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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광>(제작 에이스팩토리, 배급 콘텐츠 난다긴다)이 지난 9월 19일 총 54회차 촬영을 마쳤다. <미쓰백>(2017)을 연출했던 이지원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대중의 사랑을 받던 스타 부부인 야구 선수 중구(류승룡)와 배우 남미(하지원)는 갑자기 나타난 한 아이인 동주(김시아)로 인해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족 누아르물이다.
류승룡, 하지원, 김시아 등 세 배우뿐만 아니라 김해숙, 김선영, 김영민은 중구의 엄마, 누나, 매형을 각각 맡았다. 이밖에도 배우 유재명이 대기업 총수이자 중구가 과거 몸 담았던 팀의 구단주인 곽창기 역을, 박명훈이 중구의 오랜 팬인 왕변 역을, 이주원은 동주가 휘말린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관우 역을 연기한다. 이지원 감독은 “촬영 기간 내내 벅차고 행복했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에 함께해 준 모든 배우, 스태프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담고 싶었던 영
류승룡, 하지원, 김시아가 출연한 영화 ‘비광’ 크랭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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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석에서 ‘000 작가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도저히 그의 작품이 SF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말을 들었다.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000의 작품은 정말 좋은데 너무 가르치려드는 것 같아 불편하다’라는 말도 들었다. 자주 듣는 얘기다. 요즘 SF소설이 유행이라기에 읽어봤더니 어딘가 예전 SF와는 느낌도 많이 다르고,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고, 메시지도 너무 정치적이더라는 말들. 이런 의견은 좀 이상하다. 왜냐하면 SF는 정치적이지 않은 적이 없었으니까.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전 SF’들을 살펴볼까? 우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대표작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정치적이다. 혁명 이야기니까. 이 작품은 아무리 봐도 러시아 붉은 혁명이 모티브다. 아서 C. 클라크의 대표작 <유년기의 끝> 역시 냉전 시대에 대한 짙은 거부감과 공산주의로부터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도 그리 다르지
[이경희의 SF를 좋아해] 빨리 좀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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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하 <샹치>)에서는 샹치(시무 리우)와 케이티(아콰피나)가 친구들 앞에서 지난 일을 얘기하는 장면이 두번 나온다. 한번은 영화 초반 샹치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샹치와 케이티의 학창 시절을 말하는 장면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말미 샹치와 케이티가 영화를 관통하면서 겪은 무용담을 말하는 장면이다. 흔한 수미상관의 형식인데, 두 장면에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선 대화의 내용은 오로지 샹치와 케이티의 말로만 전해지지만 두 번째 대화의 내용은 관객도 같이 목격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두 번째 대화에 이르기 전까지 모든 장면을 하나의 긴 플래시백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이 판단은 <샹치>가 많은 플래시백을 품고 있는 데서 비롯한다. 영화는 나아갈 만하면 한번씩 뒤를 돌아본다. 자주 뒤돌아보다 보니 샹치와 케이티가 친구들 앞에서 무용담을 얘기하는 장면이 지나갈 찰나 방금 전까지 보았던 것도 모두 플래시백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의 플래시백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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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반복 없이 영상의 자극이 존재할 수 있을까. 타임루프와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결합한, 별다른 부연설명이나 비평이 필요 없어 보이는 <팜 스프링스>를 통해 반복의 미세한 파열에서 나오는 고유한 힘을 느꼈다.
반복이 파열을 일으킬 때
영화는 장면마다 하나의 오케이컷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근사하고 매력적인 순간이 담긴 테이크라 하더라도 연출자가 설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버려지기 마련이다. 나는 매 순간 오케이와 엔지를 구분하는 직관의 근거가 무엇을 토대로 결정되는지 여전히 궁금하지만(그래서 가끔 오케이컷으로 이루어진 통상적인 ‘완성본’과 누락된 장면들로 구성한 ‘해적판’을 비교해보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강박에서 느슨하게 벗어나 한 장면에 서로 다른 선택과 비전의 가능성을 그려내는 작업에도 쉽게 매혹을 느끼곤 한다.
이를테면 알랭 레네의 <스모킹/노 스모킹>에서 두 연인은 담배를
'팜 스프링스'와 영화의 반복에 관한 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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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차장에 법무부 이송차량이 있다. 차에는 밝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고 하나의 줄을 잡고 선 사람들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치우침 없는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Join, 국민참여재판’이라는 표어가 쓰여 있다. 아마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가(join)하는 국민참여재판에 적극 협조하여 법조인(法曹人) 역할을 하자는 뜻일 것이다.
