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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영화 애호가의 꿈은 자신만의 영화 라이브러리를 갖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라이브러리를 꾸미기 시작하면 곧바로 ‘어떻게’ 채우느냐에 못지않게 ‘무엇’으로 갖출 것인가가 심각한 고민거리로 대두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필름이 대상인 감상과는 달리 소장의 전제인 어떤 매체로 구입할 것인가는 각자의 영화 취향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공간, 외국어 독해 능력 같은 요인들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수록 매체 자체의 물리적인 수명은 반영구적이지만, 정작 매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의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져 결국 매체의 실질적인 재생 가능 기간은 10∼20년 정도로 오히려 아날로그보다 더 단명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LD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장 매체의 선택은 애호가들의 절실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이번호부터는 필름에서 HD까지의 다양한 영화 저장 매체들의 장단점들을 살펴봄으로써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고자
어떤 매체로 영화 라이브러리를 꾸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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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팬더> Pink Panther 40주년 기념 박스 세트1964∼82년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상영시간 516분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음성포맷 영어 DD 5.1자막 한글출시사 폭스(6장)단편애니메이션들을 제외한다 해도 <핑크 팬더> 시리즈는 <형사 클루조>(1968)를 포함하여 9편이나 제작되었다. 이들을 <핑크 팬더>를 이루는 3가지 요소, 즉 테너 색소폰으로 시작되는 헬리 맨시니의 메인 테마, 분홍색 팬더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오프닝 그리고 피터 셀러스가 연기하는 자크 클루조 형사를 모두 포함한 작품으로 추린다면 5편이 남는다. 이번에 출시되는 <핑크 팬더> 40주년 기념 박스 세트는 이 5편 중 타사에 판권이 있는 <돌아온 핑크팬더>(1975)가 빠지고 <어둠 속의 총격>(1964)이 포함되어 구성되었다. <핑크 팬더의 역습>(1976)이나 빌리 와일더가 애거사 크리스티를 만난 듯한 &
<핑크 팬더> 시리즈의 탄생과 비밀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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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섬>(裸の島)1961년감독 신도 가네토상영시간 96분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일본어자막 프랑스어출시사 와일드사이드 비디오(프랑스)물이 나오지 않는 작은 섬에 부부와 아들 둘이 살고 있다. 큰아들이 학교에 가고 작은 녀석이 바다에서 놀 동안, 부부는 육지와 섬을 거룻배로 왕복하며 물을 실어나른다. 큰 사건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대부분 물을 나르는 부부의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엔 몇 마디 자막 외엔 대사가 한마디도 없다. 자고로 어머니의 사랑이나 자연의 순환처럼 가장 위대한 것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말조차 일종의 유희로 보이는 그들에게 무언의 효과는 탁월한 것이어서, 관객은 대상에 몰입하게 된다. 그 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은유다. 섬은 벗어나고 싶으나 인간을 얽매는 운명과도 같지만, 그 안에서 기꺼이 땀을 흘리고 사는 부부에게 조그만 섬은 비록 빌린 땅이라고 할지라도 귀속되지 않는 자유를 의
삶, 말로 해야 압니까? <벌거벗은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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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이 날이 올 줄 알았다. 데뷔작 <탄환주자>에서 두발로 달렸고 <포스트맨 블루스>에서 자전거로 달렸으니 자연스레 자동차로 달릴 때쯤 되지 않았던가? 준법정신으로 똘똘 뭉친 아사쿠라의 자동차에 위법정신으로 무장한 3인조 은행강도가 올라탄다. 근데 이 강도들, 은행 턴 돈을 빼앗겨버렸단다. 돈가방을 찾기 위한 하룻밤의 드라이브를 통해 사부는 이들에게 돈 대신 꿈과 인생을 찾아준다. 포스트-기타노를 꿈꾸며 은행털이와 야쿠자를 등장시킨 것까지는 전작과 유사하지만 사부는 여기서 액셀러레이터를 좀더 밟는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아사쿠라의 두통을 어떤 약도 치유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과거로부터 유전되었기 때문이다. 벌판을 맴돌며 아사쿠라를 괴롭히는 사무라이와 군인들의 혼령은 그의 두통이 개인적인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결국 데스 마스크를 쓴 자신의 과거(혹은 역사)를 베어버린 뒤에야 그의 두통은 사라진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감이 없잖아 있지만 오구리 고헤이나 구
사부 감독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의 세계,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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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몬드 연애소동>과 <클루리스>로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십대를 기막히게 잡아냈던 에이미 해커링은 2000년대의 아이 <아메리칸 촌놈>의 주인공으로 제이슨 빅스를 낙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이슨 빅스는 에이미 해커링이 아닌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십대를 보여주게 된다. <아메리칸 파이>는 2000년대의 아이들에게 남은 것이라곤 엽기밖에 없음을 증언하는 시리즈다. 이젠 도전이니 전복이니 하는 말을 하면 비웃음을 사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그나마 귀여웠던 <아메리칸 파이> 1편을 지나 3편인 <아메리칸 파이3-웨딩>에 이르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사라지고 색광 녀석들이 정신나간 짓만 끝없이 해대는 영화를 100분 가까이 보는 건 고역이다. 솔직히 ‘제임스’의 역동성과 ‘벤 모리슨’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사운드트랙이 아까운 수준. 일단 3편으로 시리즈의 매듭을 짓는다곤
주책바가지들, <아메리칸 파이3-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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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의 호평과 흥행 성공 덕분에 전체적인 설정에서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인 <쇼군>도 DVD로 출시되었다.
