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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넷플릭스에 <기동전사 건담> 극장판 3부작이 공개되었다. 1979년에 방영된 최초의 건담, 흔히 ‘퍼스트 건담’이라 부르는 작품의 극장 상영 버전이다. 함께 예정되어 있던 <역습의 샤아>는 어째선지 취소되었지만, 그 후속작이자 올해 개봉한 최신작 <섬광의 하사웨이>는 무사히 공개된 모양이다.
이런 연유로 건담을 꺼내 들긴 했는데, 고삐 풀고 건담 이야기를 해버리면 끝도 없이 덕질 이야기를 늘어놓게 될 것 같다. 요컨대 주인공 아무로가 처음 건담에 타고 자쿠를 쓰러뜨리는 장면은 극장판보다 TV판의 연출이 더 섬세하다거나, 히로인 라라아가 (스포일러)하는 장면에서 극장판 버전의 침묵하는 샤아보다 주먹을 내려치며 소리 지르는 TV판 버전의 샤아를 더 좋아한다거나. 이런 쓰잘데기없는 잡담으로 두 페이지를 여백 없이 꽉 채우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신 차리자.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해선 안된다. 이런 걸 쓰고 읽어봐야 모두가 불행해질 뿐이다.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우주세기의 악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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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나왔다. 평점이 좋을 수 있지만 사실 평론의 언어를 필요로 하는 영화는 아니다. 어쩌면 즐거움 외엔 의미가 없기에 가치 있는 영화다. 그럼에도 굳이, 방구석 키보드워리어가 되어 쓸모없는 의미 부여를 해봤다. 제임스 건 감독도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니까.
모두가 악당인 세상에서 영웅 (안)되기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창의적으로 죽인다. 참 많이도 죽인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빛과 그림자는 단 두줄로 요약 가능하다. 창의적으로 죽이는 게 영화의 밝은 부분이라면 많이 죽여 지치게 만드는, 혹은 이제 정이 든다 싶으면 캐릭터를 가차 없이 탈락시키는 게 그림자다(물론 그림자에 열광하는 사람, 분명히 있다). 공으로 벽면 치기를 하고 있는 서번트(마이클 루커)가 어디선가 날아온 새를 공으로 맞혀 죽이는 첫 장면부터 제임스 건은 잔인하리만치 투명하게 영화의 목적지를 고백한다. 어떻게 하면 더 과감히, 더 창의적으로, 기발하고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이 캐릭터를 사랑(이라고 쓰고 집착이라고 읽는)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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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남측 차량에 탄 한신성(김윤석)의 표정을 창밖에서 건조하게 비추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어두워지더니 크레딧이 오른다. 여기서 끝났으면 하는 생각을 한 것은, '여기서 끝내지 못하는 영화'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 영화들은 이야기를 여기가 아닌 다른 곳까지 이어가고자 하는 욕망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주인공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말하자면 일상으로 돌아간 주인공의 다음 선택에 생긴 변화를 보여주는 에필로그로 끝을 낸다. 주로 편견으로 가득 찬 인물이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시대극의 경우에는 시계를 현재로 돌리기도 한다. 예로 <국제시장>은 황정민을, <택시운전사>는 송강호를 분장까지 시켜가며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모가디슈>의 ‘여기서 끝나는’ 엔딩과, 그렇지 않는 다른 엔딩을 두고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영화들에서
류승완 감독이 선택한 '모가디슈' 엔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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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이 할리우드 프로듀서 린다 옵스트와 함께 K팝 보이밴드를 다룬 영화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가제)를 만든다.
CJ ENM이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생충> 이후 높아진 한국 창작자에 대한 관심과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을 연결해 유능한 한국 창작자의 해외 진출을 돕고, K콘텐츠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기획되었다. CJ ENM은 글로벌 스튜디오와의 협업도 진행할 것이라 언급하며 “CJ가 야심 차게 진행하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높은 완성도의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 전했다.
2023년 개봉을 목표로 하는 <케이팝: 로스트 인 아메리카>(가제)의 연출은 <국제시장> <해운대>로 ‘쌍천만’을 기록한 윤제균 감독이 맡는다.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을 영화화해 개봉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윤제균 감독은 8월부터 보이밴드를 연기할 주연 배우
윤제균 감독, <인터스텔라> 프로듀서와 K팝 보이밴드 영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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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돋는 반전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올드>는 열대 휴양지 리조트에 놀러간 가족들이 찾은 한적한 해변을 무대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할 새도 없이 급속한 노화를 경험한다. 프레데릭 피터스와 피에르 오스카 레비의 그래픽노블 <샌드캐슬>을 원작으로 한 <올드>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을 개봉을 앞둔 7월 11일 버추얼 인터뷰로 만났다.
