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식 사회 맡은 박중훈“부산영화제는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영화제 아닙니까. 그런 행사의 막을 여는 자리에서 사회를 맡았다니 영광이죠.” 제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의 사회를 맡은 박중훈의 소감은 단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다. 그가 유난히 들떠있는 이유는 부산영화제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박중훈은 영화제 집행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며, 2회 행사에선 폐막식 사회를 보기도 했다.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내던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덕에 그 또한 영화제가 만들어지면서 주요 구성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박중훈은 영화제 첫해부터 빠짐없이 영화제에 참여해 왔지만, 최근 수년간은 <찰리의 진실>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부산에 내려오지 못했다. 그런 차에 김동호 위원장이 사회를 맡아달라고 권유해 선뜻 수락하게 된 것. “어차피 올해는 꼭 부산에 내려가 볼 생각이었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People 3] “영화제의 주인같은 느낌”
-
시험 전야는 영화제에서!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들인 김경은(17 오른쪽), 이시내(17 가운데), 김혜진(17)씨는 종종 해운대에서 영화를 즐긴다. 오늘 그녀들의 초이스는 <오! 브라더스>. 예고편과 영화 소개 프로그램, 스토리를 모두 검토한 결과 합격점을 주었다나. 해운대에서 새로이 펼쳐지는 부산영화제에서 녀들이 기대하는 작품은 폐막작인 <아카시아>다. <여고괴담>의 서늘한 기운을 다시 한번 느끼려는 그녀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 볼 순 없지만 <스캔들>도 기대 중이다. 하필 영화제가 끝나는 시기에 맞물려 시험이 있다니, 여러모로 난관이 많은 영화제 순방이다. 그래도 친구들과 깨알 같은 휴식을 취하며 때로 웃을 수 있으니, 그리 슬프지만 않은 시험전야다.글·사진 심지현“자봉도 하고, 취직도 할래요”올해 부산영화제 자원봉사단에선 유독 많은 외국인들이 눈에 띈다. 캐나다와 일본, 중국 등지에서 날아 온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은 한국어 실력은
[People 3] 오늘의 관객 & PIFF 자원봉사자 정견
-
야외상영기기 음향감독 조지 카두프
수영만 요트경기장을 들썩거리게 만드는 사람. 바로 스위스에서 날아온 야외상영기기 대여업체 씨네렌트의 음향감독 조지 카두프(Georg Caduff)다. 개막작 상영을 앞두고 기술과 스크린을 책임지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처음 부산을 찾은 그는 이미 비엔나, 바젤, 뒤셀도르프 등의 야외상영에 참여했던 베테랑 음향감독. 3년만에 재개되는 야외상영은 그 사이 건설된 광안대교의 야간 차량불빛 때문에 스크린 담당자에게 새로운 고민을 떠안기긴 했다. 그러나 야외 스크린 좌우 메인스피커를 비롯해 12개 서라운드 스피커를 책임져야하는 카두프씨는 바닷가에 접한 부산의 특이한 상영조건까지 “바다 위의 시드니 야외상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꽤나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이번 주말이면 아동뮤지컬 <정글북>의 사운드를 매만지기 위해 다시 취리히로 떠난다는 그는 ‘내년에 만나자’는 인사와 함께 사람 좋은 웃음을 잊지 않았다.
[People 2] “바닷가에서 서라운드 음향을”
-
<영 아담 (Young Adam)>월드 시네마/ 영국/ 2003년/ 94분/ 감독 데이비드 맥킨지/ 오후 8시 대영1관1950년대를 배경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삶에 대한 기대를 빼앗긴 한 청년의 부조리한 삶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더딘 물살을 타고 한 여성의 시체가 떠내려온다. 한데 이상한 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바지선의 인부 조의 표정은 매우 불편해 보인다. 그와 함께 바지선에서 함께 생활하는 선주 레스와 아내 엘라의 분위기 또한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바지선의 위의 세 사람과 강물 위의 시체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영 아담>은 50년대 에딘버러와 글래스고 사이를 오가는 석탄 운반 바지선 위와 조의 과거를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금은 석탄 더미 속에 모든 꿈을 묻어버린 듯 보이지만, 조는 한때 소설가를 꿈꿨던 청년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캐시라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조의 꿈을 짓밟
[CineChoice 4] <영 아담 (Young Adam)>, <아버지와 아들 (Father and Son)>
-
-
