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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고 있다. 음악 감상의 수단이 디지털로 전환된 시기에 CD로 앨범을 발매하고,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4단계인 상황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영리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하는 중이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있을까. 앨범 제목처럼 말 그대로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하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음반 녹음이 끝나고 후반작업을 조율하면서 공연을 준비하기 시작할 때쯤 해서는 꽤나 지치고 우울하기도 하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도 들었다. ‘어떻게든 뭐라도 하자’라는 마음이 아니었다면 그 시기를 지나오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뭔가 더이상 할 수 없어서, 혹은 해도 의미 없을 것 같아서 ‘이제 그만 접을까’ 생각하고 내려놓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하지만 막상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하니 몸은 힘들지만 마음에 바람이 통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새 음반을 기다려주고 반갑게 맞아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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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만 말하는 비밀인데(소곤), 사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다. 그것도 꽤 중증. 나와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덕질을 시작했다.
에반게리온과의 첫 조우는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컴퓨터 학원에서 친해진 또 다른 덕후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몇날 며칠 동안 정체 모를 괴물과 싸우는 이상한 로봇에 대해 떠들더니, 한껏 생색을 내며 빨간 케이스에 담긴 CD(놀랍게도 500MB 남짓한 용량의 CD에 영화를 담아 팔던 시절이 있었다) 두장을 빌려준 것이었다. 양면으로 펼칠 수 있게 정성스레 디자인된 패브릭 케이스와 고해상도 이미지가 프린트된 CD의 모양새가 아무리 봐도 정품 같았는데, 인터넷을 한참 뒤져도 똑같은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 것을 보면 불법 복제품은 아니었나 의심되기도 한다.
아무튼 그 CD가 뭐였나면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다룬 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었다. 아직 1화도 안 본 사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안녕, 모든 에반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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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엔 감독의 <남색대문>(2002)은 정서적으로 한창 예민한 17살 세 청춘들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 그것이 첫사랑이든 짝사랑이 됐든, 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잘 담아낸 청춘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요즘 제철인 아오리 사과가 떠올랐다. 초록색을 띠고 있어 시각적으로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과일이지만 사각거리는 식감과 풋풋한 향기를 갖고 있어 과일의 단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겐 익숙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아오리 사과처럼 <남색대문>이 다른 청춘영화와 달리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는 아직 설익은 풋풋한 사과처럼 서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돋보이는 것은 여고생 멍커로우가 첫사랑의 감정을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느끼면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키스하지 않아도 알고 있던 것
영화
20년 만에 개봉한 대만 청춘영화 '남색대문'이 감정을 보여주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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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적 질감과 뇌와 정신의 여정이 한 스크린에서 동시에 펼쳐질 수 있을까? <자마>는 그런 망상을 일으키는 영화였다.
파괴와 망상
한 손에 검을 들고 머리엔 삼각모를 쓴 남자가 해안가 앞에 꼿꼿이 서 있다. 제국주의 개척자를 묘사한 회화의 한 장면처럼 조직된 프레임의 구도가 허물어지는 건 화면 바깥에서 정체 모를 웃음소리가 들려오면서다. 소리에 이끌려 걸음을 옮긴 남자는 나체로 진흙 목욕을 하는 원주민들을 훔쳐보는데, 그의 시선은 금방 여인들에게 발각되고 도망치는 남자를 쫓아온 한 원주민 여인과 비루한 몸싸움을 벌이기에 이른다.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네 번째 장편영화 <자마>의 도입부는 익숙하게 여겨지는 풍경 위에 이질적인 세부를 덧칠한다. 위엄 있는 자세로 식민지 풍경을 주시하는 백인 남성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런 남자의 시선이 원주민들의 벗은 몸으로 향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훔쳐보던 것을 들킨 남자가 옹졸한 자세로 몸을 숨기고 우
'자마'의 큐비즘적 화면 구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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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위도우>와 <모가디슈>의 쌍두마차가 7월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7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한국 영화 대작이 연달아 개봉 덕분에 7월 한달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698만명이고, 전체 매출액은 683억원이다.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해 매출액은 44.7%(211억원) 증가했고, 관객수는 24.2%(136만 명) 늘었다. 미국 극장가가 영업을 중단한 탓에 할리우드 신작 개봉이 없었던 지난해 7월과 달리 올해는 <블랙 위도우>가 295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모가디슈>가 7월 한달 동안 50만명을 동원해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한국영화 매출액과 관객 수는 신통치 않다. 7월 외국영화 매출액은 477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56.6%(404억원) 증가하고, 외국영화 관객수는 486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3.9%(393만명) 늘었다.
