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그 남자와 그 여자. 대학생 무기(스다 마사키)와 키누(아리무라 가스미)는 천생연분인 줄 알았던 자신들의 사랑도 5년이라는 청춘의 긴 시간 앞에서 서서히 시들고 만다는 사실을 마주한다. 드라마 <뷰티풀 라이프> <굿 럭!!> <오렌지 데이즈> 등 2000년대 초반에 일본 TV드라마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로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알려왔다. 스크린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 <눈물이 주룩주룩>(2007) 같은 최루성 멜로드라마로 활약했던 그는 이번 신작을 통해 트렌디한 일본 청춘 멜로물의 부활을 점치게 만든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2015) 이후 약 5년 만에 영화 신작을 작업했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의 시나리오가 스크린 복귀의 결정적인 계기였나.
=그렇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 손 가호 프로듀서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생생하고 복잡했던, 한때의 연애
-
<모가디슈>는 255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다. 우와! 한국 영화시장에서 이렇게 큰 영화가 과연 성공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거리두기로 극장이 주춤하는 동안에 OTT가 가성비를 앞세워 약진했다. 팬데믹 국면에서 여행이나 관광 등은 우리나라만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다고 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라서 몇년은 더 ‘롱테일’이 남겠지만, 이르면 연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극장의 거리두기는 완전히 열릴 것이다. 추석에 열 수 있을 것이냐 아니면 내년 설에 열릴 것이냐, 이건 아직도 불확실하다.
극장이 100% 열린 뒤에 어떤 상황이 되어 있을지 아직은 모른다. 과연 ‘가성비’와 편의성을 찾아 OTT로 간 관객이 극장으로 일부만 돌아올지, 아니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몰입감과 문화적 경험을 위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올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얼마 전 서울시 1인 가구 행사에서 연극이나 콘서트를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극장 리부트를 위하여
-
아듀! 서울극장. 청춘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문화의 메카이기도 했던 서울극장이 많은 이들의 아련한 추억을 뒤로한 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4개관을 더해 총 7개관으로, 명실상부한 국내 최초 복합상영관 체계를 갖추는 축포를 쏘아올렸던 지난 1997년 8월 신관 개관 행사 때의 사진을 찾아보았다. 반가운 얼굴들도 보이고, 미처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듯 보이는 사진 속 광경에 잠시 미소 짓는 가운데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이날처럼 언젠가 다시 서울극장이 근사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와주길 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우리 다시 꼭 만나자”라고 말이다.
[ARCHIVE] 아듀! 서울극장
-
2021년의 사무실에서 일은 끝없이 연결된다. 즉흥적이고, 비체계적인 메시지가 이메일과 각종 톡 프로그램을 통해 오가고, 정작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을 잡아먹고 피로를 가중시킨다. <딥 워크>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쓴 칼 뉴포트는 <하이브 마인드, 이메일에 갇힌 세상>에서 이런 상황을 ‘하이브 마인드 활동과잉’이라고 표현한다. 그 뜻은,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 같은 디지털 의사소통 도구에서 오가는 비체계적이고 무계획적인 메시지와 지속적인 대화를 중심축으로 하는 업무 흐름이다.
이것은 ‘모든 사무직’이 겪는 문제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첫 단계지만,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전제로 이 책을 읽어가면 ‘끊임없는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다소나마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이해했다고 실천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둔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컴퓨터를 켰을 때도, 컴퓨
<하이브 마인드, 이메일에 갇힌 세상>, 이메일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
<악녀>와 <7번방의 선물>이 각각 미국과 스페인에서 리메이크된다.
미디어 그룹 NEW에 따르면 <악녀>는 아마존과 판권 계약을 체결해 TV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백인 부모에게 입양돼 미국에서 살아가던 한 아시아 여성의 이야기로 각색된다. 그가 서울 여행 중 겪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어둡고 부패한 조직을 마주하는 내용이 드라마로 전개될 예정이다. 원작 감독이자 각본가인 정병길 감독이 연출과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제작에는 <워킹 데드> 시리즈를 만든 스카이바운드가 참여한다. 또한 <스타트렉 비욘드> 작가 더그 정이 프로듀서로, <슬리피 할로우>와 드라마 <다이너스티> 작가 프란시스카 후가 파일럿 에피소드 작가 겸 총괄 프로듀서로 합류한다.
