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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넷플릭스, 왓챠 등 다수의 OTT를 통해 국내에 공개되고 지금껏, <상견니>는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대만 드라마로 군림 중이다. 팬들이 서로를 ‘상친놈’(<상견니>에 미친 사람)이라는 격한 애칭으로 부르고, 대만 현지 방영 버전의 에피소드가 극장 개봉에 나설 정도다. 인기에 힘입어 주연배우들도 아시아 전역의 스타가 되었다. 그 선두에 아릿한 첫사랑의 얼굴로 각인된 배우 허광한이 있다. 한 시절을 가로질러 청춘을 다시 쓴 타임슬립 로맨스 <상견니> 이후 그가 택한 이야기는 시간의 직선을 정직하게 밟아가며 성장하는 <여름날 우리>. 한국영화 <너의 결혼식>(2017)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허광한은 배우 김영광이 선보인 캐릭터 황우연을 각색한 저우샤오치를 연기했다. 중국 개봉 시 <여름날 우리>가 역대 최고 성적으로 개봉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2013년 데뷔 이래 최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여름날의
'여름날 우리' 배우 허광한, 대체 불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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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으로 출연하는 <인질>은 상대적으로 낯선 얼굴들을 인질범으로 캐스팅해 가상의 설정에 섬뜩한 리얼리티를 더했다.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해온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발탁해 황정민을 납치하고 목숨을 위협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다. 이중 우두머리 최기완을 연기한 김재범은 2004년부터 수십편의 연극·뮤지컬 무대에 선 잔뼈 굵은 베테랑 배우다. 영화를 통해 관객이 배우들을 처음 접할 수 있게끔 무려 2년 넘게 캐스팅 사실이 비밀에 부쳐졌고, 김재범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캐스팅 사실을 숨기고선 무대에 섰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그를 만났다.
1000 대 1 연극 <오케피>(황정민 연출·주연)를 함께한 (황)정민 형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봤다. 제작사 외유내강 분들과 정민 형, 필감성 감독이 리액션을 해주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마치 함께 신 연습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디션인데도 성취감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인질' 김재범…얼음 같은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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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새로운 슈퍼히어로 시대를 알리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9월 1일 전세계 개봉한다. 아시아인 캐릭터들이 영화의 중심을 이끌며 중국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프로덕션 디자인, 액션 등의 여러 볼거리가 아시아 관객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블랙위도우>를 시작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기, 페이즈4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인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제대로 몰입하려면 지난 십여년 동안 마블 스튜디오가 쌓아 올린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아이언맨이 없는 MCU의 시대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기원전 7000년
'이터널스'가 데비안츠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지구에 도착하다. <이터널스>의 예고편에 따르면 이들은 이때부터 인간 세상에서 존재를 숨긴 채 살아왔다.
기원전 5700년
아가모토가 다크 디멘션의 문을 지키기 위해 지구에 3곳의 생텀을 만들다. &
아이언맨 없는 MCU엔 무슨 일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보기 전 알아야 할 MCU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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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잘랐다. 10년 만이다. 가슴 아래로 내려오는 치렁한 머리를 10년 가까이 유지하다가 어깨에도 닿지 않는 길이로 잘라냈다. 20대 초반까지 주로 쇼트커트로 살다가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미용실을 한번도 못 가는 바람에 긴 머리가 됐는데, 그 뒤로는 탈색도 하고 염색도 하고 파마도 하고 조금씩 자르기도 했지만 길이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말하자면 파격적으로 스타일을 바꾼 것이다.
재미있게도 시기가 시기라 그런지 왜 머리를 잘랐냐는 질문을 별로 듣지 않았다. 사람들은 확 바뀐 머리 스타일에 놀라 머리를 왜 잘랐냐고 묻다가도 “요새 확실히 쇼트커트가 유행이네~” 같은 말로 자문자답했다. 쇼트커트를 둘러싼 근래의 소음에 대해 대부분이 알고 있었고, 그래서 왜 잘랐는지 묻는 것 자체가 실례라고 여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내가 가는 몇 안되는 곳마다 최근에 쇼트커트로 헤어스타일을 바꾼 여성이 적어도 한명씩은 있었던 것이다.
실은 지난 몇년간 겨울마다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머리를 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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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한성민)는 예뻤고 키도 컸고 성적도 최상위권이었다. 선생들은 우리라는 덩어리를 싫어했지만 소영이라는 개인을 아꼈다. 소영이 개입하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낳았다.” 영화 초반, 강이(방민아)의 내레이션만 듣고도 소영이란 인물이 머리에 그려진다. 선생님의 총애와 친구들과의 우정 속에서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소영은 자신의 꿈과 부모의 기대가 엇갈리자 가차 없이 가출을 결심한다. 강이, 아람(심달기)과 서울에 다녀온 뒤, 돌연 소영은 두 친구에게 등을 돌리고 강이의 따돌림을 주도한다.
