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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auteur)는 어떻게 탄생하고, 어떻게 지속되는 것일까. 이 질문을 탐구하는 데 있어 홍상수는 이상적인 존재다. 우선 그의 작가적 지위를 굳이 정당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는 타고나고, 어떤 이는 시간이 지나며 그 지위를 획득한다면, 홍상수는 분명 전자에 속한다.
홍상수 영화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홍상수 영화’다. 그의 영화는 반복되는 상황들을 통해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데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니멀하면서도 조용히 급진적인 영화미학으로 구축돼 있다. 이제는 일종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홍상수의 영화는 언제부터 북미에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을까. 홍상수 감독의 명성은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높아졌고, 대중적 인지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작이 나오면 큰 기대를 모은다. 이제는 그의 영화가 1년에 한편만 나온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안기는 정도에 이르렀다.
홍상수는 현재 북미 배급 환경에서 독보적인 작가다. 홍 감독의 최신작이 배급사 시네마 길드(The Cinema Gu
[특집] 홍상수의 세계는 무한하다 - 마크 퍼랜슨 평론가가 말하는 북미의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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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들어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은 <씨네21>이 연말에 꼽는 한국영화 베스트에서 최상단을 차지했다. 2020년 한국영화 베스트 1위는 그의 작품 <도망친 여자>였고, 2021년엔 <당신얼굴 앞에서>가 1위, 2위는 <인트로덕션>이었다. <탑>은 2022년 2위에 올랐고, <소설가의 영화>는 3위를 차지했다. <물안에서>는 2023년엔 8위에 그쳤으나 2024년 <여행자의 필요>로 홍 감독은 다시 1위로 돌아왔다. 2025년에는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가 4위로 꼽혔다. 매년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공개되는 사실이 놀라운 한편, 평론가들에게 늘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건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늘 고른 지지를 받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데뷔 때부터 비평의 한가운데 있었기에, 여러 각도의 호불호가 담긴 비평문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았다. 홍상수 영화를 향한
[특집] 비평가들의 홍상수 - 데뷔부터 호평과 혹평 모두 받은 ‘비평가들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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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2 ACT 6 – 행위, 죽음
당신은 사망했다. 혹은 돌아왔다. 이승에서의 움직임과 만남을 포기하고 머릿속에서만 산다. 또는 가장 행복할 때 삶의 시간을 멈췄다. 홍상수의 세계에서 죽음이란 무엇일까. <강변호텔>의 영환(기주봉)이 된 당신은, 예감했던 죽음의 스산함을 현실로 마주한다. 아들들을 만나고 조금은 힘이 생겼나 싶었는데, 역시나다. 혹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속의 보경(이응경)이 되어 아파트의 베란다 문을 연다. 영화는 그 추락의 이미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지만, 당신의 영혼이 그 죽음을 증명한다. <물안에서> 영화를 찍던 젊은 청년 성모(신석호)는 끝내 자신의 영화랄 것을 찍지 못한 채 <극장전>의 경수처럼 배회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구경남(김태우)처럼 몸을 드러내놓은 채 누우며 모든 것에 해탈한 듯 군다. 결국 성모는 <탑>의 병수(권해효)가 되었고 계획했던 영화를 만들지
[특집] 반칙으로 맞서기 - 게임으로 재구성한홍상수의 영화 34편 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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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늘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따라 영화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그날의 날씨, 기분, 배우들의 상태, 기억나는 말들. 그렇다면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만든 34편의 장편영화 속에 ‘주어졌던 것’들을 추출하여 이해, 분석, 재구축한다면 새로운 물질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역행의 작업은 RPG 게임이나 선택형 게임의 논리와도 유사하다. 최소한으로 주어진 세계(월드)가 있고, 플레이어는 몇 가지의 역할을 맡아 이야기를 이어간다. 홍상수 영화의 규칙에 게임이란 반칙으로 대적해보는 것이다. 홍상수의 오랜 관객도, 낯선 입문자도 각자의 홍상수 월드를 가져보길 바란다.
