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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기 여름 극장가에 국내외 애니메이션들이 줄줄이 개봉 대기중이다.18일 개봉한 '슈렉2'를 시작으로 올 여름 관객을 만나는 애니메이션은 모두 다섯 편. 찌는 듯한 무더위의 현실을 벗어나 애니메이션이 그려내는 환상의 세계로 가족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슈렉2 = 못생긴 초록 괴물 '슈렉'이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던 '슈렉2'는 지난달 말 먼저 개봉한 미국에서는 13일까지 3억5천400만 달러를 거둬들여 이미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라서기도 했다.영화는 전편에서 못된 영주와의 대결에서 힘겹게 승리한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뒷얘기를 그린다. 허니문을 마치고 피오나와 꿈같은 신혼생활을 보내던 슈렉은 장인 장모로부터 방문해달라는 편지를 받는다. 문제는 초록 괴물 슈렉을 본 피오나 공주의 부모가 이 사위를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 설상가상으로 딸이 다시 못생긴 모습으로 돌아왔으니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민 것은
여름 극장가에 애니메이션 줄줄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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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의 한 포럼에서 케케묵은 PAL방식 DVD의 원초적 문제인 4% 스피드 업이 다시금 논의된 바 있다(4% 스피드 업은 <씨네21> 431호 참조). 대부분의 사람에게 4%는 구분하기 힘든 차이지만 한 영화를 오리지널 필름속도로 여러 번 감상했던 사람이라면 이 차이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감독도 자신의 영화가 4% 속도 증가된 상태로 보여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엄밀히,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싸잡아 말하자면 유럽인들은 감독이 의도한 바와는 다른 영상과 사운드로 DVD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파> 영국판 DVD의 상영시간은 107분이다. 4%의 스피트 업을 고려하면 오리지널 상영시간은 약 112분이 된다. 그런데 최근 출시된 국내판 DVD의 상영시간도 107분이다. 즉 국내판의 최초 소스도 PAL이란 이야기다. 이 점은 일본판도 마찬가지다. 미국판은 절판되어 확인할 길이 없다. 만일 감독이 의도한 속도로 막스 폰 시도의 최면을 받고 싶
[DVD vs DVD] <유로파> vs <유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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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 Kasaba1998년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상영시간 82분화면포맷 1.85:1 비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터키어자막 영어(터키)Mayis sikintisi2000년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상영시간 130분화면포맷 1.85:1 비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터키어자막 영어(터키)<우작> Uzak2002년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상영시간 105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터키어자막 영어(터키)칸영화제로만 따진다면 터키는 축구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한국보다 한수 위다. 82년 일마즈 귀니는 <욜>로 황금종려상을 이미 수상했고 누리 빌게 세일란은 <우작>으로 1년 전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세일란 감독의 전작들은 베를린영화제서 각광받았으나 사실 그를 최초로 발견한 곳은 칸이었다. 칸은 일찌감치 17분짜리 단편 를 95년 공식초청했던 것이다. 장편 데뷔작 <작은 마을>과 은 프랑스에서도 DVD 출시되어 있으
타르코프스키와 키아로스타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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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밴드 ‘해피 먼데이즈’가 ‘약 먹으면 짜릿하지만 배도 아픈걸’이라며 그들의 마약 인생을 스스로 풍자하던 때, 구스 반 산트는 마약쟁이를 위한 애가를 준비해두었다. 매일의 삶은 물론 조그마한 일조차 마주하기 힘든 마약중독자는 소외되고 내몰린 자들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한 마약중독자와 친구들의 이야기인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에서 응급실에 실려가는 남자는 짧았던 과거를 회상한다. <드럭스토어 카우보이>부터 <엘리펀트>에 이르기까지 구스 반 산트의 작품은 대부분 그랬다. 그의 작품 밑바닥에 흐르는 패배적 정서는 달콤씁쓸한 향수를 자아낸다. 그러나 거기엔 섣부른 묘사나 끼어들기보다 상처와 슬픔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하려는 감독의 마음이 있다. 결국 느껴지는 건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애착과 애환이다. 구스 반 산트의 로드무비 속 주인공은 언제나 느릿느릿 움직인다. 그러나 거대한 코끼리의 느린 움직임이 큰힘을 발휘하듯, 그의 영화는 엄청난 감정의 출렁임을
느리게 출렁이는 로드무비,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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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The Missing2003년감독 론 하워드상영시간 137분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음성포맷 DD 5.1 영어자막 한글, 영어출시사 콜럼비아로저 코먼이 가장 잘 키운 아이는 누굴까? 시간이 흐른 지금 보면, 스코시즈나 코폴라가 아니라 론 하워드 같다. 론 하워드는 일찍이 아역배우로 활동하던 시절을 거쳐 로저 코먼 프로덕션에서 감독 데뷔하던 때부터 ‘살아남는 것’과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는 것을 터득했다. B급 영화감독에서 흥행작 메이커로, 다시 할리우드산 장인으로 변신을 거듭한 론 하워드는 이제 성공을 거둔 감독의 대명사가 됐다. <실종>은 론 하워드의 야심이 깃든 드라마이자 이상한 웨스턴이다. 악당한테 잡혀간 딸을 추적하는 여인은 오래전 자신을 버리고 인디언 사회로 떠났던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한다. <실종>은 인디언에게 잡힌 조카딸을 쫓는 남자의 이야기인 <수색자>나 사라진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와 며느리의 이야기인
