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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를 주름잡는 스노보더가 되어보거나 스위스의 그림 같은 휴양도시를 눈요기하거나.
“죽음은… 생각해본 적 없어, 천국에 가면 눈이 없으니까.”
스노보드 최고의 챔피언 조쉬(그레고리 콜린)가 연인 에텔(줄리엣 고도)에게 한 말은 진심일 것이다. 죽음의 예감에 사로잡혀서야 어떻게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설원에 몸을 내던질 수 있을까. 정작 그가 뿌리치지 못하는 건 최고의 스노보더라는 명예와 그 명예가 동반시켜준 ‘부티’나는 삶이다. 추락 직전에 처한 조쉬는 어떻게든 그걸 연장하려고 한다. 그러니 그가 스크린에 모습을 보이는 처음 순간부터 왜 폭력을 행사하는지 따져 묻지 말자. 조쉬를 영웅처럼 떠받들며 프로페셔널 스노보더가 되길 꿈꾸는 가스파(니콜라스 뒤보셸)는 이런 조쉬의 먹잇감이 된다. 조쉬는 가스파를 자기 팀으로 끌어들여 실력을 전수해주고는 스노보딩 챔피언 결승전에 자신을 대리해 위장출전시키려고 한다. 조쉬는 가스파를 옭아매기 위해 연인 에텔을 이용하는 ‘미인계’까지 동원한다.
알프스의 계절 액션 스릴러,<스노우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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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렵긴 어려운 모양입니다. 예전에는 없는 사람만 헐벗고 굶주렸는데 요즘은 없는 사람이나 있는 사람이나 헐벗고 굶주립니다. 있는 여자 연예인들은 누드 찍는다고 헐벗고, 야당 총재라는 분은 단식한다고 굶주리고 있죠.”
개그맨 김형곤(43)이 돌아왔다. 3주 전부터 한국방송 2텔레비전 〈폭소클럽〉 ‘스페셜 클럽 2’의 코너를 맡은 김형곤은 경인방송의 〈김형곤 쇼〉 이후 2년반 만에 텔레비전 무대로 돌아와 40대 개그맨의 재담과 익살을 선사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류의 말장난 개그에 익숙한 20대 관객들은 이 40대 개그맨한테 세대차이를 느끼는지 약간 썰렁한 반응을 보이지만, 1980년대 말 ‘회장님 회장님’을 기억하는 나이든 시청자들은 그의 개그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낀다.
그의 개그 키워드는 정치와 섹스다. 이 분야에서만큼은 독보적인 입담을 과시한다.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풍자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진한 성적 농담까지 섞어 정치인의 행태를 야유
돌아온 김형곤의 ‘40대 기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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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과 실제 배우를 혼동하는 것만한 바보짓도 없겠지만 배우 정재영(33)을 만나면 우선 약간의 혼란에 빠지게 된다. <킬러들의 수다> <피도 눈물도 없이> 등 배우로 뚜렷한 인상을 남긴 영화들에서 선굵고 강한 남성의 역할을 맡으며 쌓아온 ‘센’ 느낌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설경구, 안성기, 허준호와 나란히 등장하는 <실미도> 포스터를 앞에 놓고는 “이거 봐요. 나만 아주 멀찌감치 서서 찍은 거거든요. 근데 얼굴 크기는 비슷해. 누가 보면 바로 뒤에서 찍었는 줄 알아요.” 킥킥 웃는다.
그동안 각진 얼굴과 날카로운 눈빛이 빚어놓은 팽팽한 인상에 바람이 피식 빠지는 느낌이다. <실미도> 어땠냐고 물으니 “제가 나온 장면 빼고는 좋았는데, 어휴, 식구들이 보면 이번엔 한 술 더 뜨는구나 하겠죠.” 안 그래도 늘 ‘정상’과는 거리가 먼 역할을 주로 해 집안 어른들에게 ”그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핀잔을 받는데 이
[인터뷰] <실미도>에서 상팔이 열연 정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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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툰 캐릭터들과 조 단테의 요란한 랑데부, B급영화의 감수성이 하이 컬처와 메이저 스튜디오의 한복판에서 살아숨쉰다!
얄미운 생쥐 제리보다는 영 운이 따라주지 않는 고양이 톰쪽에, 혹은 카나리아 트위티보다는 고양이 실베스터쪽에, 예의바르고 사랑스러운 미키 마우스보다는 도날드 덕이나 구피쪽에 감정이입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벅스 버니의 팬 층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죠. 하지만 검은 오리 대피의 팬 층은 오로지 루저들밖에 없다구요!”라는 워너 간부 케이트(제나 엘프먼)의 혹독한 발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대피의 심정을. 언제나 버니 대신 사냥꾼 엘모어의 총에 맞아 쓰러질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2인자, 자신감을 되찾고 싶은 검은 오리의 절규를. 그리고 대피가 결국은 인류를 원숭이로 만들어버리려는 악당의 음모를 분쇄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될 것이다. 루저들이여, 단결하라!
