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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부터, 그것도 맨 처음부터. 이 단순한 이야기가 이상해지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홍종두와 한공주가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이 말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누구라도 홍종두라는 인물을 거리에서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공주를 거리에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두 사람을 만나게 해야 한다. 어떻게? 그러기 위해서 홍종두는 이 집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필요해진다. 그는 2년6개월 전에 택시운전을 하다가 밤길에 환경미화원을 치어 죽였고, 그래서 감옥에 갔다(그런데 정말 친 사람은 홍종두의 형 홍종일이다. 영화의 절반쯤 지난 93신 홍종두 모친 생일잔치를 하는 호텔 복도에서 동생 종세의 말에 의하면 홍종두는 집안의 가장인 형 대신 이미 별 둘을 달았기 때문에 스스로 대신 간 것이다). 아마도 홍종두는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그 환경미화원의 집에 갈 작정을 한 것 같다(18신 공주의 아파트에서 그 오빠에게 종두는 말한다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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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된 환상, 동원된 순서 편집여기서부터 그 순서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신19에서 이사가는 공주의 오빠 내외를 본 다음 신20은 공주 혼자서 놀다가 갑자기 거울을 던져 깨트린다. 그런데 깨져서 산산조각난 거울에서 반사되는 빛이 나비떼가 된다. 신20에서 아파트 문 앞까지 홍종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벨을 누른 다음 멀찌감치 서서 문이 열리는지를 보고 그냥 간다. 그 다음 신은 부동산중개소에 그릇을 찾으러 왔다가 손님이 부르는 노래 “모두 사랑하네” 구절을 따라 부르는 대목이다(신24). 그리고는 중국집에 돌아오니 이미 모두 퇴근하고 난 다음이라 문이 닫혀 있다. 홍종두는 그 길로 공주의 시민 아파트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간다(신27). 그때 공주는 라디오를 듣고 있다(신28). 다음 장면은(신29) 홍종두가 도로에서 영화 촬영하는 차를 따라 달리다가 엎어진다. 이 장면들이 이상한 것은 왜 신19에서 다음 날 공주의 아파트를 찾아가는 신32로 바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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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를 위한 장군만들기우리는 이 영화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오아시스>는 심각한 테마를 껴안은 영화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잘 알고 있지만 잊어버린 걸 일깨워주는 계몽영화이다.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이창동 자신인 것 같다. 자꾸만 어마어마하게 질문하는 조선희씨에게 그는 인터뷰에서 말을 마치면서 대답한다. “실제로 나는 모범생 계열이에요. 나는 긍정적으로 발언해요. (중략) 내 영화의 전략이 뭐냐, 어찌 됐건 건전하게 출발한 영화인데, 진지한 영화인데 흠잡기 힘들잖아. (웃음) 농담이지만 진담이지. 나는 긍정주의자이고, 낙관주의자이고, 이상주의자이고, 인간을 믿으려 하고. (중략).” 나는 그 대답이 진담이라고 생각한다) <오아시스>는 세상에 버려진 인간 홍종두를 따라서 세상에 문제를 일으키는 그 모습을 따라가다가 불현듯 이 장면에서부터 홍종두를 계몽시키는 데 바쳐지기 시작한다. 주어였던 홍종두가 목적어가 되는 순간 그의 의지는 사라지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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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홍종두는 환상에 응답하지 않는가?거기에 덧붙여 그 예외가 만들어내는 또 다른 고백. 신82 카센터에서 홍종두가 한공주에게 어젯밤 오아시스 양탄자에 관한 꿈 이야기를 해주고 난 다음 84신 청계고가도로 위에서 교통체증에 밀려 차가 멈춘다. 그러자 홍종두는 한공주를 데리고 나와서 껴안고 춤을 춘다. 그런데 이 장면은 공주의 얼굴에서 클로즈업되어 신85 공주 방에서 인도 여인과 소년, 그리고 코끼리가 나오는 환상장면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은 홍종두의 유일한 환상인지 아니면 한공주의 환상인지 불분명하다. 다만 영화적으로만 설명하면 공주의 클로즈업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그녀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홍종두의 마술은 항상 그녀가 없는 자리에서만 이루어진다(신66에서 그녀 방에서 그림자를 없애는 것은 실패하지만. 신69에서 전화를 통해 부리는 마술은 성공한다). 한 가지 더. 홍종두의 마술은 무언가 나타나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게 하는데 있다. 신86은 종두가 카센터로 혼자 돌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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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를 도망치고(신118),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자를 협박하고(신120), 한밤중에 가로수를 자른다(신127). 그 모든 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여기 그 일련의 죄를 한공주는 그 결과 외에 알지 못한다. 오직 당신만이 그 일련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죄의식 없는 죄란 언제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다. 홍종두는 이 순간 성자가 된다. 우리는 그 성자의 내면화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좀더 정확하게 우리가 그 내면화의 과정 그 자체이다. 홍종두와 한공주는 그 과정을 지키기 위해, 동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좀더 단도직입적으로 세상이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 하여튼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를 거부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괴롭히는 세상에서 희생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용서하고, 끝내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만들어낸다. 여기에는 유치하긴 하지만 홍종두와 한공주, 그리고 당신을 한편으로 하고 세상을 다른 한편으로 하는 이분법이 중요해진다.
