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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된 예선(장해금)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다. 마을 성당의 스텔라 수녀(정은경)와 라파엘라 수녀(장선)는 혼자가 된 예선을 보살피고자 하고, 세명의 친구는 괜히 예선의 집으로 찾아와 함께 어울리며 조용한 집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모두를 밀어내던 예선에게 어느 날 갑자기 6살 새별(송지온)이 오고 새별과 함께 살고 싶은 예선은 친구 다희(채요원)와 함께 거짓말을 지어낸다. <샤인>은 예선을 둘러싼 모든 인물이 대화를 나누고 생활하는 장면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영화다. 예선을 중심으로 가깝고 먼 여러 인물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박석영 감독의 다른 영화처럼 한명도 허투루 버려지지 않고 고르게 다뤄진다. 타인의 삶에 감응하는 작품에 거창한 극적 장치나 영화적 기교가 없는 대신, 제주 마을의 자연과 일부 비전문 배우의 꾸밈없는 즉흥연기, 우연한 순간에 피어난 빛의 조화가 있다.
[리뷰] 모든 얼굴을 고르게 담아내는, <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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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의 과거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모든 작품을 스캔들의 반열에 올리며 현대미술을 풍미해온 작가 제프 쿤스가 당신이 가졌다 확신하는 유일한 것, 과거에 대해 말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제프 쿤스, 그 은밀한 초상>은 오래전 할아버지가 꾸려왔던 농장을 인수해 가족의 아지트로 운영하는 자상한 가장의 모습으로 문을 연다. 원가족의 일원인 누나, 각기 다른 연인과의 관계를 통해 얻은 자녀들, 원치 않게 입양을 보냈다가 다시 만나게 된 딸의 이야기가 증언대에 올라 인간 제프 쿤스를 평가하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공과가 뒤섞인 그의 평범한 과거사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생존 작가라는 업계 타이틀과 만나 영화가 됐다. 그러나 제프 쿤스와 함께 일해온 산업 관계자들의 찬사에 가까운 비평이 일관되게 이어지면서 다큐멘터리의 사료적 가치가 점차 하락한다. 우러르는 대상에 대한 비판적 독법을 이식하는 능력이 결여된, 다소 아쉬운 결과물이다.
[리뷰] 자체로 입체적인 인간에 구태여 납작함을 부여하는 경우, <제프 쿤스, 그 은밀한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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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만화가 키시베 로한(다카하시 잇세이)은 신간 준비에 한창이다. 미술계를 취재한다는 골자로 작품 경매에 참여한 그는 ‘누아르’라는 그림에 의외의 관심을 보인다. 캔버스를 온통 까맣게 채색한 이 작품은 은연중에 첫사랑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가 말해주었던 “세상에서 가장 검은 그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250년 동안 존재를 감춘 미지의 그림이 루브르박물관 지하창고에 있다는 소문이 그를 자극해온다. <키시베 로한 루브르에 가다>라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며 <NHK> 드라마 <키시베 로한은 움직이지 않는다>의 극장판 에피소드다. 초자연적 판타지 미학이 안정적인 각본, 촬영, 연기에 녹아든 작품으로 실제 박물관 내부 촬영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스파이의 아내>로 한국 관객들에도 잘 알려진 다카하시 잇세이가 <죠죠의 기묘한 모험>의 성공적인 실사화와 미디어믹스를 이끌고 있음을 극장에서 확인할 기회이기도 하다.