<7번방의 선물>은 <블랙 미러>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미겔 루즈와 프로덕션 코디네이터 출신 조르
<워킹 데드> 제작진, 한국영화 <악녀> 리메이크한다
-
올해 첫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가 136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블랙 위도우>는 7월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총 98만4435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개봉 첫 주 누적 관객인 132만 명을 넘어선 수치로, 올해 최단기간인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2위는 <발신제한>이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서 올해 첫 한국영화 80만 관객을 기록한 <발신제한>은 주말 사이 6만여 명을 더 모아 89만4186명의 누적 관객을 쌓았다. 3위는 <크루엘라>다. 5월26일 개봉 후 꾸준히 순항 중인 <크루엘라>는 지난 주말 185만 관객을 돌파하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
<블랙 위도우> 주말 박스 오피스 1위, 올해 최단기 100만 돌파
-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어떻게든 붙잡아주는 사진의 속성”(옥자연)에 매료된 두 남녀가 있다. <유령 이미지> 속 정후(우지현)와 영(옥자연)은 카메라와 캠핑카에 의지해 길 위를 떠돌면서, 자기 앞의 생을 포박해보려 애쓴다.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상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유령 이미지>는 제각기 단절된 가족 관계와 혼란한 정체성 때문에 부유하는 연인을 그리는 영화다. 영과 정후는 사진을 매개로 가까워지지만 이내 이미지 너머에 자리한 서로의 불가해한 고독도 인정하게 된다.
<겨울밤에> <더스트맨>에 이어 자기만의 차분하고 우직한 얼굴을 꾸준히 새겨가는 배우 우지현,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마인>을 연달아 성황리에 마친 배우 옥자연을 만났다.
-정후는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단절되어 있고, 영은 유년기에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다가 돌아온 사람이라 자기 정체성을 찾는 데 목마르다. 서로를 사랑
'유령 이미지'의 배우 우지현, 옥자연 - 상실을 붙잡는 연기
-
매진, 매진, 매진.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돈 덕분일까.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최고 화제작은 단연 <랑종>이다. <랑종> 상영이 끝난 뒤 진행되는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는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매진되기까지 단 2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타이어로 무당을 뜻하는 <랑종>은 타이의 북쪽에 위치한 이산 지방을 배경으로 신내림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을 다루는 호러 영화다. 한국의 나홍진 감독과 타이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프로듀서와 감독으로 만나 화제가 된 작품이다.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영화가 첫 공개된 뒤 나흘만인 지난 7월 6일 줌으로 만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타이어로 만든 영화가 한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공개된다는 사실이 긴장되면서도 흥분된다. 지난주 영화가 처음으로 공개된 뒤 많은 사람들이 내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내게 기회를 준 나홍진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어려운 프로젝트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 “표현 수위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을 보고 당시 관객들이 열차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만 같았다며 극장 밖으로 달아났다는 풍문은 아직도 전해지고 있다.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영화가 주는 강렬함은 스크린에서 관객석 쪽을 향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스크린 앞으로 다가가 그 너머를 꿈꾸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6년째 XR 작품을 선보이며 영화 혹은 현실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여기서 XR(Extended Reality)은 확장현실을 뜻하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의 기술을 아우르는 용어다.
2021년 XR 부문 ‘비욘드 리얼리티(Beyond Reality)’ 섹션은 작년과 동일한 장소인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 선보인다. 올해는 공식 선정작과 더불어 ‘바오밥 스튜디오 특별전’, 칸 XR 뉴이미지 영화제 공동주최로 진행되는 ‘XR3’, ‘BIFAN x Unity Short Film
[SPECIAL FOCUS] 비욘드 리얼리티 ① 전시 소개 -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해서
-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 XR 부문 ‘비욘드 리얼리티’ 전시를 열게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공항은 상징적인 장소가 돼버렸는데 이곳에서 전시를 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작년 7월 코로나 여파로 셧다운이 된 상황에서 오프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작품만 SK텔레콤의 ‘점프’라는 플랫폼에서 공개했다. 선정했으나 전시를 하지 못한 작품을 하반기에 보여드릴 계획이었다. 전시 공간을 모색하던 중 VR이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하는 형태의 미디어니까 공항에서 전시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항도 하늘길이 막혀 있으니 여행을 가상으로 떠나는 컨셉과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인천국제공항 측에 제안을 드렸지만 여러 번 거절 당했다. 이후 협의를 통해 11월에 전시를 하게 됐고 유의미한 호평도 얻었다. 예를 들어 당시 리플렛을 여권 형태로 만들고 티켓은 비행기 항공권처럼 만들어서 여행과 전시의 인터페이스를 일치시킨 시도가 반응이 좋았다. 이를 인천국제공항
[SPECIAL FOCUS] 비욘드 리얼리티 ② 김종민 XR큐레이터 인터뷰
-
연이은 취업 실패에 낙담한 단짝 친구들 예지(한승연)와 호두(김현목)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집이다.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풀옵션까지 갖춘 주택에 입성하게 된 두 사람은 주거 빈곤 세대에게 허락된 월셋집의 행복을 채 누리기도 전에 그곳에 사는 귀신과 조우하게 된다. 단편영화 <망막>(2000> <오르골>(2001), 옴니버스 호러 <어느날 갑자기: 디데이>(2006) 등 공포의 세계에 꾸준히 천착해 온 김은경 감독이 한결 웃음기를 더한 신작으로 돌아왔다. <쇼미더고스트>는 짠내 나는 취준생들이 원혼과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작은 성장과 성취의 기쁨을 호러와 코미디가 교직된 복합장르의 매력 안에 옹골차게 담아냈다.
