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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미래가 도착했다> - 우숙영 지음 창비 펴냄
<나에게 없는 것> - 서미애 지음 엘릭시르 펴냄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셀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비채 펴냄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 김혜순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씨네21>이 추천하는 7월의 책 - 여름 독서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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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일 테노레> 등 극작 및 작사
영화 <이브의 모든 것>
경험하지 못한 시절을 낭만화하곤 한다. 빌리 와일더나 조지프 L. 맹키위츠가 한창 영화를 쏟아내던 시기가 그렇다. 이야기의 구조와 대사의 정밀도까지 어느 하나 결점이 없다.
로드의 <Man of the Year>
지난 몇년간 로드가 자신의 개성을 메인스트림 음악산업 내에서 어떻게 펼칠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 편한 길을 걸을 수 있을 텐데도 자기다운 음악을 발매해 큰 감동을 받았다. 뮤직비디오가 특히 일품이다.
영화 <러브 미>
영화관보다 미술관 상영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꼭 저렇게 연출해야 했을까 싶은 장면도 많지만 결말에 이르면 이 모든 걸 끝까지 밀고 나간 감독의 뚝심에 마음이 간다. ‘흥미로운 엉망진창’이라 재밌다.
어복쟁반
한국에 올 때마다 먹는 음식이다. 국물도 고기도 채소도 다 포함돼 음식 자체의 정갈함은
[LIST] 박천휴가 말하는 요즘 빠져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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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양복, 흰 셔츠. 어쩐지 넥타이도 어제 매고 잔 것 같은 얼굴”에 “졸다가도 한 정거장 전에 눈이 떠지는 프로 직장인”. 가슴에 사직서 한장쯤은 품고 있는 것 같지만 “시키는 일은 군말 없이 해내고 마는 그는 피고용인 그 자체”. <서초동>(tvN)은 출근하는 변호사 안주형(이종석)을 이렇게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 첫 장면이 상징하듯 <서초동>은 ‘피고용인 그 자체’인 직장인으로서의 변호사들을 보여준다. 출근하자마자 “아, 하기 싫어”를 외치고, 북적이는 식당에서 김치찌개나 콩나물국밥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그 직장인 말이다. 현직 변호사가 집필한 대본답게 사무실과 법정 등의 공간 묘사와 동료와 나누는 건조한 대화가 매우 현실적이다. 주로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구현하던 이전의 법정물과는 다른 결의 드라마로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드라마의 첫 장면이 일종의 선언처럼 들린다. ‘재판은 드라마와 다르고 변호사
[오수경의 TVIEW] 서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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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의 첫 일요일, 4년 만에 돌아오는 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위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집행위원들이 모였다. 콜 타임은 아침 7시. 집합 장소는 퀴퀴한 냄새마저 세월의 훈장인 듯한 세운상가 3층 양지전자. 다섯 감독은 단 하루, 단 한편의 짧은 영화를 위해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았다. 장재현 감독이 제작 전반을 책임진 가운데 엄태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상근 감독이 조감독으로서 뒤를 받쳤다. 의상, 소품을 비롯한 미술은 이옥섭, 윤가은 감독이 담당했다. 이들이 함께 만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전자기기 전문 수리점에서 4년 만에 얼굴을 마주한 남녀다. 남자는 망가진 카세트 플레이어를 고치고 싶고, 여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다. 영화제가 새동력을 얻은 것처럼 멈춘 줄 알았던 테이프도 다시 돌아가는 엔딩. 그 끝이 제21회 미쟝센단편 영화제의 시작을 알릴 것이다.