배우 한성민은 “선택도 행동도 서툴렀던 18살 소녀에겐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 말하며 소영을 헤아린다.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 <트웬티 트웬티> 등 연이어 학원물에 출연한 한성민은 <최선의 삶>에서 다시 한번 학교를 배경으로 친구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그린다. 그가 완성한 소영은 자신의 심경을 한없이 서늘하고 날카롭게 표현하며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혼란스러운 1
'최선의 삶' 한성민…‘나는 강하다’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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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달기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다. 마냥 해맑은가 싶다가도 문득 불안하고 장난기 가득한 것 같은 얼굴에 묘한 긴장이 감돈다. 언어로 포착되지 않은 존재감을 화면에 새기는 건 타고난 에너지에 힘입은 바 크다. 배우 특유의 눈빛과 타고난 몸짓, 육체적인 에너지가 편편한 캐릭터에 부피를 더한다. 심달기 배우를 직접 만나기 전엔 그렇게 생각했다.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난 뒤에 그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최선의 삶>의 아람은 어딘가 겉돌고 붕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그 해맑음이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복잡미묘한 캐릭터에 피와 살을 입히는 건 배우 심달기, 아니 자연인 심달기와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심달기는 확신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되돌아본다. 배우 심달기는 자기 안의 어둠을 응시하고 하나씩 풀어내며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중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관객과 만난 후 세 배우가 오랜만에 뭉쳤다.
=우리 영화가 이렇게 큰
'최선의 삶' 심달기, 솔직한 욕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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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절박한지 모르는 채로 절박해서, 절박하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이의 최선은 별거 없다. 당장 갈증을 달랠 술을 마시고, 더위를 잊을 아이스크림을 퍼먹고, 곁을 내준 누군가를 뒤쫓는 일. 배우 방민아가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에겐 그런 선택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비가 오면 땅 밖으로 나와 밟히는 지렁이처럼, 집이 답답해 가출한 강이는 친구들과의 서툰 관계에 몸을 맡기고 헤맨다. 내내 바닥을 꿈틀거리는 강이로 인해 배우 방민아도 감정의 흙을 수시로 골라야 했다. 그는 시시때때로 강이의 내면에 접속하기 위해 어린 날의 방민아를 파고들었다. 그가 발굴한 소녀가 우리와 눈 맞추기를 기다리고 있다.
-드라마 <이벤트를 확인하세요>가 방영 중이다. 헤어진 연인과 발랄한 소동을 겪는 송이는 <최선의 삶> 속 강이와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재질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최선의 삶>은 10대 여자의 감정을 밀도 있게 담아내야 해서 디테일하게 생각했다
'최선의 삶' 방민아, 두려움을 내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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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언어는 한껏 풍부해져 있었다. <최선의 삶>에서 만난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은 급식실에서 화장실까지 붙어다니는 동급생들처럼 세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개발해 쓰고 있었다. 이들이 연기한 고등학생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은 ‘강소아’라는 줄임말로 뭉쳐졌고, 강이와 소영이 교감 끝에 멀어지는 단초가 된 시퀀스는 ‘푸른 밤’으로 은유됐다. 친구들 틈에서 자주 사라졌다 돌아오는 아람은 현장에서 ‘뭘 해도 되는 아람’으로 불렸다.
<최선의 삶>에서 그려지는 강이, 소영, 아람의 이야기도 하나의 거대한 은어 같다.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충동과 불안, 그들도 이름 붙일 수 없는 동행과 반목의 시간이 2000년대 초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박혀 있다.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졌다”라고 말하는 10대 여성들의 한때에는 관객 각자가 마주하게 되는 과거 또한 우두커니 서 있다. 멀어지는 그림자에 대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최선의 삶' 배우 방민아·심달기·한성민…이것이 우리의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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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에 영화 <시월애> 석모도 촬영 현장에 갔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가을 느낌 때문인지, 해마다 이맘때면 <시월애> 현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당시 두 청춘스타 전지현, 이정재의 만남으로도 큰 화제였다. 영화가 주는 느낌과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풍경이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ARCHIVE]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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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프랑스 극장들은 장장 300일간이나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5월 19일 우여곡절 끝에 재개관한 극장가는 6월 30일 전후로 활기를 되찾았고, 7월로 연기되어 치러진 칸국제영화제도 큰 사고 없이 막을 내렸다. 영화 관계자들은 단 한번도 극장이 코로나19의 감염 경로가 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고, 이로써 극장가 수난기는 일단락됐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7월 21일부터 영화관 출입 시 ‘코로나 보건 패스’ 제시가 의무화되면서 극장가는 다시 한번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되었다. 프랑스 코로나 보건 패스는 2차 백신 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19를 앓았다 회복했다는 증명서, 또는 72시간 이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검사 결과 확인서를 포함한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서 7월 21~28일 극장 관객수는 전주인 7월 14~21일과 비교해 42.4% 하락했는데, 이는 2019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56%나 떨어진 수치다.
