상스가 올 것인가. BBC필름이 영국영화 제작에 앞장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BBC필름은 코발트미디어그룹과 함께 향후 3년 동안 1억500만파운드 규모의 영화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BBC필름이 이런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공동제작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330만파운드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빌리 엘리어트>는 오스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지명됐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6900만파운드의 수익을 올리는 등 비평과 흥행 양단에서 고른 지지를 받았다. 현재 주디 덴치 주연의 저예산영화 <아이리스>를 제작중인 BBC필름은 기존의 저예산 프로젝트 지원 제작 방식을 유지하되, 800만파운드 이상의 대형영화 제작에도 힘을 쏟게 된다. BBC필름과 손을 잡은 코발트미디어그룹은 런던과 베버리힐스에 적을 두고 있는 영화 투자 및 판매 배급사로, <치킨 런>과 의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BBC
BBC필름, 1억500만파운드 규모의 사업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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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와 <툼 레이더>로 시험대에 오른 비디오게임 각색영화, 성공여부 관심<미이라2>로 개전 나팔소리가 울려퍼진 2001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전장이, 비디오게임 각색영화의 미래를 판가름하는 시험장으로 또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실험에서 리트머스지 구실을 할 영화는, 블록버스터 비디오게임을 스크린에 옮긴 파라마운트의 <툼 레이더>와 컬럼비아의 <파이널 판타지>. <슈퍼 마리오> <모탈 컴뱃> 등 게임 각색영화는 지금까지도 여러 차례 제작된 바 있으나, <파이널 판타지>와 <툼 레이더>는 기존 비디오게임 팬을 극장에 끌어들이는 데 만족하지 않고 치열한 여름시장 복판에서 비디오게임과 영화의 장르 융합이 가진 블록버스터적 폭발력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게임산업과 영화 산업 관계자들에게 각별히 주목받고 있다.그러나 블록버스터 게임과 대작 오락영화의 교배를 실험하는 <툼 레이더&
이런 블록버스터는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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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룬궁의 도전> <티벳의 도둑맞은 아이> 상영,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 환기“나는 정치적이지 않으므로 자유를 달라”는 주장은 이미 정치적이다. 또한 그들이 정치적이지 않으므로 자유를 주라고 호소하는 영화보다 정치적인 것은 없다. 2001년 5월, 부시정권 하의 뉴욕의 한 극장에서 ‘파룬궁’과 ‘티베트 불교’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규명 내지는 규탄하는 두편의 동시상영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겹겹의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전직 , 뉴스프로듀서 대니 쉐히터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파룬궁의 도전>(Falun Gong’s Challenge to China)은 1999년 4월 북경에서 대규모 침묵 시위를 벌임으로써, 중국정부와 세계를 놀라게 한 ‘파룬궁’ 사건에 대해 일견 저널리즘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중국 현지에서 파룬궁 회원들과의 인터뷰, 고문 사진, 파룬궁 지도자와의 대담, 각종 뉴스릴 등등등. 그간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서구 언론들에도
저널리즘의 눈으로 본 자유와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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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퀸즈 소재 ‘아메리칸 뮤지엄 오브 무빙 이미지’가 5월18일부터 27일까지 브라이언 드 팔마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초기 단편영화를 포함, 총 16편의 영화를 상영하고 패널 토의가 곁들여질 이번 회고전은 <캐리> <언터처블>에서 최근작 <미션 두 마스>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상업적 성공과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냉담한 평단의 반응을 받아았던 드 팔마의 첫 번째 회고전이다. 잘 만든 영화들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에서 따온 모티브를 쓴다는 점이 평단의 감점 요인이어서일까, 회고전 제목이 ‘기민한 시선(The Responsive Eye):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들’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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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주둔했던 일본군들을 다룬 일본영화 <메르데카>가 일부장면이 삭제된 상태로 일본 내 개봉했다. 삭제된 장면은 인도네시아 여인이 일본군의 군화에 입을 맞추는 장면으로 약 2초간.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할 수 있도록 일본군들이 돕는다는 내용의 이 영화는 인도네시아로부터 역사왜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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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데카> 부분삭제 뒤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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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미이라2>가, 영국에서는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개봉 9일 만에 1억달러를 넘어서 5월13일까지 1억18만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는 등 <미션 임파서블2>를 능가하는 흥행실적을 보이고 있는 <미이라2>는 5월 두 번째 주말 3370만달러를 기록했다. <브리지트 존스의 일기>는 <노팅힐>을 뛰어넘는 영국 최고 흥행영화가 될 전망. 2950만 파운드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며 5주간 영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이라2> 미국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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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수상자가 후보에만 오르고 수상하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평균 3.9년 더 오래 산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터널 메디신 연감에 따르면, 역대 오스카 수상자의 평균수명은 79.7살, 비수상자의 평균수명은 75.8살. 심지어 여러 차례 수상경력이 있는 사람은 노미네이트만 된 사람보다 평균 6년 더 수명이 길다고.
오스카와 수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