21세기 가장 인상적인 웨스턴,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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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스포츠신문 만화가 있다. 크게 두 부류인데, 보통 4쪽 이하의 컬러만화는 양영순의 <아색기가>류라, 6쪽 정도의 이야기 만화는 허영만의 <타짜>류라 부를 만하다. 이중 우리에게 익숙한 정통 스포츠신문 만화의 스타일은 후자다. 허영만의 <타짜>류는 계보를 거슬러올라가면 고우영의 극화가 있다. 국내 스포츠신문의 원조격인 <일간스포츠>는 고우영의 극화를 연재하며 70년대 극화 열풍을 불러왔다. 이 고우영 극화는 초기 화려한 필력과 진지한 이야기를 보여준 <임꺽정>, 가장 문학적이고 섬세한 <일지매>와 당대의 풍자 센스가 고전으로 해석된 <삼국지> <수호지> <서유기> <가루지기전>과 같은 2개의 스타일로 양분된다. 80년대 5공 정권의 스포츠 정책과 함께 <스포츠서울>이 창간되며, 고우영의 첫 번째 극화스타일은 제자격인 방학기로 이어진다. <감격시대> &
은밀한 ‘키득거림’, 김행장 <좀비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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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여 머릿속이 두부처럼 되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만화’를 표방한 <붉은 돼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1992년작이다. 이미 VCD라든가 DVD로 접한 팬들이 많겠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하야오의 작품들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 애니메이션은 1차대전 뒤 삶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돼지가 되어버린 조종사 프로코 로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주제 역시 그의 다른 것들과 상통하는 데가 있다.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식 문명비판의 또 다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음악은 역시 히사이시 조가 맡았다. 히사이시 조는 잘 알려진 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둘도 없는 단짝이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를 거쳐 <이웃집 토토로>에 이르면 이 둘의 팀워크는 한몸처럼 긴밀해진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히사이시 조가 들려준 자유자재의
바람처럼 화면 속에 동화된 음악, <붉은 돼지>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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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에 동숭아트센터가 있다면, 강남에는 LG아트센터가 있다. 두곳 다 정부가 아닌, 기업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문화재단을 축으로 하여 시장의 실험을 견디고 살아남았으며 올해 들어 다양한 문화적 실험과 시도들로 확장 하는 중이다. 동숭아트센터는 올해 ‘연극열전’이라는 연간 단위의 획기적인 프로젝트로, LG아트센터는 무용, 연극, 음악계를 국내외의 전위적인 그룹들과 풀어보는 참신한 기획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ll 동숭아트센터1989년에 개관, 소극장 연극의 메카로 불리던 대학로에 ‘민간 종합 공연장 시대’를 연 동숭아트센터는, 밖으로는 대극장과 소극장, 하이퍼텍 나다, 동숭씨네마텍 등을 통해 연극과 영화를 아우르는 기획을 선보이고 있으며, 안으로는 옥랑문화재단을 통해 국내 문화예술 활동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예술이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돈을 버는 수단도 된다”는 김옥랑 대표의 신념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장진 l 문화창작집단 수다 대표 겸
예술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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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들리는 휴대전화 벨소리 가운데 요즘 새롭게 등장한 것이 <올챙이 송>이다. 누군가의 전화기가 울리면,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다리가 쏘옥 나온다는 이 동요를 율동까지 떠올리며 흥얼거리는 후유증을 잠시 겪는다.이번주 특집기사는 지난 시절 한국 영화계의 풍경을 재현한다. 성실하고 유머러스한 이영진 기자가 지금은 청년 개구리처럼 팔딱팔딱 뛰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꼬물꼬물 헤엄치던 시절을 재구성했다(물론 한국 영화사에 생물학적인 진화론의 관점을 적용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기사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보다 앞선 1950~60년대는 뛰어난 작가와 작품들을 배출한 한국 영화사의 황금기였다).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는 정치적인 이유로 기가 죽은 안일한 대중영화들이 하릴없이 쏟아져 나온 시기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극장주나 지방 배급업자가 제작비를 좌우하고 배우들이 연간 수십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시스템은 영화의 형식과 내용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
올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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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남자의 비애를 고해하는 홍상수를 연민하다
맹수는 풀을 씹을 수 있는 이가 없다. 고기를 먹는 데 쓰는 기다란 송곳니는 풀을 씹는 데는 장애물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맹수의 사냥은 운명이다. 사냥하지 않으면 굶어 죽어야 한다는 불안과 사냥의 고단함 끝에 주어지는 고기 맛. 맹수는 고기 맛에 감각적으로 몰입할 때만 불안을 잊을 수 있다. 초식동물은 고기를 씹는 이가 없다. 풀을 뜯어야 하는 것 역시 초식의 운명이다. 초식은 사냥의 고단함 대신 사냥당함의 공포와 싸워야 한다. 지천에 널린 풀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은 안락함에 대한 대가다.
