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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소옥은 참으로 딱한 처자다. 꽃봉오리 같은 이팔청춘에 아버지보다도 늙은 양반의 소실로 출가하면서 위안이라고는 “엄마 잔소리 듣는 것보다야 낫겠지”가 고작이다. 반가 법도를 익힌답시고 시집에 먼저 들어왔건만, 뭐하다 이제 나타났나 싶은 준수한 옆집 도령이 뒤늦게 구애를 하고, 그나마 도와주겠노라던 정실부인의 사촌이라는 위인은 덜컥 겁간부터 하니 기막힐 노릇이다. 하지만 이 모든 수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소옥 낭자는 마냥 즐겁다. 그녀는 날마다 깨우치기도 잘한다. 조선 사교계의 절정 고수 조원과 조씨 부인에게 서책에도 없는 사람살이의 이치와 음양의 섭리를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아무리 가혹한 사태에도 “정말이에요?” 한마디면 충격은 눈녹듯 사라지고 환한 이치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그녀. 잠자리에 마주 누워 “네 어미의 정인이 바로 나였단다”라고 털어놓는 사내에게 “어쩜, 이런 인연이 있을 수가 있죠?”라며 동지섣달 꽃
나는 날마다 깨우친다,<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이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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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언론이 미셸 로드리게즈의 이름 앞에 붙이는 가장 흔한 수식어는 ‘feisty’다. ‘feisty’는 ‘성마르다, 공격적이다, 잡종강아지 같다’는 뜻을 가진 단어. 미셸 로드리게즈가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설명하기 적합하다. 첫 주연작 <걸파이트>의 소녀 복서 다이애나를 비롯해 <분노의 질주>의 폭주족 레티, <레지던트 이블>의 전사 레인, 그리고 최근 개봉한 <S.W.A.T 특수기동대>의 특수경찰 크리스까지. 이들은 하나같이 터프하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남자들과 힘겨루기를 한다면 곧바로 비등한 실력을 과시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이며, 건강하게 벌어진 어깨와 작지 않은 몸집,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로드리게즈에게서 가장 쉽게 표현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첫 주연작으로 <걸파이트>를 만났다는 건 그러므로 운이 좋았다기보다 당연한 결과이다. 감독 카린 쿠사마는 미셸 로드리게즈에게서 스크린을 불태워버릴
의 미셸 로드리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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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은 연기와 실제를 구분하기 힘든 배우다. 그가 연기를 실제같이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연기하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럴듯한 가장(假裝)과 거리가 먼 그는 아직 완전한 페르소나를 갖추지 못한 초짜거나 그 스스로가 메타포로 기능하는 메소드 배우 둘 중 하나다. 특이하게도 김남진은 그 둘 모두에 속한다(후자는 이제 막 씨의 형태가 보일 뿐이지만). 이제 두편의 영화(그중 하나인 <연애소설>은 2회 출연에 그친다)에 출연했고, 스크린보다는 브라운관에서 아니 그 이전 한장의 사진을 통해 번드르르한 몸을 먼저 알린 그는 ‘연기자’로 불리게 된 몇편의 연속극에서 순진하거나 혹은 야비한 표정으로 줄곧 더듬거렸다. 귀티나는 외모가 본디 순수혈통 강남 귀족을 떠올리게 하지만 줄곧 제주도 섬 청년이었던 그가 어떻게 소리없이 도심의 간판을 접수했으며, 무엇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으로 김남진을 호출하게 하는 힘인지를, 수식없이 체험을 연기로 꿰뚫어내는 그만의 직설화법을 통해 짐작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김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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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 일본에서 열리는 제4회 도쿄필름엑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김기덕 감독은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됐다. 모두 9편이 초청된 경쟁부문에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와 김성호 감독의 <거울 속으로>가 진출했고,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특별상영작으로 초대를 받았다.
