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원은 북파 공작원의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가 7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몰아가면서 일부 허구적인 내용 때문에 국정원의 이미지가 추락하지나 않을 까 고심하고 있다. 영화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지난 68년 1.21 사태에 따른 대북 보복책으로 창설된 684 부대가 국내외 정세의 변화로 대북 타격 작전이 폐기되면서 쓸모가 없게 되자 부대원들을 살해하도록 정보기관이 지시했다는 대목.국정원 관계자는 27일 "영화가 아무리 허구에 기반한 예술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북파 공작원을 살해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사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면서 "참여정부 출범 이후 혁신을 통한 조직 개편과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 <실미도>의 대중적인 인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당시 북파 공작원을 양성하다 정세 변화로 공작원 육성을 중단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가 나빠져 난동 사태가 발생한 것이지, 이들 공작원을
국정원, 영화 <실미도>로 이미지 추락에 고심
-
인기그룹 god의 멤버 윤계상이 변영주 감독의 신작 <발레교습소>(제작 좋은영화, 투자 아이픽처스)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낮은 목소리>, <밀애> 등을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차기작 <발레교습소>는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고3 수험생들이 겨울방학 석 달 동안 우연히 한 발레교습소에 모여 발레를 배워가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성장드라마.
윤계상이 맡은 역은 짝사랑하는 여고생에게 고백도 못하고 가슴앓이를 하는 남자 주인공 강민재. 상대역 수진으로는 <버스, 정류장>의 김민정이 캐스팅됐다.
이밖에 연기 생활 14년만에 처음으로 영화 연기에 도전하는 도지원이 발레 강사역을 맡았으며 이정섭, 조한희 등이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발레…>는 다음달 중순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윤계상 <발레교습소>로 스크린 노크
-
영화 <쉬리>(사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필름(대표 최진화)과 <공동경비구역 JSA>, <바람난 가족>의 ㈜명필름(대표 심재명)이 국내 최대의 수공구 제조업체인 ㈜세신버팔로(대표 김문학)와 기업결합을 선언했다.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26일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인 세신버팔로와 계약을 맺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오는 4월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세신버팔로는 명필름과 강제규필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K버팔로’라는 이름으로 바뀌는 동시에 기존의 제조업과 신규 영화사업을 아우르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강제규필름의 대주주인 강제규 감독, 명필름의 대주주인 이은 감독과 심재명 대표는 MK버팔로의 지분 가운데 각각 10.8%, 9.94%, 6.54%를 보유하게 되며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은 MK버팔로의 100% 자회사가 된다.
세신버팔로는 신주를 발행해 강제규필름 주주들에게 주당 1.8567주, 명
세신버팔로, 강제규필름ㆍ명필름과 기업결합
-
다시 또 고향을 찾는 시간이다. 마치 습관처럼 찾아오는 시간, 아니 습관처럼 찾아가는 공간, 거기에 우리는 ‘고향’이라는 정겨운 이름을 붙인다. 귀향, 선물을 싣고, 선물보다 먼저 가는 마음을 싣고 고향으로 향하는 거대한 흐름들. 그러나 정작 고향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고향가는 길이 정겹다기보다는 ‘끔찍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고향에 가야 한다. 그건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다.철학자 하이데거는 평생을 ‘상실된 고향’을 화두로 삼아서 사유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가 사람들에게서 고향을 빼앗아버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굳이 하이데거를 빌릴 필요는 없다. 일자리의 유혹, 돈의 유혹, 화려한 불빛의 유혹, 혹은 문명이란 이름의 도시적 삶의 유혹 등등. 이로 인해 어디고 할 것 없이 자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가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삶과 고향 사이에 거대한 거리를 만들어버렸다.그러나 그저 유혹 때문이라고만은 말할 수
고향 없는 귀향에 부침
-
-
수십년 전에,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고 허리띠 졸라매던 시절에, 때가 오면, 우리도 잘 먹고 잘사는 그때가 오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백년 살고 싶어’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최고 인기가수 남진의 최대 히트곡 <님과 함께>에서 노래하던 그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 대한 그 꿈은 영원히 유효하다. 누군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님과 한백년 살기를 꿈꾸지 않으리. 풍요와 평화의 약속의 땅과 같은 푸르른 초원 위에 굳건히 자리한 행복의 성을 짓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개척의 시간들을 지나왔던가. 그 옛날, 거칠고 거친 서부의 숲속에서 통나무 집을 짓고 살던 로라 잉걸스네 가족들처럼 말이다. 그렇다, 아메리카 서부개척 시대의 감동적인 가족사가 <초원의 집>이라는 미니시리즈로 우리네 집집마다 일요일 낮 12시에 배달될 때, 우리도 꿈과 용기를 얻었다. 곰과 독사와 인디언의 흉포한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8 - [초원의 집]