PROLOGUE ACT 1 - 당신은 홍상수의 어떠한 세계에 들어가고 싶은가
온화하거나 조금은 더운 날씨가 맘에 든다면, 당신은 주로 반팔을 입거나 가벼운 겉옷 정도를 걸치게 된다. 혹은 단풍을 보거나 눈이 오기를 기대하나? 선선하거나 추운 날을 대비해 긴팔을 입고 두꺼운 옷을 챙기는 것이
[특집] 반칙으로 맞서기 - 게임으로 재구성한 홍상수의 영화 34편 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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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홍상수 감독은 2017년 무렵부터 국내 매체와의 접점을 최소화했고, 줄곧 영화로만 대화했다. <씨네21>과의 마지막 인터뷰 역시 <도망친 여자>(2019)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욕심을 억누르고 단순하게 물었다. 되도록 하나의 영화에 한두개의 질문을 건넸다. 그의 말처럼 홍상수의 영화를 “딱 떨어지는 말로 설명하려는 건 억지를 쓰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계속 그의 영화를 설명하려는 욕심을 멈추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번 인터뷰가 꽤 솔깃한 소식일 것이다(질문을 꾸리는 일엔 김병규, gkd 영화평론가가 도움을 주었다).
그의 영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치밀한 이론을 논의하던 시절은 한철 지난 듯하다. 이를테면 <생활의 발견> <극장전>, 또는 <옥희의 영화>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설명할 수 있던 영화의 구조론과 비평적 도구들은 근래의 홍상수 영
[인터뷰] 진짜의 사실 가까운 쪽으로 – 홍상수 감독, 6년 만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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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씨네21> 스튜디오를 처음 찾은 건 <두사부일체>(2001), 마지막 인터뷰는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2006)이었다. 이후 20년. 송선미는 <해변의 여인>을 시작으로 <북촌방향> <밤의 해변에서 혼자> <강변호텔> <도망친 여자> <탑> <우리의 하루>까지 홍상수 감독과 7편을 함께했고, <그녀가 돌아온 날>로 처음 홍상수 영화의 한가운데에 선다. 도시적 인상의 매력을 각인한 <북촌방향>에서 송선미는 쉽사리 자신을 내맡기는 법 없이 취기 가득한 밤을 건너갔고, 가시 돋친 후배에게 “예쁜 너를 누가 사랑해줄까” 하고 다독이며 입맞추거나(<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준희), 배신당한 그녀가 부르자 눈 내리는 호텔로 달려오는 선배(<강변호텔>의 연주)의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홍상수의 영화가 남성적 욕구의 세계에
[인터뷰] 자기를 진짜로 사랑해준다는 것 - <그녀가 돌아온 날> 배우 송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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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배우가 결혼 후 연기를 그만뒀다가 복귀했다. 이혼 후에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작은 독립영화에 출연한 것이다. 약 12년 만. <그녀가 돌아온 날>은 한 독일 음식점에서 세명의 기자를 차례대로 만나 아주 오랜만에 인터뷰하는 배우 배정수(송선미)의 하루를 보여준다. 홍상수 영화의 주 질료인 식탁과 약간의 음식, 술 또는 차, 마주 보거나 나란히 앉은 사람들의 대화는 <그녀가 돌아온 날>에서 인터뷰라는 특정한 형식 안에 자리 잡는다. 테이블 위는 단출하고 처음 만난 기자와 배우가 가만히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게 전부다. 배우는 늘 같은 자리에서 상대를 맞이한다. 그런데 이들의 대화는 말하자면 ‘모범적인’ 인터뷰가 못 된다. 기자의 질문은 사적이거나 지엽적인 질문으로 흐르고 배우는 자꾸 맥주를 마시겠냐고 묻는다. 인터뷰의 형식과 약속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두 인물의 교류인 셈인데,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세 여성 기자에게 배우는 대체로 비슷한 말을 하
