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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달라져도 변치 않는 정신 말하고 싶다""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입니다. 3년간 이 영화 제작에 매달려왔는데 비로소 이곳에서 처음 선보이게 됐네요. 일본 문화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제 영화가 동양문화에 무관심한 미국인들의 눈을 뜨게 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0일 주연배우 톰 크루즈와 함께 도쿄(東京) 록본기(六本木)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51) 감독은 다분히 일본 팬을 의식한 발언으로 말문을 열었다.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의 말이 단순한 '아부성 발언'이나 '홍보용 코멘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 메이지(明治) 시대를 배경으로 천황군(天皇軍)과 무사(武士)들의 마지막 전쟁을 그리고 있는데, 톰 크루즈가 맡은 주인공 네이든 알그렌은 천황이 만든 신식 부대의 조련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무사정신에 매료
[인터뷰] <라스트 사무라이> 즈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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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USA의 義峽을 보다
<킬 빌>이 상영되는 극장 안, 뒤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껄껄 웃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웃음 소리인데? 거 참 많이 거슬리네…. 그는 거의 모든 장면을 껄껄거리며 보다가 마지막 결투장면에 가서는 “야, 이 영화 정말 웃긴다”라며 극장 안의 사람들이 다 듣게 말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물론 내 친구였다. 그는 홍콩 무협영화라고는 한편도 안 본 친구였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와 마주치자 첫 마디가 “이 영화 정말 웃긴다”였다. “뭐가 그렇게 웃긴데?” 하려다가 나의 감언이설에 속아 귀한 시간을 쪼개 영화를 보러온 또 다른 친구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쓰인다. 물론 그의 표정 역시 잘 봤다는 그런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동료들과 친구들이 모여들고 우르르 몰려 커피를 마시러 갔다. 내가 눈치를 보며 자신없는 목소리로 “짝퉁이 짱깨 영화 봤으니까 이과두주에 탕수육 먹어야 하는 거 아냐?” 했지만 모두들 못 들은 척한다. 자리를
타란티노의 귀환 [3] - <킬 빌> 감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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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이야기꾼 혹은 거짓말쟁이
타란티노의 ‘영화는 모두 다 혼돈인 채로 존재한다. 지금까지 봐온 영화가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들어가 있다. 그의 영화제작 자체가 영화에 대한 트리뷰트 행위다’ .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들어낸 세계가 현실과 부딪치면, 그 세계는 순식간에 증발해버린다. 타란티노가 <올리버 스톤의 킬러>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다. “내가 쓴 것은, 약간 비현실적인 세계를 방랑하는 오락영화다. 하지만 올리버 스톤은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만들었다. 영상만으로 본다면 굉장히 테크닉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한 뒤, 그가 하고 싶어하는 것과 나의 시나리오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싶어한다. 내 경우는, 설명하지 않은 채 그냥 놔둔다. 그는 테마를 보여주고, 주장하고, 영상으로 보여준다. 관객이 영화관을 나올 때, 무언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속이 풀리
타란티노의 귀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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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키 브라운>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은 전작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더욱 더 순수한 영화광의 자세로 돌아갔다고나 할까. 아니면 그냥 제멋대로 한바탕 난장을 벌였다고나 할까. 홍콩의 무협영화,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와 야쿠자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등의 장면과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와 짜깁기한 <킬 빌>은 무척 자극적이면서도 한없이 가벼운 영화다.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폭력의 향연 속에서도 희한하게 웃음이 터져나온다. 일부에게는 순수한 오락이며 유희이지만, 누구에게는 지나치게 가벼운 제스처에 불과한 영화 <킬 빌>은 타란티노의 전작들처럼 논쟁적이다. 하지만 한편의 영화를 두편으로 나누었고, 이제 전반부만을 본 상태에서 <킬 빌>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우선 <킬 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타란티노가 좋아했던 그 ‘싸구려영화’들의 흔적과 지난 6년의 과정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타란티노의 귀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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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보다는 폭력을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
로버트 A. 하인라인은 폐결핵 진단을 받고 젊은 나이에 제대한 해군장교였다. 그는 6년 뒤 제2차 세계대전에도 지원했지만, 같은 이유 때문에 다시 한번 거절당했다. 밀리터리SF라는 장르를 확립한 <스타십 트루퍼스>는 군인으로 살고 싶어했던 하인라인이 한을 푸는 것처럼 치밀하게 써낸 소설이다. 군대와 우주, 한몸처럼 행동하는 집단과 미지의 공간. 하인라인은 소년들이라면 마음 설레지 않을 수 없는 두 가지 소재를 선택해서 우직한 성장담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폴 버호벤이 영화로 만들었을 때 비판을 불렀던 것처럼, <스타십 트루퍼스>는 파시즘에 가까운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곳에선 군인으로서 복무 기한을 마치지 않으면 시민권을 얻을 수 없다. 눈에 띄는 차별을 받는 건 아니지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니 리코는
그 영화가 소설이였다고?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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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부터 <태양은 가득히>까지,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10選
이건 정말 해묵은 이야기다. 영화와 문학이 피를 섞은 것은 영화가 줄거리를 갖게 된 무렵부터니까 말하나 마나다. 두 장르가 엮이는 방법도 시대와 더불어 가지를 쳤다. 각색은 기본. 잉마르 베리만, 크리스토퍼 햄튼, 장 콕토, 데이비드 마멧 같은 ‘투잡스’도 많았고, 비슷한 시기 탄생한 모더니즘 문학과 영화는 시간과 이미지를 편집하는 법을 서로에게 배웠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영화가 세를 불린 뒤로는 새로 나온 영화의 사진으로 표지를 갈아치운 고전의 개정판이나, 시나리오의 행간을 메워 이야기를 얽은 ‘영화소설’까지 서점 한 코너를 번듯이 차지하게 됐다. 그렇지만 “영화는 영화이고 문학은 문학이다”라고 잘라 말하는 냉정한 관전평이 여전히 우세하다. 만약 정말 위대한 문학이라면 언어라는 매체에 꼭 들어맞는 내용을 지녔다는 뜻이니 숙명적으로 좋은 영화로 냉큼 변신할 수 없다는 명쾌한 논리도 있다.
