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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조건에 대한 기독교적 통찰
사실 또 하나의 김기덕론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최근에 출판된 <김기덕-야생 혹은 속죄양>(행복한 책읽기 펴냄) 속 몇몇 글들을 포함해 이미 훌륭한 김기덕론들이 많이 나와 있는 상황에서 그의 열렬한 옹호자가 아닌 나까지 별 알맹이 없는 글을 보태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김기덕은 그의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자꾸 말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감독이다.
이제 쓸 글은 신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나 김기덕 감독에 대한 비판도 옹호도 아니다. 그저 그의 모든 장편영화를 다 본 한명의 관객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달리 보기 위한 역설적 글쓰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달리 보기 위해서라면 때론 억지로라도 비틀어볼 필요가 있다.
1.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불교영화다?
아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오히려 기독교영화에 가깝다. 다만 이 영화는 불교적 소재를 채택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김기덕 영화에 관한 세개의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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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할리우드가 그렇지상업적으로 성공한 할리우드 영화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뒤통수 치지 않고 예상치, 기대치를 최대한 만족시켜준다는 데 있을 것이다. <유주얼 서스펙트>나 <식스 센스>처럼 내용상의 반전이 중요한 영화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괜히 폼잡지 않으면서 액션이면 액션, 코미디면 코미디, 멜로면 멜로, 본업에 충실하면 성숙한 관객은 사소한 허술함이나 어설픈 잔가지들은 통 크게 이해하게 마련이다. <트리플X>의 빈 디젤을 보면서 그 황당무계한 배짱을 비웃거나 <금발이 너무해>를 보면서 하버드 법대 입시평가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 봤는가. 짜고 치는 것이되, 설사와 판쓸이, 따닥 등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장치들을 풍부히 마련해 한판의 아름다운 고스톱을 이뤄내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케이-펙스>는 유감천만의 영화였다. 뒤통수를 맞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아주 기분 나쁜 자세로 머리를 툭툭 치며 “몰랐냐? 이럴
<케이-펙스> 본 아가씨,`혹시나` 했다가 `역시나`하고 돌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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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둥이 전성시대못생긴 주제에 귀엽지도 않으면 죽어야 한다. 최소한 연애생명은 끝이다. 게임의 법칙이다. 아무리 개겨봤자 소용없다. 무조건 귀여워야 사랑받는다. 깜찍해야 살아남는다. 그닥 잘생기지도 않은 당신이 연애의 정글에서 강퇴당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자들은 물론이다. 남자들도 열외는 아니다. 어쩌면 남자가 더하다. <좋은 사람>의 조한선(태평)을 보라.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경민)을 잊었는가. <별을 쏘다>의 조인성(성태)은 또 얼마나 깜찍했던가. 아∼ 이 드라마들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연애 황금기, 결혼 적령기의 여성들이 그 푼수들의 깜찍함에 자지러지고, 양아치들의 성공담에 심금을 울렸던가. 깨물어주고 싶어 안달이었던가.이토록 훌륭한 모델을 동원해서 그토록 다양한 ‘교본’들을 날마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도 조한선 따라잡기, 김래원 흉내내기에 동참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남성 칠거지악’에 해당되는 중죄인이다.
<옥탑방 고양이>부터 <좋은 사람>까지,새로 등장한 남자 캐릭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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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컬러, 134분감독 신상옥출연 신영균, 신성일, 김동원, 주증녀, 한은진EBS 10월5일(일) 밤 11시지난 5월 칸영화제에 한국 감독으로선 최초로 신상옥 감독의 1961년작 <상록수>가 회고전 작품으로 상영되었다.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지난해와 달리 경쟁부문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한국영화가 초청받지 못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준 뿌듯함이 있었다. 조금 세심한 분은 기억하겠지만, 원래 칸에선 <연산군>과 <폭군 연산>을 3시간으로 재편집한 영화를 상영하려는 계획을 가졌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상록수>가 상영되었다고 한다. 사실, 신상옥 감독은 몇해 전 부산에서 이 얘기를 하며 제3의 <연산군> 편집에 대한 희망에 차 있었다. 이 노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월탄 박종화의 <금삼의 피>가 원작인 영화 <연산군>은 <성춘향>과 함께 신상옥 감독이 연
문제적 인간을 찍다,신상옥 감독 특별기획전 <연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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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감춰질 뿐 잊혀지지 않아심세윤 감독의 <눈>(35mm/ 2003년)은 예술과 윤리 사이의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다. 사진작가인 아들은 아버지의 살해혐의로 수사를 받는다. 아버지의 죽음을 촬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죽음을 방조했다는 혐의다. 아들은 수사 도중 역시 사진작가였던 아버지의 미발표작을 보게 된다. 아버지 역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출생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 <눈>은 작가의 정체성으로 작품에 몰두해야 하는 것과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것 사이의 갈등과 혼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김미진 감독의 <맥도날드 소년>(16mm/2003년)은 섬세한 영화이다. 한 임신부가 병원에서 어떤 소년을 만난다. 그 소년은 맛나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곧 태어나게 될 아이가 착한 녀석이라고 말해준다. 임신부는 그 소년을 통해 잊고 있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과거의 아픈 상처는 잊혀지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
