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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비롯한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회원단체들은 23일 한ㆍ미재계회의에서 미국영화협회(MPAA)의 보니 리처드슨 부사장이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40%에서 20%로 낮출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사무처장 겸 세계문화기구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우선 한국의 영화업계 대표가 배제된 상태에서 미국 영화업계 대표의 의견만 듣는 방식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재계 관계자들이 미국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문화나 서비스산업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그는 이어 리처드슨 부사장이 "각 나라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인정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경제관료, 재계인사, 보수언론들은 미국 영화업자까지 문화 다양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는 한편 "세계 12위 무역대국인 한국이 어떻게 한ㆍ미투자협정(BIT) 체결에 그렇게 소극적이냐"고 했다는 미국
영화계, 스크린쿼터 축소 주장에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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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오! 브라더스>를 보고, 유아적 탐욕과 유아적 의존에 빠진 현대인을 질타하다<레드>에는 인상적인 한 인물이 등장한다. 평생 혼자 살면서 이웃의 사생활이나 염탐하며 사는 초로의 남자. 그는 한때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판사였다. 이성의 투명한 힘을 믿어서 법으로 사회를 정화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사랑을 숭고한 열정으로 생각해서 그 힘으로 영혼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그는 사랑을 열정의 레드와 순수의 화이트로 채색했고, 궁극적으로 핑크를 욕망했다. 하지만, 연인이 다른 남자와 동침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모든 인간관계에서 회색밖에 보지 못하는 정신적 안질을 앓게 된다. 그렇게 평생을 보낸 그는 급기야 타인의 눈에 비치는 천연색 세계를 질투해서 재를 뿌리고 싶은 심술까지 생긴다. 이쯤 되면, 사연을 모르는 이웃의 눈에 이 남자는 벽에 핀 곰팡이 같은 존재다. 그러나 본인은 억울할 거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나
거저 되는 건 없어, 베푼만큼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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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건축술과 이미지의 세공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김기덕‘사계’라는 경제적인 단어를 굳이 외면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하 <봄>)은 롱숏의 영화라는 감독의 언명대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멀리서 ‘보는’ 영화이기도 하다. 사계의 순환이 시작되는 ‘그리고’의 시점은 그 순환에 대한 바라‘봄’의 지점인 것이다. 날것의 구체성을 현저히 추상화시킨 이런 관조적 성찰은 비록 여전히 ‘김기덕 영화’라 해도 그의 인장을 좀더 메타적으로 관찰할 여지를 제공한다. 그것은 손쉽게 지적할 수 있는 표면적인 의미보다 절경을 이루는 이미지들이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의미화되는지에 주목하게 한다. 벌써 아홉 번째인 김기덕의 동어반복에 대한 동어반복적 찬반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거리두기가 필요할지 모른다는 느낌은 이 때문이다.관념의 집을 짓고 그 집을 관조하다김기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제목만으로도 감이 팍팍 와버릴 이 영화는 ‘사계절에
이미지는 어떻게 의미화 되었나?<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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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페리아>가 워낙 큰 여파를 미치자 개봉 뒤 1년 반쯤 지나 <서스페리아2>가 개봉된다. 그러나 자막에 나온 원제는 <Deep Red>. 알고보니 같은 감독이 2년이나 먼저 만든 영화였다. 일본에서 제목을 맘대로 붙인 것을 수입할 때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일본판 가짜 <서스페리아2>의 포스터, 맨 위에 보이는 붉은색 문구는 “이탈리아 호러의 귀재, 다리오 아르젠토 대표작 <서스페리아> PART2가 완전판으로 등장!”이다. <서스페리아>가 호러영화의 귀감으로 뜨고, 감독의 이름이 유명해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러한 가짜 속편은 그래도 감독이 같으니 시리즈물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비디오 시장에 등장하는 속편들에는 감독이나 배우의 물갈이는 둘째치고 내용조차 원작과 연관이 없는 엉터리가 종종 눈에 띈다. 키워드가 되는 사건이나 인물 구성의 얼개를 비슷하게나마 간직한 ‘시추에이션’ 아류작이 대부분이지
감독과 배우 다른 가짜 속편들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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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정말 예쁘지 않니? 그 여자 누군지 알아?”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를 보고나오는 관객의 한마디에는 카이라 나이틀리(18)에 대한 찬사가 빠지지 않는다. 소녀 티가 남아 있던 시절의 위노나 라이더 혹은 성숙한 내털리 포트먼을 연상시키는 청초함, 해골로 변신해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해적에게 “고통을 좋아한다구? 코르셋을 입어보시지”라고 대꾸하는 당당함, 로코코풍의 거추장스런 드레스를 입고도 힙합 패션을 즐기는 젊은이처럼 움직이는 날렵함, 그녀는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 속의 금발 미녀들과 다른 이미지로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 나오는 비명만 잘 지르는 여인이나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부담스런 액션영웅 지나 데이비스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나이틀리의 등장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그녀의 이런 이미지는 <슈팅 라이크 베컴>을 떠올리면 더 쉽게 이해된다. 동네 여자축구팀의 스타 플레이어
난독증과 맞바꾼 연기,카이라 나이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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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충청도 사투리가 전해주는 투박한 심성. 송아지처럼 물기 어린 시선까지 마주하고 나면 이 사람, 거짓말이라곤 좀처럼 모르는 얼굴이다. 물론 그와 대화를 지속하려면 고통(?) 또한 따른다. 입을 열라치면 손 동작에 얼굴 근육까지 동원되기 때문이다. 귀를 열어두는 것만으로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흡사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다. 녹음기 대신 캠코더를 들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차, 싶다.