구치소에 갔다. 해상도 낮은 LED 전광판에 교정 마스코트인 보라미와 보드미가 찌그러진 채 웃고 있고, 그 옆으로 ‘청렴韓 교정’ 어쩌고 하는 표어가 흘러간다. ‘韓’자만 한자로 쓰여 있다보니 글씨체가 다르고 줄도 안 맞는다. 아마 한국(韓國)의 교정공무원을 상징하는 보라미와 보드미가 맡은 바 소임을 청렴하게 다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일전에 관공서를 지나가다 표어와 사진 공모전 홍보 포스터를 보았다. ‘마음을 이어주는 크리에이터’라고 쓰여 있었다. ‘마’, ‘이’, ‘크’ 세 글자를 한눈에 들어오게 크게 썼다. 아마 공모전에서 모집하는 표어나 사진은 주
[정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다국어 왜 써Yo? 이상韓 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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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찬 감독이 드라마 <갱스터>(가제, 제작 하이브 미디어코프)를 연출한다. <오피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두 편의 영화를 연출했던 그가 드라마를 연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갱스터>는 한국 전쟁이 끝나고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1960년대를 무대로 한 이야기다. 자본과 정치 그리고 주먹이 결탁하던 시절, 나라를 뒤흔들었던 전국구 폭력조직의 수장이 된 남자들의 의리와 욕망, 배신의 흥망성쇠를 아이러니하게 그려낸 드라마다. <갱스터>는 현재 각본을 작업하고 있고, 2022년 촬영을 시작한다.
'다만악' 홍원찬 감독, 드라마 '갱스터'(가제)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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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본드는 조류학자였다
작가 이언 플레밍이 영국 해군 정보실 전역 후 자메이카로 건너가 책을 쓸 무렵, 그가 창조한 상상 속 비밀요원의 이름이 필요했다. 그는 당시 조류학자 제임스 본드의 저서 <서인도제도의 새들>(A Field Guide to Birds of the West Indies)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제임스 본드’라는 이름이 차분한 인상을 줘 허락 없이 가져다 썼다. 이언 플레밍은 자메이카에서 머물던 집을 ‘골든아이’라고 불렀다.
최초의 제임스 본드는 미국 스파이였다
이언 플레밍은 1953년 제임스 본드 주연의 첫 소설 <카지노 로열>을 집필한 뒤 반응이 너무 없어서 제작 판권을 헐값에 넘긴다. 미국 <CBS>는 요원의 국적을 미국으로 바꿔 1954년 TV시리즈를 만들었다. 이언 플레밍은 이 작품을 대단히 싫어했으며 영화계에 환멸을 느낄 정도였다고.
007 시리즈는 모든 걸 내건 이들이 만들었다
1962년 숀 코너리 주연의
제임스 본드는 원래 조류학자였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007 시리즈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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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던 추석 시장이었다. 올해 추석 극장가를 찾은 총 관객수가 지난해보다 약 15%(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감소한 가운데, 영화 <보이스>가 총 관객수 94만4천여명을 동원하며 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기적>은 44만3천여명을 불러모으며 뒤를 이었다. 두 편의 매출 점유율이 연휴 기간 내내 56~59%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것은 “상위 두 편이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렀던 예년의 추석 시장에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성적”(이하영 하하필름즈 대표)이다.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영업 시간 제한 등 여러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관객이 줄었다. 시장이 아직 정상화가 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큰 영화가 개봉을 피하고 중급 규모의 한국 영화 두 편을 선보였는데 아쉽게도 시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기에 다소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0% 시장은 연휴 전에 개봉했던 마블 영화 &
추석 극장가 결산, 박스오피스 1위에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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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MI6의 비밀 첩보원
제임스 본드
출연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 <007 노 타임 투 다이>
코드명 007의 스파이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한 6대 제임스 본드는 <007 카지노 로얄>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스카이폴> <007 스펙터>를 거쳐 <007 노 타임 투 다이>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금발의 본드는 있을 수 없다”며 캐스팅 때부터 강한 반대에 부딪혔으나, 초반의 우려와 달리 최장기간 007 타이틀을 유지 중이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시리즈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제작진의 포부에 들어맞는 배우였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결이 다른 굵고 투박한 외모가 도리어 제임스 본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했고, 영화에서의 액션을 달리 가져간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가령
'007 노 타임 투 다이' 캐릭터 사전 - 본드, 본드걸,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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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2일 수요일 첫 방영된 tvN 드라마 <홈타운>의 극본을 쓴 주진 작가가 영화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현훈 감독이 성추행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자숙한지 3년만이다. 지난 해 11월 배우 오달수가 영화 <이웃사촌>으로 복귀해 논란이 된 적은 있으나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이 작품으로 복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첫 장편 <꿈의 제인>으로 데뷔한 조현훈 감독은 2018년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지난 2018년 3월, 제보자 A씨는 2013년 인디포럼 폐막식 후에 가진 뒤풀이 자리에서 조현훈 감독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을 <씨네21>에 알렸다. <씨네21>의 보도 이후 조현훈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가해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일체의 공식 활동과 작업을 중단하고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조현훈 감독은 이름을 바꿔 복
‘꿈의 제인’ 조현훈 감독, ‘미투’ 논란 후 3년 만에 이름 바꾸고 드라마 ‘홈타운’ 작가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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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제임스 본드 티머시 돌턴은 앞선 3대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가 일군 명성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티머시 돌턴의 제임스 본드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어둡고 쓸쓸한 다크 히어로와 같은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그가 처음 등장한 <007 리빙 데이라이트>(1987)에서 제작진이 내세운 본드카는 ‘애스턴마틴 V8’ 쿠페였다. 1970년대에 등장한 이 차는 시속 270km까지 밟을 수 있는 인상적인 최고 속도와 가속력 덕분에 영국 최초의 슈퍼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영화에 첫 등장하던 시기에 세계 시장에서는 올드한 퇴물 취급을 받았다.