맹수의 불안과 초식동물의 공포는 운명이다. 삶을 운명으로 수용한 생명체는 반응할 뿐 반성하지 않는다. 맹수는 피맛에 도취돼 초식동물의 살육에 어떤 자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초식동물은 초식의 안락함에 중독돼 맹수의 발톱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둘 사이에는 어떤 원한도 없으며, 불화하는 운명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한다. 적어도, 맹수는 초식
홍상수라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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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 입을 열었다.“잘 들어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이것을 안정된 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 우리가 지키고 다짐해야 할 행동지침으로 삼는다. 크게 세가지만 말하겠다.”“근데 왜 니가 그런걸 말해?”“반장이 지금 결석해서 유고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반장은 왜 안 왔대?”“식중독이래? ... 며칠 동안 못 온대.”“와 부럽다....”“그래, 알았어. 부반장 말해.”놈은 부반장이었다.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미군의 병력 재배치와 이라크 차출에 관련해서 우리 유소년들이 심각한 안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이동이 결코 모든 안보의 약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우린 알고 있다. 오늘 내가 너희들에게 주지 시켜주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 문제다. 세 가지만 말한다.”“첫째, 심리적 공포와 불안에서 탈출하자. 보병의 자리 비움은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는 고성능 현대 무기의 추가 배치로 결국은 전력의 극대화를 꾀하게 된다. 문제는 심
평화, 우리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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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학교에서건 군대에서건 단체기합은 사람들을 괴롭힌다. 명목은 단결심과 공동체의식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초등교육이 불행하게도 일제의 군인을 키워내기 위한 수단으로 확산된 이 땅에서, 학교는 처음부터 단체기합의 온상이었다. 단체기합의 추억이 어디 유신 때의 말죽거리 잔혹사로만 기억될 것인가? 20세기를 관통해온 단체기합은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단체기합에서는 늘 연대의식과 단결심이 강조된다. 그런데 정말 이거 하면서 단결심 높아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선생님은 왜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부당한 처벌을 가하는가에 대한 불만은 잠시뿐, 땀 뻘뻘 흘리며 이 북북 갈면서 ‘원인 제공자’ 욕만 해댔지! 군대 갔다온 사람들은 다 알지만, 군대에는 ‘고문관’이라는 보직 아닌 보직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초기에 있던 미국 군사고문관(軍事顧問官)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고 많이 치거나 눈치없는 짓 많이 해서 전우들에게 단체기합의 고통을 당하게 만드는 사람
군대를 100배 좋아지게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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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가족오락관>은 멸종동물을 보는 것 같은 신기함을 준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1984년 4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20년 동안 장수하고 있는 <가족오락관>이 6월19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이 토요일 오후 6시 ‘황금시간대’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20년 전의 원형질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근근이 연명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같은 시간대의 오락 프로그램에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다. 장수 중에서도 건강 장수인 셈이다.무릇 모든 장수에는 ‘비결’이 있게 마련이다. <가족오락관>의 장수 비결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선 장수의 기본원칙인 단순함을 잃지 않는다. O, X 게임, 스피드 퀴즈, 앙케트 맞히기…. 조금만 ‘참고’ 보면 단순한 즐거움에 빠질 수도 있다. 조금만 더 ‘참고’
오락계의 희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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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었다. 천동설이라는 의심할 여지없이 단호한 우주관을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이 싹이 트고, 나아가 중세의 절대적인 종교관, 세계관을 이루었었다. 하지만, 가운데서 꼼짝하지 않던 지구가 어느 날 태양에 중심 자리를 내주고 세 번째 행성으로 태양 주위를 뱅뱅 돌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기댔던 수많은 절대 믿음이 중심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인간은 점점 더 정교한 관측기계를 발명하고, 더더욱 논리적인 계산과 추론을 통해 과거의 상식이 오해였음을 증명하고 과거의 믿음이 무지의 소치였음을 깨우친다. 이렇게 우리는 진리에 한발씩 다가가는 것인가? 시간의 탄생과 우주의 크기를 계산하고 게놈 유전자 지도를 판독하여 생로병사의 원리를 그래프로 정리하듯이 진실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우리는 점점 더 혼란에 빠질 뿐이다. 지금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일년에 한 바퀴씩 돌고 있지만, 분명히 그렇지만, 사실 또 알고보면 우리가 아직 알지
신념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