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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인부가 추락할 뻔한 사고가 일어난다. 그 일을 미끼로 건설 현장 직원들의 가족에게 보이스피싱 전화가 걸려온다.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이 딸의 병원비며 아파트 중도금이며 피 같은 돈을 잃는다. 전직 형사 출신의 작업 반장 서준(변요한) 또한 피해자 중 하나다. 서준이 경찰서에서 풀려나려면 합의금을 내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아내가 그 충격으로 교통사고를 당한 것.
서준은 가족과 동료들의 돈 30억원을 찾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쫓는다. 중국 선양에 위치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콜센터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 서준은 그곳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기획실 ‘총책’ 곽프로(김무열)를 마주한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만큼 범죄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다. 시의성에 맞는 ‘낚시’ 상황을 설정하고, 사실에 기반해 대본을 탄탄하게 구성하며, 콜센터 직원들이 메소드 연기를 동원해 낚시 전화를 돌린 뒤, 한국에 있는 조직원들이 고객의
[리뷰] '보이스' 범죄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된 보이스피싱 범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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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경(박정민)은 아버지, 누나와 함께 봉화의 한 마을에서 살고 있다. 마을에 기찻길은 놓여 있지만 기차역이 없는 탓에 기찻길을 따라 다른 역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위험한 순간이 여러 차례 벌어지면서 준경은 대통령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회신이 오지 않아도 준경은 몇년이고 묵묵하게 편지를 부친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같은 반 친구 라희(임윤아)가 준경을 도와주기 시작한다. 한편 준경은 고민 끝에 기차가 오는 시간대를 알려주는 임시 신호등을 만들어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신호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준경의 꿈과 재능을 알고 있는 라희는 함께 서울로 가서 공부할 것을 제안하는데, 준경은 기차역이 지어지지 않은 마을을 두고 쉽게 떠나지 못한다.
<기적>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이장훈 감독의 신작으로, 1988년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진 민사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준경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로
[리뷰] '기적' 대한민국 최초로 지어진 민사역을 모티브로 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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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베를린, 인간 배우자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이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 로봇 회사는 비혼, 비연애 상태인 사회 각계의 엘리트를 섭외해 휴머노이드와 3주간 동거한 뒤 감정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다. 알마(마렌 에거트)는 페르가몬 박물관 소속의 고고학자로 연구비 마련을 위해 마지못해 실험에 참가한다. 헬레니즘 문화에 깃든 인류의 탁월함과 복잡성에 심취한 학자가 AI 로봇과 동거하는 이야기인 <아임 유어 맨>은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인간다움에 관한 소박한 성찰로 향해간다.
인간과 로봇의 동거라는 다소 전형적인 설정에서 <아임 유어 맨>이 새롭게 첨가한 변수는 알고리즘이다. 로봇 톰(댄 스티븐스)은 사전 조사를 통해 이미 알마의 취향에 맞게 섬세히 설계된 상태지만 알마와 직접 만나 교류를 하면 할수록 알고리즘이 최적화돼 더욱 완벽해진다. 톰은 운전하는 알마에게 운전석 시트를 좀더 높게 조정하라고 충고하는데, 그 순간 알마가 보인 잠깐의 머뭇거림만으로도
[리뷰] '아임 유어 맨' 인류의 탁월함에 심취한 학자와 AI 로봇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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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감독 샘 레빈슨 / 웨이브
2001년 9월 11일에 태어난 루(젠데이아)는 10대 약물중독자다. 매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숨 쉬기 힘든 증상 때문에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복용한 뒤로 약물에 의존하게 됐다. 줄스(헌터 샤퍼)는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전환 수술을 했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지지한 아버지와 함께 루가 사는 동네로 이사 온다. 루와 줄스는 학교 친구 네이트(제이콥 엘로디)가 연 파티에서 만나 가까워진다. <HBO> 8부작 시리즈 <유포리아>는 2000년대생 청춘의 고민과 현실을 그려내는 이야기다.
