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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울엄마> KBS2TV 월∼금 저녁 9시20분엄마가 없는 집은 언제나 허전했다. 중학교 때였던가. 마침 시험기간 중이어서 평소보다 일찍 귀가한 날이었다. 여느 여자아이들 같았으면 사춘기로 접어들어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도 있었을 텐데 난 그날따라 엄마의 부재가 몹시도 허전하게 생각되었다. 그것은 내가 아직 덜 여문 유아기적인 어리광을 가지고 있어서였다기보다는 엄마는 항상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간식과 식사를 준비해주는 사람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엄마는 집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 맛있는 부침개와 호떡을 해주며 우리가 먹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봐주는 사람, 우리가 없는 시간에는 집안을 말끔하게 청소하고 내가 언제나 뽀송뽀송하게 입고 다니는 옷가지를 빨래해주는 사람, 옆에 있으면 당연하고 부재시에는 짜증나는 그런 사람이었다.그런데 엄마를 따라 시장에 간 어느 날 나는 엄마의 숨겨진 다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시장 한구석에 있던 신발가게에서였다. 신발을
<달려라 울엄마>, ‘엄마’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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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중이던 타이의 여성 프로듀서 듀앙카몰 림차로엔이 서른아홉의 나이로 사망했다. TV프로듀서 출신으로 아시아 내 합작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림차로엔은 2000년 타이 영화사 시네마시아를 세워 타이·홍콩·일본 합작으로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과 한국·홍콩·타이가 합작한 옴니버스영화 <쓰리> 등을 제작했다. 자국 내 영화산업 부흥에도 관심을 가졌던 그는 <낭낙> <잔다라>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적의 크기를 말해주듯, 오는 12월12일 있을 추모행사에는 진가신, 왕가위 등이 참석한다.
<쓰리> 프로듀서 듀앙카몰 림차로엔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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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하는 <배트맨>의 다섯 번째 시리즈에 케이티 홈스와 실리언 머피가 캐스팅됐다. TV시리즈 <도슨의 청춘일기>로 인기를 얻은 케이티 홈스는 배트맨의 연인 라헬로, 의 주연이었던 아일랜드 배우 실리언 머피는 배트맨을 상대하는 악당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배트맨을 보좌할 알프레드 역도 마이클 케인으로 확정됐다. 많은 말이 오간 배트맨 역이 크리스천 베일로 확정된 뒤 빠른 속도로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은 2005년 개봉한다.
배트맨 게 섰거라, 케이티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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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야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이 두명의 원군을 얻었다. 이 원군들은 개그맨 이혁재와 신인 윤진서. 이혁재는 더 설명할 필요없는 인물일 테고, 윤진서는 <올드보이>에서 이우진의 누나 역으로 등장했던 깨끗한 외모의 신인여배우다. 주연 감사용 역할에 이범수가 캐스팅된 이 영화에서 이혁재는 이범수와 함께 삼미의 포수진을 떠맡아 ‘실력은 없는데 얼굴은 메이저리그’라는 별명을 가진 선수 금광옥으로 출연한다. 윤진서는 감사용과 멜로드라마를 꾸려갈 야구장 매표소 여직원 박은아 역. 감사용이 선수라는 것도 모르고 만났지만 뒤에는 그를 열렬히 응원하고 격려하게 된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만년 꼴찌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에 입단해 3년간 1승15패의 전적을 남기고 간 꼴찌 투수 감사용에 대한 이야기다. 싸이더스가 제작하며 연출은 신인 김종현 감독이 맡았다. 크랭크인은 2004년 1월 중이다.
야구실력은 마이너, 얼굴은 메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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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야 놀자>의 후속편인 <달마야, 서울가자>에 신현준이 캐스팅됐다. 신현준이 맡게 될 역할은 건달 두목 ‘범식’. 전편에서 박신양이 연기했던 ‘재규’와 대칭을 이루는 캐릭터다. 신현준은 최근 <황산벌>에서 김승우와 카메오로 등장했던 것을 제외하면 <킬러들의 수다> 이후 오랫만에 차기작을 결정한 셈. 이번 영화로 그는 <킬러…>에서처럼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달마야, 서울가자>는 전편의 다섯 스님들을 고스란히 데려오고 건달들만 물갈이되는 후속편. 전편이 서울에서 산으로 도망친 건달들이 스님들과 맞붙는 이야기였다면, 후속편은 그때 그 스님들이 서울에 올라와 빚에 묶인 절을 건달로부터 되찾으려 한다는 내용을 담는다. 정진영, 이문식, 이원종, 류승수의 재결합은 이미 이루어진 상태이고 <아이언 팜>을 만든 육상효 감독이 연출한다. 제작은 1편의 제작사인 씨네월드, 투자는 KM컬쳐가
서울로 놀러 가자~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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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늙은 항해사처럼 완고한 영화다. 명색이 해양액션블록버스터인데 1억3500만달러를 웃도는 제작비를 메우겠다는 품어 마땅한 조바심은 보이지 않는다. 캐치프레이즈는 ‘러셀 크로 선장의 영웅담’이지만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19세기 영국 해군의 생활상과 교전 절차에 더욱 애착하고 있다. 물결에 편승하는 듯 자세를 취하면서, 고집을 관철한다. 쌓아올리는 데에도 즐기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구식의 재미를 굳게 믿는 이 영화의 감독은 피터 위어(60)다.