[리뷰] 죠죠 세계관으로 들어오라 손짓하는 루브르의 초대장, <키시베 로한 루브르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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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기억을 뒤로한 채 소라(세키네 아키라)는 낯선 초원에서 눈을 뜬다.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정체불명의 마물이 소라를 습격하고, 다른 프리큐어인 유이(히시카와 하나)와 마나츠(파이루즈 아이)의 등장으로 무사히 적을 소탕한다. 같은 시간 소라의 동료들인 마시로, 츠바사, 아게하도 뿔뿔이 흩어진 상태. 한편 소라 일행은 처음 보는 프리큐어인 프림(사카모토 마아야)과 만나 악당들의 거처로 짐작되는 성으로 향한다.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는 마법소녀물의 대명사인 <프리큐어> 시리즈의 2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다. ‘프리큐어 올스타즈’란 제목에 걸맞게 초대부터 18대까지 총 78명의 프리큐어가 등장한다. 이번 작품 속 악당은 20년의 세월을 돌이키는 추억의 무대에 어울리는 힘과 서사를 지닌다. 더불어 세대별로 달라진 작화 스타일과 각 캐릭터를 새롭게 재조합한 제작진만의 선택을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다.
[리뷰] 20주년 올스타, 타이틀에 충실한 부피와 활극,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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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K리그 시즌 종료 후 안양 시민들은 프로축구단 ‘안양 LG 치타스’를 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에 뺏겼다. 1996년부터 커다란 인기를 끌며 2000년 K리그를 제패하기까지 했던 구단이었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려는 기업의 판단으로 인해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지가 옮겨진 것이다. 이에 안양 축구단의 서포터스 ‘RED’는 수년간의 시위와 정쟁을 통해 장장 9년 만인 2013년에 안양시민 프로축구단 FC안양을 창단하는 데 성공한다. 다큐멘터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은 30년 가까이 RED로 활동하는 FC안양 서포터스들의 회고와 현재 모습을 엮어가며 축구를 혹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살핀다. 더하여 영화는 안양 축구사의 일대기뿐 아니라 스포츠 산업의 역사적 맥락을 통한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자본에 터전을 빼앗기는 시민들의 보편적인 이야기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리뷰] 축구를 매개 삼은 장대한 멜로드라마, 혹은 도시 정치 해부학,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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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한적한 시골 농가에 양봉을 하며 한 가족이 살아간다. 어느 날, 유명 TV프로그램 <전원의 기적>팀이 촬영차 마을을 방문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은 맏딸 젤소미나(마리아 알렉산드라 룬구)는 아버지 볼프강(샘 루윅)과 마찰을 빚는다. <행복한 라짜로> <키메라>로 이탈리아영화의 차세대 거장으로 등극한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두 번째 장편영화인 <더 원더스>가 우리를 찾아온다. 어두운 집 안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오고, 젤소미나는 동생에게 빛을 마셔보라고 말한다. 엉뚱하면서 창의적인 이 장면은 고립된 한 가족이 겪을 외부 세계와의 마찰과 반응을 예견한다. 어둠을 밝혀줄 구원의 빛은 때론 처연한 탈출의 몸부림으로 젤소미나를 통해 발현한다. 16mm 필름 특유의 거친 질감으로 담은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영화가 선보일 경이로움이 무엇일지 주목해보자. 제6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리뷰] 빛과 어둠, 고립과 탈출 그리고 유령에 관하여, <더 원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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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이동 장치를 사용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간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TVA(시간 변동 관리국)란 기관이 시간을 교란한 죄로 데드풀을 소환한다. TVA의 패러독스(매슈 맥패디언)는 한 주축 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데드풀이 있는 우주가 소멸할 예정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패러독스가 말한 주축 인물은 바로 로건(휴 잭맨), 즉 울버린이다. 이에 데드풀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우주를 지킬 방법을 찾는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한 이후 처음 세상에 나온 <데드풀> 영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최초의 R등급 영화답게 고약하고 질펀한 농담과 유혈이 솟구치는 고어함은 건재하다. 데드풀이 조롱하던 <로건>의 울버린을 통해 <엑스맨> 유니버스의 캐릭터를 소환하며 21세기 폭스 시절에 대한 화려한 작별도 건넨다. 그러나 모든 플롯을 뒤엎는 트릭스터로서 데드풀이 지닌 매력은 MCU