<라자 (Raja)>월드 시네마/ 모로코, 프랑스/ 2003년/ 112분/ 감독 자크 드와이옹/ 오전 11:00 대영1관어린 소녀의 꾸밈없는 소망과 슬픔으로 가득 찬 영화 <뽀네뜨>를 만들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눈물을 지어내게 했던 자크 드와이옹의 최신작. 이번에도 그는 쉽지 않은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말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어렵게 살고 있는 19살 모로코 소녀 라자에게 돈은 인생의 최대 목적이다. 그녀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어느 날, 라자는 동네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거부 프레데릭의 정원을 손질하는 일자리를 얻는다. 라자를 보자마자 프레데릭은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와 프레데릭은 곧장 ‘사랑게임’에 빠진다. 라자와 프레데릭은 서로가 상대를 포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장난처럼 시작한다. 나이먹은 거부와 어린 여자아이의 러브스토리. 그 소재만으로는 무언가 치명적인 육체의 관계를 상상하게 한다. 그러나 자크 드와이
[CineChoice 3] <라자 (Raja)>, <오사마 (Osama)>
-
월드 시네마/영국/2003년/90분/ 감독 마이클 윈터보텀/ 오후 2시 부산1관마이클 윈터보텀은 환경과 필사적으로 투쟁하는 인간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감독이다. 그래서 불꽃 같고 얼음 같은 윈터보텀의 영화를 보는 일은 종종 단단히 감은 붕대에 배어나오는 피를 보는 경험과 비슷하다. <인 디스 월드>는 파키스탄 북서부 샴샤투의 난민 캠프를 떠나 그들의 세계에서 ‘실크 로드’로 통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가로지르는 밀입국 길에 오른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들의 피맺힌 기행문이다. 또한 “80억 달러를 탈리반 정권을 무너뜨리는 폭격에 쏟아넣은 서구는, 그로 말미암아 삶의 기반을 파괴당한 사람들에게 얼마의 빚을 지고 있는가?”라는 통렬한 물음이다.영화는 1979년 소련의 침공과 미국의 2001년 폭격으로 고향을 떠난 5만 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이 살고 있는 파키스탄 샴샤투에서 출발한다. 아들 에나야툴라를 영국으로 불법 이주시키기로 결심한 와킬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조카 자말을
[CineChoice 2] <인 디스 월드 (In This World)>
-
오픈 시네마/독일/2003년/118분/감독 볼프강 베커/ 오후 7:30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동독의 열혈 공산당원이자 서방으로 가버린 남편 뒤에 남아 혼자 힘으로 남매를 키워낸 헌신적인 어머니 크리스티아네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진다. 8개월 뒤. 아들은 위성방송 안테나 세일즈맨으로, 딸은 버거킹 점원으로 전직한 자본주의의 세계에서 엄마는 의식을 회복한다. 그러나 조그만 충격도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효자 알렉스는 블록버스터 급 거짓말에 착수한다. 그 규모란 에미르 쿠스트리차 감독의 <언더그라운드>에서 저질러진 사기극에 맞먹는다. “사회주의 체제는 번영 중”이라고 엄마에게 말한 알렉스는 가게 선반에서 이미 사라진 공산주의 사회의 상품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진다. 이미 사장된 동독 시절 패션을 가족에게 강요하고 갓난아기 조카에게까지 물자 부족한 시절의 플라스틱 기저귀를 채운다. 압권은 감독 지망생 동료의 도움으로 제작
[CineChoice 1]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
-
근사하게 영화에 관한 기억을 풀어놓으면 좋을텐데 어쩐일인지 부산영화제하면 술먹은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이창동문화부장관이 찾는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문득 <조용한 가족>으로 부산을 찾은 98년의 일이 떠올랐다.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밤만 되면 쌩쌩해져서 포장마차를 순회하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해운대 바닷가에서 술을 먹고 있는 이창동감독과 이스트필름 직원들, <박하사탕> 연출부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회포를 풀며 모래사장에 앉아서 이창동감독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궁금한 것이 한가지 떠올랐다.예전부터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묻지 못했던 일. “감독님, 아... 에... 진짜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뭐... 시비걸자는건 아니고요, 거... 참... 그러니까... <초록물고기>에서 그 시퀀스는 왜 홀라당 자르셨어요?” 사실 <초록물고기>에는 내 배역으로 보자면 매우 중요하고 하이라이트인
[Talk] 감독니임, 그 장면 왜 자르셨어요?
