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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행운과 99%의 모험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을 만들기 위해 프로도만큼이나 힘든 여행을 떠났다. 그는 1995년 미라맥스와 ‘퍼스트룩’ 계약을 맺었고, 그 계약에 따르면 미라맥스는 잭슨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가장 먼저 검토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미라맥스 사장 하비 웨인스타인은 잭슨의 영화 <천상의 피조물들>을 보고 그를 믿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98년은 시기도, 조건도 좋지 않았다. 잭슨은 <프라이트너>를 함께 만들었던 시각효과 회사 웨타를 파트너 삼아 35분 분량의 데모 필름을 만들어 능력을 증명했지만, 당시 메이저 영화사들은 힘든 여름을 맞이하여 긴축 경영을 시도하고 있었다. 미라맥스는 2억달러 넘게 들여 영화 세편을 한꺼번에 만들고 싶지 않았다. 돈을 댈 제작사를 하나 더 찾아오든지, 두 시간 분량의 영화 한편을 만들든지, 프로젝트를 포기하든지, 잭슨은 세 가지 가능성 중에 첫 번째를 선택했다.
98년 7월, 일곱번
<반지의 제왕> 총정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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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빗
호빗은 제3시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종족이었다. 먼 옛날, 안개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이주해온 호빗들은 농사를 짓고 잔치를 벌이면서 평화로운 삶을 지속해왔다. 난쟁이보다 크고 인간보다 작기 때문에 ‘하플링’(halflings)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할 수만 있다면 하루에 여섯끼를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르는 종족. 연초와 맥주를 좋아하고, 대부분 유쾌하며, 활쏘기와 돌팔매질에 능숙하다. 가죽처럼 질긴 털투성이 발바닥을 갖고 있어 신발 신을 필요도 없지만, 모험이나 여행과는 절대 인연을 맺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배긴스 집안의 빌보와 프로도는 환영받지 못하는 별종이었다. 그러나 그들조차도 호빗 특유의 둥근 창문을 가진, 땅에 바짝 붙은 굴집을 두고두고 그리워했다.
빌보 배긴스
빌보는 51살 되던 해 참나무방패 소린과 열두명의 난쟁이들의 모험에 동참하게 됐다(호빗은 인간보다 오래 살아서 33살을 성년으로 친다). 간달프가 그를 제몫을 해낼 인물이라고 추천했기
<반지의 제왕> 총정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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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의 기술과 담대한 모험심이 낳은 거대한 신화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내가 만든 최고의 영화들이다. 앞으로는 내리막길만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잭슨은 이 시리즈 덕분에 개런티가 2천만달러까지 치솟았고, 내년엔 염원하던 대작 <킹콩> 촬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반지의 제왕> 같은 영화는 그에게도, 관객에게도, 다시 만나기 힘든 영화가 될 것이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처음 두편은 전세계에서 29억 달러를 긁어모았지만, 이 수치는 영화 자체에 비하면 그리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원작이 출판된 지 46년 만에야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 거대한 신화는 첨단의 기술과 끝도 없는 수공, 무모한 꿈, 헌신적인 인력, 담대한 모험심이 한자리에서 만난 전대미문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은 중간대륙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연대기다. 이 소설은 1978년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반지의 제왕> 총정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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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파괴되어야 할 반지가 있었노라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3441년 동안 지속된 제2시대, 그 이전까지 거슬러올라가야만 한다. 태초에 창조주 일루바타르는 아이누족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라 명했다. 그 선율을 따라 땅과 바다가 떠오르고 생명이 들어설 여백이 생겨났다. 아르다, 곧 지구의 탄생이었다.
아르다에 매혹된 몇몇 아이누들은 발라라는 이름을 지니고 그 땅에 내려가 물을, 공기를, 혹은 대지를 다스리며 풍요로운 창조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곳에 어둠이 깃들었으니, 가장 총명하고 가장 힘있는 발라 멜코르가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발라들은 서쪽에 숨은 도시 발리노르를 건설하고 사악한 멜코르를 감금했지만, 멜코르는 영생의 빛이 담긴 보석 실마릴을 훔쳐 중간대륙으로 달아났다. 이제 멜코르는 모르고스라 불리는 어둠의 군주로 군림하게 됐다. 그에 대항하는 요정과 인간의 전투가 끝난 뒤에야 제1시대는 막을 내렸고, 실마릴은 바다와 하늘에 빛으로 남았다.
은신처에서 뛰쳐나온 발
<반지의 제왕> 총정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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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이 저문다. 한국 영화에는 좋은 소식이 많았던 해다. 시장점유율이 50% 가까이로 올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폭 코미디 등 가벼운 기획영화의 흥행주도 현상이 시들해지면서 보다 완성도 높은 영화들에 관객이 몰렸다. 장르나 소재 모두 다양했던 올해의 화제작들에서 어떤 경향을 짚어낼 수 있을까. 또 이렇다 할 관심을 끌지 못한 영화 가운데 문제작은 없었을까. <한겨레>에 영화비평을 릴레이로 쓰고 있는 정성일, 김소영, 허문영 세 평론가가 지난 12일 한자리에 모여 2003년의 한국 영화를 정리하고 점검하는 좌담을 열었다. 세시간 반에 걸친 좌담에서 많은 말들이 오갔으나 지면 관계상 중요한 이야기들을 추렸다.