'블랙 위도우'와 '모가디슈', 올 여름 한국 극장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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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icide bombings were happend however there are daily lives in Kabul. The documentary <Kabul, City in the Wind>(2018), directed by Aboozar Amini, is impressive because it did not take the portray Kabul of Afghanistan simply as a desolate city groaning in war. But now that the Islamic fundamentalist Taliban has occupied Afghanistan for the first time in 20 years, things have changed completely. Survival has become a goal of life in situations where many people, especially women's lives and
“Afghan filmmakers need your voice.” Afghan filmmaker Aboozar A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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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뒷심이 무섭다. 7월 28일 개봉한 영화 <모가디슈>가 개봉 22일 만에 총관객수 250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을 돌파했다.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신작 사이에서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아 올해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블랙 위도우>의 294만여명을 넘어서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인샬라>(1996) 이후 24년 만에 아프리카에서 올 로케이션을 진행한 영화를 두고 어떻게 찍었을까 궁금해하는 관객을 위해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준비했다. 조성민 제작 총괄, 최영환 촬영감독, 김보묵 미술감독, 윤대원 무술감독, 박훤 VFX 슈퍼바이저, 김창섭 사운드 디자이너, 이석술 조감독 등 총 7명의 주요 스탭에게 영화만큼 흥미진진한 제작기를 들었다.
사실변신(事實變身)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1990년 소말리아
7명의 주요 스탭이 말하는 '모가디슈' 촬영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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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자살 폭탄 테러가 끊이지 않는 카불에도 일상과 웃음이 있었다. 아부자르 아미니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카불, 바람에 흩날리는 도시>(2018)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단순히 전쟁에 신음하는 황량한 도시로만 그려내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많은 사람, 특히 여성들의 목숨과 권리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 생존은 삶의 목표가 되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나고 자랐고, 그의 연출작 <카불, 바람에 흩날리는 도시>가 지난 2019년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는 아부자르 아미니 감독과 간신히 연락이 닿아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한국 영화계를 포함한 국제 사회에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연대와 관심 그리고 지원을 호소했다.
-현재 안전한가.
=탈레반은 총과 총알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는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프가니스탄 아부자르 아미니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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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ESG영화제 in 남양주가 ‘그린으로 달린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프리 시즌 형태로 올해 첫선을 보인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거버넌스(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경영과 투자 영역에서 고려되는 비재무적 요소를 뜻하는 ESG는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치권과 생활 속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시민, 국가, 시장이 모두 참여해 생활 속에서 ESG를 실현하는 사회를 꿈꾸는 ESG연구소의 안치용 소장은 ESG에 대한 시민사회의 인식 고양을 목표로 올해 영화제를 조직했고,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를 거쳐 영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그는 “영화라는 대중적인 창구를 통해 ESG 의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제는 9월에 이석영 뉴미디어도서관, 다산아트홀 등 남양주 일대에서 열리며, ‘세상을 바꿀 1.5분 생활ESG영상 공모전’은 8월 31일까지 생활ESG행동
안치용 생활ESG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를 통해 환경과 사회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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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백래시의 시대, 영화의 품에서 서로를 돌볼 시간이다.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문화비축기지,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개최된다. 27개국 119편의 상영작 중 절반 이상인 66편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으며, 비대면에 최적화된 각종 토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올해 줌마네 대표이자 감독인 이숙경 위원장을 주축으로 프로그램위원회를 만들어 끊임없는 소통을 거쳤고, 영화제의 가치를 다시 마주했다. 그 흐름을 주도하며 영화제를 꾸린 김현민·황미요조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올해의 슬로건 ‘돌보다, 돌아보다’는 ‘팬데믹과 페미니즘 백래시 시대를 견디고 돌파하고 있는 여성들을 초대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현시점에서 여성영화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전해진다.