-원작인 그래픽노블 <샌드캐슬>을 딸로부터 선물받고 읽게 됐다고 하던데. 어떤 이유에서 영화화를 결심했나.
=맞다. 아버지의 날에 선물로 받았다. 아이들은 나의 감성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종종 내게 책을 선물로 준다. 범죄학책일 때도 있고 철학책일 때도 있다. 내가 그래픽노블을 좋아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샌드캐슬>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캐릭터들에게 닥친 실존주의적 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내 흥미와
'올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대담해지기 위해서는 쇼킹해야 하고 불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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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이 분한 태준기 참사관은 위로는 림용수 대사(허준호)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인물이다. 어느새 한국영화에서 의외성이자 독창성의 상징이 된 구교환은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란 기량 뛰어난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한국측과 몸싸움까지 벌이는 북한 외교관을 다른 배우가 아닌 구교환이 연기하면, 신체적 능력을 이기는 의지와 근성의 드라마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화상으로 만난 구교환 배우와 그가 재현한 태준기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대본을 읽을 때 태준기가 어떻게 다가왔나.
=태준기는 타협하지 않고 국가에 충성하며 근성이 있는 캐릭터다. 대사도 많지만 몸으로 표현하는 게 많다. 그전까지 동선으로 어떤 감정을 표현해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설렘과 궁금증이 있었다. 일례로 강대진 참사관(조인성)과 맞붙을 때, 체급 차이가 있어서 이를 상쇄하려고 손에 잡히는 온갖 물건을 던진다.
-한신성 대사(김윤석)는 한국에 두고 온
'모가디슈' 배우 구교환, 동선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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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내 북한 대사관을 이끄는 림용수 대사는 대단한 외교력을 지녔다. 대한민국의 한신성 대사(김윤석)가 애면글면하면서 소말리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할 때, 림용수는 대통령의 일정을 바꿔 한국을 따돌릴 만큼 소말리아 내에서 외교 수완을 발휘한다. 그 때문에 소말리아 내전으로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이 림용수라는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 허준호는 우아한 협상가에서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자연인의 낙차를 매끈하게 표현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만난 허준호 배우에게 <모가디슈>를 보고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영화 속 상황이 현실이라고 상상하며 연기에 임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림용수 대사가 처한 현실은 어떠하다고 상상하면서 접근했나.
=초등학교 때 배웠던 5호담당제를 떠올렸다. 지금도 그럴 수 있겠지만 북은 서로 감시하는 사회였다. 림용수 대사는 북한에서 생활하면서 5호담당제를 경험했고 20년 전 해외에 나와서부터 북한 대사관 안에서 서로를
'모가디슈' 배우 허준호, 위로 20년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됐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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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기업 넥슨의 히트작들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타이틀명이 귀에 익을 정도로 대중적인 파급력이 크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바람의 나라> <일랜시아>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 앤 파이터> <마비노기 영웅전> 등이 넥슨의 대표작이다. 자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전개에 모든 기업이 골몰하고 있는 요즘, 넥슨은 그보다 한발 먼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아직은 베일에 꽁꽁 싸여 있는 넥슨 필름&텔레비전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IP 사업팀을 이끄는 권용주 팀장에게서는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넥슨 또한 IP 확장 사업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넥슨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게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보다 IP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데 유리할 것 같다.
