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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의 몽상적인 눈망울이 위력을 발휘하는 해적영화,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새로운 유형의 해적영화로 팬들에게 각인되는 데 성공한 해적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그 뻔한 모험담의 일부인 해적영화,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이다. <멕시칸>, 일본 원작의 미국식 변형판 <링> 등에서 이국적인 세팅을 즐기는 취향을 발휘한 바 있는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신작이다.디즈니 자본이 투자를 아끼지 않은(아끼지 않은? 그건 모르겠군) 이 거대한 규모의 블록버스터를 더욱 웅장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바로 클라우스 바델트가 담당한 오리지널 스코어다. 이름부터가 약간은 독일군 장교 냄새가 나는데, 아닌 게 아니라 정통 독일 뮤지션이다. 클라우스 바델트의 이름을 미국으로 실어온 것은 다름 아닌 한스 짐머. 역시 독일군 장교 냄새가 나는 이름 아니던가? 어쨌든 클라우스 바델트는 존 윌리엄스와 더불어 블록버스터용 웅장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대표주자인 한스 짐머의
독일식 진군가의 위력,<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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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라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의 가사처럼 음악인 조용필을 잘 표현하는 문장은 없을 것이다. 저 가사가 조용필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는 점이 이상할 정도다. 그래서 그는 50줄을 넘긴 나이에도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그가 ‘오르려 애쓰는’ 음악적 영토가 오페라 혹은 뮤지컬이라는 사실은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밝혀진 바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라는 순수음악계의 인물들이, 다른 한편으로는 위대한 탄생의 멤버를 포함한 대중음악계의 인물들이 대거 초빙되었다. 두 부류의 음악인들은 앨범의 각 트랙에서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난다.그 ‘만남’은 <태양의 눈> <도시의 오페라> <꿈의 아리랑> 같은 야심작들에서 가장 유기적이다. 급박하게 몰고 가는 드럼, 날카롭게 찔러대는 기타, 이리저리
오페라의 한 막이 흐르 듯,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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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외로움을 타는 선배가 한명 있다. 요즘 일이 힘든데 연애까지 힘들어서 그런지 어떨 땐 새벽에 아무 이유없이 전화를 하곤 한다. 이번 명절연휴에도 우린 어김없이 만나서 영화 보면서 콧물까지 흘리며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서 맥주 마시며 선배의 외로움 타령을 들어주며 보냈다. 다음날에도 명절이면 항상 하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의 명감독 회고전은 명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찾아서 보러오는 용감하거나 외로운 자들로 초만원을 이룬다. 올해는 브레송을 했는데 <당나귀 발타자르>란 보고나면 딱 세상 살기 싫어지는 영화를 보고는 나오자마자 선배한테 전화를 했는데 마치 연인한테 처음 전화하는 것처럼 내 목소리가 떨리는 것이 아닌가. 세상 살기 싫어지는 영화를 본 흥분을 전화로 전달하는 나는 선배에게 중독된 게 틀림없어… 그렇다…. 남들이 보면 우린 영락없이 연애하는 줄 알 것이다. 하지만 그 선배는 게이이다. 커밍아웃을 한 지 꽤 오래돼 동생들도 모두 알고 가족처
내사랑 해적,<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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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쿠프왕의 피라미드는 268만여개, 각 2.5t에서 10t 사이의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년중앙>에 실린 피라미드 사진을 보며, 어린 시절의 나는 도대체 이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사의가 풀린 것은 한참의 세월이 지나서였다. 그러니까 군대에서 갓 일병을 달았을 때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 하루종일 삽질을 하며 나는 생각했다. 아, 이렇게 만든 거구나. 불가사의의 해답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쿠프왕의 피라미드는 20년에 걸쳐, 2억∼3억명의 연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공사였다. 불가사의를 완성한 것은 노예들이다.결국 그런 식으로 바빌론의 공중 정원과 아르테미스 신전, 제우스 신상(神像)과 크로이소스 거상(巨像), 마우솔러스의 영묘(靈廟)와 파로스의 등대가 완성되었다. 맙소사, 삽질을 하다가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몽땅 풀다니. 이런 ‘유레카’가 있나라며 나는 무릎을 쳤지만, 삽질은 계속되었
삽질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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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놈들은 전투병 파병을 요구해왔다. 놈들이 순수한 장사 놀음으로 시작한 침략전쟁에 우리 죄없는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보내라는 요구다. 워낙 더러운 요구다보니 광화문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영감들과 미국을 하느님이 축복한 나라라 믿는 목사들 정도를 빼고는 다들 전투병 파병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함부로 말하는 버릇 때문에 늘 욕을 얻어먹는 노무현씨조차 이번엔 꽤나 신중해 보인다. “먼저 보내는 것도 국익이 아니고 먼저 거부하는 것도 국익이 아니다.”그러나 매우 신중한 태도를 드러내는 것으로만 보이는 그 말 속엔 실은 매우 강한 파병 의지가 들어 있다. 바로 ‘국익’이라는 말 속에 말이다. 한국에서 ‘국익’이라는 말은 주술에 가깝다. 