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저 젤라즈니 지음 | 김상훈 옮김행복한 책읽기 펴냄 | 1만1천원로저 젤라즈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자기 소설이 <신들의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쓴 어떤 소설보다도 많은 노력을 들였고, 야심에 걸맞은 결과를 얻었다”고 똑같이 사랑스러울 작품들 중에서 굳이 이 소설을 택한 이유를 밝혔다. 1960년대 SF소설의 뉴웨이브를 개척한 그룹의 일원이었던 젤라즈니는 고작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신들의 사회>를 썼다. 작가가 된 지 5년 만에 정점에 올라서버린 그는 95년 사망할 때까지 이 작품을 뛰어넘지 못했지만, <신들의 사회> 어디에서도 젊은 작가의 섣부른 야망은 보이지 않는다. 어느 행성의 미래사회를 거대한 힌두신화와 맞붙여놓은 <신들의 사회>는 태초의 전투와 이기적인 욕망으로 낳은 현재, 태양이 얼굴을 돌릴 만큼 세차게 흐르는 피로 얻어낸 미래를 망라하고 있다.<신들의 사회>는 샘 혹은 마이트레야, 이 소설의 원제(Lo
인간에 대한 SF적 이해,<신들의 사회>
-
올 봄 가장 인기있는 운동화는 무엇일까?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아니다. 바로 뒷굽에 바퀴달린 운동화 ‘힐리스’다. 최근 TV뉴스에서 힐리스의 안전성 문제를 보도하면서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초등학생들까지 보호장비 없이 힐리스를 신고 다니면서 안전사고가 빈발하는 점을 우려한 것. 그러나 성인 힐리스마니아들은 방송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인라인스케이트 등에 비하면 훨씬 안전하다’, ‘힐리스도 하나의 레저스포츠’라는 의견을 피력하며 우려의 시각에 반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인터넷에서는 힐리스 사용안전과 관련된 정보가 활발히 교류되고 있다. 세이프힐링사이트(www.safeheeling.com)에는 초보자를 위해 그림과 동영상을 곁들인 강좌코너가 제공되고, 공개토론 게시판에서는 ‘힐링하기 제일 좋은 장소’, ‘현재까지 출시된 힐리스사 제품에 만족하는지?’ 등 중요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또한 ‘Star From Heelys Masters’(cafe.daum.net/ro
우린 굴러다녀요
-
택틱스라는 장르가 있다. 이름 그대로 상대와 전술을 겨루는 게임이다. 요즘 유행은 아니지만 장기나 바둑을 두듯 한수 한수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펼쳐지는 재미에 일단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매력이 있다. 그리고 어렵다. 주로 서양에서 만든 고증에 충실한 워게임들이 많지만 일본 제작사인 팔콤의 <밴티지 마스터>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출동한다. 시리즈의 첫 번째인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는 국내에서도 출시되었고, 엄청난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몇몇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역시 대중적 인기를 끌기에는 너무 어려웠던 것 같다. 후속작인 <VM 재팬>과 <파워팩>은 결국 국내에 출시되지 않았다.국내의 <밴티지 마스터> 팬들에게는 배아프게도, <VM 재팬>은 전작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스템 자체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닛 종류나 상성 체계 역시 거의 비슷해서 언뜻 보기엔
게임이 말을 걸어올 때,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
개인적으로 주말에 TV를 통해 방영되는 영화정보 프로그램들에 극도의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물론 <출발! 비디오 여행> 정도만 방영되던 초기에는 TV를 통한 영화정보의 습득이 주는 매력에 열렬한 팬임을 자처하기도 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그 정반대의 입장에 서길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변화를 가지고 온 것은 ‘신작 영화 소개’라는 명목 아래 개봉영화들의 주요 장면들을 줄거리와 함께 소개해주는 코너들이 선보이면서였다. 물론 그 전에도 이런 코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2/3 정도 되는 지점까지의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화면과 함께 설명해주는 일이 당연시되었던 것이다. 그런 일종의 ‘스포일러’성 코너들의 등장에 대해 영화를 아끼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왔지만, ‘경쟁이라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과 함께 전혀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이런 상황에 대항해 개인적으로는 반드시 볼 영화라면 개봉영화 소개 코너나 신문의 영화정보 기사들을 절대 읽지 않는다는 철
찰리의 진실,<어댑테이션> 속의 진실과 거짓들
-
-
지금은 TV 탤런트로 더 잘 알려진 전양자(본명 김경숙ㆍ61)의 전성기 모습을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정홍택)은 `한국의 명배우 초대전'의 네번째 순서로 9∼13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내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전양자 대표작을 상영한다. 진명여고를 졸업한 전양자는 66년 이강천 감독의 <계룡산>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전통적인 한국 여인의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에 그는 인형처럼 깜찍한 외모로 충무로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종점>, <가슴 아프게>, <빙우>, <엄마의 일기>, <여고동창생> 등 출연작만 해도 100여편을 헤아린다. 70년대 들어서는 브라운관으로도 활동무대를 넓혀 MBC 일일연속극 「새엄마」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고 최근에는 악극과 연극 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이번 초대전에서는 이순재와 호흡을 맞춘 78년작 <비목&