=오랜 기간 서비스
권용주 넥슨 IP 사업팀장, IP 생태계 구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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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은 IP 유니버스로 향하는 거대한 게임 업계의 흐름 속에서 최근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7월 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넥슨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IP 관리 및 파트너십 등을 총괄하게 될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신설 조직인 ‘넥슨 필름&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 총괄도 겸임하게 된다. 이는 <던전 앤 파이터>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넥슨이 보유한 대표 IP와 넥슨의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게 될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개발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IP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넥슨이 주력해온 IP 확장 사업 중 대표적으로 손에 꼽을 성과는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였다. 국내
넥슨, ‘넥슨 필름&텔레비전’이라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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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와 영화사가 손을 잡았다. 스마일게이트와 리얼라이즈픽쳐스의 합작 회사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출범 소식에서 IP 유니버스를 꿈꾸는 업계 전반의 강한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는 오래전부터 프랜차이즈 제작에 대한 갈증이 깊었던 제작자다.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라는 간판 IP를 앞세워 영화, 드라마, 테마파크 사업 등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IP 확장 사업에 집중해왔고, 꾸준하고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과연 두 회사는 한국의 디즈니라는 수식어를 획득할 수 있을까.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새로 출범하는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백민정 대표이사는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드라마, 테마파크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끈 주역으로, 삼성, LG전자, CJ 오쇼핑 등 여러 기업 브랜드의 글로벌 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도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함께 꿈꾸는 거대한
백민정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대표이사, '크로스파이어'가 해외 IP 시장 개척에 가장 먼저 성공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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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 게임 매출 1조원 돌파. 스마일게이트의 핵심 IP(Intellectual Property)인 <크로스파이어>는 국내 기업이 오리지널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IP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2021년 현재 <크로스파이어>의 글로벌 유저는 모바일과 온라인을 포함해 10억명에 달하며 전세계 동시접속자 800만명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록은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세계 1위 기록이었다.
중국, 베트남을 기점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크로스파이어>는 현재 미국, 유럽 등 전세계 80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 보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대 말,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게임을 그대로 중국 시장에 들고 간 것이 아니라 현지화에 공을 들였다. 캐릭터,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무한한 확장 가능성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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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는 모든 곳에 있어. 우리 주위 모든 곳에.” <매트릭스>(1999)의 모피어스(로런스 피시번)가 네오(키아누 리브스)에게 매트릭스의 진실을 알려줄 때만 해도 가상 세계와 현실의 대결 구도처럼 보였다. 네오는 기계들이 만들어낸 가상현실 속에 갇힌 사람들의 해방자로서 설계자 아키텍트와 대립한다. 이때만 해도 매트릭스는 ‘현실이 아닌 어떤 것’인 양 취급됐고 결국 우리는 현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의 ‘가상’이다.
하지만 3부작이 모두 나온 지금에 와서 다시 보면 매트릭스는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다. 현실이 아닐 이유가 없다. 20세기 말의 <매트릭스>가 가상현실을 말했다면, 21세기가 벌써 20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매트릭스>는 차라리 메타버스처럼 보인다. 현실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혹은 현실과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공간들은 이미 도처에서 발견된다.
게임과 영화, 멀고도 가까운
게임 내에서 콘서트나
게임과 영화가 공존하는 메타버스의 향방을 예측한다 - 게임 산업이 주목하는 IP 유니버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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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장건재 감독이 연출하는 티빙 오리지널 <괴이>(기획 티빙·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클라이맥스 스튜디오)가 촬영에 돌입한다.
<괴이>는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그것’의 저주에 현혹된 사람들과 전대미문의 사건을 쫓는 고고학자의 이야기다. 배경은 귀불이 발견되면서 재앙에 휩싸인 마을 진양군.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스펜스가 빚어질 것이다.
각본은 <서울역> <부산행> <반도>로 연달아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연상호 감독과 드라마 <피리부는 사나이> <나 홀로 그대>를 쓴 류용재 작가의 협업한다. 류용재 작가는 넷플릭스 드라마 <종이의 집>(제목 미정)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 또한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출을 맡은 장건재 감독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과 아시아티카 영화제 최우수 극영화상 등을
연상호 각본 <괴이>, 구교환X신현빈 출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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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창조해나간다는 것은 신나고 가슴 뛰는 일이다.” 펍지 유니버스를 책임지는 이성하 총괄은 창작에 매료된 사람이다. 제일기획 카피라이터에서 라이엇 게임즈로 이직했을 때 주변에선 다른 분야로의 이직에 대해 걱정했지만 그는 만드는 일의 희열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다. 크래프톤에 입사한 뒤 이성하 총괄에게 펍지 유니버스를 책임지는 미션이 주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펍지 유니버스는 말 그대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는 것과 다름없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라는 조그만 씨앗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계를 확장 중인 이성하 총괄에게 펍지 유니버스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배틀그라운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페이크 다큐 <미스터리 언노운>, IP를 활용해 제작되는 첫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가 차례로 공개됐다.
=<배틀그라운드>는 본격적으로 세계관을 확장 중이다. 이전에도 콘텐츠는 만들었지만 특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 미스터리야말로 우리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