2001년 열린 제2회 도쿄필름엑스 영화제에서는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그랑프리의 영예를 안았다. (서울=연합뉴스)
도쿄필름엑스영화제 개막작에 <봄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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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한 여섯 가지 이야기영화 한편을 함께 만든 감독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박광수와 박진표, 박찬욱, 여균동, 임순례, 그리고 정재은 감독이 옴니버스 형태로 제작된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포스터 촬영을 위해 홍익대 부근 스튜디오에 모인 것이다.각자 단편영화 한편씩을 연출한 이들은 워낙 바쁜 탓에 단 한번도 동시에 얼굴을 보인 적이 없다고. <여섯개의 시선>이 개막작으로 상영된 전주영화제에서도 만나지 못했지만, 11월22일 개봉을 앞두고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포스터 촬영에 임하게 됐다.<여섯개의 시선>은 감독 여섯명이 인권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자유롭게 연출한 옴니버스영화. 외모로 인한 차별, 장애인과 외국인노동자 인권문제 등을 다루었으며, 인권위원회가 제작을 지원했고, 이현승 감독이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분장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감독들은 “박진표 감독이 구강절개 수술장면을 집어넣는 바람에 18세 이상 관람가가 나올지도
[사람들]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포스터 촬영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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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서..극영화 <내고향> 등북한 영화 7편이 합법적으로 국내로 반입돼 10월 2일 개막되는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상영된다. 안상영 부산시장은 30일 부산시청 9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시.한국영상자료원.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와 북한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북한 영화 7편을 초청, 영화제기간에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29일 속초항을 통해 반입된 북한 영화는 <내고향>(조선영화수출입사, 강홍식 연출, 문예봉 주연, 1949)과 <신혼부부>(",주동진 연출, 1955), <우리 렬차 판매원>("신정범 연출, 1973), <기쁨과 슬픔을 넘어서>(사진)(", 리상욱 연출, 1985), <봄날의 눈석이>(", 리춘구 연출, 김창범.고학림 주연, 1989), <대동강에서 만난 사람들 1,2부>(", 김길인.리경진 연출, 김세륜.장광남 출연, 1993) 등이다.작품 가운데 <내고향>은
[PIFF2003] 북한 영화 7편 부산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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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많은 나이가 인간의 활동을 상당 부분 제한한다는 것은 강력한 편견이다. 그러나 또 종종 깨진다. 이 편견의 근거없는 힘은 지난 9월18일 오후 신상옥-최은희 부부를 대하는 순간 더욱 무력해졌다. 안양신필림예술센터 학생들의 뮤지컬 <미스 마마> 공연을 앞둔 안양문예회관 2층 로비. 분주히 손님들을 맞고 있던 두 사람에게서 어느 누구라도 그 얼굴에 띤 홍조를 알아보았을 것이다. 신 감독 내외는 25년 만에 학교를 다시 세우고, 기본기 닦기에 한창인 학생들을 가르쳐 3개월 만에 무대 위로 올린 참이다. 여전히 창작의 열정이 스며나오는 노 감독과 배우 부부, 그리고 그 제자들의 뮤지컬 공연. 얼핏 기묘해 보이는 이 삼박자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을 조금 거슬러올라갈 필요가 있다.
사재 20억원 털어 학교 근간 재건
안양예고와 계원예고가 자리한 경기도 안양시는, 1967년 세워졌던 ‘신필림부설안양예술학교’를 기억하고 있다. 이 학교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제작사 신
감독 신상옥-배우 최은희,`안양신필림예술센터` 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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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타란티노의 신작 <킬 빌>이 10월10일 미국 개봉을 앞두고, 조금씩 그 베일을 벗고 있다. 감독 자신이 작품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타란티노에 따르면, <킬 빌>은 ‘복수’에 관한 서사극이다. 또한 영화광 타란티노의 잡식 취향에 관한 ‘결정판’이기도 하다.<킬 빌>은 여성 킬러가 빌이라는 악당을 죽인다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다. 독사암살단(Deadly Viper Assassination Squad)으로 알려진 범죄조직의 일원 브라이드(우마 서먼)는 자신의 일에 회의를 느끼고 조직을 떠난다. 소박한 촌부와 결혼해 평범한 여성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 브라이드는 그러나, 결혼식에서 옛 동료들(대릴 한나, 비비카 폭스, 루시 리우, 마이클 매드슨)과 팀의 리더인 빌(데이비드 캐리던)로부터 총탄세례를 받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5년 뒤 깨어난 그녀는 복수를 감행한다. 마지막 목표는 물론, 옛 보스인
그녀의 아드레날린이 폭발한다,해외신작 <킬 빌: Volume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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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개국 244편 초청..3년만에 야외스크린 가동화려한 은막의 축제,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음달 2일 막을 올린다.올해 영화제는 60개국에서 244편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며 부산영화제의 트레이드마크인 야외 스크린이 3년만에 재가동, 가을밤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게 됐다.또 올해는 영화 프리마켓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과 부산국제필름커미션박람회(BIFCOM)가 영화 기자재전과 함께 아시아필름산업센터(AFIC)로 통합돼 영화 아이템에서부터 촬영장소, 장비 등을 거래하는 명실상부한 영화관련 토털마켓이 형성된다.▲개요= 2일부터 9일간 남포동 극장가와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 메가박스 등 17개 상영관에서 열린다. 올해 영화제에는 한국영화 47편과 아시아영화 98편, 그외지역 99편 등 모두 60개국에서 244편의 작품이 초청돼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이미 57개 작품이 매진되는 등 전체 좌석중 절반이상이 판매됐다.특히 그동안 영화제 조직위측이 꾸준히 추진해온
[PIFF2003] 부산국제영화제 10월 2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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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커 전인권이 영화 <안녕! 유에프오>(제작 우리영화)에 실명으로 출연한다.<안녕! 유에프오>는 '맹랑한' 시각장애 여성인 경우(이은주)와 소심한 버스기사 상현(이범수)이 나누는 사랑을 그린 로맨틱 멜로 영화로 신인 김진민 감독의 데뷔작이다.
