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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의 유일한 한국영화 수상작인 윤대원 감독의 <매미>는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서 2등상을 차지했다. 미래의 칸 경쟁부문이라 불리는 시네파운데이션은 전세계 학생 단편영화가 경쟁하는 섹션으로 2009년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 3등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몸을 파는 트랜스젠더에게 일어난 이상한 사건을 따라가는 이 17분짜리 단편영화는 육체에 갇힌 성 정체성의 균열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한 윤대원 감독은 비범한 졸업작품을 통해 허물을 벗은 매미처럼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마친 셈이다. 난생처음 칸영화제를 경험한 그는 영화의 미래와 자신의 바람에 대한 짧지만 묵직한 성찰을 전했다. “영화를 감히 멈출 수 없었던 시대를 기억한다. 영화가 끝난 후의 평가는 있을지언정 진행되고 있는 동안은 막을 수 없던 시대. 영화에 대한 동경과 압도가 존재하는 시대. 칸에 와서 여전히 위용을 자랑 중인 극장의
'매미' 윤대원 감독, 관객을 강력하게 리드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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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의 잎사귀는 다른 영화에 돌아갔지만 올해 칸을 가장 아름답게 빛낸 영화는 누가 뭐라 해도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다. 북미 언론의 최고 평점이나 프랑스 평단에서 쏟아진 찬사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라는 행위’의 뿌리가 쓸려나가고 있는 지금,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세파에 휩쓸리는 일 없이 오직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증명한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올해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뿐 아니라 <휠 오브 포춘 앤드 판타지>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도 수상했다.
신작을 내놓을 때마다 최고작 기록을 경신 중인 “하마구치의 또 다른 최고작”(<데드라인>)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내를 잃은 남자와 어머니를 잃은 여자, 두 사람이 차 안에서 함께 나눈 여정을 따라간다. 한없이 위태롭기에 도리어 온화해 보이는 그 시간 속엔 풍성하고 아름다운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영화를 꽉 채워 만들지 않는다 관객 속에서 완성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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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개막식의 봉준호 감독과 폐막식의 배우 이병헌, 영화제 기간 내내 심사위원으로 바빴던 배우 송강호, 올해 칸에서 소개된 2편의 한국영화 <비상선언>과 <당신 얼굴 앞에서>의 프랑스 현지 반응도 함께 싣는다.
봉준호
올해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1년을 쉬었던 칸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만 한 적임자도 없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가 마련한 마스터클래스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도 참석해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병헌
<비상선언>의 배우 이병헌은 폐막식 무대에 시상자로 나섰다. 여우주연상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그는 불어로 꽤 긴 인사말을 전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어서 “올해 칸영화제는 내게 무척 특별하다. 영화제의 문을 연 봉준호 감독과 올해 심사위원인
제74회 칸국제영화제를 빛낸 한국 영화인들…봉준호 감독이 열고 이병헌 배우가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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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6일(현지시각) 공식 초청작을 발표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는 경쟁·비경쟁을 통틀어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없다. 대신 배우 전종서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 문>이 이름을 올렸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더 배드 배치>(2016)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던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판타지 드라마인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 문>은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초능력을 지닌 소녀가 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데뷔한 전종서는 2018년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데 이어 첫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베니스에도 발을 딛게 됐다.
오프닝 나이트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 밀레나 스미트가 주연한 <패럴렐 마더스>가 장식한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지난해 중편
전종서,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 더 블러드 문>으로 베니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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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가장 아찔하고 짜릿했던 순간은 폐막식에서 벌어졌다. 단편부문과 명예 황금종려상 등의 시상이 이루어진 뒤 본격적으로 경쟁부문 결과 발표가 시작될 참이었다. 사회자는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에게 배우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 중 어떤 상부터 시상하면 되냐는 의미로 질문을 건넸다. “어떤 게 첫 번째 상(first prize)이죠?” 수상자 명단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던 스파이크 리는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최종 결과로 직진해버렸다. “황금종려상은 <티탄>.” 사회자는 다급하게 “잠깐만!”을 외쳤고, 동석한 심사위원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일 마지막에 발표해야 할 최고상을 제일 먼저 공개하다니. 수습이 불가능한 대형 사고였다. 결과적으로 시상식은 70분짜리 혼돈의 스릴러가 돼버렸고, 스파이크 리는 폐막식을 망쳐버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발표 과정이 아찔했다면 결과는 파격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총정리…되짚어 본 주요 이슈와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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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회 칸국제영화제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한해를 건너뛰고 올해도 적지 않은 위기가 있었지만 “영화는 한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낸 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철저한 방역 속에서 극장이 어떻게 관객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한 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해를 참았던 만큼 이전보다 한층 풍성한 작품들이 소개됐고 환경, 여성, 정치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주제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12일간의 여정 끝에 도달한 목적지는 결국, 다시 영화다. 영화는 우리 앞에 어떻게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실체적 진실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올해 역시 영화계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와 고민들이 꾸준히 이어졌고, 칸은 파격적인 선택으로 이에 화답했다.
