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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씨네21상’은 손경수 감독의 첫 장편 <아코디언 도어>에 돌아갔다. 씨네21상은 <씨네21>이 후원하는 상으로 비전부문에 오른 한국 작품 중 독창성과 가능성을 두루 갖춘 1편에 주어진다. <아코디언 도어>의 비상함은 절박한 자기 탐색과 과감한 이미지 실험에서 온다. 중3 지수(문우진)는 9살 때 ‘재능’이 몸속에 들어온 뒤부터 글을 잘 쓰게 되지만 그것이 전학을 온 축구선수 현주(이재인)에게 옮겨가면서 격랑을 겪는다. 재능에 관한 고민은 현실과 환상의 공간을 오가며 확장하고 의외의 폭발, 과잉, 단절의 숏을 통과해 깊어진다. 건국대학교와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손경수 감독이 창작자로서 겪은 성장통이 고스란히 스민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특별히 ‘재능’과 같은 디자인의 넥타이를 구해서 매고 왔다는 그는 영화처럼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이제는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는 마지막 답변에서 그
[인터뷰] 슬픈 성장 끝에 발디딘 곳에는, <아코디언 도어> 손경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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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K컬처의 시대다. 한국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향한 열광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K성형 역시 K컬처의 일부로 잘 알려져 있다. 긴 연휴가 시작되기 전 노르웨이와 중국, 일본 등에서 온 학생과 교수진을 대상으로 한국 성형의 ‘테크노컬처’를 주제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평소 K뷰티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얘기해준 중국 학생과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강연 중에 최근 유행하는 피부미용 주사시술을 언급했는데 하필 연어 추출물이 주성분이라서 노르웨이에서 오신 분들이 흥미로워했던 것은 여느 때와 다른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이렇게 외국인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마다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한국의 성형수술에 대한 내 연구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K성형을 신기한 구경거리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한다. (다행히(!) 그날 강연 후 받은 질문
[임소연의 클로징] K뷰티? K뷰티 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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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이주인(서수빈)은 인생을 120%로 사는 18살이다. 학교에서는 친구들과 왁자지껄한 반나절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는 엄마(장혜진), 동생(이재희)과 도란도란 하루를 마무리한다. 태권도, 봉사활동, 공부, 무엇보다 연애까지 열심히 하느라 늘 분주한 주인을 얼어붙게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주인은 같은 반 수호(김정식)가 주도하는 서명운동을 납득할 수 없고, 책상 밑에서는 자꾸 익명의 쪽지가 발견된다. <우리들> <우리집>의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전작들보다 나이대를 높여 10대 후반을 주인공으로 한 <세계의 주인>은 그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 사회 전반까지 가닿는다. 중반 이후부터는 연출자가 자신이 품어온 세상에 대한 의문을 하나둘씩 건네면서 심도 있게 넓어진다. 고통이 사라지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사려 깊은 답변이 신뢰를 안긴다.
[리뷰] 행복할 것이다. 그렇지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세계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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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 없이 혼잡한 출근길 지하철. 중년 남자가 우는 아기를 향해 매섭게 고함을 지르지만, 그 누구도 아이와 엄마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 헤어진 여자 친구의 임신 소식에 마음이 뒤숭숭한 또 다른 남자(니노미야 가즈나리). 불필요한 일에 엮이기 싫었던 그는 이어폰을 꽂고 무심히 지하철을 빠져나온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이를 외면한 죄책감 때문일까. 남자는 곧 같은 공간이 무한반복되는 미궁 속에서 악몽으로 되살아난 죄의식과 마주한다.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 <8번 출구>는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공포영화다. ‘백룸’의 압박감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이시키는 기계적인 카메라 워킹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단순한 규칙 속에서 미묘한 변주를 차곡히 쌓아올린 이야기에 있다. 게임 실사화 영화로는 최초로 칸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리뷰] 착한 사람이 손해보고, 외면이 생존의 기술이 된 시대를 겨냥한다, <8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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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가 시작되면 유달리 외로워지는 이들이 있다. 낯선 한국에 정착한 이방인들에게 설과 추석이란 단어는 그야말로 고역이다. 여는 가게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 명절이 되자 부산에 사는 세 외국인 친구 마크 포트키터, 하이켄 피켈, 마이크 휠러는 무료함을 달래려 머리를 맞댄다. 그렇게 셋은 즉흥적으로 로드트립을 향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꿈을 찾아 정착한 외지에서 느낀 소외감과 고뇌에 몇몇은 벌써 한국을 떠날 생각이기 때문이다. <부산포니아>는 2016년에 제작된 다큐 픽션이다. 10년의 시차를 극복하고 개봉한 이 영화는 일종의 빛바랜 홈비디오에 가깝다. 마치 페이스북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영화 속 부산의 풍경은 감독과 출연진들의 추억처럼 남겨져 있다. 다만 아마추어리즘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투박한 촬영과 음향, 웃을 수 없는 유머들, 난삽하고 무의미한 전개가 개별적인 사연에 대한 공감을 가로막는다.