황미요조 페미니즘에 배타적인 분위기는 항상 있어왔다. 지금이 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김현민·황미요조 프로그래머…팬데믹과 백래시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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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듣는 예술이다. 하지만 때로 음악은 춤을 위해 만들어지고, 공간을 채우는 진동과 함께 경험되기도 한다. 음악영화는 음악에 대해 말하기 위해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지만, 영화음악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끌어들인다. 음악이 만들어진 과정을 전달하거나 음악을 이해하는 법을 제시하는 책 다섯권을 골랐다.
스코어 오리지널 인터뷰집
맷 슈레이더 지음 | 백지선 옮김 | 컴인 펴냄
“20세기의 위대한 작곡가들이 모두 영화음악을 만든 건 아닙니다. 영화음악은 연주 음악과 다릅니다. 작곡가로서의 자존심은 잠시 접어둬야 합니다. 영화음악 작곡가는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고 음악 외적인 부분을 고려할 줄 알아야 해요. 극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하죠.” (랜디 뉴먼)
영화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을 연출한 맷 슈레이더 감독이 영화에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영화음악의 변화가 시각 기술의 변화와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음악을 이해하는 다섯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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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분석 알고리즘이 날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큐레이션은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다. “요즘 뭐 보세요 혹은 뭐 들으세요?”라고 기꺼이 물어보고 싶은 배우와 감독에게 이 계절이면 찾게 되는 영화와 노래를 추천받았다. 여름을 닮은 생기와 변화무쌍함을 지닌 10명의 배우(김고은, 이제훈, 김다미, 안재홍, 이주영, 변요한, 정수정, 최우식, 방민아, 박규영), 열대야에도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7인의 감독(정윤철, 김보라, 이상근, 김성호, 이환, 김의석, 윤단비)으로부터 수집한 그들 각자의 형형한 취향을 만끽해보시길.
<음악 추천>
배우 김다미
<Room Temperature> 페이 웹스터
“여름이 잔잔하게 다가온 듯한, 설레는 느낌이 든다.”
<Pop Therapy> 비디오 에이지
“레트로한 느낌이 어릴 적 풋풋한 시절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Mystery of Love> 수프얀
'씨네21'이 만난 감독 · 배우 17인의 여름 음악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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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분석 알고리즘이 날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강력한 큐레이션은 우리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다. “요즘 뭐 보세요 혹은 뭐 들으세요?”라고 기꺼이 물어보고 싶은 배우와 감독에게 이 계절이면 찾게 되는 영화와 노래를 추천받았다. 여름을 닮은 생기와 변화무쌍함을 지닌 10명의 배우(김고은, 이제훈, 김다미, 안재홍, 이주영, 변요한, 정수정, 최우식, 방민아, 박규영), 열대야에도 시나리오를 작업 중인 7인의 감독(정윤철, 김보라, 이상근, 김성호, 이환, 김의석, 윤단비)으로부터 수집한 그들 각자의 형형한 취향을 만끽해보시길.
<영화 추천>
배우 김고은
<헤드윅>(2001) 감독 존 캐머런 미첼
“시원하고 황홀한 경지의 록 음악을 즐기며 한편으로 자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스타 이즈 본>(2018) 감독 브래들리 쿠퍼
“공연장에 온 듯 생생한 음악과 따뜻한 위로로 지친 마음을 달래줄 힐링 영화
'씨네21'이 만난 감독 · 배우 17인의 여름 영화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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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폭염과 기약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겹친 2021년의 여름을 보내기가 어느 때보다도 힘겹다. 여름 블록버스터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반기며 극장가를 강타하는 흥행 대작을 소개하기 바빴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에 독자 여러분들의 취향을 미끼 삼아 올여름을 더욱 시원하게 보낼 음악영화 8편을 엄선했다. 개봉한 지 40여년이 흐른 뮤지컬영화에서부터 8월 말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신작까지 장르와 국적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선정했다. OTT 플랫폼이란 망망대해에 드리워진 낚싯대의 심정으로 여러분을 기다리는 영화들이다.
#음악이 촉감이 될 때
<코다>(2021)
감독 션 헤이더 출연 에밀리아 존스, 말리 매트린, 트로이 코처, 퍼디아 월시 필로, 에우헤니오 데르베스, 다니엘 듀런트
가족 구성원 중 유일하게 청인인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씨네리’의 취향저격 여름 음악영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