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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현실아시아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만나는 영화들 중에는 이렇게 싸우는 아시아를 다루는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 이들 영화는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 치열하고 뜨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들 영화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쓸쓸히 스크린 앞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서파푸아, 그리고 중국의 광산 실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들 영화에 한발자욱 더 다가가보자. <침묵의 물><침묵의 물>의 주인공 아예사의 비밀은 1947년에 배태됐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해인 이 때 파키스탄 또한 자치의 권리를 얻었고, 9년 뒤인 1956년 영국 치하의 자치상태를 끝내며 진정한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이 때 파키스탄은 큰 홍역을 겪었다. 이슬람교의 나라인 파키스탄은 힌두교도는 물론이고 이슬람과 힌두교의 절충이라 할
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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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해파리>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얼마 전 광주영화제에 초청된 일본의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주목할 감독으로 구로사와 기요시(1955~)를 꼽았다. 이미 거장으로 인정받은 기타노 다케시를 제외하고, 구로사와 기요시는 <오디션>의 미이케 다카시와 함께 국제영화제가 가장 선호하는 일본 감독이다. 이미 거장의 영역에 도달해 있음을 증명한 97년작 <큐어> 이후 구로사와 기요시는 <카리스마><카이로><강령><해파리> 등의 도전적인 작품들을 양산하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구로사와 기요시는 기타노 다케시처럼 돌출적인 인물이며 재능이 아니라, 일본영화계의 역사적 성과가 고스란히 이력에 담겨 있는 산 증인이기도 하다.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작품들구로사와 기요시는 릿코대학 시절 자주제작영화를 만들며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강의를 들었고,
공포의 거장, 일상의 종말을 고하다(+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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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다운 단편 늘었다”홍효숙(35) 프로그래머의 휴대전화는 쉴틈이 없다. 한숨 돌리라치면 이번에는 누군가 손을 잡아끈다. 와이드 앵글 부문에 한국 단편과 다큐멘터리 등을 소개하는 것이 그의 본 임무. 하지만 지난 7년 동안 영화제와 함께 해 온 노련한 이 일꾼에겐 김동호 위원장의 일정 체크 등 기타 업무까지도 주어진다. 물론, 불만은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와이드 앵글은 장편 극영화 이외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문이다.올해 상영작 일별을 위해 그가 챙겨 본 단편과 다큐멘터리는 대략 250여편. 홍 프로그래머는 “실험이 돋보이는 단편들이 많았다”고 전한다. 매끈한 웰-메이드 영화나 스토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옅어지고, 대신 “단편다운 단편”이 두드러졌다는 설명이다. 다큐멘터리의 경우, 시선이 깊어지고 구체적이다는게 그의 전언. 한해 독립, 단편 영화제를 돌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그이다 보니 자연스레 창작자들을 둘러싼 열악한 국내 환경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이번 영화제에서
와이드 앵글 한국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홍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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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영화의 뿌리를 찾아서"“작년엔 차려놓은 밥상을 나른 것 뿐이죠” 조영정(36)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지난해 김수용 감독 회고전에서 자신이 한일이라곤 “책자를 만드는게 전부”였다고 말한다. 도중 합류했던 그때에 비하면 올해 그의 어깨는 무겁다. 처음부터 직접 식단을 짜야 했기 때문이다.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상찬(上饌)은 ‘한국 액션영화의 개척자’라 불리는 정창화 감독 회고전. 처음에는 “회고전을 하기에는 덜 알려진 감독이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유현목, 김기영, 신상옥, 김수용 등 그동안 영화제가 ‘모셔온’ 작가 감독들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편견을 넘어서 적극적인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밀어붙였다. 한국 장르영화의 뿌리에 대한 무관심의 분위기도 그를 자극했다. 올해 회고전에서 소개되는 작품은 <황혼의 검객> <죽음의 다섯 손가락> 등 1960,70년대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만들었던 액션영화 9편.그는 “다양한