[특집] 쭈그린 자태의 고귀함 -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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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으로서 홍상수는 지겨운 일이다.” 2004년 당시 <씨네21>의 김소영, 정성일, 허문영 편집위원이 나눴던 한국영화 결산 대담에서 김소영 평론가가 꺼낸 말이다. 홍상수 감독이 5번째 장편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내놓았을 때다. 1996년 데뷔 이후 8년쯤 됐을 때, 이미 홍상수 감독에 대한 담론은 차고 넘쳐 ‘지겨운 현상’으로까지 말해졌던 것이다. 그의 34번째 장편을 만난 우리는 훨씬 더 크게 부푼 지겨움 속에서 홍상수를 논해야 한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났고 홍상수는 29편의 영화를 더 만들었다. 지독한 성실함이다. 하여 지금 홍상수에 관해 무언가를 말하거나 쓰려는 자들은 피할 수 없는 자기검열에 시달리고야 만다. 반복과 차이라든지, 공간과 장소의 대비라든지, 순환구조라든지, 남성성의 추함이라든지, 시간 놀이라든지 하는 비평의 거의 모든 수사가 홍상수에 관해 진즉에 쓰였기 때문이다. 신작을 두고 그의 전작을 언급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홍상
[특집] 홍상수라는 지겨움과 대적하기 - 홍상수 데뷔 30주년 특집, 기획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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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이면 홍상수 감독은 데뷔 30주년을 맞는다. 1996년 5월4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개봉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2026년 5월6일 <그녀가 돌아온 날>이 찾아왔다. 이사이 홍상수 감독은 총 34편의 장편영화를 내놓았다. <씨네21>은 1995년 창간해 1556권째 잡지를 만들었다. 단순히 태어난 때가 비슷하다 하여 서로의 연을 주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씨네21> 창간 이래 가장 자주, 가장 예쁘게, 가장 의문스럽게 다뤄온 이가 홍상수 감독임은 양쪽 다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저래 떠들어온 것만 같아 머쓱하다. 물론 <씨네21>만 그렇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의 영화를 보는 이들 모두 조금씩은 답답할 것이다. 도대체 홍상수는 무엇일까. 여러 수사와 비평과 작품이 쌓일수록 모호해지기만 한다.
그럼에도 집요하게, 그의 데뷔 30주
[특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부터 <그녀가 돌아온 날>까지, 홍상수 데뷔 30주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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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사귀들 색깔이 진짜 다양하다!’ 이렇게 안 끝나고 꼭 ‘자연이 이렇게 각양각색인데 우리 인간도 다양성을…’ 이러질 않나, ‘경이롭다!’ 이렇게 안 끝나고 꼭 ‘조물주여…’ 이러고, ‘아름답다!’ 하면 될 걸 금방 ‘자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예술이 다 뭔가… 칸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이렇게 흘러가버려. 가치나 의미나 개념으로 환원하지 않고 그냥 느끼는 건 불가능한 걸까?
인간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해.
- 연기도 다 바로 환원돼버리는 것 같아. 감정이든 뭐든 다 이름 붙고 해석이 붙고. 음악이나 무용은 안 그렇겠지? 개념 무용 말고. oo 언니가 뉴욕에 있는 야외 조각 공원 스톰 킹 아트센터에서 정시마다 자연과 교감하는 짧은 즉흥 무브먼트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움직임은, 아니면 움직일 때 언니의 상태는 어떤 의미나 가치나 개념을 설명하거나 그것으로 환원되지는 않았을 거 아냐.