극중에서 전인권의 열광적인 팬인 어린 상현은 전인권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집으로 찾아가고, 전인권은 상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훗날 자신의 대표곡이 되는 '행진'을 작곡한다는 설정이다.
전인권이 출연하는 분량은 10월 중순 양수리에서 촬영된다. 현재 전체의 절반 가량 촬영을 마친 <안녕! 유에프오>는 내년 1월 개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인권, 영화 <안녕!유에프오>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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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비가 말끔히 씻어낸 공기를 거칠 것 없이 통과해 내리쬐는 가을 땡볕이 숯불 같다. 이만큼 열받기 쉬운(?) 날씨면 사소한 꼬투리로 싸움이 커져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차에 저만치서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니가 봤나? 내가 울타리 부수는 거 니가 봤냐고?” “똥인지 된장인지 묵어봐야 아나? 니가 안 뿌샀으면 타조가 뿌샀겠나? 미치도 좀 곱게 미치라, 자석아!”이곳은 경기도 화성의 타조 농장에 차려진 <고독이 몸부림칠 때>(제작 마술피리, 제공 아이픽처스)의 오픈 세트. 바야흐로 물건리가 자랑하는 ‘물건’인 동네 앙숙 배중달(주현)과 조진봉(김무생)이 부서진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콧김을 뿜어내고 있다. 유황오리, 황소개구리 사육에 연패하고 타조 농장에 손댄 중달과, 동네 냄새난다고 타박하는 진봉의 아귀다툼은, 칸트의 산책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는 마을의 일과. 중달의 온순한 동생 중범(박영규)이 미달 아빠의 ‘장인어른 왜 이러세요’ 억양으로 “형님도 그만하세요”
천방지축 어르신,<고독이 몸부림칠 때>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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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짓이다>로 영화에 데뷔한 감우성이 미스테리 스릴러 <거미숲>(감독 송일곤, 제작 오크필름)에 캐스팅됐다. <거미숲>에 출연을 결정한 감우성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거미숲>의 강민 역은 연기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래서 욕심이 났다. 영화 속에서 내가 가진 연기력을 마음껏 펼쳐 보고싶다는 생각에 주저없이 <거미숲>을 차기작으로 결정했다.” 고 밝혔다.
<거미숲>에서 감우성이 맡은 강민은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파헤치다 빠져나오기 힘든 혼란과 충격적인 진실에 직면하는 캐릭터. 캐스팅 직후, 자진해서 동갑내기인 송일곤 감독과 거의 매일 미팅을 가지며 <거미숲>의 시나리오를 함께 분석하는 등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열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거미숲>에서 감우성의 죽은 아내와 사진관의 여자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는 여주인공은 배우 서정이
미스터리 스릴러 <거미숲>에 감우성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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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인가. 나이트클럽 ‘주리아나’(酒利亞羅)다. 조선시대에 존재했으리라 ‘추측되는’ 유흥업소이자 조선을 비롯해 청나라, 일본, 서역 등 각국의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술과 춤을 즐기는 곳이다. 윤제균 감독의 신작 <낭만자객> 팀은 지난 9월22일 양수리 종합촬영소 스튜디오 내에 꾸며놓은 이 화려한 세트를 자랑스레 취재진에게 공개했다.동원된 엑스트라만 100명이 넘는 분주한 현장이라 취재진들과 서로 구별이 안 될 수 있다며, 제작사쪽은 프레스 명찰을 미리 나눠주고 꼭 착용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세트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이 명찰은 무용지물이었다. 한복과 기모노, 치파우(중국전통의상)의 오색찬란함으로 장식된 연기자들이 칙칙한 기자들과 구별 불가능하다는 게 불가능하다. 헷갈릴 소지가 있다면, 커다란 나비 장식을 머리에 달고 춤추는 무희들의 현대식 샌들 정도.신기한 것은 현장이 꽤 차분하다는 점이다. 100명이 넘는 출연진이 ‘주리아나’의 무대를 채우고 스
조선남녀의 음주가무,<낭만자객>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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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벡의 지역영화들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7월 개봉한 <위대한 유혹>(La grand seduction)은 퀘벡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어모은 영화로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뒤를 이어 440만달러를 벌어들였고 여전히 상영 중이다. 그 뒤를 잇는 <야만인의 침략> 역시 36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 영어로 제작된 게이코미디 <맘보 이탈리아노> 역시 올 여름 190만달러를 벌어 들이면서 9월19일 미국 개봉했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 누른 퀘벡 지역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