피터 위어는 언제나 자신이 만든 영화보다 덜 유명한 감독이었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위어의 초상을 뭐라고 딱 꼬집어 기억하기 어려운 이유의 하나는 그가 교차로에 서 있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유럽 예술영화의 기운이 물씬한 스타일로 호주 특유의 자연과 정서를 포착한 <행잉록의 소풍>으로 호주 뉴웨이브의 첫 파도를 일으킨 피터 위어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위트니스&
사려 깊은 상업감독,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피터 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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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일 CJ엔터테인먼트가 박동호(48)씨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맞았다. 1995년 CJ그룹이 처음 영화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멀티플렉스 관련 업무를 맡아 2000년 8월부터 CJ CGV 대표로 일했던 그는 이번 인사로 CJ엔터테인먼트, CJ CGV, 조이큐브 등 3개 회사의 대표 업무를 동시에 보게 됐다. 1980년 입사해 제일제당 기획실, 육가공본부, 멀티미디어사업부 등을 거쳐 23년간 CJ그룹에 몸담아온 박동호씨는 CGV극장 체인을 극장업계 1위로 올려놓으면서 그룹의 신임을 얻은 걸로 알려졌다. 올해 CGV는 관객 2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영화계의 관심이 박동호 대표 체제의 CJ엔터테인먼트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쏠리는 건 당연하다. 내년도 올해와 비슷한 투자규모라면 최소한 12편 이상의 영화가 박동호 대표 체제에서 제작되고 배급될 것이고 CGV 극장의 위용도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CJ엔터테인먼트 대표로 출근한 지 1주일밖에 안 된 그를 12
CJ엔터테인먼트 새 대표이사 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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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과 가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친구가 생길 만하면 떠도는 생활, 그리고 난독증. 톰 크루즈의 환한 미소를 두고 그런 성장기의 그늘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탑건>과 <폭풍속으로>의 80년대 젊은이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건강한 투지와 탄탄한 긴장이 장착된 육체로 현실의 장애를 넘어 스크린으로 뛰어들었고, 20년 넘는 할리우드 크루즈에서 흥행을 보장하는 대표 스타의 자리에 앉았다. 내리 5편의 영화가 북미 수입 1천만달러의 흥행을 올린 배우라면 할리우드에서도 아주, 아주 드문 존재다. 그는 또 자신의 말마따나, ‘자신의 가치를 보호할 줄’ 안다. 폴 뉴먼(<컬러 오브 머니>)이며 더스틴 호프먼(<레인 맨>)과 동행하며 연기작법을 익히던 80년대의 ‘청춘스타’는 시장가치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매그놀리아>와 <제리 맥과이어>를 통해 폭발과 이완의 가능성을 확인하는가 하면, 스탠리 큐브릭의 난해한 프로젝트에 ‘황금의
톰 크루즈, “영화를 만든다는 것, 나의 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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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이 카메라 앞에 선다. 수직으로 라이트가 떨어진다. 선한 눈매와 사람 좋은 웃음이 언덕 너머로 지고 도드라진 광대뼈와 불거진 턱선의 시간이 도래한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라. 인형 같은 미소년들은 잠자리에 들어라. 거친 말투와 원초적 생명력이 지배하는 세상은 이제, 늑대의 시간이다.
정재영은 웃기는 사람이다. 몇번 허를 찌르는 그의 유머에 당하고 나면, 다시 한번 이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게 된다. 어디 보자. 웃을 때 주름이 자글자글 지는 게 영락없는 삼돌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에서 이렇게 웃는 그의 모습을 본 일이 별로 없다. <킬러들의 수다>의 쿨한 킬러도, <피도 눈물도 없이>의 투견장 ‘독불이’도, <실미도>의 상필도, 물론 기억은 안 나겠지만, <박봉곤 가출사건> <조용한 가족> <공포택시> <간첩 리철진> 등의 조·단역에서도 그는 늘 거칠고, 강하고, 무서운 사내였으니까
미소년들은 가라, 늑대의 시간이다! <실미도>의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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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크리스마스다. 노엘이 울려퍼지고, 1년 만에 돌아온 소년은 또다시 북채를 잡는다. 라 팜팜팜팜. 별들은 내려와- 점멸하는 쇼윈도의 장식등이 되거나, 혹은 광장과, 상가와, 교회와, 집과, 백화점의 중앙분수대 근처에 선 크리스마스 트리의 잔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린다. 스모그의 대기를 뚫고서, 별들은 어떻게 이 땅을 찾았을까? 스모그의 대기를 뚫고서, 라, 팜팜팜팜.힘들었던 한해가 저물어간다. 그래서 고요하고, 거룩한 이 시즌의 밤이 되면- 문득, 모든 걸 용서하고픈 마음이다. 아마도 그래서, 고요하고 거룩한, 밤인 거겠지. 전철역 근처의 가판대에서, 아이에게 줄 장난감을 고르며 나는 생각한다. 라 팜팜팜팜. 1.5볼트의 건전지를 동력으로, 갈색의 곰 인형이 열심히 북을 친다. 흐리게, 그 무대를 비추고 선 꼬마전구의 필라멘트가, 문득 바람에 흔들린다. 1.5볼트만큼의 동력으로, 구경꾼 서넛이 인형을 집어든다. 딱, 만원입니다. 딱, 만원을 내고, 나 역시 인형을 집어든다.