[리뷰] 혼신의 칼춤을 기대했는데 위트있는 추도사만이 남았다, <데드풀과 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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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본능적으로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초고속 승진.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어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까지. 자아도취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던 항공조종사 한정우(조정석)가 추문에 연루된다. 소속항공사 회식에 참석한 ‘개저씨’ 사장의 여성 차별적 발언에 동조하게 된 것. 해당 현장의 녹음본이 언론에 공개되자 사건은 곧장 ‘한국항공 성희롱 파문’이라 명명된다. 캔슬. 나락. 블랙리스트. 경솔한 잘못에 거대한 책임을 안고 해고된 그는 인맥을 동원해 재취업을 시도해보지만 한정우란 이름은 이미 업계 기피 대상이 되어 있다. 어느 날, 파일럿 채용을 하며 5 대 5의 강력한 성별 할당 정책을 시행한다는 한 항공사의 소식을 들은 그는 자신의 이름과 성별까지 버리기로 결심한다. 한정우에서 한정미로. 남성 기장에서 여성 부기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지탱했던 모든 것을 덜어낸 그는 가짜로 무장한 진짜가 되어 다시 조종대를 잡는다.
‘여장 남자 코미디’를 둘러싼 걱정과
[리뷰] 어느 젠더 교란자의 한국 사회 교란기, <파일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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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의 서포터스 ‘RED’에 축구와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어떤 의미일까. 영화에 등장했던 두명의 서포터스, 최지은씨와 최캔디씨에게 대화를 청했다. 두 사람은 작품 안팎을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Q1. 언제부터 축구 보길 즐겼나.
최지은 내가 어릴 땐 프로축구가 그렇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는데 교편을 잡고 계셨던 고등학교가 축구 명문이었다. 그때 축구를 처음 접했고 1996년 LG 치타스가 안양을 연고지로 잡으면서 축구와 인연이 시작됐다. 헤비메탈 록을 좋아하는데 밴드 멤버 4~5명이 무대 위에 서 있으면 가슴이 뛴다. 마찬가지로 잔디밭에 팀별로 11명씩, 22명의 선수들을 보면 이들의 우정이 느껴진달까. 치고받으며 경기를 치르는 걸 보면 에너지가 솟아오른다.
최캔디 제대로 축구를 알고 보기 시작한 건 20대 초반 즈음. 1996~97년 때 보면서 ‘아, 이게 진짜 프로축구구나’라는 걸 느꼈다. 축구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하나였다, RED 서포터즈 최지은, 최캔디에게 던진 6개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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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안양과 서포터스 ‘RED’가 뜨겁게 타오르는 순간엔 언제나 이들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의 연출자였던 선호빈 감독과 같은 작품의 촬영감독이었던 나바루 감독은 RED의 트레이드마크인 홍염 영상을 보고 서포터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시선을 끌다 못해 두렵다 여길 정도로 강렬한 RED의 행보는 한국 축구와 축구 서포터스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스포츠와 문화, 개인의 관계를 긴밀하게 엮어낸 선호빈, 나바루 감독을 만났다.
- 스포츠를 원래 좋아했나.
선호빈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둘 다 야구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야구도 대단히 깊이 좋아한 건 아니었다. 스포츠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나바루 나도 부모님을 따라 야구를 보곤 했다. 축구의 경우 직접 몸으로 하는 건 좋아하지만 경기를 보는 데엔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실제로 2019년에 안양 취재를 다니다 ‘왜 이렇게 시끄럽지? 경기 하나?’ 싶어 우연히 축구를 보게 됐다.