배역에 걸맞게 데님 점프슈트를 갖춘 김고은 배우, 몇번의 피팅을 거쳐 엄태화 감독의 오케이를 얻은 크림색 코듀로이
[씨네스코프] “다시 만날 줄 알았어!”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트레일러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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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는 이제 하나의 장르이자 브랜드로 세계 무대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단순히 K타이틀을 내세우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정체성을 지키되 글로벌 문법과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K블렌드’(K-Blend)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대표 사례다.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감독 매기 강이 연출을 맡았 으며, 다수의 한국인이 음악과 더빙에 참여해 K의 리듬을 더했다. 한국적 감성과 세계 적인 제작 역량이 어우러진 융합 콘텐츠인 것이다. 일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작하고 현재 티빙에서도 서비스 중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박민영 주연의 동명의 드라마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에는 한국 연출진이 일본 현지 제작에 참여했다. 일본 배우 출연에 배경은 일본이지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이제는 K블렌드가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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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일부터 3일까지 강릉시 정동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제27회 정동진독립영화제를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의 영화제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올해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문턱 없고 기후 위기 대응에 함께 실천하는 영화제’라는 문구를 내걸어 관객의 문화 접근성과 환경 친화 성을 키운 독립영화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유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평소처럼 이 자리에서 단단히 버티며 영화제를 이어가겠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8월21일 부터 27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선 제2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최된다. ‘F를 상상하다’ 라는 슬로건 아래 ‘영화(Film), 축제(Festival), 여성(Female)부터 자유(Freedom), 페미니즘 (Feminism)’에 관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9월의 시작은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 화제가 책임진다.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9월11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 고양특례 시, 파주시 일대에서 진행된다. 다큐멘터리계
[국내뉴스]바깥으로, 영화제로 여행 가자, 정동진독립영화제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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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굳이, 지금 다시 만들었을까. 요즘 신작들을 쭉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질문이 불쑥 튀어나온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부재는 영화업계의 유구한 전통이자 고질병이다.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어떤 방식이든) 검증된 소재에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 소설에서 코믹스로, 웹툰에서 웹소설로 시대마다 인기 IP는늘 영상화의 표적이 된다. 그마저 몇해 전부터는 곳간에 동이 났는지 아예 고전 클래식을 리메이크, 리부트하는 프로젝트가 부쩍 늘어났는데, 넓게 보면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여러 시도 중에서도 유독, 과거 성공한 영화를 다시 만들거나 이어 만드는 경우는 미묘하게 다르게 다가온다. 단지 인기 있을 만한 소재를 반복하는 것과는 다른 욕망이 슬쩍 끼어든다고 할까. 그 시절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가 묻어난다고 해도 좋겠다.
슬프지만 노스탤지어는 기본적으로 되돌아갈수 없음을 전제로 한 감정이다. 불가능함을 알기에, 더 그립고 애잔하고 애틋해지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전지적 관객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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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장면이 없는 알랭 기로디의 영화는 상상하기 어렵다. 기로디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것은 “신체 기관이 작동하는 방식과 사랑 이야기의 관계를 재확립하는 방향” (<필로> 13호)으로 감각과 정치의 지표 같은 것이다. 물론 기로디의 영화를 한편이라도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말이 멜로 속 아름다움을 그럴듯하게 가장한 섹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기로디가 “포르노그래피적 삽화”라고 노골적으로 칭한 섹스 장면들은 사랑과 성에 대한 통념과 도덕에 대한 도전이자, 욕망과 유희가 적극적으로 뒹굴며 더러는 죽음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닿는 맹렬하고 거친 육체의 활동이다. <도주왕> <호수의 이방인> <스테잉 버티컬> <노바디즈 히어로>로 이어진 기로디의 지도에서 은밀하지만 수치심 없이 내달리고 전면화되는 그 활동의 지평은 특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몸들, 주변부의 한없이 보잘것없는 존재들에게 열려 그들을 당당한 관능의
[남다은 평론가의 RECORDER] 욕망을 일으켜라, 사랑이 죄를 데려올지라도 <미세리코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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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릴 적 친구들이 했던 터무니없는 거짓말들이 생각나곤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자신이 이건희의 숨겨둔 손녀딸이라고 고백한 친구와 자신이 슈퍼주니어의 한 멤버와 비밀 연애 중이라고 밝혔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들은 분명 병적인 망상의 징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허언이 마냥 음습하거나 징그럽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세상에는 아무리 허술해도 자기가 만든 환상 속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K팝 문화를 ‘환상을 사고파는 일’에 비유한다. K팝은 나의 현실인데 왜 환상이라고 하는 건지. 당장 얄밉게 대꾸하고 싶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만큼 K팝을 관통하는 비유가 또 없다. 먼저 아이돌 멤버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자. 그들은 콘서트에서, 공개방송에서, ‘버블’에서 ‘팬 여러분을 사랑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하지만 어떻게 한명의 개인이 얼굴도 사연도 모르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겠는가? 인터넷에서 아이돌은 교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나는 너를 잊어도 넌 나를 잊지마, <나만 바라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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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양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망>은 거대한 중력이 작용이라도 한 듯 인물들이 종로 일대로 모인다. <미망>은 스침의 영화이자 서울이란 도시의 영화다. “12시에서 12시.” 시계에 빗댄 인상적인 대사에 비춰보면 영화 속 인물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있지 않다. 각도를 달리하여 더 멀고 긴 시간을 떨어졌다가 아주 짧게 만나고 헤어진다. 여기 두편의 흥미로운 장편 데뷔작에서도 시간에 따른 변화를 다룬다. 공간이 부각된 <미망>과 달리 <레슨>과 <여름이 지나가면>은 좀더 시간에 집중한다. 김경래 감독의 <레슨>은 시간 그 자체를 보여준다. 어느새 싹둑 썰린 시간의 단면을 바라보며 우리는 사라진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장병기 감독의 <여름이 지나가면>은 여름방학 전 짧지만, 누군가에게 너무나도 긴 그 시간을 함께 겪게 만드는 영화다.