-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를 가리킬 때는 흔히 ‘포디즘’이라는 말을 쓴다. 포드주의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과 결합하여 대량생산 시대의 대표적인 시스템으로 자리잡는다. 과학적 관리법의 핵심 내용은 노동자의 동작을 표준화하고 기준점에 근거하여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생산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활동을 단순한 단위로 쪼개고, 노동자는 그것을 몸으로 행하기만 하면 되며,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잘했다 못했다를 따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생각은 경영자가 하고 노동자는 몸만 쓰게 만든다. 포드주의적 생산방식이 성공하려면 일관 작업에 적합한 노동자 유형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람시의 <옥중수고>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새로운 형태의 문명과 새로운 형태의 생산, 새로운 형태의 작업에 적합한 사람들을 선별, 혹은 ‘교육’하는 일은 믿을 수 없도록 잔인한 방식을 통하여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허약하거나 순응하지 않는 자들은 부랑계급들의 감
회사원
-
아가씨, <러브 액츄얼리>의 로맨스에 열광한 이유우울증에 빠진 아가씨, “<러브 액츄얼리> 보면 기분 좋아지는데”라는 누군가의 메일을 받고도, 반신반의했다. 자못 진중한 척, 로맨틱코미디의 달짝지근함을 애써 뿌리쳐온 아가씨. 영화 시작하고 고작 10분 뒤 잔뜩 망가진 몰골로 아줌마 박수까지 쳐가며, “진작 볼걸, 진작 볼걸!” 화통 삶아먹은 내 목소리는 관객에게 영화 밖 웃음거리를 제공했다. “‘진작 볼걸’이래, 큭큭.” 웃다 지쳐 숨넘어가며 버둥대다 옆사람 발까지 몇번이나 밟아버린 미안함에, 얼굴을 가린 채 극장을 나왔다. ‘까무러치게 재밌는디. 근디, 워쩌란 말이여.’<러브 액츄얼리>는 어디에나 넘쳐나는 사랑을 다루지만, 어디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꾐없는 긍정의 어법으로, 사랑을 말한다. 너나없이 자학적이거나 독설적이거나 신경증적인 멜로드라마들. <러브 액츄얼리>에도 물론 불치병이 있고 배신 때리는 남편이 있고 책임 때문에 사랑을 포기
사랑을 가질 순 없지만 누릴 순 있다, <러브 액츄얼리>
-
어떤 사람들에게 피는 물보다 ‘징’하다. KBS2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는 징한 콩가루 집안 이야기다. 이 집안의 내력은 아버지 김두칠(주현)이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타박하는 대사에 요약돼 있다. “집안꼴 잘돼 간다… 큰 딸년은 이혼하고, 둘째 딸년은 천하에 저밖에 모르게 키우고, 아들놈은 주먹질이나 해서 감방 들락거리고…. 애미가 돼가지고 밥만 잘하면 뭐해….” 참, 이토록 당당한 아버지는 젊은 여자하고 바람나서 딴살림을 살고 있는 중이다. 피가 물보다 ‘징’하지 않을 수 없는 내력이다.이 콩가루 집안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지켜온 것은 억척스러운 큰딸과 바보 같은 어머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바보 같은 여자’들에게 바치는 꽃다발이다. 어머니 이영자(고두심)는 가족들에게 ‘바보 같은 사랑’을 베푼다. 남편이 가정을 버려도,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베풀고 또 베푼다. 어머니에게는 오직 그 사랑만이 ‘내가 사는 이유’다. 큰딸 미옥(배종옥)은 ‘우리가 정말 사
피는 물보다 ‘징’하다
-
인도영화의 춤과 노래 대신 할리우드영화 <그리스>에 반했던 인도 소년 라무(지미 미스트리)는 존 트래볼타를 모방한 댄스 강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 뉴욕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배우 지망생이 널린 그곳에서 밑천도 없고 심지어 백인종도 아닌 라무가 성공하기란 요원하다. 멋모르고 오디션을 봤다가 포르노영화를 찍게 된 라무는 이 업계의 프로배우 샤로나(헤더 그레이엄)에게 “남들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섹스를 즐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마음가짐을 중시하는 이 ‘섹스 철학’은 뉴욕의 상류계층 사람들에게 종교로 오인되고, 이를 어설프게 발설했던 라무는 졸지에 ‘섹스 전도사’로 대접받는다. 인도의 댄스교습소 안에서 가죽바지를 입고 췄던 마카레나가 뉴욕의 고급 펜트하우스 안에서 신성한 종교인 복장을 하고도 똑같이 반복되면서 라무는 굉장한 신뢰를 얻는다.
뉴욕에 심겨진 이방인,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무지함 등을 깔고 있긴 해도 <구루>는 크로스컬처
소박한 만화적 상상력, <구루>
-
난도질과 강철 액션, 슬래셔 수준의 피튀김과 하드보일드 뱀파이어 헌터, 선과 악의 경계가 어떻게든 헷갈리는 플롯, B급 생동력, 죤 카펜터가 <슬레이어>로 꽃피운 뱀파이어영화의 기본 공식이다. 거기다 펑크록 템포로 움직이는 <버피>식 여전사에, 반은 흡혈귀고 반은 인간인 <블레이드>식 설정까지 모자라 뱀파이어라는 단일 품목까지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고 보면 뱀파이어영화도 액션, 호러라는 양축만으로는 부족해 끊임없이 수혈을 받고 있는 지경인 듯 하다.