<씨네21>에서는 74회 칸국제영화제를 총정리하며 주요 이슈와 경향을 짚어보았다. 칸의 앞뒤를 장식한 한국영화, 한국 영화인들의 결정적 순간도 모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올해 한국영화
제74회 칸국제영화제 폐막…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이 새로 쓴 역사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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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①…일상은 사라져도 음악은 계속된다>에서 이어집니다.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부터 명랑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장에 적힌 슬로건은 ‘다짐: BE JOYFUL’.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을 영화와 음악으로 되찾자는 의지를 담은 이 문구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천을 찾은 작품에도 혼란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이들의 사연과 마음이 저마다의 빛깔로 깃들어 있다. 성별과 인종, 국적과 전공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온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의 자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추천작 10편과 공연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5박6일간의 축제에 동행할 대표 영화인인 올해의 큐레이터, 올해의 짐페이스도 함께 전한다. 상영작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②…영화와 영화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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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부터 명랑한 초대장이 날아왔다. 첫장에 적힌 슬로건은 ‘다짐: BE JOYFUL’.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의 즐거움을 영화와 음악으로 되찾자는 의지를 담은 이 문구는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 속에도 영화와 영화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제천을 찾은 작품에도 혼란 속에서 음악을 지속하는 이들의 사연과 마음이 저마다의 빛깔로 깃들어 있다. 성별과 인종, 국적과 전공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온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의 자연을 느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추천작 10편과 공연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5박6일간의 축제에 동행할 대표 영화인인 올해의 큐레이터, 올해의 짐페이스도 함께 전한다. 상영작 일부는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vve)에서도 즐길 수 있다.
빌리 홀리데이 The United States vs. Billie Holiday
리 다니
제1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추천작 10편 ①…일상은 사라져도 음악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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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좀비영화와 다르다. <방법: 재차의>(이하 <재차의>)의 되살아난 시체들은 날렵하게 달리는 건 물론 카 체이싱 액션까지 펼친다. 이들은 주술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말도 할 수 있는 시체다. 이들의 이름은 재차의(在此矣), 풀이하면 ‘여기 있다’는 뜻이다. 고려 문신 한종유가 출세하기 전, 손과 발을 검게 칠한 뒤 초상집을 찾아가 죽은 자인 척 “아재차의”(我在此矣)라고 말해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고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존재로, 되살아난 시체를 총칭하는 조선식 표현이다.(<용재총화>)
<재차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전작 tvN 드라마 <방법>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이어간다. 사람에게 저주를 걸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사 백소진(정지소)과 그가 올바른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기자 임진희(엄지원) 듀오는 영화에서도 끈끈한 관계로 등장한다. 어느 날 진희 앞에 신원
'방법: 재차의' 김용완 감독, 연상호 작가 대담…<방법> 세계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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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소식으로 떠들썩한 요즘, 활 쏘는 여자들의 위엄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금메달 9연패를 달성한 여자양궁의 기념비적 성과가 K-스포츠의 정점을 찍은 덕분이다. 여유만만하지만 압도적인 실력으로 “한국 여자양궁의 통치(domination)는 계속될 것”(AP통신)이라는 예언도 날아들었다. 올 여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매김한 여자들의 ‘정조준’을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도 찾아봤다. 배우에서 진짜 양궁선수가 된 할리우드의 지나 데이비스, <킹덤: 아신전>의 전지현, 2세대 호크아이로 등극한 헤일리 스테인펠드까지. 이제 대세는 총보다 화살이다.