정성일의 <오아시스> 비판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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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로 일약 최고급의 감독 대열에 오른 샘 멘데스 감독의 후속작 <로드 투 퍼디션>은 갱스터 무비이다. <아메리칸 뷰티>는 할리우드치고는 비교적 진지하게 미국인의 삶을 바라본 역작이었다. 영국 태생이라서 그랬나, 그의 시선은 냉정하다. 샘 멘데스는 이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을 탔다. 너무 미리 찾아온 명성을 등에 업고 만든 그의 두 번째 작품은 여전히 신인감독인 그에게는 과할 정도의 버젯과 캐스팅이다. 톰 행크스, 폴 뉴먼, 주드 로, 이렇게 세 명배우가 그의 영화를 위해 연기한다. 그가 이번에 마주한 시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시대, 대공황의 시대이다. 감독은 청부살인업자인 아버지와 그의 아들 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그 최악의 시대를 거칠게 살아온 미국 사람들의 ‘거울’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감독은 오히려, 그 최악의 시대를 통해 미국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확인한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또다시 냉정하다.음악은 <아메리칸
<로드 투 퍼디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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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머피의 법칙처럼 어릴 때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은 항상 밥 먹을 시간이나 이른 아침, 아니면 제사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방영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또 하나의 법칙을 더하자면, 그런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단편은 재방송을 안 하거나 아니면 또다시 보기 힘든 시간대에 방영되는 것이 보통이다.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이 정식비디오로 전편이 출시되는 경우가 채 10∼20%가 안 되는 것이 한국의 실정이다보니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나서 어린 시절 약 10년간 보아왔던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것을 다시 찾아보는 데 다시 10년의 세월이 걸렸다.추억 속의 애니메이션을 모아가는 후반 10년 동안의 즐거움 중 하나는 자신이 보아왔던 작품 속에서 여러 번씩 중첩되어지는 이름을 접하면서 내가 좋아했던 작품들의 성장사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예로 들자면 어린 시절 푹 빠져 보던 <미래소년 코난>이라는 추억의 기
꿈속의 애니,애니 안의 꿈 <천년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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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의 결과 발표 및 시상식이 9월27일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열렸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산업진흥재단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한국 만화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다양한 모형화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캐릭터 산업의 기반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 2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에서는 총 48개 작품이 응모한 가운데, 임종열의 ‘임꺽정’(<임꺽정>, 이두호 원작)이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이재성의 ‘복면 엑스’(<스카이 레슬러>, 장태산 원작)와 원세희의 ‘레드 블러드-판테라’(<Red Blood>, 김태형 원작)가 금상을, 심명환의 ‘한비광’(<열혈강호>, 전극진·양재현 원작)과 정훈이 원작의 <영화 vs 만화>의 주인공 ‘남기남’과 월드컵을 소재로 한 박환웅의 ‘꿈은 이루어진다’ 등이 은상을 공동 수상했다. 수상작들은 9월27일부터 10월6일까지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2002 서울만화모형공모전’ 결과 발표 및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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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펼치자마자 마구 튀어나오는 사람들,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운 맹렬한 눈빛들,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욕설과 주장과 침의 파편들….이곳은 어디일까? 혹시 나도 모르게 아랍의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돼온 것은 아닐까? 영문은 알 수 없지만 나는 곧 이곳이 분주한 아랍의 시장이나 어수선한 선술집이라는 것만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쓴 미국 청년이 내 손을 잡아끈다. 그 역시 내키지 않는 듯하지만 이곳에 찾아온 이상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CNN과 미국의 정보망이 빨아서 보여주는 팔레스타인이 아니라, 진짜 피와 모래가 뒤섞여 있는 진흙탕 팔레스타인을.1990년대 초,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무장봉기)의 첫 시기에 이루어진 방문의 기록을 담은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글논그림밭)은 여러모로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잇는다. 사코는 슈피겔만이 그랬던 것처럼, 화려한 원색의 슈퍼 영웅들을 멀리 차버리고 오직 검은 잉크의 힘만을 믿고 묵묵하게 역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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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황제의 딸>과 <소림축구> <버추얼 웨폰>등의 영화로 알려진 자오웨이(趙薇ㆍ26ㆍ여)가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차이니스 오디세이 2002>를 가지고 제47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를 찾았다.제프 로 감독의 <차이니스 오디세이 2002>는 중국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남매 두 쌍의 운명적인 만남을 내용으로 한 영화. 자오웨이는 어린 황제의 누이 우슈앙 역을 맡았다.자오웨이는 '날씨가 추워서 얼어 죽을까봐 걱정된다'며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춥다'는 말로 대신했다.긴 생머리에 파란 재킷 차림의 그녀는 시종일관 솔직하면서도 재치있는 대답으로 인터뷰에 응했다.큰 눈이 인상적인 자오웨이에게 '눈이 매력적'이라고 했더니 의외로 긴 대답이 돌아왔다.'사실 작은 눈이 더 매력적이에요. 여자는 자기의 본심을 감출 줄 알아야 하거든요.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소림축구>에서 제가 연기했던