양식미, 금기시돼 온 소재, 동시대성의 빈곤
허문영=2003년은 한국영화에 있어 양식미를 대중들이 본격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첫해가 아닐까 싶다. 즉 전통적 드라마의 중심요소인 이야기와 캐릭터 뿐 아니라, 이를테면 호러의 미장센이나 조명, 뮤지컬의 노래
[결산 한국영화 2003] 정성일·김소영·허문영씨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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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아프리카 초원과 육중한 코끼리의 움직임을 손에 만질 듯한 초대형 화면으로 펼쳐내는 아이맥스 영화 〈코끼리 가족〉이 20일부터 서울 여의도 63빌딩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개봉된다. 나이 든 코끼리 올드볼이 가족과 함께 케냐의 암보셀리 초원을 횡단하는 여정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탄생에서 죽음까지 코끼리의 생태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수컷들의 치열한 싸움, 먹이를 찾기 위해 거목을 뿌리째 뽑는 코끼리의 괴력, 첫 걸음마를 떼는 아기 코끼리의 아슬아슬한 모습, 숨진 자식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어미 코끼리의 애끓는 여정 등이 드라마처럼 이어진다. 특히 긴 코를 뻗어 죽은 코끼리를 어루만지면서 애도하는 코끼리들의 장례식은 다른 다큐멘터리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지축을 뒤흔드는 우람한 발소리와 15만개의 근육으로 이뤄진 거대한 코의 움직임, 극단적으로 당겨 찍은 거친 피부 등 초대형 화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코끼리의 생명력이 잘 드러난다.
아이맥스 영화 <코끼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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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스무살을 맞은 한국영화아카데미가 관객들과 함께 흥겨운 성인식을 연다. 오늘부터 모레까지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20주년 영화축제 ‘성인식’이 개최된다. 이 축제의 최고 관심사는 이날 첫 공개되는 동창생 스무명의 옴니버스 영화 〈이공>(異共)이다. 김소영, 김의석, 오병철, 이용배, 장현수, 황규덕, 권칠인, 이영재, 박기용, 정병각, 이현승, 김태균, 박경희, 조민호, 유영식, 허진호, 봉준호, 이수연, 김태용, 민규동 등 한국영화의 허리 구실을 하는 아카데미 출신의 감독 20명이 5분여씩 만든 작품을 묶은 〈이공〉은 쟁쟁한 감독들의 초심이 묻어나오는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다.
<살인의 추억>으로 올해 최고의 흥행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은 노숙자 부녀의 황당한 내기를 그린 ‘싱크 앤 라이즈’를 선보이고, 허진호 감독은 헤어진 남녀가 자신들이 찍었던 홈비디오를 따로 보면서 함께 눈물짓는 ‘따로 또 같이’로 ‘봄날은 간다’의 쓸쓸한 느낌을 이어간다. 민규
한국영화아카데미 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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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미도 사건은 지금도 진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미제의 사건이다. 68년 4월 ‘김일성의 목을 따 오라’는 중앙정보부의 비밀 지령에 따라 특수부대가 창설되고, 실미도라는 외딴 섬에서 지옥훈련을 받고, 그 사이 정세가 바뀌어 평화통일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이 부대는 실미도에 방치되기 시작했고, 식량 공급도 충분히 안 되는 비인간적 상황이 지속되자 71년 8월 부대원들이 반란을 일으켜 기간병들을 죽이고 서울로 들어왔다가 모두 숨진 사건이다. 그러나 부대원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이 부대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뭔지, 정부는 이 부대를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건지 정확히 밝혀진 게 없다. 온전한 법치국가라면 상상키 힘든, 광기어린 공작이 빚어낸 비극.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지다. 정말 영화 같은 사건이지만, 그게 현실에서 벌어졌을 때 상상력은 단절된다. 살인병기가 돼야 하는 극한 상황의 인간들을 이해할 수 있을지, 그런 감정이입이 가능한 건지 의심되는 상황에서 그들이 누구인지 정보조차
[새 영화]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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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김혜수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김태우가 에로틱 심리물인 <얼굴없는 미녀>(가제ㆍ제작 아이필름)에서 호흡을 맞춘다.
<얼굴없는…>는 사랑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한 여성과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는 정신과 의사 사이의 치명적이고 위험한 사랑을 그린 영화.
<YMCA 야구단> 이후 1년 반 만에 영화에 출연하는 김혜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여자 지수 역을 맡았으며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촬영중인 김태우는 지수를 이해하고 도와주지만 정작 자신의 상처는 치료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석원으로 출연한다.
지난해 <로드무비>로 데뷔해 호평받은 김인식 감독의 두 번째 영화로 다음달 말 촬영을 시작해 내년 7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김혜수·김태우, 영화 <얼굴없는 미녀>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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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연속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도전하고 있는 호주 출신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36)이 지난 2001년 톰 크루즈와 이혼했을 당시 "당황스럽고 창피했으며 일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남북전쟁을 다룬 새 영화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의 호주 개봉에 맞춰 고향 시드니를 찾은 그녀는 18일 호주 국내 TV방송인 나인 네트워크에 출연, 이혼당시의 힘겨웠던 심경을 이례적으로 털어놨다.