<천국과 지옥~ 사이코 두 사람~>
감독 히라카와 유이치로 / 왓챠
모치즈키 아야코(아야세 하루카)는 정의감이 투철하고 의욕이 넘치지만, 지난 사건 때 무고한 사람을 용의선상에 올렸던 실수 때문에 조직의 신망을 받지 못하는 여성 형사다.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모치즈키는 벤처기업 대표인 히다카 하루토(다카하시 잇세이)를
시리즈 '유포리아', 2000년대생 청춘의 고민과 현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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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센 여자들의 춤 싸움을 이끄는’ MC 강다니엘이 손에 든 위스키 글라스의 얼음을 짤각이며 걸어나온다. 고작 3층을 펜트하우스라 부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 것이다. 웃음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쇼 오프닝의 ‘오바쌈바’는 Mnet의 전통. 2013년 <댄싱9> 때는 댄스 마스터들이 사인한 영문계약서를 헬기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한데 우승 상금이나 특전을 소개하며 분위기를 띄우던 전통은 어디 갔는지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가리는 ‘최고의 글로벌 K댄스 크루’에게 주어지는 것은 달랑 트로피 하나뿐이다. Mnet 살림이 어렵나? 방영을 앞둔 <쇼미더머니10>은 총상금 3억원을 공지했다. 음원을 팔 수 있는 쇼가 아니라는 점은 앞선 <댄싱9>도 마찬가지였다. 센 여자들은 무엇을 가져갈까?
여덟 크루의 댄서가 각자 ‘노 리스펙’ 하는 약자를 지목하는 배틀은 불명예로 조장한 명예 싸움의 형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상금은 얼마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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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을 깨는 비밀정보요원의 총성이 들려온다.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9월 29일 오후 5시, 전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극장 개봉한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가장 강력한 운명의 적 샤핀(라미 말렉)의 등장으로 죽음과 맞닿은 작전을 수행하게 된 제임스 본드(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를 연출하고 영화 <그것>의 각본을 쓴 캐리 후쿠나가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드라마 <플리백>으로 골든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한 피비 월러 브릿지가 각본가로 참여했다. 여성 각본가가 ‘007 시리즈’를 집필한 건 <007 위기일발> 이후 57년 만의 일이다. 한스 짐머가 본드의 운명을 예감케 하는 음악을 책임지며, 그래미 수상자 빌리 아일리시가 주제곡을 불렀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007 시리즈의 25번째 작품으로 애초 <본드 25>라는
[Coming soon] '007 노 타임 투 다이'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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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11월 12일 월 9900원에 국내 상륙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가 국내에서 11월 12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 , ‘픽사’ ,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폭넓은 시청층이 즐길 수 있는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스타’도 포함된다. ABC, 20세기 텔레비전,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이 제작한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비롯, 독점 제공 오리지널 시리즈와 국내 제작 콘텐츠 등이 ‘스타’를 통해 공개될 예정. 디즈니+의 구독료는 한국에서 월 9900원 또는 연 9만9천원으로 책정됐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9월 9일 개막,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온라인 상영
9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개최되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VoDA’(voda.dmzdocs.com)에서 온라인 상영을 한다. 상영작 중 78편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대여료는 장편 3천원, 단편
디즈니+, 11월 12일 월 9900원에 국내 상륙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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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추석 극장가는 중형급 한국영화 <기적>과 <보이스>의 2파전이 될 전망이다.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주연의 <기적>과 변요한, 김무열 주연의 <보이스>가 9월 15일 나란히 개봉해 추석 연휴 관객을 만난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여름 시장이 끝나면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함께 새로운 판이 만들어졌는데, 비수기에 접어든 시장을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어느 정도 지탱해주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나마 마블 영화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버텨주고 있는데 막상 추석에는 큰 영화가 없다. 올해는 추석 연휴가 빨리 오는 대신 비수기가 길어지는데, 과연 극장이 어느 정도 지탱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배급사들이 너무 안전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류진아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보이스>와 <기적>은 장르가 완전히 다른 영화다. 둘 다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기적> <보이스> , 추석 극장가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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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들과 주말 근황을 공유할 때마다 겹치는 일상이 드물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누군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OTT 시리즈를 몰아 본다.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팟캐스트, 유튜브 콘텐츠와 독서까지, 10명이 채 안되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비하는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이렇게 다양할 정도니 관객과 독자의 취향은 얼마나 파편화되었을지 새삼 곱씹게 된다. 더불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질수록,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취향에 대한 자각이 없다면,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구독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길을 잃고 말 테니까.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추석 연휴를 보내는 독자 여러분의 모습도 각양각색일 거라 생각한다. <기적>과 <보이스>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는 분도 있을 테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장영엽 편집장] 우리 각자의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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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 멋대로 해라>(1959)가 누벨바그의 선언문이었다면, <미치광이 피에로>(1965)는 한마디로 혁명이었다. 2021년 9월6일 월요일, 장 폴 벨몽도가 88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미치광이 피에로>의 포스터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 벨몽도는 바다와도 같은 선명한 푸른색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죽음과 예술이 글쓰기로 소통하는 영화의 내용처럼, 그가 연기하는 피에로는 마치 오르페우스처럼 움직인다. 현실과 가상의 풍경을 오가면서 글을 읊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감정을 노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밝은 태양은 지옥을 닮았다. 진정한 시는 다른 목표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의 영화는 증명해 보인다.