매서운 타격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가리지 않
[파리] 프랑스 극장에서 영화 보려면 ‘코로나 패스’ 제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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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해수면 상승으로 도시의 절반이 물에 잠겼다. 낮과 밤마저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사람들은 앞날을 그리기보다 과거에 붙잡히길 택한다. 닉(휴 잭맨)은 동료 와츠(탠디 뉴턴)와 함께 사람들이 기억을 떠올려 과거를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탐정이다. 어느 날, 잃어버린 귀걸이의 위치를 기억해내기 위해 메이(레베카 페르구손)라는 여성이 찾아오고 닉은 운명처럼 그녀에게 매료된다. 둘은 이내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얼마 후 메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닉은 우연히 타인의 기억에서 오래전의 메이를 발견하고, 그녀의 실종에 연루된 정황을 하나씩 추적해나간다.
<레미니센스>는 리사 조이 감독이 각본을 쓴 그의 연출 데뷔작이다. 제작에 참여한 조너선 놀런의 영향일지,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들이 여럿 보인다.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SF적 상상력을 통해 시간을 탐구한다는 점은 물론, 꿈 또는 기억을 경유해 연인의 과거와 비밀을 짚
[리뷰] '레미니센스' 휴 잭맨이 이끌어가는 멜로의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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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후덥지근한 여름날, 코로나19의 위험에 놓인 한국. ‘낭만극장’의 직원 찰스(김충길)는 오늘도 어김없이 영화관의 이모저모를 부지런히 살핀다. 오늘은 ‘젊은 그대’라는 작품의 시사회가 있는 날이다. 찰스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관객에게 마스크 착용과 문진표 작성을 요청한다. 땀을 흘리는 관객의 아우성이 무색하게도,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말 전파의 위험’을 핑계 삼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 제각각 자신이 출연한 새 영화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도 유명하다는 감독을 만나기 위해, 모더레이터로서 관객과의 대화(GV)를 진행하기 위해 모인 관객은 더위에 지쳐 점점 억지를 부리고, 찰스는 이들을 달래면서 사장의 눈치까지 보느라 진땀을 뺀다.
<습도 다소 높음>은 <델타 보이즈>와 <튼튼이의 모험> 등을 연출한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다. 오랫동안 B급 코미디에 몰두해온 기질이 본 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감염병 시국과 혹서의 계절이라는 이중
[리뷰] '습도 다소 높음' B급 코미디에 몰두해온 고봉수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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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자리마다 캐릭터도 바뀌는 거 같다. 심하게 말하면, 만약 내가 히어로영화를 만들면 이게 나의 능력치가 아닐까. (중략) 얼마 전 친구가 나의 최근작들을 보더니 그랬다. 네가 장르영화에 어울리는지 몰랐다고. 그래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도 괜찮아. 좋아, 자연스러웠어”, 했다. (웃음) 스며드는 능력은 있는 것 같다.”(구교환)
김혜리 <씨네21> 편집위원이 대중문화예술 창작자를 만나는 코너인 콘택트의 두 번째 초대 손님은 배우 구교환이다. <킹덤 : 아신전> <모가디슈> <D.P.> 등 최근 영화와 시리즈를 오가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 아신전>(감독 김성훈)에선 북녘땅을 위협하는 파저위의 수장 아이다간을, 현재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에선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관의 태준기 참사관을 연기했다. 8월27일 오후
<모가디슈> <킹덤: 아신전>.. 2021년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 구교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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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철(김희철)은 출근 중이다. 희철은 친구 기정(유호재)과 유튜브 라디오 채널을 운영 중이다. 채널명은 ‘사연 듣는 남자’. 라디오 DJ인 희철은 사연으로 한통의 손편지를 받는다. 편지의 내용은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고민이다. 희철은 사연자에게 ‘고백하세요’라는 조언을 해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말에 희철의 마음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라디오가 끝나고 희철은 여자 친구 지윤(문주하)을 만나러 간다. 라디오를 들은 지윤은 왜 자신에게 청혼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희철은 애써 말을 돌린다. 그러곤 그는 대학교 시절 첫사랑 리아(이봄)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수필러브>는 한통의 편지로 잊고 살던 첫사랑 리아와의 추억을 떠올린 희철이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희철이 손편지로 온 사연을 읽으면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희철의 대학 시절로 이동한다. 영화는 희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한다.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지지 않은 현재의 희철은 영화의 마지막에서 발전하는 모습
[리뷰] '수필러브' 한통의 편지로 첫사랑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