-옴니버스 호러 영화 <어느날 갑자기>에서 <세번째 이야기 - D-day>를 연출했다. 정통 호러에서 이번엔 코미디가 결합된 B급 장르로 탈주했는데, 변화의 계기가 있었나.
=이전에 만든 단편영화와 옴
'쇼미더고스트' 김은경 감독, 공포와 코미디의 균형
-
전성기의 이소룡을 표방한 멋진 액션으로 악당들을 물리친 한 남자가 시한폭탄에 포박된 여성에게 다가간다. 해피엔딩을 코앞에 둔 상황, 폭발 장치의 모니터 위로 대뜸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다음 사례에서 A씨의 아내가 받는 상속액은?” 액션히어로에게 서울시 9급 공무원 시험 문제가 웬 말인가 싶어 야속할 무렵, 대학생 주성(이석형)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꿈에서 풀려난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진호 감독의 <액션히어로>는 청년 세대의 우울한 현실을 유쾌한 무술 활극으로 풀어낸 코믹 액션물로 남다른 재기가 돋보인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업계, 이창동 감독의 <버닝> 연출부를 거쳐 자기 취향이 분명한 데뷔작으로 부천에 등장한 이진호 감독을 만났다.
-취업 준비생 주성, 입시 비리를 목격한 대학원생 조교 선아(이주영)의 이야기는 다분히 사회적 이슈를 품고 있지만, 영화의 본성은 결국 옛 홍콩 영화 스타일의 무술 활극에
'액션히어로' 이진호 감독 - 유쾌한 득도의 액션
-
에릭 오를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소개하는 방법에 따라 에릭 오는 달라진다. 우선 ‘픽사’ 출신의 애니메이터! 가장 쉬운 소개법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제법 많이 끌어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에릭 오 자신은 그다지 반겨하지 않을, 아니 이제는 자신에게서 떼어내고 싶어 하는 수식어일 수도 있다. <도리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문어 행크를 기억하는가? 누군가 당신에게 연체동물을 애니메이팅 하라 한다면, 그것도 다리 여덟 개가 달린 문어를, 게다가 그중 하나가 잘려나간 캐릭터의 애니메이팅을 맡으라 한다면… 아마도 ‘이쯤이면 이제 알아서 그만두시게’라는 신호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임무를 에릭 오가 해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는 홀연히 픽사를 떠났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말이다.
또 다른 소개법, <댐 키퍼>(2015)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무려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의 후보에 오른 에릭 오! 이때 ‘아카데미’를 힘주어 말
[SPECIAL FOCUS] 픽사나 오스카 말고, 진짜 에릭 오를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
-
래 레드 감독은 201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버드샷>을 비롯한 미카일 레드 감독의 몇몇 작품에 시나리오 작가로 참여했다. 첫 단독 연출작 <여자와 권총>으로 Q시네마영화제 감독상·여우주연상·젠더감수성상을 수상하면서 감독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월드 프리미어로 부천에서 공개되는 <공동주택 66>은 정치적 메시지가 강했던 전작과 달리 래 레드 감독이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감독으로, 장르영화로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는 그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공동주택 66>는 어떻게 시작된 프로젝트인가.
=원래는 필리핀의 아이원트라는 플랫폼에서 방송될 TV 시리즈로 생각하며 만들었다. 함께 시나리오를 쓴 케네스 다가탄과 함께 독일 시리즈 <다크>나 영화 <스탠 바이 미> 같은 시리즈를 만들자며, 이상한 상황에 처해진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를 구상했
'공동주택 66' 래 레드 감독, 필리핀 여성 감독의 새로운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