[독립 · 단편영화] <눈> <맥도날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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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Girl Friday, 1940년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캐리 그랜트 EBS 10월5일(일) 낮 2시스크루볼코미디? 이 용어는 친숙하지 않다. 할리우드 영화역사에서 코미디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 몸으로 치고받는 과정을 보여주는 ‘슬랩스틱’코미디가 그중 하나다. 슬랩스틱이란, 광대들이 소도구로 사용하는 막대기를 칭한다. 코미디언들이 무대에 올라 서로를 가볍게 때리곤 하는 도구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서 슬랩스틱코미디는 육체를 응용하는 코미디 장르다. 반면 스크루볼코미디는 좀더 현대적이다. 가벼운 몸싸움도 가끔씩 있지만 주요한 것은 입씨름이다. 누가 잘났는지 한번 끝까지 겨뤄보자는 것이다. 이 코미디 장르는 흥미롭게도 성(性) 대결의 양상을 보였다. 남녀주인공들이 칼과 총을 대신해 서로의 입을 무기 삼아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연인 프라이데이>(영화는 <여비서>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알려졌다)는 1940년대 스크루볼코미디의 고전이다.<연인 프라이데이>
스크루볼코미디의 고전,하워드 혹스 감독의 <연인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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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 오브 뉴욕>의 헤드 카피는 이것이었다. “미국은 거리에서 태어났다.”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광대한 미지의 땅으로부터 ‘네이티브 인디언’들을 추방한 다음 정착할 곳을 찾아 헤맨 뒤, 그리고 기나긴 독립전쟁을 거쳐 1783년 가까스로 ‘건국’에 성공한 젊은 나라 미국은 끊임없이 거리를 서성거리며 ‘적’들에 대항해 싸워야만 했던 전통의 흐름 속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는 건국신화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그야말로 ‘길들이고 정복하여 번성하라’는 구약성경의 구절이 그들의 삶 자체처럼 보였다(이 순간 겹쳐지는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마틴 스코시즈는 “국가로서의 가능성을 시험받던 미국의 무정부 상태와 혼란을 영화 속에서 되살리고 싶었다. 도시의 발굴이 막 시작되는 듯한 느낌을 주어야만 했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한 사회의 몰락인 동시에 그 뒤를 잇는 새로운 사회의 생성이 겹쳐지는 순간이다”라고 역설하였다. 옛것에서 새것이 출현한다는 역사관이 필연적으로
19세기 뉴욕의 거리에 함락되다,<갱스 오브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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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케인> 본편과 비하인드 다큐멘터리 <The Battle Over Citizen Kane>, 그리고 벤자민 로스의 <RKO 281>까지, 가히 <시민 케인>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DVD 버전이 출시되었다. 6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왜 모두들 <시민 케인>을 향해 한결같이 경배를 바치는 것일까? 25살의 나이에 각본, 연출, 연기, 제작을 도맡은 오슨 웰스라는 개인을 향한 흠모(‘천재론’의 새로운 계승자라고 해야 할까)와 더불어 편집과 촬영,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테크닉적인 면에서 이룩한 독창적이고 빼어난 성취(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단숨에 확장시킨 경이로움), 그리고 텍스트 면에서의 뛰어난 완성도까지 모든 것을 구현하기 때문이라는 정답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서플먼트에 수록된 피터 보그다노비치(오슨 웰스의 전기작가를 자청했다)와 로저 에버트의 오디오 코멘터리, 삭제장면 등과 더불어 <The Battle Ov
60년이 지난 지금도,<시민 케인> 특별소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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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감독에게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어떤 도전이었나. 시대물에는 현대물과 달리 전통적인 색깔, 전통을 기반으로 영화의 의도대로 추구하는 색깔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현대물보다 예민하고 섬세해야 할 부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초기 단계에서 감독과 합의한 촬영 스타일은. 이재용 감독은 필터나 부가적인 조작을 더하지 않고 단지 필름과 카메라, 한복과 기타 요소가 극히 원색적으로 표현되기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이렇게 필터를 쓰지 않은 영화도 처음인데, 조씨 부인이 기왓장에 편지를 넣는 장면의 미드나잇 블루나 한양의 전경 숏에서 안개 효과를 내기 위해 쓴 필터가 고작이다. 보통은 인물을 곱게 잡기 위해 쓰는 아주 얇은 필터도 일절 피해서 한복이나 장식의 색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옐로가 강한 코닥 대신 그린이 강한 후지필름을 쓸 것까지 고려했는데 현상문제로 접었다.프레임 안에 보여줘야 할 요소가 많은데도 1:2.33 비
전통미 살리려 원색 그대로를 담았다,<스캔들‥> 김병일 촬영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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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못해도 여자 쫓아다니는 노력 하나만은 정말 알아주라. <그녀를 모르면 간첩>(제작 M3엔터테인먼트, 감독 박한준)에서 ‘그녀’를 죽도록 사모하는 ‘최고봉’님이 하실 만한 말이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 ‘닭대가리’ 주인공도 못 따라갈 멍청한 역으로 인상 콱 박은 배우 ‘공유’가 바로 얼짱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순정을 다바치는 삼수생 ‘최고봉’으로 주인공 등극한다. 실제 화제가 됐던 인터넷 사이트를 소재로 한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얼짱 ‘박효진’과 ‘그녀를 잃으면 바보’가 되는 삼수생 최고봉의 이야기를 다룬다. 얼짱 박효진 역에는 이미 김정화가 캐스팅됐다.