그 영화가 소설이였다고? 영화를 낳은 원작소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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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씨네21>에는 강한 남성들의 기가 흐른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순전히 영화를 통해서 아시아적인 의협에 매료되었다는데, 그가 만든 <킬 빌>은 마치 젓가락을 들고 현란한 손놀림을 하는 서양인을 보는 듯이 익숙하고도 낯선 느낌을 준다. 더구나 한점의 망설임도 없이 잔혹한 복수의 풍경을 나열해가는 기세는, 이런 유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그 과격한 오락의 장에 슬그머니 눌러앉힐 정도로 강하고 유려하다.기세로 말하자면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도 여기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제대로 된 인사를 나누지 못한 사이임에도 나는 그의 풍모에 관한 매우 뚜렷한 기억 하나를 가지고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되었을 때의 일이다. 국내외 기자들이 참석한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오만함 일보 직전의 당당함과 얄미울 정도의 깔끔한 언변을 과시했다. 국제무대에 나선 인사들을 여러 차례 보아왔지만 드
신념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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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팬들에겐 행복한 주말이다. 9편에 이르는 21일의 개봉작은 국적, 장르, 연출 스타일 등 어느 면에서 봐도 다양하고, 절반 이상이 완성도도 높다.그 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두편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1편(사진)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 두 영화 모두 ‘한 스타일 하는’ 데에 더해, 이야기 구조가 관습적이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런 저런 사연 생략하고 바로 복수활극으로 치닫는 <킬빌>의 이야기는 너무 단순하고, <올드 보이>는 장르영화의 흔한 허구적 장치로 시작해 놓고는 뜬금없을 만큼 비장하고 진지한 사연을 들이민다. 두편 모두 관습적인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겐 어딘가 빈 듯한 느낌을 줄지도 모르지만, 영화광들에겐 거꾸로 원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영화가 될 것같다. <킬빌>에는 이소룡, 강다위, 일본 사무라이영화, 마카로니 웨스턴이 한데 어울리는 액션 버라이어티쇼가, <올드 보이>에는
킬빌·올드보이·노보…‘골라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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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확장판 감독 피터 잭슨/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매켈런, 리브 타일러/화면비율 2.35:1/오디오 영어 돌비디지털 5.1 EX, DTS ES 6.1<반지의 제왕> 시리즈 2편의 디브이디로 본편부터 극장판 영화 179분에 30분의 새로운 장면과 내용을 추가해, 거의 새로운 영화를 내놓았다. 총 4개의 디스크에, 감독, 작가, 디자인팀, 배우들의 음성해설, 3시간의 다큐멘타리와 1시간 가량의 부가영상물, 갤러리 등 서플도 방대하기 이를 데 없다. 스펙트럼.영웅 감독 장예모/ 출연 장만옥, 진도명, 양조위, 이연걸/ 화면비율 2.35:1/ 오디오 중국어 돌비디지털 5.1 EX, DTS ES 6.1장예모 감독이 한층 멋을 부려 만든, 진시황을 암살하러 간 자잭들의 이야기. 네명의 자객이 서로 다른 색으로 상징된다. 서플에서는 색상별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영상 페이지와 로케이션 장소 해설, 스태프와 출연진 인터뷰, 엔지 장면 등을 모았다. (주)엔터원.
