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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귀엽게 봐 주세요”NDIF에 <황소부랄과 하나님> 출품한 김중 감독영화제 기간 동안 어디선가 분위기가 다운되는 일이 생기면, 이 사람을 찾을 것! 올해 NDIF에 제목부터 엽기발랄한 <황소부랄과 하나님>을 출품한 김중 감독이 수많은 영화제 내방객 중에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폭탄 머리에 원색 만화 티셔츠 때문만은 아니다. “저, 귀엽게 재밌게 찍어 주세요. 개그맨 처럼요.” 으레 ‘감독님’이라면 시쳇말로 ‘가오’를 잡기 마련일텐데, 김중 감독은 먼저 망가지길 자청한다. 자신의 영화 유학에 도피 혐의가 있었고, 일찍 아기 아빠가 되는 바람에 군 면제를 기도했었다는 충격 고백도 서슴치 않는다. (참고로 그는 군대에 다녀왔다) 출품 프로젝트 또한 얼마간 그를 닮아 있는, 황당한 유머와 풍자가 깃든 판타지.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안의 유일한 재산인 황소를 거세해 암소로 만들어달라는 기도를 올리는 열살배기 꼬마 철이의 상상을 따라가는, 따뜻하고 편안
[People] NDIF에 <황소부랄과 하나님> 출품한 김중 감독/매니페스트 필름 대표 자넷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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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와 <아프가니스탄, 잊혀진 진실>이 있기까지의 아름다운 인연김지석/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프로그래머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중의 하나로 치뤄지는 ‘아프가니스탄영화 특별전’의 제목은 ‘무지개를 기다리며 : 아프가니스탄과 영화’이다.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이러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세디그 바르막의 영화 <오사마>에 나오는 이야기 때문이다. 남장을 하고 돈을 벌러 나가야 하는 손녀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희망의 이야기가 바로 ‘무지개’에 관한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있어 무지개는‘희망의 상징’인 것이다.<오사마>를 보면, 모든 것이 파괴되어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지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왜냐하면, <오사마>가 단순히 ‘어려운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보자’는 차원을 뛰어넘는 놀라운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프가니스탄 문화의 토양과 저력을
아프간 영화를 이해하는 방법(+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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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배우 <피도 눈물도 없이> <품행제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부산영화제를 찾았을때 우리 형제(류승완감독과 나)는 난생처음 접한 축제의 분위기에 도취되어 정신이 없었다. 전세계에서 날아온 예술영화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어서, 는 당연 아니었다. 이 영화제가 뿜어대는 활기찬 공기와 황홀한 분위기에 취해 소풍 나온 아이들처럼 들떴던 것 같다. 게다가 이런 황홀경은 극장에서 그치지 않고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까지 이어졌다. 이제 갓 첫 영화를 만들고, 출연한 감독이자 배우로서 우리는 이곳 저곳 인사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 들어간 포장마차에서 강수연 선배님를 만나게 되었다. ‘이런, 내 생전에 강수연을 다 보다니!’ 그러나 놀람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해운대 앞바다에 포장마차 한칸 한칸이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이름만 대면 알만한 배우들과 영화관계자들로 꽉꽉 차있는 것이었다. 결국 형과 나는 이 포장마차에서 저 포장마차로, 거의 릴레이처럼 이어
[Talk] "형, 미안했어!", 배우 류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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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보다 ‘신파’가 매력적”2001년 개봉한 <봄날은 간다> 이후 2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허진호 감독이 신작 프로젝트 <행복>(가제)과 함께 PPP를 찾았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속에서 나오는 이야기 말고, 매우 극적인 상황속에서 나오는 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행복>은 온전히 두 사람만의 고치 속에 파고든 남녀가 서로에게 의지해서 행복하게 사랑하고, 치유되고 그리고 이별하는 이야기.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시나리오를 고쳐 나가는 단계이자, 희미하게 색과 냄새만 느껴지는 연기같은 상태다. “일단 간단한 시놉시스를 제출하긴 했지만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될 수 있고, 그저 한 남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작업방식이 원래 그렇다.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행복>이 그 어떤 허진호 감독의 영화보다 “물기있고, 감정이 풍부한 영화”가 될 것이란 것.“DV
[Interview 1] <행복> 들고 PPP 찾은 허진호(+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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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를 지키기 위해 싸우세요”, <에밀>의 칼 베사이 감독영국의 노교수 에밀은 명예 학위를 받기 위해 고향 캐나다로 떠난다. 이 여행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과거와의 화해다. 에밀은 자기의 기회를 재능 있는 동생에게 양보하기는 싫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 명령만 하던 형의 아이도 맡지 않았다. 그가 기르기를 거절한 조카딸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캐나다 영화 특별전에 상영된 <에밀>(Emile)은 칼 베사이(Carl Bessai) 감독의 세 번째 영화다. 대배우 이안 맥컬렌을 모신 젊은 감독은 플래시백 장면에서도 노배우를 그대로 썼다. “이안 맥컬렌은 자신의 영화 인생을 걸고 도박을 했다.” 액션도 특수효과가 없는 영화에서 시나리오와 배우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감독은 “영화에 대한 모든 비판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의 연기에 관해서라면 아니다.”맨 처음에 나온 비판은 영화의 결말에서 용서가 너무 쉽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관객은 그것이 할리우드의 스토리라인