<네 멋대로 해라>, 역사의 시작
그는 1933년 4월9일 부르주아 예술가 부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다. 청소년기를 파리의 14구에서 보내며 스포츠에 빠져든 그는 특히 ‘권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누벨바그가 사랑한 배우,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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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마지막 회차가 끝나고 그날 바로 작업실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달간의 공연의 부산물이 작업실을 가득 채우고 있어서 이대로 퇴근했다가는 다음주 일정을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러 팀들과 연습하느라 꼬인 배선들을 새롭게 배치하고, 공연장에서 돌아와 엉망으로 놓인 악기들과 물품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놓여 있는 바닥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대 위를 멋지게 꾸며주던 소품들은 작업실에 들어오니 갈 곳이 없었다. 공연 직전에 발매한 CD 박스들과 티셔츠, 그리고 배송용품들도 정리하지 않으면 안됐다. 공연의 여운이 남아 있는 늦은 밤 작업실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15년을 이어온 밴드의 작업실에는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정리를 하지만 여전히 무엇인가가 남는다. 일단 슬쩍 봐도 각종 활동의 데이터가 쌓여 있는 CD와 하드디스크 뭉치들(절대로 버릴 수 없지만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한때는 열심히 사용했지만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장비들, 그리고 절대로
[윤덕원의 노래가 끝났지만] 무기한 휴간 중인 잡지의 팬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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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고) 영화 및 소설 <마션>의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싶은 영화들이 있다. 예를 들어 할리우드판 <공각기동대> 리메이크 영화는 대체 왜 핵심 캐릭터인 ‘인형사’를 빼기로 결정한 걸까. <스타쉽 트루퍼스>는 강화복도 빼버리고 소설의 스토리라인도 따르지 않을 거면서 뭐 하러 원작의 판권을 산 걸까. <프로메테우스>는 단독 작품으로도 충분히 훌륭한데 왜 굳이 마지막에 프랜차이즈를 끼얹어 좋았던 기분을 망치는 걸까. 천재적인 감독 드니 빌뇌브가 어쩌다 <네 인생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고 만 걸까.
소설, 만화, 영화는 전혀 다른 매체다. 단지 장단점이 구별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표현이 불가능한 지점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은 원작 만화의 거친 펜 터치 질감과 독특한 데포르메(déformer, 그리려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각색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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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열여섯살 때부터 십년 이상 꾼 악몽을 받아쓴 것이다.” 2015년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당선작 <최선의 삶>의 작가 임솔아는 수상 소감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 그가 스물아홉까지 꾼 꿈에는 세명의 중학생이 나온다. 강이는 늘 구부정히 서서 친구들을 기다리고, 모델 지망생 소영은 아이들을 주도한다. 아람은 언제나 마음 줄 누군가를 찾고 있다. 동반 가출을 끝내고 돌아온 이후, 소영이 강이를 본격적으로 따돌리면서 세 사람의 관계는 알 수 없는 모양으로 어그러진다.
이야기는 2017년 영화 제작사 마일스톤컴퍼니 김형대 대표를 거쳐 이우정 감독에게 전해졌다. 단편 <옷 젖는 건 괜찮아> <개를 키워봐서 알아요> <애드벌룬>을 찍으며, 붙어 있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 그다. 여자 고등학생들이 공유하는 잔인한 일상과 일상적 잔인함을 포착한 <애드벌룬>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품에 안은
'최선의 삶' 이우정 감독, 임솔아 작가…악몽이 가져다줄 수 있는 최선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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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서 정해인은 언제나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상대를 배려하느라 머뭇거리다가도 일순간 사랑 앞에 용감해지는 인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사랑을 퍼주던 멜로 장르 속 정해인은 신기하게도 격정적이기보다 따스하게 기억된다. 그의 순한 눈빛과 미소,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에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묘한 힘이 스며 있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 D.P.가 되어 군복을 입었어도(특색 없는 사복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 더 많지만) 정해인이 가진 특질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다.
정해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D.P. 조장 한호열(구교환)과 짝을 이뤄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이병 안준호를 연기한다. 군대 내 괴롭힘을 목격하기도 하고 경험하기도 하는 안준호는 뜨겁게 치미는 복잡한 감정을 삼키며 조금씩 단단해져간다. 개가 되지 않고 인간이 되려는 안준호의
'D.P.' 정해인…흔들리는 청춘 사이, 굳건한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