영상자료원서 전양자 대표영화 5편 상영
-
케이블TV와 위성방송 채널들이 6월을 맞아 다양한 특집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해 시청자를 찾아간다. 우선 현충일을 전후해 OCN, 캐치온 등 영화채널들은 `전쟁영화' 특집을 마련했다. 캐치온은 분단의 아픔을 그린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 2편을 방영한다. 11일 밤 10시에는 장동건 주연의 부산영화제 개막작 <해안선>(사진)이, 12일 밤 10시에는 양동근 주연의 <수취인불명>이 편성된다.OCN은 현충일 특집으로 <지옥의 묵시록>과 <커리지 언더 파이어>를 6일 오전 6시 30분과 10시 20분에 각각 방송한다. 슈퍼액션은 6월 한달간 매주 일요일 밤 10시 40분에 군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5편을 내보낸다. <스나이퍼>(1일), <레드 스콜피온>(8일), <최후의 출격>(15일) <솔져 보이즈>(22일), <유니버셜 솔져-그 두번째 임무>(29일)가 잇따라 방송된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
케이블ㆍ위성TV 다양한 6월 특집
-
`빙의(憑依) 현상'을 소재로 한 이병헌-이미연 주연의 영화 <중독>의 미국판이 만들어진다. <중독>의 투자배급사인 KM컬처는 지난 2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에서 25만 달러에 리메이크 판권 구매 제의를 받은 뒤 실무협의를 거쳐 31일 미국의 대행사인 인터미디어로부터 최종 계약서를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영화 전문 인터넷사이트 스크린 데일리(www.screendaily.com)도 30일 버티고 엔터테인먼트가 <중독>의 미국판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퀸 오브 뱀파이어> 등을 각색한 마이클 페트로니가 시나리오를 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버티고 엔터테인먼트는 <조폭마누라>와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 판권 수입을 성사시킨 회사로 공동대표이자 프로듀서인 덕 데이비슨이 리메이크할 만한 영화를 물색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부산영화제를 방문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중독>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 수출
-
<스타 워즈>, <인디아나 존스>, <에어포스 원>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해리슨 포드(60)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합류했다. 포드의 거리로 선정된 `코닥 극장' 앞에서 열린 헌정식에는 포드의 연인인 캘리스타 플록하트와 그의 모친 및 호흡을 같이해 온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이 함께 했다. 그러나 해리슨 포드라는 이름이 명예의 거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7년 사망한 동명이인의 할리우드 스타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드는 이날 "영화배우 길드에 등록하기 위해 처음 할리우드를 찾았을 때 이미 같은 이름이 등록이 돼있어 내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해리슨 J. 포드로 등록한 그는 지난 67년 <타임 투 킬링>에 출연, 명성을 얻자 길드측은 J를 삭제, 그의 실명을 되찾아 줬다.
스필버그 감독은 "그의 이름과 같은 `포드 자동차'처럼 포드는 현대의 영웅으로서 또한 재능을 보유한 과거의 스타
해리슨 포드, `명예의 거리`에 합류
-
"내가 퀴어 감독이라고? 그건 언론이 만든 거다"토드 헤인즈는 확실히 변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 <포이즌>은 ‘히어로/호러/호모’를 소제목으로 하여 삼항간의 면면을 분석적인 방식으로 깐깐하게 대비시킨 영화였다. <포이즌>으로 토드 헤인즈는 데릭 저먼이 세워놓은 정치적, 미학적 성과에 필적할 만한 퀴어영화 감독 반열에 올라섰고, 관객과 평단은 그의 다음 영화에서 더욱 정치한 주장과 전개를 예상했다. 하지만 토드 헤인즈는 이후의 진전을 깊이에 두기보다 너비에 두었고,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의 화두는 새로운 접점을 연계하면서 넓어졌다. 줄리언 무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릴러영화 <세이프>(1995)에 이어, 토드 헤인즈는 ‘글렘 록’의 전성기를 배경으로 한 픽션과 논픽션의 장엄한 사기극 <벨벳 골드마인>(1998)을 통해 시대적인 대중문화 코드를 재소환했다.70년대 영국 대중문화를 빌려 외적 스타일의 화려함을 마음껏 확장해보았던 토드 헤인즈가 이
멜로드라마 <파 프롬 헤븐>들고 온 퀴어감독 토드 헤인즈
-