[GV] <에밀>의 칼 베사이 감독 / <광기의 즐거움>의 하나 마흐말바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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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독립영화 특별전 오픈토크, 로우예 감독 등 참석4일 저녁 7시 메가박스 10관에서는 6명의 중국 독립영화 감독과 한 명의 북경영화아카데미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경계에 선 영화 : 중국 독립영화 특별전>이라는 제하의 오픈 토크가 열렸다. <주말연인> <자줏빛 나비>를 들고 방문한 로우예를 비롯, 쿼이지언, 왕빙, 리양, 간샤오어, 양푸동 감독과 일반인으로는 유일하게 북경영화아카데미 교수 장신민이 자리했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오픈 토크의 포문을 연 첫 질문은 “도대체 지하전영이란 무엇인가?”였다.이에 쿼이지언은 “중국에는 등급제와는 다른 의미의 심사제도가 있다. 이것을 통과하지 못하는 작품들, 또는 심사제도 자체를 무시해서 심사 신청서조차 올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배급망을 뚫어 유포하는 영화를 지하전영, 한국식으로는 독립영화라고 부른다”며, “<자주빛 나비>로 중국 정부와 프랑스의 합작 투자를 받은 로우예 감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
“독립인격영화라고 불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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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표류기> 배우 양귀매양귀매가 부산에 다시 왔다. 그녀는 "솔직히 언제 왔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면서도, "그 때보다 활기 있고 풍부해졌다"고 놀라워한다. 그녀로부터 <애정만세>에서 20분간 울어대던 도시의 그 슬픈 여자를 상상하는 것은 이제 어렵다. 해운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활력과 매력으로 양귀매가 이끄는 인터뷰.-차이밍량과 많은 작업을 했었다. 이번에 린쳉솅과 작업을 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사람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 그 둘은 성장배경도 다르다. 그래서 영화를 찍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 가지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진실되다는 점이다.-구체적으로 영화를 찍는 방식에서의 그 차이란?=차이밍량과 <애정만세>를 작업할 때는 감독이 정해 놓은 공간에서만 연기를 한 반면 <로빈슨 표류기>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공간에서 연기를 해야 했다. 인물과 실제로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장소를 돌아보았다.-<애정만세&g
[Interview 2] "<조폭 마누라> 스타일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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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아메리칸 (Le Divorce)>미국, 프랑스, 2003년, 117분,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오전 11시 부산극장 1관“왜 프랑스 여자들은 각설탕만 쓰는거지?” “스카프 매는 법은 어떻고? 모두 이렇게 휙 돌려서 이렇게 묶고….” 프랑스인에 대한 미국인의 시선을 조소섞인 대화 속에 풀어놓는 <프렌치 아메리칸>은 제임스 아이보리가 선사하는 애교스러운 문화차이에 대한 보고서다. 충돌하는 문화들 사이의 차이와 공통점을 발견하기를 즐겼던 제임스 아이보리는 <프렌치 아메리칸>에서 보다 발랄한 로맨틱코미디의 리듬에 몸을 싣고 이야기를 건넨다.낭만의 파리, 그러나 록산느에게는 더 이상 이곳이 낭만스러울 수는 없다. 한때 사랑의 도시였던 이곳은 지리멸렬한 이혼절차를 밟아야 하는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말았으니까. 임신한 자신을 뒤로 하고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프랑스인 남편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으로 괴로워하는 록산느. 그러나 언니의 이런 사정도 모르고 태어날
[CineChoice 3] <프렌치 아메리칸>, <광기의 즐거움>, <프리드먼 가 사람들 포착하기>,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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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중 <내 고향> 등 2편은 제한상영 심의 문제로 진통을 겪은 북한영화 7편이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부산영화제는 정부가 ‘일반’ 상영을 문제 삼은 <내 고향>(1949)과 <봄날의 눈석이>(1989)를 언론과 일부 게스트만을 대상으로 ‘제한’ 상영 하고, 나머지 5편은 예정대로 일반 관객들에게 공개키로 했다. 이는 정부와 영화제가 한발씩 물러선 결과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국가정보원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내 고향>은 상영 불가, <봄날의 눈석이>는 제한상영”이라는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화제 쪽에선 “1편이라도 상영이 불가능해지면 전체 상영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영화제 쪽은 10월5일 기자회견을 갖고 상영 일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이효인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과 함께 작품을 선정한 부산영화제 이용관 부위원장은 “이번에 상영되는 북한영