한국영화 회고전 코디네이터 조영정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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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장편영화의 분투를 주목하라”올해로 2년째 한국영화 프로그래밍을 책임지게 된 허문영 프로그래머는 유난히 말이 느리다. 그러나 속지말 것. 그 느릿한 말투 뒤에 누구보다 민첩하고 예민한 눈을 숨기고 있으니까. 올해 그의 재빠른 눈이 ‘알아본’영화는 바로 폐막작으로 선정한 박기형감독의 <아카시아>다. “ ‘화이트호러’ 혹은 ‘션샤인 호러’라고 부르고 싶다”는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관습적 장치인 어둠, 비명등을 배제하고 햇볕 쏟아지는 화사한 정원에서 어떻게 공포가 잉태될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렇듯 <아카시아>를 필두로 올해 한국영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호러영화의 양산”이였다. <장화, 홍련> 으로 이어지는 올해 호러영화는 여름특수를 노린 기획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지난해 멜로영화들이 그러했듯, 진지한 주제의식과 작가주의적 개성을 불어넣는 장르적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특징이 있다면 바로 “독립장편영화의 분투”다. 올해는 단편영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허문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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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40대 작가 감독들을 주목할 때"1회부터 8회까지 한 번도 쉼없이 다양한 영화를 국내 관객에 소개해 온 ‘월드 시네마’의 전도사 전양준 프로그래머가 마련한 올해의 특별한 선물은 ‘캐나다 영화 특별전’이다. “수교 40주년이기도 했고, 또 6회와 7회 캐나다 영화를 소개한 것이 기점이 되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국가 순례 프로그램의 첫 나라로 선정”하게 된 것이다.한편, 총 49편이 상영될 월드 시네마 부문은 많은 ‘중견 작가’들의 영화로 구성했다. 예년에 비해 “거인”들의 영화보다 중견 감독들의 영화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에는 이유가 있다.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로서는 작가가 중요한데 베를린에서는 마이클 윈터바텀의 <인 디스 월드>를 제외하곤 주목할 만한 작품이 없었고, 칸과 베니스에는 기대했던 베르히만,쿠스트리차, 앙겔로플로스의 영화들이 오지 못했다.” 그것을 계기로 전 프로그래머는 “8회 월드 시네마 부문을 다시 구상했다”. 거장들
월드 시네마 전양준 프로그래머의 강추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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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앵글 부문 다큐멘터리를 주목하길”“아시아 곳곳에서 초청해달라는 연락이 너무 밀려와 거절하느라 힘들었다.” 김지석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제작자와 감독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서 영화제의 위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애초 게스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던 일본의 이시이 소고 감독의 경우, 자비로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고, 오구리 고헤이 감독도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영화제에 참여하게 된다.부산영화제의 위상이 여덟돌을 맞아 부쩍 성장했다는 것은 개막작 선정과 관련된 뒷 얘기에서도 드러난다. 일본에서 <도플갱어>를 본 뒤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한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제작자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 초청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신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했고, <도플갱어> 쪽은 이미 잡혀있던 산세바스찬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의 상영일정을 취소했다. 날로 권위가 높아져 가는 토론토 영화제를 거절했을 정도
[인터뷰]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 김지석 추천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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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VS PIFF] 몰카 시네마
[정훈이 만화 VS PIFF] 몰카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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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야외에서 개막식, 국내외 영화인들 대거 참석여덟번째 출항을 알리는 고동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60개국에서 온 242편의 영화를 싣고 10월2일부터 아흐레 동안의 항해에 나선다.오늘 저녁 7시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3년만에 야외에서 열리게 되어 관심을 모은다. 5000석의 객석과 시원한 스크린을 배경으로 초가을 바닷가의 정취를 즐길 수 있어 한동안 부산영화제만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야외 행사는 지난 2년간 영화제가 11월에 개막하는 바람에 날씨 탓으로 열리지 못했다.박중훈과 방은진의 사회로 열리는 이날의 개막식은 안상영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해 개막 퍼포먼스인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연주공연 ‘침향무’로 이어지며, 심사위원 소개, 개막작 <도플갱어>의 감독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과 주연 야쿠쇼 고지가 무대인사를 마친 뒤 개막작 상영에 들어간다.개막식에는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스웨덴의 얀