[인터뷰] 좋아하는 것에 미쳐 있는 시간이 우릴 구원할 거야,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선호빈, 나바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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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찰나의 집중력으로 승패의 주인공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쉴 새 없이 질주하는 축구선수의 몸놀림을 쫓기 바쁜 카메라가 이번엔 골대 뒤편으로 향했다. K리그2 프로축구단 FC안양의 서포터스, ‘레드’(RED)에게로 말이다. RED는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가 안양에 적을 두고 활동할 당시 창단됐다. 화약포가 만들어낸 홍염으로 경기장을 붉게 물들이는 것이 이들 응원의 시그니처와 다름없었다. RED가 위기를 맞이한 건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돌연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다. 갑작스레 팀을 잃었음에도 RED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축구팀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9년의 사투 끝에 FC안양이 이들 품에 자리 잡았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고향 안양을 둘러보던 나바루 감독이 RED의 존재를 포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선호빈 감독과 함께 근 5년간 이들의 여정을 기록했다. <수카바티>의 저변엔 R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감독과 서포터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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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극장에서의 작품별 격차는 전보다 훨씬 심화되는 추세다. 장르적 색채를 강조하고 프랜차이즈 영화로서의 안정성을 강화한 영화의 흥행이 두드러지는 한편, 준수한 작품성을 지녔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채 아쉽게 극장에서 내린 영화들도 존재했다. 극장가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용한 일임이 확실시된 상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영화가 신중해진 관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까. 홍보·마케팅 파트의 관객 접근이 세분화되어가는 것처럼 작품의 소재, 타기팅 측면도 마찬가지다. 규모가 크지 않을지라도 팬덤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소재, 혹은 분야를 점유한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개봉 전후 입소문이 중요한 최근 극장가 상황에서 유리한 입장에 놓인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이하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는 다큐멘터리, 극장판 애
[특집] 사랑이 눈에 보이는 순간, 팬덤과 함께 나아가는 세 영화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하이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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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은 영화 안과 밖에서 우연과 인연으로 빚어져 인물이 말하고 살아가는 장면으로 완성된 영화다. 제주 북촌리에 사는 16살 예선(장해금)은 할머니를 잃고 혼자가 된다. 스텔라 수녀(정은경)와 라파엘라 수녀(장선)는 그런 예선에게 마음이 쓰인다. 세 친구 다희(채요원), 서우(정주은), 동석(노강민)도 그런 예선을 홀로 내버려둘 수 없지만 예선은 홀로서기에 완강하다. <샤인>의 인물들이 서로 모두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영화를 통해 사람을 위무하려는 박석영 감독의 마음과 얼핏 닮아 보인다.
- 10년간 장편 독립영화를 연출했다. 다섯 번째 장편 <샤인>을 구상하고 만들게 된 계기는 뭔가. 이전 작업에서 함께한 배우를 작품으로 다시 만난 소회도 궁금하다.
= 예전에는 집집마다 이해인 수녀의 시집이 있었다. ‘한 자루의 연필이 되어 나를 깎는다’라는 내용의 서정시를 읽던 시절이 있어서인지 수녀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
[인터뷰] 안녕을 바라며 진력하는 마음, <샤인> 박석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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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다. 카를 마르크스 하면 ‘자본주의의 붕괴’다. 소스타인 베블런 하면 ‘과시적 소비’다. 하지만 <국부론>에는 ‘보이지 않는 손’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으며, <자본론>에는 ‘자본주의의 붕괴’ 이야기가 암시되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유한계급론>에서 정말로 중요한 개념은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모방적 소비’다.
‘과시적 소비’의 아이디어는 꽤 널리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사회의 지배 엘리트들은 자신들이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해야 하는 피지배계급과는 다른 종자임을 과시하기 위해 실제 생활에는 전혀 쓸데가 없는 품목에 엄청난 돈을 지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품목들– 예를 들어 1억원짜리 ‘만수르 세트’- 에 물 쓰듯 돈을 쓰는 소비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조금 험한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돈지랄’이라는 표현이 여기에 꼭 들어맞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이야기한다면 <유
[홍기빈의 클로징] '과시적 소비'가 아니라 '모방적 소비'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