“좋은 시나리오는 대가를 만나면 좋은 영화로 빛을 발하지만 그 어떤 대가도 좋지않은 시나리오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순 없다.”영화에서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과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특히, 감독과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유착관계임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해보자! 한국영화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산다는 것은 고행하는 수도승의 모습이 아닐까! 검증된 10여명의 작가들(영화화된 시나리오로 어느 정도 흥행이 담보된 작품을 써낸 작가들) 외에는 시나리오 가격도 널을 뛰고, 무수한 각색과정에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시니리오를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의 수가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전무한 상태이고, 그 대안 모색이 시급한 현실이다. 내가 존경하는 송길한 선생님이나 지상학 선생님처럼 다방면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일정한 퀄리티의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작가도 메니지먼트가 필요하다
-
고등학생 때부터 대마초를 팔아오던 몬티(에드워드 노튼)는 소방수의 꿈을 이루기도 전에 마약 밀매범 죄목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보석으로 풀려나 얻은 일주일간의 자유. 이제 하루 남았다. 7년간의 감옥생활을 위해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몬티는 연인 내추럴(안나 파킨), 친구 제이콥(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프랭크(베리 페퍼) 등과 함께 마지막 이별의 파티를 연다.<똑바로 살아라> <모베터 블루스> <정글 피버> <말콤X> 등으로 1990년대 초반 블랙무비의 기수로 나섰던 스파이크 리의 27번째 영화 (2002)가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연출에서나 재미에서나 다소 힘이 처지는 느낌이 없지 않았던 스파이크 리는 시에서 에드워드 노튼,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안나 파킨이라는 걸출한 연기파 배우들을 앞세워 재도약을 노린다.흑인영화의 기수였기에 거의 모든 영화에서 흑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했던 그가 백인 배우 에드워드
24시간 남은 자유,해외신작 <25시>
-
토드 헤인즈의 <파 프롬 헤븐>을 둘러싼, 예상 가능한 험구와 상찬을 생각해보자. 먼저 예측할 수 있는 비아냥. “헤인즈씨, 어쩌자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 거요, 당신은 포스트모던 문화이론 더하기 퀴어이론에 혈안이 되어 있는 버클리대학의 대학원생을 위해 영화를 만들겠다는 겁니까. 당신의 영화는 왜 그토록 사변적 취미에 벗어나지 못하는 거요. 당신은 왜 해묵은 영화의 자기반영성 내에서 영화깨나 봤다는 관객을 위한 비평적인 잡담을 즐기는 거요. 결국 당신은 자신의 호사 취미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겁니다. 제길.”
그리고 또한 기대할 수 있는 입 발린 찬사. “헤인즈씨, 역시 당신은 천재입니다. 당신은 멜로드라마의 정치학을 완전히 깨닫고 있어요. 게다가 당신은 그것이 퀴어미학의 요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맙소사 당신은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군요. 당신이 더글러스 서크의 <하늘이 허락한 모든 것>과 <슬픔은 그대 가슴에>를 인용하며 개작하려는 것은 어쩌
토드 헤인즈의 열광적 지지자를 참담케 한 <파 프롬 헤븐>
-
<와일드카드>를 처음 보고 나오며 나는 이 영화를 두말할 것 없이 ‘나쁜 영화’라고 단정지었다. 비난이 아니라 비판의 글을 쓰기 위해 영화를 두 번째 보고난 뒤 그 생각은 모호해졌다. 이 영화는 ‘착한 영화’이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영화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영화가 제시하는 정의의 영역 안으로 선뜻 들어서지 못할까? 자기 모순적인 판단의 혼란은 어디에 기인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를 다시 보면서 이유를 정리했다. 우선 이 영화는 정교한 미학으로 위장할 만큼 영악하진 못하다. 발로 뛰어 모은 형사들의 경험담을 성실하게 조합해낸 것에 가깝다. 그 점을 김유진 감독은 실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성실함과 솔직함으로 엮어놓은 그 봉합 솜씨를 사람들은 ‘웰 메이드’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웰 메이드라는 평가 한마디가 안겨주는 면죄부를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면죄부? 맞다. 면죄부라고 불려야 한다. 여기에는 그 면죄부를 받아들기 위해
범죄자를 괴물로 그려서 당신이 착해지겠다고? <와일드카드>
-
<펀치 드렁크 러브>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천박한 청년 희극배우와 가장 겁없이 거창하게 나오는 청년 감독을 한데 엮었다. 인생 어디에선가 성장이 멎어버린 듯한 인간이 전문적인 앙팡테리블을 만난 것이다. 이 아방가르드한 스튜디오 제품- 정식 개봉도 하기 전에 뉴욕영화제에서 두번이나 상영됐다- 은 거침없이 야심만만한 폴 토머스 앤더슨이 만들어놓은 컨셉 안에서 속물 애덤 샌들러가 다른 배역 아닌 애덤 샌들러 바로 그 자신을 연기하는 영화다.
게다가 영화는 심지어 로맨틱코미디다. 앤더슨의 전작 세편(<리노의 도박사> <부기 나이트> <매그놀리아>)은 모두, 패배자들이 모인 대합실 같은 특징적인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여기에 몇 줄기 햇살을 드리우게 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그것 역시 여전히 어둡다. 샌 페르난도 밸리의 삭막하도록 광대한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 <펀치 드렁크 러브>는 세심히 연구된 동작개그,
연기 탁월하나 엉성한 <펀치 드렁크 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