[리뷰] 그들만의 추억, 그들만의 UCC, <부산포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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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10대 소년 옌스. 그에게도 마침내 어른이 될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이 찾아온다. 갑작스레 예고된 첫 경험에 옌스의 몸속 정자들은 잉태의 축복을 향한 막바지 훈련에 돌입한다. 과열된 경쟁 속에서도 너드 주인을 꼭 닮은 정자 시멘은 수정에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는다. 포근한 ‘알’ 속에 영원히 머물고 싶던 시멘은 동료를 설득하던 중 6억분의 1 확률의 생존 레이스에 강제로 휘말리게 된다.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은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육체적 사랑을 코믹하게 풀어낸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어리숙한 풋사랑이 빚어낸 우스꽝스러운 실수들이 영화 <소시지 파티>를 연상시키는 과감한 수위와 맞물리며 발칙한 웃음을 자아낸다. 다만 성과 사랑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의도적으로 비껴간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매드 맥스’ 섹션 상영작.
[리뷰] 청춘을 정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발칙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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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고 당김을 아름다운 선율로 체화한 장르, 재즈는 한국에 어떻게 자리를 잡았을까. <디바 야누스>는 한국 재즈계의 출발지인 박성연과 그가 사랑한 아지트 ‘클럽 야누스’를 통해 국내 재즈 역사를 정리하는 다큐멘터리다. 한국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인 그가 공간과 문화, 사람을 연결해온 시간은 장장 40년. <디바 야누스>는 이 공간에서 그리운 경험을 갖고 있거나 지금은 이룰 수 없는 가치를 실현해본 이들을 통해 과거를 추적해나간다. 구술에 의지한 탐사 과정이 다소 루스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굴곡진 이야기와 흥겨운 무대 영상이 계속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아무도 기록하지 않은 여성 디바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역사적으로 어엿하게 인정받고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되찾는다. 재즈 붐 온!
[리뷰] 기록과 정돈의 미덕을 정직하게, <디바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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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경계를 부수어 스스로 신이 되려는 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은 피조물(제이콥 엘로디)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빅터는 피조물에 금세 싫증을 느끼고, 피조물은 원치 않았던 탄생에 이어 자신을 멋대로 파괴하려는 창조주에게 분노한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등으로 괴수영화의 새 지평을 연 기예르모 델 토로가 마침내 필생의 역작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괴물에의 매혹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자 평생 그의 ‘차기작’이었던 <프랑켄슈타인>을 오랜 도전 끝에 1억2천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프란시스코 고야나 오딜롱 르동의 화풍이 작품의 프로덕션디자인을 휘황하게 수놓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바로크풍 스코어가 전면에 나서서 들끓는 정념을 고양한다. 감독의 숙원만큼 시각과 청각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는 작품이므로 극장 관람이 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뷰] 고딕 호러의 묵시록적 독해. 메리 셸리조차 꿈꿨을 법한 ‘크림슨 피크’, <프랑켄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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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어느 날, 술에 취한 아버지가 양주연 감독에게 돌연 “너는 고모처럼 되면 안된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술김에 던진 말을 기억하지 못했으나 당시의 통화를 기점으로 양주연 감독은 40년 전 사망한 고모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조카인 자신이 결혼해 가정을 꾸릴 때까지 가족들이 고모의 존재를 숨겨온 이유에 관해 감독은 의문을 품고 조사한다. 아버지와 더불어 고모의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들을 만나 생전 고모에 관한 기억을 모으고 고모가 탐독한 책, 고모의 사진과 같은 흔적을 수집한다. 음독을 했다는 주변 지인들의 증언이 이어졌지만 정작 가족들의 수사 요청이 없었기에 고모의 죽음은 기록으로 남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고모에게 집착하던 애인이 있었고, 아버지의 기억과 달리 자신의 집이 아닌 애인의 집에서 고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사실, 더불어 그가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양>은 양주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목은 양씨 성을 가진 여
[리뷰] 마침내 제 위치를 되찾은 한 여성의 삶, 그리고 이름에 관하여,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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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와무라 겐키 감독에게 <8번 출구>의 기획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아주 묘했다. (웃음) 원작 게임을 잘 알고 있었고, 게임에 별다른 이야기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기획 땐 캐스팅된 배우가 나밖에 없었다. ‘이거 정말 괜찮을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웃음) 하지만 감독님이 각본 집필 단계부터 함께해주셨고, 이 과정에서 감독님의 계획을 들으며 안심하게 됐다.
- 시나리오나 캐릭터 설정에 관해 많은 의견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헤매는 남자’가 일상에서는 굉장히 지쳐 보이지만 막상 지하도에 갇히고 나서는 점점 얼굴에 생기가 돌게 된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제시했다고.