그래도 제작진이 티머시 돌턴과 함께 애스턴마틴 V8를 내세운 이유는 고전적인 근육질의 형상 때문. 캐리 후쿠나가 감독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007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할 차로 애스턴마틴 V8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런데 <007 노 타임 투 다이>의 예고편에서는 회전 번호판,
'007 노 타임 투 다이', 최고의 본드카 애스턴마틴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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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미션이었다. 6대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는 <007 카지노 로얄>(2006) 캐스팅 당시, 금발의 제임스 본드는 있을 수 없다는 전세계 영화 팬들의 극렬한 반대를 딛고 보란 듯이 시리즈의 도약을 이끌었다. 1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를 시작으로 조지 레이전비, 로저 무어, 티머시 돌턴, 피어스 브로스넌을 거치면서 세계는 포스트 냉전 시대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제 더이상 현실에서는 제임스 본드만 막을 수 있었던 핵무기의 위협, 체제 전복을 꾀하는 사회주의자들의 위협, 인류를 자신의 발아래 놓으려는 허무맹랑한 범죄자들의 위협을 느낄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여겼다. 게다가 9·11 이후 직면한 테러의 위협 속에서 IMF 소속의 에단 헌트나 CIA의 제이슨 본, 잭 라이언 등의 캐릭터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임스 본드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는 섹스와 폭력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했다. 살인면허의 유효기간이 끝나갈 무렵 어렵사리 등장한 대니얼
'007 노 타임 투 다이' 미리 보기, 제임스 본드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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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돌아온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6대 제임스 본드인 그의 다섯 번째 출연작이자 마지막 여정이 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은퇴를 결심하고 속세를 떠났던 제임스 본드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절박한 사건이 벌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지난 1년여 동안 조금의 타협도 없이 오직 극장 개봉만 기다렸던 영화다.
그사이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했는지 대본은 물론 사소한 디테일 하나도 유출된 적이 없다. 언론에 공개된 정보라고는 예고편이 전부인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펼쳐 보일 거대한 사건의 전말은 과연 무엇일까. 이번호에서는 ‘스펙터’라는 보이지 않는 거대 범죄 조직에 맞서 세계를 지켜내는 21세기의 스파이 히어로 제임스 본드의 라스트 미션에 대해, 그리고 <007 카지노 로얄> 이후 지금껏 그가 관계를 맺어온 주변 인물들과 본드만큼이나 중요한 007의 아이콘, 애스턴마틴에 대해 예
[스페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미션 '007 노 타임 투 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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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보이는 라디오가 아니다. 인터랙티브하게 만들 수 있다. 장 뤽 고다르의 점프컷, 샘 페킨파의 슬로모션, 스티븐 스필버그의 긴장감 넘치는 화면은 평면의 스크린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관객이 그 안에 뛰어드는 거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과 같은 뉴미디어의 특징에 푹 빠져 사는 이명세 감독은 자신의 필생의 프로젝트, <아버지가 사라졌다>를 VR로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와중에도 영화의 매력을 놓치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도 영화라는 꿈을 열정적으로 지켜내는 데 앞장서는 그는 영화와 VR의 이종교배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테스트하는 중이다.
-VR 작품이지만 <씨네21>과 신작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감독들이 하는 일이야 늘 시나리오 쓰는 거라 계속 작업하고 있었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맡아 하는 와중에 이번 VR 작업을 제안받았다.
-VR과 같은 뉴미디어 매체에 대한 평소 관심사도 궁금했다. 촬영장에서는
[인터뷰] 이명세 감독, “영화 속 공간의 먼지까지도 전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