영화 쏟아지는 해운대의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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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하루 전인 10월 1일 오후 3시 부산 시청 대강당에서 자원봉사자 발대식이 열렸다. 10대 1이라는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397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전체교육, 팀별교육 및 예절교육을 모두 마치고, 초청, 사무국 지원, 상영관, 셔틀버스, 티켓팅 지원 등 18개 팀으로 나뉘어 활동한다.이 날 발대식은 오전 10시 자원봉사자 ID 카드 사진 촬영과 유니폼 지급으로 시작됐으며, 1부 행사는 자원 봉사 선서와 집행위원장 인사, 현재까지의 활동 모습을 찍은 비디오 감상, 기념 촬영으로 꾸며졌다. 2부 행사는 천민권 자원봉사팀장의 사회로 팀별 구호 발표, 타임 캡슐 레터작성(내년 후배 자원봉사자들에게 간단한 편지를 써서 타임캡슐에 보관한 후 9회 자원봉사자 발대식 때 개봉하는 이벤트), 단편 애니메이션 <가라쿠타>의 관람으로 끝을 맺었다.올해 자원봉사단에는 중국, 일본, 캐나다에서 온 외국인 학생들이 합류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한편 부산
PIFF 2003 자원봉사자 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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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무빙 픽처스>, <스크린 인터내셔널>등이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영화제의 국제적 성장을 증명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는 <아카시아>를 표지로 내세워 부산영화제와 한국영화의 성장에 대한 집중 리포트를 제출했고 <무빙 픽처스>는 부산국제영화제 특별판을 발간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 상세한 정보까지 안내하고 있다. 또한 <할리우드 리포터>는 PPP(Pusan Promotion Plan)에 주로 다루어 10월 5일 PPP개막식에 배포될 예정이다.
국제 영화전문지들 부산영화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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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코엔 감독의 <참을 수 없는 사랑>이 작품 재편집 연기로 인해 상영이 취소되고, 사부 감독의 <하드 럭 히어로>가 10월 3일 밤 11시 수영만 요트 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추가 상영된다. <하드 럭 히어로>의 작품 예매는 9월 30일 오후 1시부터 이루어질 예정이며, 작품 코드 번호는 413번이다.
러시아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인 <릴리아에게 사랑을>도 브라질 세관 파업으로 인한 필름 수급 불가로 상영이 취소됐다. 상영 취소작을 예매한 사람 중 티켓을 수령했거나, 폰뱅킹, CD/ATM 등으로 이미 결재를 한 경우는 영화제가 끝나기 전까지 부산은행 전 지점 및 임시 매표소에서 환불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 예매의 경우 취소시 피프캐쉬로 바로 환불된다. 이로써 상영작은 현재 243편이다.
<참을 수 없는 사랑> 상영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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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pelganger/쿠로사와 키요시/일본/2003/107분'도플갱어'란 자기와 똑같은 분신으로, 그를 보게 되면 곧 죽음을 맞이한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도플갱어는 한 개인의 무의식이나 숨겨진 자아 같은 것들로 해석된다. 하지만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도플갱어는 숨겨진 자아 같은 것이 아니라, 동일한 육체를 가진 다른 자아다. 원래의 자신이 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인공 신체를 개발하는 하야사키는 연구가 벽에 부닥쳐 괴로워한다.회사에서 연구의 성과를 보이라고 닦달하자 하야사키는 거의 노이로제 증세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하야사키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본다. 착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자신의 집에까지 침입한다. 결국 분신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하야사키의 연구도 수월하게 풀려나간다. 그러나 분신은 연구실에 침입하여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하야사키가 쫓겨나게 만든다. 그리고는 인공 신체를 훔쳐내
[CineChoice] <도플갱어(Dopplerg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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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8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PIFF)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축제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개막식이 열리는 부산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는 스위스에서 들여온 초대형 스크린이 설치됐으며 주변 도로에도 대형 포스터와 플래카드가 나붙어 영화제 개막을 알리고 있다. 또 1일 오후 부산시청 1층 대강당에서는 이번 영화제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해운대지역 각 호텔에도 영화제에 참가하는 해외 초청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프레스센터 등이 설치되는 해운대 스펀지에도 막바지 점검작업이 한창이다.이날 오전 피프광장에서는 지역 주민과 공무원 등 600여명이 구민자율청경봉사대를 발족하고 영화제기간 손님들로 북적거릴 피프광장 일대를 대청소했다. 말끔하게 새 단장한 피프광장에서는 이날 저녁 영화제 개막을 축하하는 전야제가 화려하게 펼쳐졌다.피프광장 부산극장 앞에서 영화제조직위 김동호 집행위원장과 이인준 부산 중구청장, 영화계 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
[PIFF2003] 개막앞두고 축제분위기 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