크리스마스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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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올드보이>의 정치학에 주목하다사자를 백수의 왕이라고 한다. 정글에서 가장 맞장을 잘 뜬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표준화된 정글의 서열은 스포츠 상황을 전제하고 관망하는 사람들의 규정이다. 동물의 실생활은 다르다. 최종적인 승부는 언제나 정치적 상황이 개입한다. 예컨대, 이런 경우가 가능하다. 출산 중인 암사자를 기습한 하이에나, 졸고 있는 치타의 눈에 뿔을 꽂아버린 오렉스 영양, 밀렵꾼에게 훔친 손도끼로 표범의 뒤통수를 내리친 오랑우탄, 동네 악어 형들의 아지트를 밀렵꾼에게 일러바친 새끼 하마, 독이 한창 올랐을 때 구렁이를 찾아가 ‘나 잡아봐라’고 약올리는 독두꺼비…. 정글도 인간세계처럼 기습전, 첩보전, 화력전, 자살테러, 외교전 기타 등등의 전략이 개입하지 말란 법이 없다.물론 이건 농담이다. 개연성이 희박하다. 실제 동물세계의 전략은 ‘떼짓기’ 한 가지밖에 없다. 떼는 두 종류가 있다. 조폭처럼 상습적으로 떼를 지어 있는 경우, 그리고 폭도들처럼 욱해서
고뇌의 제스처를 유희의 동력으로,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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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 영국 1위 고수
11월21일 영국에서 개봉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츄얼리>(사진)가 자국 내 평단의 부정적인 평에도 불구하고 영국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320만파운드를 벌어들인 <러브 액츄얼리>의 뒤는 232만파운드를 기록한 미국 코미디 <엘프>가 따랐다. 새롭게 진입한 콜린 파렐 주연의 <S.W.A.T 특수기동대>는 196만파운드를 벌었고, 110만파운드의 <마스터 앤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88만파운드의 <브라더 베어> 등이 5위권 안에 포진되어 있다.
◆<슈팅 라이크 베컴> 뮤지컬로
거린다 차다 감독이 자신의 히트작 <슈팅 라이크 베컴>을 뮤지컬로 각색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제작비를 모으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2004년에 초연을 계획하고 있는 뮤지컬 <슈팅 라이크 베컴>에 대해 프로듀서 디팩
[해외단신] <슈팅 라이크 베컴> 뮤지컬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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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낡은 것들은 언젠가 다시 새롭게 다가오게 마련. 이 명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에서 다시 한번 증명된다. 가히 복고적 열기의 향연이라 할 쿠엔틴 타란티노의 액션 대작 제1부는 매우 유쾌하고 영리하게 만들어졌지만, 다소 얄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화면 가득 분출돼나오는 숱한 영화들의 이미지와 장면들은 이 모방의 거장과 함께 한 장면 한 장면을 복기해봄이 어떠냐고 어리석은 비평가들을 꼬드기지만, 그들에게 돌아갈 보상은? 글쎄, “타란티노학” 박사 학위?
이 영화의 메타포는 무엇인가? 그것은 영화의 첫 번째 자막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복수는 차가울 때 먹어야 가장 맛이 있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 <킬 빌> 속의 연쇄복수극은 한마디로 아이스박스째 쏟아붓는 복수의 대량 공습이라 할 수 있다. 타란티노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검은 옷의 신부>(The Bride Wore Black)에서 빌려온 줄거리 위
다시, 이미지의 거울방 속으로, <킬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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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는 복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근대 사법의 체계 바깥에서 독자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대로 갚아주는’ 복수를 다루고 있지 않다. 영화는 오대수의 죄목이 ‘말’이었다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극으로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언어는 단지 간접적으로 매개할 뿐, 사태의 본질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면 근친상간에 대한 영화일까? 영화 속 근친상간은 ‘순수한 사랑’이자 ‘죄’이자 ‘형벌’이자 심지어 ‘권능’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근친상간에 대한 진지한 가치판단을 내리고 있지 않다. 근친상간은 일종의 알레고리로 차용되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이 영화는 근친상간에 대한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영화는 놀랍게도 파시즘에 관한 영화로 읽힌다.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행하는 심판의 방식은 파시즘의 논리와 놀랄 만큼 흡사하며, 오대수가 그 형벌에
<올드보이>의 기꺼이 자기를 잊고 투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