파라마운트와 가 제작해 1980년에 12부작 TV 미니시리즈로 방영되었던 이 작품은 1975년에 발표되어 전세계적으로 1천만부 이상이 판매된 제임스 클라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국내에서는 125분으로 편집한 TV판 영화가 극장 개봉된 바 있다).
폭풍으로 일본 바닷가에 표류해온 영국 항해사가 막부의 장군에게 의탁해 사무라이로 생활해가면서 마침내 외국인의 몸으로 쇼군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작품의 줄거리는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볼 때는 다분히 터무니없는 결말로도 보인다. 하지만 미·일 합작으로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여 일본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하였고, 미후네 도시로와 모리스 자르 같은 거물급 배우와 스탭들을 기용한 결과 전체적으로 매우 짜임새 있고 다채로운 영상과 연출로 완성되었다. 덕분에 방영 당시에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24년 만에 오리지널과의 만남, <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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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수상했던 <마이크로코스모스>의 제작진이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여에 걸쳐 전세계 36개국을 횡단하며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에는 알에서 부화하는 순간부터 지켜봐온 총 35종 1천여 마리에 달하는 다양한 철새들이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북미와 남미, 호주의 여러 대륙들과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남극과 북극을 거쳐 파리와 뉴욕의 빌딩 숲까지 관통하는 장대한 여정을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할 만큼 시적이고 감동적인 아름다운 영상들로 화면 가득 펼친다.
450여명에 이르는 스탭들이 전세계 175개 지역을 여러 조로 나눠 헬리콥터와 경비행기에서부터 행글라이더와 열기구까지 동원해 엄청난 시간과 정열을 들여 촬영한 이 귀중하고 놀라운 영상은, 2003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에 노미네이트됐고,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전세계에서 3천만달러가 넘는 흥행 수익을 올릴 정도로 대중적인 호응도 얻었다(특히 미국에서는 9개월 이상 장기상영되면서 1천만달러 이상 벌어
철새들이 그리는 ‘자연의 교향곡’, <위대한 비상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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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짐 셰리던 영화는 고집 센 아일랜드 사람 같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 이야기인 <천사의 아이들>을 보기도 전에 우린 아일랜드인과 아메리칸 드림의 충돌을 그린 작품을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파 앤드 어웨이>나 <갱스 오브 뉴욕>의 반대편에서 아일랜드인의 목소리를 내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이 영화엔 감독 데뷔 이전에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힘겹게 살았던 그의 이주 경험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여기엔 짐 셰리던의 또 다른 개인사가 숨어 있으며, 그것이 이 영화를 보편적 드라마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소녀는 세 가지 소원을 빈다. 미국 정착을 위해 빌었던 두 가지 소원 다음에 세 번째가 남았을 때, 우리는 그것이 죽은 동생 ‘프랭키’와 ‘가족’을 위해 쓰이는 걸 본다. 그들이 머나먼 땅으로 온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슴속 슬픔을 잊기 위한 것이었으며, 언제나 그렇듯 그 해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가족의 이름으로, <천사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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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토이치> 座頭市2003년감독 기타노 다케시상영시간 116분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일본어자막 한글, 일본어, 영어 자막출시사 인트로미디어<하나비>에서 보여준 폭력의 강렬함을 넘어선 허무주의의 미학을 거쳐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한차원 높은 단계로 올라선 것처럼 보였던 시점에서 뒷걸음쳐 야쿠자와 폭력의 세계로 돌아갔던 <브라더>가 좋지 못한 평을 얻자, 기타노 다케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연애물과 시대극인 <돌스>와 <자토이치>를 차례로 내놓으며 새로운 방향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탐미적이었던 <돌스>에 이어 선택한 작품이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언뜻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타노는 이 작품을 철저하게 오락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언제나 자신의 각본으로만 영화를
상식 파괴, 노련한 감독의 유쾌한 향연, <자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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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봄인가요? 아, 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영화사 봄을 찾는 이성욱 기자의 통화 내용을 들은 정한석 기자가 하하 웃으며 “계절에게 묻는 것 같았어요, 선배”라고 여담을 건넨다. 문득 걷고 싶어진다.회사 근처에 있는 효창공원은 멀리서 볼 때 아직 가라앉은 갈색이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야트막한 관목들의 머리꼭지에 맑은 초록빛이 올라앉아 있다. 여린 싹은 내게 전혀 다른 감정들을 차례로 불러일으킨다. 처음엔 환하게 반갑다. 그리곤 안쓰럽다. 마침내 무섭다.오래전, 집 마당에 호박씨를 심었던 적이 있다. 호박죽 끓여먹는다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다듬다 보니 거기서 나온 씨마저도 의미가 있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한 구멍에 서너개씩, 요령부득으로 씨앗을 밀어넣고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었다. 마침내 싹이 돋아 올랐다. 어느 씨앗도 실패하지 않고 한 구멍에서 여러 개의 싹들이 하늘을 향해 그 작은 두팔을 힘차게 벌리고 있었다. 너무 많은 호박이 열린 나머지