[Special 1] 북한영화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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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흐센 마흐말바프-하나 마흐말바프 부녀 감독이란 사람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세계적인 영화감독이다. 그의 부인 마르지예 메쉬키니도 역시 영화를 만든다.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민주적인 교육법을 실천하기 위해 영화학교를 세워 교장을 자임했고, 그 학교의 학생 중에는 자녀들도 포함되어 있다. 큰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아버지 밑에서 영화를 배워 세 번째 영화 <오후 5시>로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언니를 따라다니며 아프간의 현실에 눈뜬 막내동생 하나 마흐말바프는 <오후 5시>의 캐스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광기의 즐거움>을 만들었다(이 두 편을 포함, 아버지 마흐말바프가 제작한 <오사마>까지 이들 가족의 영화 세 편이 이번 영화제에 상영된다). 이들은 현재 가장 척박한 땅에서 영화를 만들면서도 영화가 현실을 구제할 수 있다는, 외면당한 믿음을 끝끝내 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또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의 공동체적 ‘작
[Interview 1] “이제 아시아 전체의 고통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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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 먼(Uzak)>월드 시네마/ 터키/ 2002년/ 110분/ 감독 누리 빌제 세일란/오후 2시 대영1관무표정한 얼굴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사십대 남자. 그의 등 뒤로 희미하게 꼬물대는 배경은 한참을 바라봐야만 그것이 여자의 벗은 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들이 살을 섞는 사이일지는 몰라도 마음을 나누는 일은 없을 터다. 이때 또 다른 남자가 적막한 설원 저편에 작은 점으로 나타나 화면 가득 얼굴이 들어찰 때까지 느리고 힘겨운 발걸음으로 다가온다. 이 쓸쓸하고 무기력하고 처량한 첫인상 그대로, 사촌형제간인 두 남자의 만남은, 그 겨울 그렇게 이뤄진다. 풍경으로 마음을 전하는 영화 <머나 먼>의 ‘끝이 보이는 시작’이다.이스탄불에서 사진작가로 일하는 마흐무트는 섹스 파트너가 있지만, 이혼한 아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공장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촌동생 유수프의 방문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유수프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미국
[CineChoice 2] <머나 먼(Uz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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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프린팅 행사뉴커런츠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을 방문한 얀 트로엘 감독의 핸드프린팅 행사가 4일 오후 1시 10분경 PIFF광장 야외무대에서 있었다. 김동호 위원장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얀 트로엘 감독은 예의 수줍은 말투로 “이런 (사람이 많은) 무대에 오를 것은 알고 있었다면, 50년 전 감독이 되는 것을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며, “(핸드프린팅 행사가) 몹시 어려울 것이라는 주의를 몇번이나 들었다. 되도록 얌전히, 움직이지 않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행사는 동아대 김학재 교수의 도움으로, 석고틀에 5분간 손을 담근 후, 사인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PIFF 광장에 손자국을 남긴 영화계 인사는 모두 스무명이다.티켓 발급 불만 빗발쳐외국에서 온 게스트와 저널리스트들이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반 상영 첫날인 3일 오전부터 동나기 시작한 게스트용 티켓은 4일에는 ‘고갈’로 드러났다. 4일 밤 11시 현재, 5일 상영작 중 게스트 할당분이 남은 작품은
PIFF 2003 단신 및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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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부터 품은 영화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사람을 ‘흰 갈가마귀’라고 부른다.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10대 소년의 이야기 <내 이름은 노이>의 다구르 카리 감독은 “주인공 노이는 그야말로 흰 갈가마귀같은 존재”라고 설명한다. 색소결핍증에 걸린 노이는 아이슬란드의 설원만큼이나 하얀 피부 때문에 주위로부터 따돌림 당하며 이 ‘백색감옥’을 탈출하기를 꿈꾼다. “이 영화의 아이디어는 17세 때 떠올렸다. 영화가 될지 만화가 될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그러다 영화학교를 가게 됐고 10여 년 동안 다듬은 뒤 영화로 만들게 됐다.” 아이슬란드 최초의 자국영화가 1978년에야 발표됐을 정도니 그에게는 어려움도 많았다. “그래도 그 덕분인지 에너지가 가득한 영화라고 평가받기도 했다”고.
[People3] <내 이름은 노이> 감독 다구르 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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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영화, 첫 부산영화제, <어둠의 신부> 배우 팡징“처음 출연한 영화로 처음 영화제에 오니 기대가 커요.” 초롱초롱 눈망울을 반짝이는 그녀는 윌리엄 콕 감독의 <어둠의 신부>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팡징이다. 팡징은 8살 때 한 남자의 아내로 ‘팔려와’ 성년이 되선 결혼식까지 치렀지만, 갑갑하기 짝이 없는 사막에서 탈출하고파 몸부림치는 칭화 역할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단순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표현해야할 게 많고 느낌도 애초와 다르더라구요.” 베이징영화학교의 연기 과정을 졸업한 뒤 연극과 드라마, CF 등에서 얼굴을 비췄던 팡징은 때묻지 않았지만 반항기 있는 인상의 주인공을 찾던 감독 눈에 띄어 캐스팅됐다. 데뷔작답지 않게 안정적인 연기로 미뤄본다면, 부산에서 그녀를 만나는 횟수는 잦아질 듯하다.“17살 때부터 품은 영화다”<내 이름은 노이>의 다구르 카리 감독아이슬란드에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멀어진 사람을 ‘흰
[People 2] <어둠의 신부> 배우 팡징/<내 이름은 노이> 감독 다구르 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