평소 톰 크루즈와의 이혼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려왔던 그녀는 "당시에는 내가 어떤 공 속으로 웅크리고 들어가고 있는 듯 했고 결코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나는 모든 일에 대해 당황했고 창피했다"고 말했다. 또 "그 일은 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기묘하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자신의 자녀 이사벨라와 코너를 언급하며 "내게는 두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침대에서 떨치고 나와야했다"며 당시 영화 <디 아워스>(Th
키드먼, “톰 크루즈와 이혼 후 힘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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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당시 어느 병사의 귀향을 다룬 새 영화 <콜드 마운틴>(Cold Mountain)이 최우수 드라마 등 골든 글로브상 8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년 연속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꿈꾸는 니콜 키드먼(36.호주)이 병사의 아내역을 맡은 <콜드 마운틴>은 18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 힐스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61회 골든 글로브상 후보작 발표회에서 최다부문 후보로 뽑혀 올해 최고 영화에 성큼 다가섰다.로맨틱 코미디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Lost In Translation)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미국 영화비평가협회가 최고 영화로 뽑은 <미스틱 리버>(Mystic River)는 5개부문 후보로 선정됐다.골든 글로브상 후보 선정은 일반적으로 아카데미상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방향타을 해 전 세계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약 90명의 투표로 결정되는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은 내년
<콜드 마운틴> 골든 글로브상 8개부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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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겸 탤런트 손예진이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4일까지 태국에서 열릴 방콕국제영화제에 특별 게스트로 초대받았다. 손예진은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이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두 차례나 방송된 데 이어 최근 영화 <클래식>이 개봉돼 태국인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내년 1월 29일 출국해 키나리상 시상식 등 공식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며 <맛있는 청혼>을 방송한 iTV를 비롯해 20여개의 현지 주요 언론과 인터뷰 약속이 잡혀 있다.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주최하는 태국 관광청은 손예진에게 초특급호텔의 스위트룸과 최고급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할리우드 톱스타와 동급 대우를 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방콕영화제 한국 홍보대행사인 KTCC(대표 이유현)는 "태국 기업체에서 잇따라 프로필을 요청할 정도로 손예진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태국 주재 한국관광공사도 손예진의 태국 팬클럽 모임을 지원하는 등 한국 관광홍보의 호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손예진, 방콕영화제 특별게스트로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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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 눈에 따라 도착한 상대의 토지, 통행료는 싸지만. 초반 기선을 제압하자는 의미로 싸움을 걸었다. 상대의 크리처 카드는 드래곤 플라이. 힘은 30, 체력은 20이다. 침략하는 쪽부터 공격에 나서게 되니,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녀석이다. 나는 힘과 체력이 각각 40인 트롤을 꺼내었고, 20의 힘을 더해주는, 롱 소드라는 아이템 카드를 곁들였다. 드디어 전투 개시. 이상하다. 왜 저쪽도 롱 소드를 꺼낸 것일까? 아차! 드래곤 플라이는 수비 상황에서도 선제공격을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50의 힘이 실린 드래곤 플라이의 공격에 나는 카드 두장을 날리고 말았다.<컬드셉트 세컨드 익스팬션>(이하 <컬드셉트>)은 PS2 화면 위에서 벌어지는 보드 게임이다. 기본적인 진행방식은 <모노폴리> <부루마블>의 그것과 비슷하다. 주사위를 굴리고, 토지를 차지하고, 그곳에 도착한 이에게 통행료를 물리며 정해진 포인트를 채우면 승리하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는 어디에서? <컬트셉트 세컨드 익스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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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1999년부터 대학교지에 만화를 발표하다가 2002년 신문연재소설 삽화를 맡았고, 2003년부터 인터넷 뉴스사이트 프레시안에 <십자군 이야기>를 연재하더니 8개월 만에 프롤로그와 부록을 덧붙여 단행본을 묶었다. ‘유쾌한 지식만화’라는 카피가 이리도 잘 어울릴까. 단숨에 읽어나가는 <십자군 이야기>는 무지하고 완고한 우리의 고정관념에 역사의 진실이라는 ‘지식’을 선사한다. ‘십자군’이라는 정의의 아이콘이 가장 추악하고 반문화적인 존재였으며, ‘아랍’이라는 ‘악의 축’이 문화적 관용의 존재였다는 점이 중세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뽑아낸 듯한 독창적인 그래픽을 통해 전달된다.불편한 것은 중세의 이야기가 오늘의 현실과 유사하게 오버랩된다는 점이다. 군중십자군의 의미없는 학살이나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의 학살이나 무엇이 다를까? 전쟁의 광기에 집착하는 인간에 대해 회의하게 한다. <십자군 이야기>는 ‘반전’을 전면에 내세워 웅변하지 않지만
지식만화의 새로운 발걸음, <십자군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