극단 목화에 발디딘 뒤 15년 가까이 연극쟁이로 살아오다 3년 전부터 스크린으로 둥지를 옮긴 성지루(35)가 그 주인공. 요즘 그는 톡톡히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한 방송사 프로듀서는 얼마 전부터 브라운관으로까지 영역을 넓혀 활동하고 있는 그를 캐스팅하려고 집 앞까지 찾아와 진을 치기도 했을 정도다. “추석 때 찾아뵙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그의 영원한 ‘사부’ 오태석 선생(극단 목화 대표)을 모시고 극단 목화의 공연장을 찾았다가 “세트를 만들고 있던 후배들
<바람난 가족> <불어라 봄바람>의 배우 성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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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사>가 오는 10월 31일 개봉할 예정이다. <정사>는 국내에 <인티머시 Intimacy>라는 원제로 소개돼온 작품으로 지난 2001년에 열린 제5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금곰상을 비롯해 은곰상(여우주연상), 블루엔젤상(최우수 유럽영화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한 수작이다.서로에 대해 묻지 않은 채 일주일에 단 하루, 수요일마다 만나 섹스를 나누는 남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정사>는 남자가 여자의 일상에 끼어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애초 <정사>가 관심을 모아온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적나라한 섹스씬 때문. 날 것 그대로 묘사된 오럴섹스를 포함에 실제 정사씬이 총 35분에 달해 포르노그라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표현 수위로 만들어졌다.베를린영화제 공개 당시에도 이런 점이 평단과 관객 사이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결국 작품상 수상으로 모든 추문을 잠재웠다. 이번에 <정사>는 무삭제로
베를린 그랑프리작 <정사>(Intimacy) 10월 3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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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 황정민 주연의 액션 코미디 <마지막 늑대> (감독 구자홍, 제작 제네시스픽쳐스)가 지난 1일 강원도 정선에서 크랭크 인 했다.
영화 <마지막 늑대>는 시골 마을의 파출소 폐쇄위기를 막기 위해 범죄유치(?)에 몸소 나서게 되는 두 경찰의 좌충우돌 액션 코미디. 연일 피 튀기는 강력계 형사생활에서 과감히 일탈을 선언하고 '범죄없는' 시골파출소로 자원한 최형사 역에는 양동근이 열연하고, 그와는 반대로 '온 몸을 던져'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의욕넘치는 시골토박이 고순경 역은 황정민이 맡아 좌중우돌하면서도 파워풀한 콤비플레이를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마지막 늑대>는 제네시스 픽쳐스의 창립작품으로, 11월 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내년 2월 개봉할 예정이다.
양동근, 황정민 주연 <마지막 늑대> 크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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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전통의 종합선물세트1970년대 미국 영화계에서 피터 보그다노비치는, 스스로의 영화사적 지식을 작품 속에 풍부하게 새겨넣음으로써 할리우드 고전기 영화들을 향한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선, (지금의 우리에겐 그보다 훨씬 친숙한 감독인) 코언 형제와 유사한 인물이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라이언 오닐을 데리고 <왓츠 업 덕?>을 찍던 당시의 보그다노비치는 정말이지 의기충천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로 전에 만들었던 <라스트 픽처 쇼>가 큰 성공을 거둠으로써 그는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거장들- 오슨 웰스, 존 포드, 하워드 혹스 등- 에게 열렬한 애정을 바치는 영화광 평론가로서뿐 아니라 감독으로서도 탁월한 재능이 있음을 인정받게 되었다.워너브러더스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제작된 <왓츠 업 덕?>에서 보그다노비치는 <라스트 픽처 쇼>에 이어 다시 한번 고전기 할리우드에 경배를 바치는데, 그 경배의 구체적인 대상이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왓츠 업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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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러시아.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 무렵, 미국으로 떠난 아버지에게서 소식이 끊긴 뒤 유대인 소녀 수지는 영국인 부부에게 입양된다. 아버지에게 배운 유대계 전통음악을 결코 잊지 않고 있던 수지는 자신의 영혼의 부름을 따라 파리의 유명한 쇼단에 들어간다. <피아노2>라는 괴상한 제목으로 출시된 샐리 포터의 2000년 작품 원제는 ‘울고 있던 남자’다. 여주인공 수지를 둘러싼 남자들이 그녀를 위해 눈물을 흘릴 때 영화 곳곳에 울려퍼지는 베르디, 푸치니, 퍼셀, 비제의 오페라 선율은 드라마틱한 감정의 고조를 한껏 돋운다. 내러티브와 액션을 반영하는 주체는 그러니까 여기서 음악이며, 샐리 포터는 그것을 사샤 비에르니(알랭 레네와 피터 그리너웨이의 파트너)의 탐미적이고 도취된 듯한 시선과 결합시킨다. 자신의 본질적인 정체성을 좇고자 하는 소녀의 여정을 담아내는 <피아노2>는 더없이 대담하고 로맨틱한 사운드와 비주얼로 황홀하게 빚어내는 오페라-영화인 셈이다.