-
한국영화 회고전의 정창화 감독과 그의 ‘논스탑’ 액션의 세계국제영화제에 몸담고 있으면서 받게 되는 가장 많은 질문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영화제의 속성상 우리에게 익숙치 않은 영화들이 한꺼번에 소개되기 때문에 당연한 질문이다. 이번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총 242편의 영화들이 소개된다. 이 242편의 영화 중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는 당연히 ‘한국영화 회고전’에 소개되는 영화들이다. 이는 내가 회고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회고전에서 소개되는 영화는 이미 3, 40년의 세월이 검증해 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을 영화계에 몸담고, 꾸준히 영화를 만들었으며, 그 영화들이 영화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고전에 소개되는 영화를 보는 것 만큼 안전한 선택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되는 정창화 감독의 영화들은 회고전 영화들의 취약점일 수 있는 대중성까지 갖춘 영화들
[Special] 타란티노를 사로잡은 한국감독을 아십니까?(+English)
-
강신성일/ 배우/ 10.2/ 파라다이스
쿼이지언/ 감독/ 10.2/ 해운대 그랜드
니콜 싱클레어/ 감독/ 10.2/ 웨스틴 조선
민병천/ 감독/ 10.2/ 파라다이스
곽경택/ 감독/ 10.2/ 부산 메리어트
김혜나/ 배우/ 10.2/ 파라다이스
윤찬/ 배우/10.2/ 파라다이스
김태욱/ 배우/ 10.2/ 파라다이스
김태우/ 배우/ 10.2/ 파라다이스
여균동/ 감독/ 10.2/ 부산 메리어트
임권택/ 감독/ 10.2/ 파라다이스
김기덕/ 감독/ 10.2/ 부산 메리어트
유현목/ 감독/ 10.2/ 파라다이스
이보경/ 배우/ 10.2/ 파라다이스
강수연/ 배우/ 10.2/ 파라다이스
People in Pusan
-
수영만서 성대한 개막식, 개막작에 <도플갱어>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개막식을 열고 9일 동안의 항해를 시작했다. 이날 개막식은 5000여명의 관객이 객석을 촘촘히 메운 가운데 성대하게 치러졌다. 3년 만에 야외에서 치러진 이번 행사는 적절한 날짜 택일에서 비롯된 날씨에 힘입어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오후 6시45분 역대 부산국제영화제 하이라이트 장면이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지면서 떠오르기 시작한 분위기는 오후 7시 국내외 게스트들이 입장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얀 트로엘 감독을 비롯, 자파르 파나히, 첸상치, 신상옥, 최은희, 임권택, 이장호, 이창동, 김지운, 앙드레 김, 윤정희, 박상민, 이병헌, 조인성, 박해일 등 국내외의 화려한 게스트들이 속속 입장할 때마다 객석은 환호의 물결로 바뀌었다. 개막작인 <도플갱어>의 주연 야쿠쇼 고지가 등장할 때는 그의 대표작인 <셸 위 댄스>의
상쾌한 바닷바람, 영화 그리고 스타
-
`시네마 부산' 명성 구축한 `만년 청년', "젊은이들과 일하다 보면 저절로 젊어져요"
항구도시 부산은 2일 시네마 축제의 막이 오르면서 올해로 여덟 번째 영상의 향연에 빠져든다. 파도소리와 별빛으로 채색된 스크린을 해변의 가을하늘에 걸고 있는 김동호(金東虎.66)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손놀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능숙하고 날렵하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시네마 부산'의 성가(聲價)는 칠순을 앞둔 나이에도 만년 청년으로 통하는 서글서글한 인상의 김 위원장의 열정 덕택에 본격적으로 빛을 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할 일이 많아요.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8년째 집행위원장으로 `장기 독재'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이날 근황을 묻는 안부전화에 초심(初心)을 잃지 않겠다는 듯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주자의 심경을 내비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시
[인터뷰]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
요즘 충무로에서 바쁜 사람들을 대다보면, 그중에서 정두홍 무술감독이 빠질 수 없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선 무술감독을,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선 무술감독과 배우를 겸업하다보니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것. 게다가 그가 무술감독을 맡았고 ‘싸이퍼’라는 악역으로 출연한 <내츄럴시티>까지 개봉했으니 정두홍이라는 이름 석자는 이곳저곳에서 번쩍거리고 있는 셈이다. 요즘 정두홍 감독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일복’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탓도 있지만,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서울액션스쿨의 이전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덕분이다. 자칫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였던 액션스쿨을 강우석 감독이 사재를 털어 새롭게 만들어주기로 약속한 탓에 그는 가뿐한 마음으로 몸을 활활 태워가며 여러 현장을 누비고 있다. 액션스쿨의 리더로, ‘국가대표’ 무술감독으로, ‘성격파’ 배우로 맹활약 중이며 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정두홍 감독을 만나 그의 숨
죽기 아니면 죽는 거다,무술감독 정두홍 [1]
-
액션스쿨의 비전
-액션스쿨이 없어도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무술감독과 배우로 활동할 수 있지 않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내 집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애초 액션스쿨을 만들 때도 친한 사람들이 다 반대했다. 고생만 할 거라고. 그래도 만들었던 이유는 액션배우를 키우고, 그들에게 운동할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내 몸뚱이 하나로 일군 집인데 그게 없어지면 노숙자 아닌가.
-파주로 옮긴 뒤엔 액션스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현재 수련생을 빼고나면 30명 정도 되는데, 몇명을 더 정리하고 간소하게 움직일 생각이다. 워낙 부상도 많이 당하고 부모님들의 반대가 심해서 인력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나선 좀더 전문적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그동안은 액션을 하고 싶은 사람을 받아서 해왔는데 한계가 있다. 6개월 정도의 철저한 과정을 만들어 이를 통과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시스템을 만들 거다. 와이어 액션장면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할 생각이다. 그렇게
죽기 아니면 죽는 거다,무술감독 정두홍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