[새 DVD]<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확장판>, <영웅>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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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잊었던 영화음악 열정 요동”<하류인생>의 촬영장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한국 록의 창시자인, 전설같은 신중현씨가 그 자리에 있었다. 신씨는 이 영화의 음악을 맡고 있었다.<하류인생>의 음악을 담당한 계기는.이태원 사장이 노래방에서 내 노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부르다가 내가 떠올랐고, 마침 사무실로 올라갔더니 임권택 감독이 <님은 먼 곳에>를 틀고 있었다고 했다. 한달쯤 전 둘이 찾아왔고 흔쾌히 승락했다.전에 임 감독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적이 있다는데.60년대 말에 한편 했는데 제목이 생각 안난다. 그땐 영화음악을 그리 중시하지 않았을 때이고. 70년대 초반까지 영화음악 여러 편 했었다. 75년에 <미인>에 출연하고 음악도 했다가, 그 이후로 활동이 금지됐으니까.(인터뷰 도중에 울린 신씨의 핸드폰 벨소리가 <미인>이었다.) 임 감독과 오랜만에 만났지만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다. 잊고 있었던 영화음악에
[인터뷰] <하류인생> 음악맡은 신중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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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관에선 ‘니코라스 레이’ 감독, ‘제임스 띤, 나탈리-’ 주연의 <이유 없는 반항>이 상영중이었다. 입장료는 350환. 다음 영화로 구봉서가 주연한 김수용 감독의 데뷔작 <공처가>의 간판이 걸려 있다. 경기도 부천시 부천판타스틱 스튜디오의 <하류인생> 촬영장은 58년의 서울 명동을 연상케 하는 한 번화가를 재현해 놓았다. 텔레비전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 세트 바로 옆에 들어선 1500평 규모의 이 영화 세트는 <야인시대>의 그것보다 훨씬 정교했다. 건물 디자인은 물론 표면 벽돌, 길바닥 아스팔트의 질감까지도 예스러웠다. 양장점 ‘송옥’의 쇼윈도엔 50, 60년대풍 의상과 구두가, 약국엔 ‘에비오제’와 ‘푸로나민’이 진열돼 있다. ‘뮤직살롱 휘가로’와 ‘클럽 마이애미’의 전화번호 국번은 모두 ‘2’자 한자리다. 대물림된 향수. 미도관 건너편 골목의 ‘명동 통술’ 집에서 정종 한잔 하고 싶어진다.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영화
임권택 감독 99번째 도전 <하류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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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일본에서 개봉될(한국은 내년 1월 9일) <라스트 사무라이>(The Last Samurai)가 20일 도쿄에서 톰 크루즈를 비롯한 제작진 기자회견과 특별시사회를 마련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에드워드 즈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았지만 무대는 메이지(明治) 천황이 바쿠후(幕府) 권력을 누르고 열도의 지배자로 나선 1870년대 일본. 서구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군대를 총포로 무장하고 사농공상(士農工商) 제도를 폐지하는 한편 폐도령(廢刀令)을 내려 무사들이 칼을 차고 다니는 것을 금지하자 사무라이(侍)들은 거세게 반발한다. 영화 속에서도 사무라이들이 거리에서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촌마게(일본식 상투)를 잘리자 오열하는 대목이 나온다.
줄거리는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시작된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용기와 희생, 명예 등 군인의 덕목이 사라지자 미군 대위 네이든 알그렌은 실의에 빠져 술로 세월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일본 고위관료 오무라가 천황군
[새 영화]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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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논란이 되고 있는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제) 축소를 강행하지 않고 일단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사진)은 19일 오후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의 정지영.안성기 공동위원장 등 10여명의 영화인을 면담한 자리에서 당장 스크린쿼터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면담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이날 전했다.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측은 이런 정부방침에 대한 영화계 의견을 수렴한 뒤 2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8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면담결과와 위원회의 입장 등을 발표한다.그러나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어제 영화계 대표들에게 현행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게 아니라 당장 밀어붙이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얘기였다"면서 "계속 논의해야 할 과제라는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했다.영화인들은 21일 서울 스카라 극장에서 비공개로 영화인 결의대회를 갖고 25일에는
정부, 스크린쿼터 일단 유지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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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톱스타 톰 크루즈(41)가 20일 오후 일본 도쿄 롯본기의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라스트 사무라이>는 1870년대 일본 메이지시대를 배경으로 신식 무기로 무장한 천황군과 무사들의 마지막 전쟁을 그린 영화. 톰 크루즈는 천황군을 조련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다가 검술과 무사정신에 매료되는 미군 대위 네이든 알그렌으로 등장한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12월 5일,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1월 9일 개봉되며 전날인 19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일본 기자들을 위해 시사회를 가진데 이어 이날 저녁 특별 시사회를 펼친다.
한국의 기자들도 워너 브라더스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 기자 시사회와 회견에 참석했다.
회색 정장의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톰 크루즈는 함께 단상에 오른 일본의 동료 배우들과 반갑게 악수한뒤, "대단한 힘을 지닌 일본 배우들과 함께 출연한 것을 행운으
[인터뷰] <라스트 사무라이>의 톰 크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