노동자들의 싸움이든 농민의 싸움이든 전쟁을 반대하는 싸움이든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정당한 싸움들은 언제나 국익이라는 주술 앞에 힘을 잃는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노동자는 시키는 대로 일하고 주는 대로 받아야 하고 농민은 모두 배를 가르거나 몸을 불살라도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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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매-산자와 죽은 자의 화해>(제작 M&F)가 50%에 육박하는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상영관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 영화의 배급을 제작사와 함께 담당하고 있는 동숭아트센터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영매…>는 25일까지 8천812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평균 좌석점유율은 약 49.7%. 지난 13일부터는 서울 압구정동의 씨어터2.0으로 상영관을 확대했고, 26일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인 메가박스 코엑스점(13관)과 부산의 DMC에서도 확대개봉한다.박기복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매…>는 진도 강신무 박영자 씨와 세습무 채정례 씨, 인천의 김금순 씨와 박미정 씨 모녀 등 무당들의 인생 역정과 굿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본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뮌헨다큐멘터리 영화제, 대만다큐멘터리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돼 호평받은 바 있다.동숭아트센터 영상사업팀의 정유정 대리는 "서너 군데 영화사와 추가 개봉을 놓
다큐 <영매…>, 극장가에 작은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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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STAR TREK?‘엔터프라이즈’호 40년의 항해 그리고 뒤집어본 <스타트랙><스타트랙> 시리즈가 열 번째 극영화 <네메시스>를 세상에 내놓았다. 반가운 피카드 선장이 ‘브릿지’ 한가운데 자리잡은 <네메시스>는 낯익은 승무원들과 함께 숙적 로물루스 행성에서 진행된 음모를 파헤치는 영화. 그 자체로는 소박한 SF영화지만, 열 번째 영화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충성스러운 팬들 ‘트레키’들은 환호를 보낼 것이다. 1966년 첫 번째 TV시리즈가 발표된 이후, <스타트랙: 넥스트 제너레이션> <스타트랙: 보이저> 등으로 세대를 거듭했고, 애니메이션과 영화, 소설 등으로 모습을 바꿔가면서 소년들을 사로잡아온 <스타트랙>. 30년이 넘도록 생명을 이어온 이 시리즈의 매력은 무엇일까? SF평론가 박상준이 한눈에 파악하기 힘든 이 오래되고 방대한 시리즈를 정리했다. 그와 함께, 미국의 개척정신과 품넓은 포용력을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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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 어떻게 볼 것인가?오늘날 스타트랙은 ‘인류의 꿈과 진취성을 대변하는 멋진 SF모험극’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렇듯 순결(?)하고 낭만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스타트랙>과 그 문화적 위상에 대한 기존의 평가는 좀 상투적인 데가 있으므로(미국식 모험정신의 산물, 미래의 신화, 과학기술적 유토피아의 청사진 추구 등등), 여기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맥락들을 뒤져보기로 한다. 미국 러트거스대학의 미국학 석좌교수인 브루스 프랭클린은 베트남전 당시의 <스타트랙>을 꼼꼼히 고찰한 바 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은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오늘날 영화나 만화의 형태로 숱하게 접할 수 있는 미국식 SF모험담들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 할지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의 방식들은 훨씬 더 세련되고 교묘해졌지만.<스타트랙> 오리지널 TV시리즈의 방송기간인 1966년 9월부터 1969년 6월까지는 미국 역사상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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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랙> 핵심 체크엔터프라이즈호샌프란시스코에서 건조된 첫 번째 엔터프라이즈, 정식명칭 U.S.S. 엔터프라이즈 NCC-1701호는 미국의 개척정신을 이어받은 우주선이었다. 최소한 엔터프라이즈를 지휘했던 미국 출신 세 번째 선장 제임스 T. 커크는 그렇게 자부했을 것이다. 400명 넘는 승무원을 싣고 우주공간을 도약하는 ‘워프’ 시설과 순간이동 장치를 갖추었던 우주선. 그러나 호전적인 행성 클링곤과의 전투를 겪으면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 커크 선장의 뒤를 이어 <스타트랙> 시리즈를 이어받은 장 뤽 피카드 선장은 성능이 개선된 U.S.S. 엔터프라이즈 NCC-1701-D호를 지휘했다. 승무원과 승객 1012명을 실을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D, U.S.S.는 워프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중추부분이 위험에 처했을 경우 선체를 분리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었다. 이 분리 기능은 클링곤과의 전투에서 유용하게 쓰였던 방어수단. <스타트랙> 시리즈