<블러디 말로리>는 어느 쪽이냐 하면 위의 모두 다에다가 ‘플러스 알파’를 보탠, 설정으로만 따지자면(!) 엄청난 야심작이다. 결혼식 당일에 마각을 드러낸 요괴 남편을 도끼로 쳐죽이고 그 헤어날 수 없는 상처를 통해 종합요괴헌터로 거듭난 말로리. 나름대로는 그날 몸에 섞여 들어간 남편의 사악한 피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그녀의 미션은 콘돔 사용마저 죄악이라고 부르짖으며
프랑스산 할리우드 아류작, <블러디 말로리>
-
온통 눈으로 뒤덮인 고장 츠키오카에 중년의 남자 시바노가 찾아든다. 선조 대대로 이어온 회사가 실패한 뒤 죽음을 결심했던 시바노는 인근 여관에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게이샤 모에코와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희망을 찾게 된다. 그러나 밝기만 한 듯 보였던 모에코에게도 첫사랑의 죽음 앞에서 삶을 포기하려 했던 슬픈 과거가 있었다.
<신 설국>을 보는 내내 기시감이 작용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사사쿠라 아키라의 원작소설 <신 설국>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설국>의 속편격으로 쓰여졌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이 <설국>으로의 공명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설국>의 완성을 위해 무려 13년 동안 끊임없는 수정을 거쳤다고 한다. ‘설국’이라는 제목답게 세심하게 묘사되는 설경의 스펙터클과 지역 풍물은 등장인물들이 직접적으로 발화하지 않는 미묘한 내면에 조응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가와
원작으로의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진부한 시나리오, <신 설국>
-
<자토이치>는 1962년부터 26편의 시리즈영화로 만들어졌던 동명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1997년 사망한 배우 가쓰 신타로가 그 시리즈의 주연이었고, 27년 동안 자토이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가쓰만의 캐릭터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기타노 다케시는 그 완고한 영토를 허물어뜨렸다. 맹인이고, 도박의 명수고, 검술의 달인이라는, 단 세 가지 특징만 물려받은 기타노 다케시는 코믹하고도 단호한, 특유의 리듬에 따라 움직이는 금발의 검객 자토이치를 창조했다. 자토이치는 단 몇번의 움직임만으로 액션을 끝내버리지만, 눈감은 그의 지팡이는 그저 피를 뿌리는 검이 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지팡이로 톡톡 두들기고 공기를 가르고 사건을 만들면서, 자토이치는 어느 곳에도 없는 재미있고 잔인한 세상을 여행한다.
자토이치(기타노 다케시)는 발검과 동시에 상대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맹인 검객이다. 그가 잠시 머무르고 있던 마을에 관직을 박탈당한 사무라이 하토리(아사노 다다노부)와 떠돌
나무랄 데 없는 즐거운 오락, <자토이치>
-
프랑수아 트뤼포의 <야생의 아이>(1970)는 짐승처럼 자란 한 ‘야생의 아이’가 문명세계와 어떻게 만나는가를 그린 영화였다. 여기서 그 아이는 때론 거부하고 또 때론 힘겨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문명세계의 ‘교육’ 아래로 편입된다. 애니메이션 <곰이 되고 싶어요>의 주인공 소년 역시 인간의 몸을 갖고 태어났으나 인간 아닌 존재에 의해 인간 아닌 존재로 키워졌다는 점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야생의 아이’와 동일한 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문명세계와의 대면이란 측면에서 트뤼포 영화 속의 아이보다 확실한 의식을 가지고 완강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자기를 길러준 엄마와 같아지기를 원한다. <곰이 되고 싶어요>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난 대로 그런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에스키모 부부에게 사랑스런 아기가 태어나던 바로 그 날, 곰 부부는 갓 태어난 아기의 죽음이라는 슬픈 일을 겪는다. 그 곰의 슬픈 울음소리를 들
흥미롭고 신비한 이야기, <곰이 되고 싶어요>
-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아니다. 비슷한 제목, 비슷한 컨셉의 영화들과 혼동되는 감이 있지만, 이 영화는 인터넷의 스타 만들기 문화 ‘얼짱’에 얽힌 실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태생부터 달랐다. 대학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다 얼짱이 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인 남상미가 자신의 이야기에 ‘삐딱한’ 주변인물로 합류한 것을 보면, 재치만발 현실 패러디가 이뤄질 듯도 보였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본 <그녀를 모르면 간첩>의 노선은 명백한 판타지다.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그리고 말장난처럼 얼짱 그녀가 ‘진짜’ 간첩이라는 황당무계한 설정이 기둥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점에 위장취업한 미모의 남파간첩 림계순은 온 동네 남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삼수생 최고봉이 얼짱 게시판에 올린 사진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게 된 계순은 사진 삭제 요구를 위해 고봉을 만나고, 예기치 않은 감정의
삼수생의 낭만적 판타지, <그녀를 모르면 간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