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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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 그가 우리에게 던져준 희망의 메시지는 “이민가지 마세요”였었다. 국민들은 사실 뭐니뭐니해도 내 나라에 살고 싶었는지 그를 이 나라의 지도자로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케이블티브이의 홈쇼핑 채널에서 빅 히트를 기록한 신상품이 등장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이민상품’이었다. 이 홈쇼핑은, 지금은 얼마 안 남은 이데올로기의 흔적마저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깨끗히 닦아주는 쇼킹한 것이었다. 아, 이민도 일종의 상품이구나. 돈주고 사면 되는 거구나. 그것도 마이 홈에서 리모컨을 돌리다가 전화를 걸어 구입하면 며칠 뒤에는 캐나다인이 될 수 있는 것이구나. 국가와 국적이란 것이 이렇게까지 가벼워질 수 있다니. 기분이 덩실 날아오른다.한반도는 사실은 말도 못하게 척박한 곳이다. 연평균 기온차가 40도가 넘고, 강우량은 가뭄 아니면 홍수, 국토의 대부분은 산악지대이고 지리적으로는 극동아시아에 고립되어 있다. 좋은 땅도 아닌데 어쩌다 길목에 위치한 이유
집17 - [날아가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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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특별한가? 세상의 많은 부부들이 결혼을 순조롭게 이어가지 못하고 파경을 맞는 것에 비하여 굳이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유지하고 있다면, 또는 막 태어난 신혼의 쌍들이 출산과 육아를 거부하여 출산율이 자꾸만 떨어지고 있는데도 힘들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특별한 사람이다.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런 특별함을 보여줄 길이 없다. TV를 틀면 온갖 특종들이 난무하고 이 세상은 정말 놀라운 곳임을 상기시켜준다. 우리네가 가진 특별함은 어딘가로 실종되고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거부된다. 유별나지 않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을 것만 같은 세계 속으로 한발한발 빠져들어간다.발차기가 그림 같은 ‘마샬아트’의 달인, 예술 같은 볼링장면을 선사하는 시각장애인, 물구나무서서 온갖 기교를 부리는 기인들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세상이 저런 일이” 하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만 세살도 안 된 아기가 ‘리틀 석가모니’가 되어 있질 않나, 초등학생인 ‘리틀 황비홍’이 날아다니질 않
평범해서 주눅든 사람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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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이라는 숫자를 좋아한다. 묵묵히 ‘삼’(三)!이라 발음한 뒤의 그 여운이 무엇보다 좋고, 그러니까 삼삼한 기분인데다, 또 어떤 숫자를 좋아하시나요? 와 같은 물음에 비교적 정답이 아닐까 싶은 안도감- 그렇다, 그런 안도감이 나에겐 있다. 분명, 있다. 적어도 6이나 2보다는, 이 한국 땅에서 모름지기 번듯한 대답일 거란 생각이, 나는 든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무작정 나는 3이 좋은 것이다. 무작정 내가 한국인인 것처럼, 그렇다.그렇군.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은 3이라는 숫자를 제일 좋아한다고 한다. 아마 당신의 부모도, 또 당신의 조부모도, 혹은 단군과, 심지어 웅녀(熊女)께서도 묵묵히 마늘을 씹으며 을 좋아하셨을지 모른다. 이 글을 쓰면서도 2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를 건 두 사람의 지인 역시 제일 좋은 숫자는 3, 이라고 대답했다. 후회 없지? 글쎄 왜 그런 걸 묻는 거지? 아무튼 번복할 기회를 한번 줄게. 그것 참… 그럼 7로 할까? 후회 안 하지? 아냐…
넘버, 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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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신화 만들기에 대한 존 포드의 영화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는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The Man who shot Liberty Valance)의 마지막 장면에서 신문사의 편집장은 현명하게도 “진실과 전설 중 결국 기록되는 것은 전설이게 마련이지”라고 충고한다. 영화의 배경이 된 전시(戰時) 상황에서 신화가 사실을 압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시대적 배경의 특수성마저도 팀 버튼의 (거의 주기적으로 시도되는) ‘감상적 신화쓰기’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 <빅 피쉬>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팀 버튼의 전체 경력 속에서 살펴보자면 대니얼 월러스의 동명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의 최신작 <빅 피쉬>는 거의 성숙기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 <빅 피쉬>는 브래드버리(역주: 미국의 소설가, 환상문학 계열의 작품들을 썼다)에 의해 시도된 마술적 리얼리즘의 향취를
<빅 피쉬>의 팀 버튼, 스필버그식 거짓말에 손을 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