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이하 베를린영화제)가 폐막 직후 또다시 독일 정치 갈등의 중심에 섰다. 독일의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에 따르면 영화제 폐막 나흘 후인 2월25일, 볼프람 바이머 문화·미디어 장관이 트리샤 터틀 집행위원장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 회의를 소집했다. 영화 <크로니클스 프롬 더 시즈>로 최우수 장편데뷔상을 수상한 시리아-팔레스타인 출신 감독 압달라 알카티브가 시상식에서 “당신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 학살에 가담 중”이라며 독일 정부를 비난한 것에 대해 터틀이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해당 보도 직후 올해 황금곰상 수상자인 일케르 차탁, 배우 틸다 스윈턴 등 2500명이 넘는 전 세계 영화인이 터틀의 해임에 반대하며 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차탁은 “터틀이 이 사건으로 해임된다면 다시는 베를린에 영화를 출품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고, 독일영화아카데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영화제 중 하나의 운영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에 경악을 금치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3월2일 30명이 넘는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연대 성명으로 터틀에 대한 지지에 힘을 보탰다. 이들은 “전 세계 영화제가 영화와 토론을 위한 공개적인 장을 지켜나가면서 동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볼프람 바이머 문화·미디어 장관은 <라이니셰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터틀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는 터틀이 “정치적 긴장 상황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베를린영화제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베를린영화제를 주관하는 KBB 감독위원회가 터틀의 집행위원장직 유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하다. 그러나 해당위원회가 독일 연방 문화 행사 및 기관을 위한 행동강령 초안 마련에 합의하면서 독일 문화계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은 “베를린영화제가 불편한 비판을 위한 플랫폼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는다면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