출발점으로 데려가다
나선형을 그리는 <레슨>은 끝에서 모든 사건의
[비평] 시간을 살다, 오진우 평론가의 <레슨> <여름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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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월드 와이드로 개봉하여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28년 후>와 <F1 더 무비>에는 개봉 시점 외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두 영화의 서사에 3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의 역사가 암시되어 있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베테랑과 루키간의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들이 베테랑이건 루키건 간에 반드시 적들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야만 한다는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울타리 밖에서든, 트랙 위에서든. 아니 어쩌면 울타리 안에서든, 트랙 아래에서든. 그 공통점 때문일까. 각각 좀비영화와 스포츠영화라는 전혀 다른 외피를 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를 보며 떠올리게 되는 질문은 같다. 그들은 왜 달리는가. 울타리 안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죽음의 위기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경주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겹다”라는 말과 함께 은퇴를 선언했다 그 말을 번복하고 다시 트랙 위에 오른 니키 라우다처럼, 수많은 동료 대
[비평] 이유 찾기 위한 달리기, 김철홍 평론가의 <28년 후> < F1 더 무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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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피곤한가.
잠을 거의 못 잤다. 파스도 붙였고. (웃음) 마사지를 받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다. 피곤하지만 월드 투어가 이제 시작이라 괜찮다.
-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이하 <데스 스트랜딩2>)의 타이틀시퀀스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울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전편인 <데스 스트랜딩>을 하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30시간짜리 영화를 체험하는 것 같았다. 전세계적으로 분열과 고립이 심화하고 있는 지금, 연결을 주제로 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6년 무렵, <데스 스트랜딩>을 기획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같은 일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앞으로 고립이 더욱 심해질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게임이 재미있어야 하는 건 기본이지만 그 안에서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했다. <데스 스트랜딩>이 출시된 지 3개월이 지난 뒤, 코로나가 터지면서
[인터뷰] 느슨한 연결이라는 개념을 구현하기 - <데스 스트랜딩 2 : 온 더 비치> 고지마 히데오 감독 단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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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고지마 히데오라는 이름은 낯설 수도 있겠다. 그를 박찬욱, 조지 밀러 같은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셀럽 정도로 오해하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그를 두고 ‘<메탈 기어 솔리드>의 아버지’라고 말한다면 한때 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를 좀 아는 사람들은 혀를 끌끌 찰 질문이지만, 대체 고지마 히데오가 누구냐고?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게임을 만들었는지, 또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먼저 얘기해야 한다.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메탈 기어 솔리드>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고지마 히데오의 출세작인 이 게임을 빼놓고 그를 설명할 수 없다. 그가 게임 회사 고나미에 입사했던 1986년만 해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기의 성능이 그만큼 뒤따라줘야 했는데 당시 MSX 환경에서는 쉽지 않았다. 입사하자마자 <꿈의 대륙 어드벤처>(한국에선 <남극탐험>
[기획] 고지마 히데오 감독의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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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데스 스트랜딩>(2019)에 이어 6년 만이다. 일본의 게임 장인 고지마 히데오 감독이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를 들고 나타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게임은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세상을 느슨하게 연결하려는 고지마 히데오의 철학이 더욱 깊이 확장됐다. 올드팬이라면 그의 출세작인 <메탈 기어 솔리드>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직접 플레이를 한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가 어떤 게임인지 소개한다. 이번 게임 출시를 기념해 월드 투어를 시작한 고지마 히데오가 서울 투어를 한 지난 7월5일,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나 나눈 대화도 함께 전한다. 누가 ‘찐’시네필 아니랄까봐, 그의 검은색 티셔츠에 그려진 봉준호 감독의 캐리커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이어지는 글에서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소개와 감독 고지마 히데오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더 넓은 세상을 연결하는 게임의 철학자, 고지마 히데오가 말하는 신작 게임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