40년을 이어온 <스타트랙>의 매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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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라다이스 취향대로 빠져라!10월2일 <도플갱어>로 문 여는 부산영화제, 입맛대로 즐기기 6가지 키워드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 그 여덟 번째 막을 올린다. 일본 최고의 영화작가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의 <도플갱어>로 막을 여는 이번 행사는 10월10일 박기형 감독의 가족잔혹극 <아카시아>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60개국에서 온 244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3천여명의 게스트가 찾아와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영화제의 특징은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아시아의 신진감독들의 작품이 대거 참가한다는 점. 8년동안 단편부문 또는 PPP 등을 통해 발굴된 감독들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둘째, 독립적으로 제작된 한국 장편영화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점. <선택> <파괴> <그 집 앞> <오구> 등은 작품성 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영화들로 꼽힌다. 세번째는 지난 2년 동안 쉬었던 야외상영장이 다시 문을 연다는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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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Arimpara아시아 영화의 창 | 인도 | 무랄리 나이르 | 2003년 | 90분10월4일 오후 8시 대영1관, 6일 오후 2시30분 메가박스9관사마귀가 생긴 날<사좌>(1999)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던 무랄리 나이르의 신작 <사마귀>는 참으로 이상한 영화다. 하지만 이 작품엔 한마디로 딱 잘라 정의 내리기 힘든 기묘한 매력이 있다. ‘끝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란 부제를 달고 있는 <사마귀>는 벌판에 쓰러져 있는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빌리 와일더의 <선셋대로>(1950)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도입부 이후, 우리는 부유한 지주로서 아내와 아들과 함께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신의 턱에 작은 사마귀 하나가 돋아난 것을 발견한다. 처음에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이 사마귀는 점점 커져서 급기야 그의 얼굴만한 크기로까지 자라난다. 부르주아적 일상성에 대한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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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 No. 02리 * 얼 * 리 * 즘 * 영 * 화시추현실, 투사은막(試錐現實, 投射銀幕)-----리얼리즘은 이제 지겹다고? 그렇지 않다. 여기 우리의 눈에서 쏟는 눈물과 우리의 입에서 터지는 웃음을 담아 길어올린 영화들에 주목하시길. 현실이 스크린에 쏟아져 내리면 빛과 그림자는 삶이 된다.오사마Osama새로운 물결 | 아프가니스탄 | 세디그 바르막 | 2002년 | 83분10월3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 6일 오후 7시 메가박스6관판도라의 상자는 희망을 지니고 있긴 한 걸까?탈레반 정권이 들어서자, 각종 기관들은 폐쇄된다. 병원에서 일하던 모녀 또한 일자리를 잃는다. 게다가 남자의 동행없이 여자는 바깥 나들이조차 금지된다.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전쟁 통에 아들을 잃은 노모는 손녀의 머리를 깎고, 남편을 잃은 여인은 딸에게 오사마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루 아침에 소년이 된 소녀. 오사마는 우유를 파는 가게에서 조수로 일하게 되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남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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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직성 경찰A Policeman In Textile City새로운 물결 | 중국 | 디아오 이난 | 2003년 | 92분10월3일 오전 10시 메가박스2관, 7일 오후 7시 메가박스2관가면을 쓴 진실들의 조우샤오지앙은 마을에서 솜씨를 인정받는 재단사. 하나, 병든 아버지 대신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 그의 생은 반복된 마름질과 다림질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어느 날 그에게 변신의 유혹이 손을 내민다. 제복을 맡겼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로 죽었음을 알게 된 것. 우연히 걸친 제복으로 인해 돈과 여자친구를 얻게 된 그는 이때부터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가면이라는 안경을 통해서만 보이는 진실의 세계, 그리고 그 앞에서 무력해지는 인물들에 대한 독특한 스케치. 설정은 차이니스 버전의 <총잡이> 또는 <반칙왕>이라 명명할 만하다. 올해 상영작인 <명일천애>의 주연배우인 디아오 이난의 장편 데뷔작.사막의 춤Dancing In The Dust새로운 물결 | 이란 | 아쉬가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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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Word No. 03다 * 큐 * 멘 * 터 * 리도처모순 생생중계(到處矛盾 生生中繼)-----눈에 보이는 것만을, 귀에 들리는 것만을 믿고 사시는 이들은 필히 동석하시길. 이제 멀고도 가까운 진실의 문에 가닿기 위한 카메라 마라톤이 시작되기에.프리드먼가 사람들 포착하기(월드 다큐2)Capturing the Friedmans와이드 앵글 | 미국 | 앤드루 자렉키 | 2003년 | 107분10월3일 오후 2시 메가박스3관, 5일 오후 8시 부산3관진실, 그 복잡한 덩어리의 굴곡을 더듬는 가족 시네마점잖은 중산층 가정이 모여사는 지역사회에서도 각별히 존경받아온 컴퓨터 교사가 충격적인 혐의로 체포된다. 아동 포르노 잡지가 그의 거실에서 발견됐을 뿐 아니라 집안에서 운영하던 사설 컴퓨터 강좌에서 자신의 10대 막내아들을 공범으로 끌어들여 일상적으로 어린 소년들을 성추행했다는 고발은 미국사회의 알레르기 부위를 자극한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프리드먼가의 양탄자 밑에 엎드려 있던 비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네 멋대로 즐기기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