보통의 영화제작 과정보다 아주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 제작진도 참여했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다음 촬영에 대한 피드백을 나누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의견을 당일 밤에 감독님이 정리하고, 아침에 촬영이 시작
[인터뷰] 0에서 1이 아닌 0으로 돌아가는, <8번 출구> 니노미야 가즈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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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하다. 니노미야 가즈나리 배우를 처음 만난 순간에 곧바로 뇌리를 스친 생각이다. 어쩌면 20년 전 TV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일까. 1996년에 연예계 경력을 시작해 1998년에 매체 연기를 시작, 1999년엔 일본의 국민 보이밴드 ‘아라시’로 데뷔한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배우, 가수, 방송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활력은 눈앞에서도 한결같았다. 방금 막 부산에 도착한 여행객 같지 않았다. 당일 일본에서 건너와 늦은 저녁의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는, 방금 아침을 맞이한 사람처럼 활기를 내뿜었다. 올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과 이야기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섬세한 고민과 당찬 포부는 그가 어떻게 30년 가까이 연예계에서 최정상의 궤적을 유지하고 있는지 단숨에 느끼게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를 비롯해 <간츠><암살교실><암살교실: 졸업편>등의 만화 원작 실사영화와 <검찰측의 죄인&
[커버] 0으로 돌아가서, 다시 - <8번 출구> 배우 니노미야 가즈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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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긴 삶을 축약한다면 달리기에 가깝지 않을까. 내 몸을 스스로 운영해 움직여야만 하고, 주변에 동료가 보이더라도 다른 이들이 나의 일을 대신해줄 수 없다. 기분 좋은 고독감과 자의적인 외로움. 곡선처럼 반복하는 승리감과 열패감. 때론 삶은 마라톤처럼 지루하지만 100m 달리기만큼 초조하다. 우오토 작가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100 미터.>는 스포츠물이지만 철학영화에 가깝다. 어렵거나 난해해서가 아니라 자꾸만 질문을 건네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어떤 정론, 통찰, 계몽, 진리를 내세우든 난 나를 인정해. 그거야말로 내 사명이자 살아가는 의미이고 달리는 이유다.” 그렇다면 당신이 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답을 찾아 헤매는 모든 이들을 대신해 이와이사와 겐지 감독과 쓰쓰미 히로아키 음악감독의 말을 전한다.
- 우오토 작가의 원작 만화 <100미터.>를 영화화했다. 처음 작품을 맡았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이와이사와
[인터뷰]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리나요? <100 미터.> 이와이사와 겐지 감독 & 쓰쓰미 히로아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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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바르 뭉크의 그림 <절규>는 짤방으로도 꽤 인기가 많다. 해골 같은 얼굴, 붉게 물든 하늘, 요동치는 풍경은 그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을뿐더러 ‘절규’라는 제목 때문에 마치 내지르는 비명이 귓전을 울리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규>속 인물이 사실 절규하고 있지 않다면?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됐던 당시의 독일어 제목은 ‘자연의 비명’이었고, 뭉크 자신의 모국어인 노르웨이어 제목은 ‘비명’이었는데, 영어 ‘The Scream’으로 번역된 제목이 다시 한국어로 ‘절규’가 된 것이다. 작품의 원제가 ‘자연의 비명’이었다면 인물의 심경만 대변하는 그림은 아닐 터. “뭉크의 진술에 따르면 이 인물은 주변의 비명을 듣고 귀를 막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그는 자연의 비명이 내면을 관통하는 심리적 경험을 형상화했으며, 그림 속 인물은 공포에 질린 채 자기 입에서 나오는 신음 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 존재로 그려졌다. 이 비명은 주관과 객관, 개인과 자연이 뒤섞인 복합적
씨네21 추천도서 - <두 번째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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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의 감각으로 시를 읽는다. 문지문학상[시] 후보작을 묶어 해마다 한권씩 출간하는 ‘시 보다’ 시리즈의 2025년 책이 출간되었다. 김복희는 쓴다. “대한민국에 사는 희망은 키가 작다.” (<새 입장>) 문보영의 시 제목은 “너에게 수상함이 없었다면 너를 좋아하기 힘들었을 거야”이다. 신이인의 <꿈의 옷>은 “너희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자니 세상의 잠옷이란 원래 이따위일까 사랑받은 옷의 말년이 모두 이 모양이라면 나는 울지 않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침대에서 꿈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유선혜의 <모텔과 인간>은 “방에는 성행위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있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흔해서 먹먹한 살풍경으로 시작한다. 이실비는 <귀와 종>에서 택시 밖 북촌의 풍경을 바라본다. 구윤재, 김복희, 김선오, 문보영, 신이인, 유선혜, 이실비, 한여진의 기발표작 4편과 시인이 쓴 ‘시작 노트’ 그리고 선정위원의 ‘추천의 말’을
씨네21 추천도서 - <시 보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