아ㆍ태영화제 방문한 자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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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는 카인의 자손이라고 불린다. 흡혈로 생명을 유지하며 죽으려야 죽을 수도 없는 저주받은 존재다. 하지만 이건 옛날 얘기인 것 같다. 밝고 건강하고 명랑한 것보다는 어둡고 냉소적이고 고독한 게 더 쿨하고 패셔너블한 세상 아닌가. 뱀파이어는 한손으로 사람을 던져버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박쥐로 변신해 하늘을 나는 그가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창백한 얼굴과 무심한 시선으로 홀리지 못할 사람은 없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한마디에 부모와 배우자와 자식을 기꺼이 저버린다. 뱀파이어는 섹시하다. 흡혈은 공포나 혐오보다는 에로틱한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자본가를 흡혈귀라며 욕하던 마르크스가 무덤 속에서 어리둥절할 것이다.뱀파이어가 섹시한 건 너무 아름답고 카리스마가 넘쳐서가 아니다. 그들은 무한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피를 마셔도 피에 대한 욕망은 충족되지 않는다. 그들은 영원히 욕망한다. 가슴에 말뚝이라도 박히지 않는 한 그들의 욕망을 종결지을 방법은 없다.<뱀파이
죽느냐 죽이느냐,그것이 문제로다 <뱀파이어 가장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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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 개봉하는 일본영화 <비밀>은 엄마와 딸의 영혼이 바뀌는 미스터리영화다. 10월 말경 개봉할 국내영화 <중독>과 같은 ‘빙의’를 소재로 하여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홈페이지의 첫인상은 깔끔하다. 하위메뉴를 산만하게 분산시키지 않고 한곳으로 모아 마우스 동선을 최소화한 덕분에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상당히 편리하다. 가장 알찬 코너는 ‘감상포인트’ 코너다. <러브레터>와 비교할 만한 후반부의 반전을 품은 비밀스러운 이야기 구조와 일본의 아이돌스타 여주인공 히로스에 료코,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나오는 고바야시 가오루 등 이 영화의 핵심 6가지를 친절히 짚어준다. 또한 코너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감독과 배우 인터뷰와 원작소설을 쓴 작가의 말도 영화 보기 전에 필요한 부가정보를 건네주며 깊이있는 감상을 돕는다. 자료실에서는 애잔한 타이틀곡 <천사의 한숨>을 감상할 수 있고, 이 타이틀곡을 부르면 제일 어울릴 만한 국내 가수를 뽑는 투표가
<비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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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6시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폐막한 제 47회 아ㆍ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생활의 발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홍상수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96년 밴쿠버국제영화제에서 용호상을 받은 바 있고 99년에는 <오!수정>으로 도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데쓰오 시노하라 감독의 <이노찌>는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했으며 이 영화의 여주인공 마키코 에스미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태국영화 <몬락>의 슈파콘 키슈완이 차지했으며 심사위원 특별상은 뉴질랜드 영화 <비>와 대만영화 <게임의 규칙>이 공동수상했다. 한편, 단편영화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은 인도네시아 영화 <스튜던트 무브먼트>에게 돌아갔다.지난 1일 개막해 4일동안 이번 영화제는 12개 도시에서 25편의 장편과 15편의 단편영화가 출품됐다.(서울=연합뉴스)
아ㆍ태영화제 감독상에 <생활의 발견>의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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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하는 엄마와 아빠 때문에 이른 시간에 억지로 잠에서 깨야 하는 세살짜리 아들녀석을 보고 있으면, ‘측은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말 독특한 감정이 생겨난다. 그러다 며칠 전 자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다가 녀석이 갑작스럽게 코피를 쏟아내는 바람에 잠시 정신적 공황상태에 휩싸였을 정도다. 나를 닮아서 코와 목이 약해 감기나 염증이 자주 생겨나긴 했지만, 그렇게 코피를 쏟아내는 모습에 ‘아버지’인 나는 두렵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저 생물학적인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런 순간마다 더욱 확실해진다. 이제 겨우 세살배기 아들녀석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자식은 부모가 져야 할 십자가’라고 하는 말이 가슴속에 사무치는 것이다.샘 멘데스의 <로드 투 퍼디션>은 그런 면에서 ‘한 아버지의 아들이자, 한 아들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있는 나 같은 이들에게 엄청난 영화일 수밖에 없다. 물론 21세기 초를 살아가는
<로드 투 퍼디션>의 원작이 된 만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