공유, <그녀를 모르면 간첩>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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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미셸 윌리엄스가 빔 벤더스의 차기작에서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미셸 윌리엄스란 이름은 생소할지라도 <도슨의 청춘일기>에서 도슨을 짝사랑하는 여자 ‘제니퍼’였다고 하면 누군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빔 벤더스는 “나나 마이클 메레디스(공동각본)나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미셸 윌리엄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이 신작에는 존 디엘, 리처드 에드슨 등의 배우도 출연할 예정. 두 사람은 벤더스의 전작 <폭력의 종말>과 <밀리언달러 호텔>에 각각 출연한 바 있다. 감독은 “이 영화는 100% 배우에게 의존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빔 벤더스 영화에 출연해요, 미셸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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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을 헤매는 남자를 주목하라. 그는 TV프로그램 <미스터리 극장>의 PD. 유령이 나온다는 거미숲을 취재차 찾아갔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눈을 떠보니 졸지에 살인용의자로 몰려 있다. 그 숲에서 두 남녀의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누명을 벗기 위해 그는 사건조사에 나서고, 고통스런 과거의 기억이 오싹한 진실과 함께 그를 찾아온다.
결혼하면 미친 짓이지, 라며 고집 부리다 결국엔 시집가는 애인 등 뒤를 야속히 바라봐야 했던 남자 감우성이 이 숲속을 헤맬 참이다. 감우성은 시나리오를 받은 당일날 저녁 “이 영화 하겠다”며 출연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진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점이 연기자로서 욕심났기 때문이라고. <거미숲>은 <꽃섬>을 연출했던 송일곤 감독의 차기작. 감우성의 상대역이자 1인2역을 연기할 여배우로 <섬>에 출연했던 서정이 캐스팅됐다. 10월21일 크랭크인하며, 내년 칸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다.
감우성,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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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라 봄바람> 촬영 마지막날이었는데, 현장에 가기가 싫은 거예요. 가면 끝나게 되니까…. 끝나는 게 정말 섭섭하더라고요.” 지난번 스타덤 취재로 만난 김승우가 한 말이다. 평소 입발림 소리와 거리가 먼 김승우의 말 때문인지, 스크립터 유지혜(23)를 만나자마자 자연스레 현장 분위기부터 묻게 됐다. 그녀에겐 <…봄바람>은 이제 두 번째 현장 경험일 터였다. “장 감독님 다음 작품 같이 하기로 했어요. 그 전까진 좀 쉬게 될지도 모르죠.” 그녀의 대답은 간략했고, 또한 명쾌했다. 감독에 대한 강한 신뢰가 눈 속에서 반짝거렸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녀는, <유아독존>의 연출부 객원 스탭으로 영화판에 입문했다. 캐스팅 보드(출연진들의 명단과 사진이 붙은 판)를 꾸미는 게 그녀의 첫 임무였다.단역을 맡기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정작 카메라 앞에 선 것은 <…봄바람>의 스크립터가 된 이후였다(그녀는 여기에서 심 작가가 뻔질나게 출입하는 미용
카메라 안에 담기는 모든 것을 본다,<불어라 봄바람> 스크립터 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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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스타는 따로 있다. 스포츠 전문채널 MBC ESPN의 아나운서 김수한이 바로 그런 경우다. <불어라 봄바람>의 초반부, 실제 자신의 직업인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던 그는 촬영장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김수한이 김승우와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면을 찍던 그날, 현장은 유독 야릇한 긴장이 감돌았다고 회자된다. 어떤 스탭은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눈을 반짝거렸으며, 또 어떤 이는 깨끗한 사인북을 준비하며 초조한 표정을 보여줬다. 막상 그녀가 나타나자 남자 스탭들은 수줍어하며 수군거렸고, 김승우는 수시로 그의 손을 붙잡고 “만나서 영광…” 운운했으며, 여러 스탭들은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자고 채근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았던 윤종신은 김수한의 육성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어 장시간 통화를 시도하기도 했다(그녀의 인터뷰어 선정을 놓고 벌어졌던 <씨네21> 남성기자들간의 암투는 논외로 하자…).김수한에게 열광하는 건 <불어라…> 스탭들만
봄바람난 아나운서,스포츠 전문채널 MBC ESPN의 아나운서 김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