전지현의 아신
전지현이 연기한 궁수 아신이 특별한 건 그가 기존 <킹덤> 시리즈의 세계관 바깥에 존재하는 이방인이어서다. 여진족 주인공을 이야기의 중심으로 불러들인 <킹덤: 아신전>(2021)은 세자 창을 필두로 한 기존의 등장 인물들에게서
[도쿄올림픽 스페셜] 아신, 호크아이, 메리다… 스크린 속 활 쏘는 여전사들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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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1의 총 6부 전체와 시즌2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그는 김은희 작가로부터 거대한 ‘킹덤’ 세계관의 출발점이 된 <아신전>에 관한 아이디어를 처음 들은 그날의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교묘하게 이어주면서 등장인물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을 심어주는 놀라운 이야기였던 까닭에, 그는 주저 없이 “한번 더” 연출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됐다.
김은희 작가와 함께 전체 세계관 창조의 출발선부터 함께해온 동료로서, 그리고 장편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서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준 <아신전>의 연출 과정에 관해 물었다. 그는 어떤 제작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자주 내비쳤다.
-<킹덤> 시즌1을 만들 때, 시즌2의 첫 에피소드를 거쳐 <아신전>까지 연출할 거라 예상했나. 혹은 김은희 작가
'킹덤: 아신전' 김성훈 감독, 김은희 작가 최고의 글을 읽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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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이하 <아신전>)은 김은희 작가가 창조한 <킹덤> 시리즈의 거대한 세계관 내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총 12부로 이뤄진 두 시즌의 이야기가 진행된 상황에서 <아신전>은 특정 캐릭터의 사연을, 그것도 이전 시즌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미지의 캐릭터의 사연을 별도의 에피소드로 따로 빼내어 구성했다. 주인공은 바로 시즌2 엔딩에 잠깐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배우 전지현이 분한 캐릭터, 아신이다.
시리즈 드라마의 입장에서는 독자적인 스페셜 편성이지만 사실상 한편의 영화에 가깝다. 구성상의 시도도 새롭지만 그보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신전>이 파격적이다 못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극단적인 캐릭터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생사역 사태의 근원을 다룬다고 알려져 있지만 숨겨진 비밀은 더 있다. 제작 여부가 확정되지는 않은 시즌3를 향한 최선의 발걸음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비극의 시작을 알린 '킹덤: 아신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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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서사
<군함도>의 조선인 집단 탈주
<군함도>의 후반부에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군함도에서 집단 탈주한다. 조선인들의 집단 탈주는 <군함도>를 시작할 때부터 구상했던 설정으로,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장면.
해외 로케이션
<베를린>의 독일과 라트비아
류승완 감독의 첫 해외 로케이션 촬영지는 모로코가 아니다. <베를린>을 찍을 때 냉전시대의 베를린을 재현하기 위해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 약 두달 동안 촬영했다.
자동차 추격 신 및 차량 액션
<베테랑>의 명동 거리 신
재벌 2세 조태오(유아인)가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정체구간을 뚫고 인파가 많은 명동 거리를 질주하고,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오토바이를 탄 채 그를 쫓는 추격 신은 다시 봐도 아슬아슬하다.
남과 북
<베를린>
냉전의 격전지 베를린을 무대로 한 류승완표 첩보영화. 북한의 표종성(하정우)과 동명수(류승
'모가디슈'의 주요 키워드로 살펴보는 류승완 감독 전작과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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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영화 <모가디슈>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전작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의 컴백이다. 알려진 대로 <모가디슈>는 30년 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남한과 북한이 손을 맞잡은 채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을 뚫고 사막을 탈출하는 이야기로,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류승완 감독이 영화로 재구성했다. 하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싸여 있었던 탓에 모로코에서 올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고, 배우 김윤석·조인성·허준호·구교환 등 류승완 감독의 전작에서 한번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7월 28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씨네21>은 지난해 3월 모로코에서 <모가디슈>를 촬영 중이던 류승완 감독과 나눈 대화와 김동식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이재혁 조명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이희경 특수효과 감
6가지 키워드로 미리 보는 '모가디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