소녀의 정체성을 소리로 듣다,<피아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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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를 새로 쓰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죠.” 올해 말 공개 예정인 DVD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확장판에 앞서 출시한 일반판 서플먼트에 수록된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 이안 매켈런이 온화하게 웃음짓는 순간, 우리 모두는 머리를 조아리며 동의를 표하는 동시에 경배를 바칠 수밖에 없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동시대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원작소설에서 영화로 그리고 게임으로 이어져왔던 판타지의 어떤 절대적인 원류 중 하나의 실체를 본다는 감격으로부터 출발하여 선사시대 이전 인간의 생태계를 모델로 구상한 장대한 신화적 서사시를 현대인의 시각에서 다시금 더듬어본다는 것까지 모두 포함하는 쾌감의 행위가 되어가기 때문이다.애초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반지의 제왕>을 완성했던 J. R. R. 톨킨의 비전은 꽤 미묘하며 애매한 종류의 것이었다. 선과 악의 선명한 대립구도 속에서 악의 세력이 아무리 강하고 매혹적이라 하더라도 결집된 선의 연합
욕망 앞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나?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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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엄마는 더 잘했을까?나는 새엄마 밑에서 자랐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힘들었겠네” 하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물론 낯선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뿐 아니라 새엄마 또한 그랬겠지만, 사람들이 새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달랐다. 새엄마가 “힘들었겠네”라는 위로의 말을 듣는 일도 아마 드물 것이다. 남이 낳은 아이를 제 자식처럼 기르겠다고 결심하고 또 실제로 해낸 사람이니 얼마나 착하고 장한가 감탄할 만도 한데, 친척이나 이웃 중에 새엄마를 이런 시선으로 보아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어릴 적 우리 마을 성당 부녀회 아주머니들은 새엄마와 함께 살게 된 뒤 내가 성당에 나가지 않자 집 앞에 몰려와 “마귀야 물러가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마귀 들린 새엄마를 설득해 나를 주님의 품으로 이끌 심산이었겠지만 오히려 가정불화의 원인만 제공하고 말았다. 내가 성당에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청소년부에 쓸 만한 남학생이 없기 때문이었는데, 아주머니들은 새
추석특집드라마에 등장한 두명의 새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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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을 본 적이 있는가이번주에는 세편의 개성있는 해외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단편부문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영국 단편 <침묵의 랩퍼>(DEF/ 감독 이언 클락/ 35mm/ 2003년/ 영국)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창각장애인 토니는 래퍼가 되는 게 꿈이다. 벙어리인 그가 랩을 한다고 하자 친구들은 물론 어머니조차 그에게 동조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창각장애인의 랩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을 침묵 속에서 보여준다. 수화(手話)로 펼쳐지는 토니의 랩은 환상적이며, 가슴 뭉클하다. 장애인이라고 하지 못할 것은 없다. 어떻게 자기식으로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침묵의 랩퍼>는 그런 단순한 사실을 용감하게 보여준다. 토니는 내가 너희들하고 다른 게 뭐냐고 묻고 있는 듯하다. 남들이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은 즐겁다.브라질에서 만든 <팔린드롬>(Palin
[단편·독립영화] <침묵의 랩퍼><팔린드롬><넓고, 밝고, 지하철에서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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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9월28일(일) 밤 11시
<삼등과장>(1961), <행주치마>(1964), <마포 사는 황부자>(1965), <잘못 보셨다구>(1969) 등을 만든 이봉래 감독은 모던하면서도 다소 튀는 대사들로 이루어진 코미디영화를 주로 연출했다. 1960년대 코미디영화 중에서도 그의 영화는 다소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있다. 그저 웃기기만 하기보다는 세태를 꼬집는 풍자적인 터치를 보여주는 점이 당시의 다른 감독들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그의 영화 색깔이다(그의 영화가 지닌 풍자성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는 될 수 없겠지만, 이봉래 감독의 장인이 60년대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씨라는 사실과도 그리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영화 <장미의 성>은 이봉래 감독의 작품연보 속에서 비교적 후기작에 속한다. 이 영화는 희곡작가, 시나리오작가, 방송작가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차범석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차범석의 희곡은 10편 정
[한국영화걸작선] 은유로 감싸인 욕망, <장미의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