보는 사람에게는 뭔가로 환원됐을 수도 있지? 그러니까, 이, 이,
[김신록의 정화의 순간들] 오색약수터 예술론, 그리고 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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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을 매달렸던 드라마가 크랭크업한 것은 지난겨울이 끝날 무렵이었다. 쫑파티 다음날, 나는 스키 장비를 꾸려 홋카이도로 향했다. 폭신폭신한 파우더 스노를 찾아서. 하지만 좋기로 소문난 홋카이도의 파우더도 이미 끝물이었다. 눈은 습기를 머금어 무거웠고, 녹았다 얼기를 반복해 딱딱했다. 예년 같았으면 아직 겨울이 한창일 텐데, 한발 늦은 모양이었다. 실망한 나는 숙소에서 삿포로 캔맥주를 마시며 세계지도를 펼쳤다. 겨울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손가락은 카자흐스탄 위에 멈췄다. 말로만 듣던 톈산산맥이 있는 곳. 험준하기로는 히말라야와 자웅을 겨룬다는 산맥. 거기서 스키를 즐기려면 좀더 기다려야 했다. 3월은 지나치게 눈이 많고 춥기 때문에.
어딘가로 두어번 짧은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약속한 4월이 찾아왔고, 나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향했다. 목적이 명확했기에 다른 구경거리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이튿날 새벽같이 톈산산맥의 ‘투육수 빙하’ 지역으로
[박 로드리고 세희의 초소형 여행기] 겨울이 아직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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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화제다. 화두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화제가 이미 타오르고 있는 불이라면 화두는 성냥이다. 담론 내에서 현재 활발히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가 화제라면 화두는 그 이전 단계, 사유와 성찰을 촉발하는 물음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었으므로 이제는 질문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몇몇 글을 보고 처음엔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그 ‘질문’이 인공지능을 다루기 위한 도구적인 조건문이라는 내용을 보고 갑갑해졌다. 원하는 결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하기 위해 던지는 물음은 까탈스러운 계약서의 세부 항목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을 다루기 위해 질문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은 사유의 빛을 기꺼이 등진다.
지난 몇년간, 자기 소개문을 작성할 때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과 질문”이라는 문장을 써왔다. 이 선물에는 인공지능을 잘 길들이는 능력도 포함될까? 질문은 ‘나’와 세상을 향해 던져야 하는 것이지 화면 안 알고리즘의 부품으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전승민의 클로징] 질문에 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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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개인의 생일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일어난 날이 같다는 발상에서 출발하는 작품. 송동윤 감독이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2017년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 때 연단에 섰던 1980년 5월18일생 김소형씨의 실제 연설 영상을 모티브로 삼았다. 1980년 5월18일 광주에서 태어난 소설가 미수(남소연)는 자신이 태어나던 날 실종된 아버지와 그를 찾아 헤매는 어머니로 인해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며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소설가로 살아간다. 어느 날 미수 앞으로 우편물이 도착하고, 그를 계기로 과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아픈 역사와 마주한다. 가족사를 좇는 이야기와 당시의 실제 기록 영상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영화는 비극의 역사를 현재 서사로 불러오려는 시도를 구현할 형식의 완성도에 대한 문제를 해결 과제로 남긴다.
[리뷰] 소재에 기대어 의도만 남긴 채, <5월18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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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펜싱 유망주였던 형 즈한(조우녕)이 소년원에서 돌아오면서 동생 즈지에(류수보)는 형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학교와 가족 안에서 조용히 생활하던 즈지에는 형의 등장 이후 조금씩 이전과 다른 감정에 휩싸인다. 펜싱부 에이스인 형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무서운 소문 사이에서 흔들리던 즈지에는 점차 형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그를 동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넬리시아 로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피어스>는 밀고 당기는 펜싱의 심리전을 인물 관계 속으로 끌어들인 작품으로, 이상과 환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형제의 심리를 서늘하게 그렸다. 가족드라마와 심리스릴러, 퀴어 성장 서사를 비슷한 농도로 섞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감독은 극단적인 클로즈업숏을 활용한 감각적 연출이 봉준호 감독의 영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뷰] 장르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욕망의 풋워크, <피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