결국 인기 만점의 벅스 버니만을 남겨두겠다는 워너쪽 결정에 따라 쫓겨난 대피는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영화적 상상력, <루니툰 : 백 인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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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과욕의 승부사’가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다시 다듬어 내놓은 <해안선>.
영화가 시작되면 우리는 어둠이 내려앉은 숲을 가로질러 빠르게 이동하는 한 무리의 사내들을 보게 된다. 이들은 바로 “박정희 모가지 따러” 내려온 북한특수부대원들이다. 그 시간 월북한 ‘빨갱이’ 아버지를 둔 주인공 인찬은 누군가를 칼로 살해한 뒤 쫓기는 중이다. <실미도>의 오프닝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벌어진 이 두개의 사건을 서로 병치시켜 보여준다. 아주 상투적이기 짝이 없지만 그런대로 효과적인 교차편집을 통해서 말이다. 영화 <실미도>의 이 이상한 오프닝은 영화 전체를 요약해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이어 우리는 남파된 북한특수부대원들이 달성하지 못한 목적이 그 방향을 바꾸어 삼류인생 인찬의 간절한 소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따라서 <실미도> 오프닝에 묘사된 침투장면은 인찬이 끝내 이루지 못할 그 기괴한 소망- 주석궁에
국가의 자리를 놓고 벌이는 숨바꼭질,<실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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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 LA 컬버시티의 소니 스튜디오에서 열린 <피터팬> 해외 기자시사회를 가는 동안만 해도 역사상 처음으로 100% 라이브 액션으로 만들어졌다는, 이 최신 버전 <피터팬> 스토리에 별다른 기대는 없었다. 뜻밖에도 <뮤리웰의 웨딩>과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만든 P. J. 호건이 감독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을 뿐. 어른이 되길 거부하는 발칙한 꼬마 피터팬의 이야기야 이미 어른, 아이를 막론하고 친숙할 뿐더러 ‘피터팬 신드롬’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네 일상(!)에까지 파고든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시사회가 예정된 스튜디오 내의 ‘킴 노박’ 극장을 찾아 넓디 넓은 스튜디오 세트를 끝없이 걷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크린에서 ‘피터팬’의 얼굴을 본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제일 먼저 떠오른 로빈 윌리엄스의 얼굴,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크>의 기억을 가까스로 제치고 나니 그나마 기억 저편에 초록색 옷에 뾰족 모자와 구두를 신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성장동화 <피터팬> LA 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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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 다음달 22일 열리는 2004 방콕국제영화제(2004 Bangkok International Film Festival)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12편이 초청된 경쟁부문에는 이밖에 드니 아르캉의 <야만적 침략>, <진주목걸이를 한 소녀>(피터 웨버),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 등이 후보로 올랐다. 모두 40개국 100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개막작으로는 태국영화 <르네상스>(수라퐁 피니지카르)가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봄여름…> 방콕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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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 프랑스영화제 기간 중 개최된 오찬 자리에 갔는데, 프랑스 기자 옆에 앉게 되었다. 나처럼 그도 한 업계지의 필진이었는데, 한국 영화산업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궁금해하는 것이 많았다. 오래지 않아 그는 각종 통계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왔다.
“지난해에 한국에서 팔린 극장티켓은 얼마나 되나요?” 그가 물었다. “1억700만장. 다 하면 5억달러가 넘어요.” 내가 말했다. “엄청난 숫자군요.” 그가 말했다. 그렇다. 한국은 영화시장 규모가 세계 7위나 8위가 되어 호주나 이탈리아보다도 그 규모가 크다.
“그럼 한국의 스크린 수는 어떻게 되나요?” 그가 계속해서 물었다. “1천개 정도입니다.” 그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고작 그겁니까? 1천개 정도밖에?” 그는 어리벙벙해했다.
그가 놀란 것은 당연하다.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에 비춰봤을 때, 스크린 수가 두드러지게 적은 것이다. 호주는 1900개, 이탈리아는 3천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억8500만장의 티켓이
[외신기자클럽] 재개봉관이 필요해(+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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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영웅>의 대성공으로 다시 한번 중국 내 기반을 단단히 다진 장이모의 차기작 소식은 늘 이곳 언론의 표적이 되어왔다. 그동안 <영웅>의 속편과 이미 수차례 영화화됐던 ‘진시황’ 소재의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는 언론매체의 보도내용과 달리 지금 베이징영화스튜디오와 쓰촨성의 영천 등지를 오가며 촬영 중인 장이모의 차기작은 무협영화 <십면매복>(十面埋伏)(국내 개봉 가제는 <영웅2>이다)이다. 100여명의 인원이 동원된 우크라이나 해외 로케를 마치고 지난 11월 초 귀국한 장이모의 신작 <십면매복>은 얼마 전 베이징스튜디오 내에 마련한 실내 세트장이 허락없이 언론에 공개되어 제작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영웅>에 이어 홍콩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십면매복>은 명(明)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주현(州縣) 등의 죄인을 잡던 하급관리인 두 포리(捕吏)와 눈먼 기생 사이에서
[베이징] 장이모 차기작 <십면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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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최고의 미국영화는 극장이 아닌 TV에서 볼 수 있었다. 화제의 작품은 알 파치노(사진)와 메릴 스트립, 에마 톰슨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엔젤스 인 아메리카>. 12월7일과 14일 각각 3시간으로 나뉘어 케이블TV <HBO>에서 방영된 이 작품은 레이건 정부 시절, 뉴욕을 배경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인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이야기로, 93년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받은 토니 쿠시너의 희곡을 영화화한 것. 역시 토니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베테랑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했다.
<엔젤스…>가 평론가들은 물론 영화팬들에게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장편 희곡을 삭제없이 영화화했다는 것. 아무리 케이블영화로 방영한다고 해도 하나의 희곡에 6천만달러를 투입해 6시간짜리 대작으로 만드는 것은 메이저 네트워크나 할리우드 제작사도 엄두를 내기 힘든 큰 모험이다. 두 번째는 유명배우나 감독을 고용하는 대신, 연극무대에 뿌리를
[뉴욕] 최고의 배우들, 최고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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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박스오피스를 알아보는 방식은 그야말로 ‘원시적’이다. 해당영화의 배급사에 전화를 걸어 불러주는 숫자를 그대로 받아적는다. 말 못하겠다고 버티면 별 수 없다. 턱없이 관객 수를 올려부를 경우야 여러 배급사들에 전화를 돌리다보면 자연스레 드러나지만, 관객 수 기백명을 올려부르는 데는 도리가 없다. 박스오피스 하위권의 경우 기백명으로도 순위가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라고 상황이 그리 다른 것은 아니다. 한달에 한번씩 내놓는 서울관객 월별 집계는 수고로운 손길에도 불구하고 지연되기 일쑤다.
2004년 1월1일부터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을 가동하겠다는 영진위의 발표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영진위는 지난 12월15일 전산망 사업자와 영화관을 대상으로 통합전산망 연동 신청에 관한 공고를 내놨다. 영진위 통합전산망 시스템과 연결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없는 전산망 사업자를 연동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하나. 나머지 하나는 극장을
영화관 통합전산망 표류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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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 예술영화를 살리기 위해 마이너리티 쿼터제를 도입하자.” 지난 12월16일 씨네큐브에서 젊은비평가모임의 주최로 열린 ‘작은 영화 어떻게 살릴 것인가’란 주제의 포럼에서 조준형(경희대 강사)씨가 제기한 내용이다. 그는 이날 자리에서 스크린쿼터의 일부 일수를 할애해 마이너리티 쿼터를 만든 뒤,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심의위원회가 선정하는 예술영화에 할당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예술영화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독립영화를 옹호할 수 있으며, 제3세계의 예술영화뿐 아니라 상업영화까지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씨는 예술영화라는 기준에 대해서도 좀더 융통성 있게 접근해야 이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이너리티 쿼터를 도입하면, 스크린쿼터 제도가 한국 영화인의 ‘밥그릇 챙기기’에 그치는 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또 미국의 작은영화까지 포함되므로 미국 정부의 압력도
예술영화에 쿼터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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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한 걸로 집계됐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와 맥스무비가 공동으로 조사한 자료는 2003년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을 49.94%라고 발표했으며, 아이엠픽처스가 조사발표한 자료는 1월부터 12월14일까지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48.7%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45%였다. 이들 통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 상승과 더불어 극장관객 수의 증가다. 아이엠픽처스는 2003년 전국 관객 수가 2002년 1억명에서 1500만명 정도 늘어난 1억1500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급사별 점유율에서는 CJ엔터테인먼트의 약진이 돋보인다. CJ는 <살인의 추억> <동갑내기 과외하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위대한 유산> 등 한국영화 흥행작 10편 가운데 4편을 배급해 20.6%(영진위 통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외화로는 <캐치 미 이프 유 캔
한국영화 점유율 50% 시대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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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장선우(51)씨가 첫 시집 〈이별에 대하여〉(창비)를 상재했다. “쉰이 넘은 나인데 나는 왜 이렇게 비틀댈까/ 내일은 올 들어 가장 발달한 눈구름이 다가온다는데/ 다 팽개치고 눈 맞으러 달려갈 생각을 한다./(…)/ 구계등 바닷가에 자갈돌 밟으며 소리쳐 통곡을 할 생각을 한다/ 너는 누구니 도대체 너는/ 끝없는 그리움에 때로는 소스라치고 때로는 맥없이 주저앉고/(…)/ 미쳐도 곱게 미쳐야 할 텐데” (〈대설주의보〉)
장씨는 1980년대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 직접 〈서울예수〉, 〈우묵배미의 사랑〉 등의 영화를 연출하며 평단의 주목을 한몸에 받은 영화인이다. 하지만 〈나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비롯해 최근 몇 년 새 선보인 실험성 강한 작품들은 논란에 휩싸였다. 감독으로서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나와 내 영화에 대한 논란 때문에 받은 고통이나 실연의 아쉬움 같은 것들을 쓸어내기 위해 시를 썼다”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들은 영화 〈성냥팔이 소
장선우 감독 영화·실연 고통 담은 시집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