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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점거하러 집을 나서는 로마의 16살 고교생 실비오(실비오 무치노)가 뜯어말리는 아버지에게 따진다. “아버지도 싸웠잖아요?” 왕년의 운동권이 응수한다. “우리가 싸운 건 진짜 문제들이었다.” 잠시 뒤 아들은 스킨헤드족을 때리다가 아버지에게 들킨다. “아버지도 파시스트를 때렸잖아요?” “우리가 팬 건 진짜 파시스트였다.” 급기야 아들은 외친다. “그래요! 역사는 아버지들만 바꾼다 이거죠?” 어느 모로 보나 번듯한 적(敵)을 가졌던 68세대 부모를 질투하는 실비오와 친구들에게, 캠퍼스 점거는 운동회 같은 연례행사이자 혁명의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나 기실 “획일화 사유화 결사 반대”라는 올해의 슬로건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제는, 거추장스런 동정을 어떻게 떼어버리고 근사한 연애를 하느냐다. 농성의 혼란을 틈타 실비오는 친구 마르티노의 여자 발렌티나(줄리아 카르미냐니)에게 키스하고 그 소문은 학교를 한 바퀴 돌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에 분노한 청춘은 배신당한 마르티노만이 아니었으니
천진한 로맨티시즘으로 가득찬 청춘예찬, <나에게 유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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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는 심지어 아이들과 놀아주는 과외 아르바이트가 있다 한다. 무작정 아이들을 내놓기엔 무서운 세상, 직접 어울릴 여력은 없는 한국 부모들의 이런 처방을 뭐라 할 순 없다. 하지만 부모가 쳐놓은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세상을 휘젓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가 잠재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존층 파괴로 대륙이 모조리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 망망대해 한가운데 외로이 솟구쳐 있는 촛대마을의 장난꾸러기 망치의 꿈도 요즘 아이들처럼 단 한번 세상을 ‘맛보는’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망치의 소원을 좀처럼 들어주지 않는다. 망치로선 잠자리와 자전거를 합쳐놓은 모양의 소형 비행기 날틀을 타고 아침 저녁으로 동네 한 바퀴 일주하며 반항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런 망치에게 기회가 온다. 제미우스국의 공주 포플러가 반란자인 뭉크의 부하들에게 쫓겨 촛대마을에 불시착하는 일이 벌어진 것. 포플러는 지원 요청을 위해 아크라국에 데려다달라고 간청하지만 인정 많기로 소문난 할아버지는 어찌된 일인지 매정
셀애니메이션으로 전하는 따뜻한 온기, <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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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둘 사이에서 고민한다. 일반적인 영화라면, 그 둘은 매력적인 두 여자 혹은 두 사람일 것이다. 중의적인 제목이 주는 혼란을 장난스럽게 부각시킨 영화 <신부수업>은, 이제 그런 삼각관계는 지겹다고 말할 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신학생 규식(권상우)은 ‘못 말리는 자매님’ 봉희(하지원)와 그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것 같았던 하느님 사이에서 갈등한다. ‘사람’이 아닌 그 둘 사이의 선택이라면 새로운 로맨틱코미디를 기대할만하다.
모범신학생 규식과 ‘러시아 여신도의 포교’에 정신없는 신학생 선달(김인권), 두 사람의 안 어울리는 짝패에서 <신부수업>은 시작한다. 영화는 선달의 실수로 얼떨결에 영성강화훈련을 받게된 고지식한 규식이 원장신부의 천방지축 조카 봉희를 세례받게 만드는 미션을 부여받으면서 본격적인 갈등구도에 들어선다. 전반부의 목표가 이 갈등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이라면, 후반부는 봉희로부터 하느님을 대신할 만한 매력을 발견하는 규식의 고군분투를 절절
하느님과 여자, 그 사이에서 이뤄지는 길찾기, <신부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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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영화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여름이다. 호러 장르에 대한 기본도 없는 영화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안병기의 <분신사바>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다. 안병기는 장르에 대한 애정으로 한우물만 열심히 파온 감독이고, 전작 <가위>와 <폰>은 서툴지라도 가능성만은 열어두고 있었던 작품들이었다.
영화는 왕따를 당하던 전학생 유진(이세은)이 분신사바 주문으로 원혼을 불러내면서 시작한다. 그를 괴롭히던 학생들은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불에 타서 죽어가는데, 시작 부분은 시각적으로 꽤나 강렬하고 프로덕션디자인에도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영화의 리듬은 조금씩 늘어진다.
인물들은 설명하고 또 설명하느라 화면이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때문에 30년 전 벌어졌던 비극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이 관객의 잘 전달되지 않는다. 전작들의 약점이었던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의 부재’를 극복해보고
고립된 마을의 집단적 공포, <분신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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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불가능의 상처를 가지고 농락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20여년 전 방영된 TV형사물의 납량특집 <얼굴없는 미녀>가 남겼던 ‘교훈’이다. 정신과 의사에게 최면요법은 환자의 깊은 내면과 만나 고통의 근원을 식별하고 제거하려는 수술도구일 것이다. 그런데 의사는 그걸 욕정의 해소 수단으로 삼았다. 최면암시를 걸어두고 자신이 원하면 언제든 아름다운 환자를 오게 만들어 몸을 탐했다. 여느 때처럼 불시에 신호를 받은 환자는 육신의 주인에게 향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환자는 혼의 몸이 되어, 원귀가 되어, 명령을 이행하려고 한다. 이제 의사는 자신이 만들어낸 원귀에게 쫓겨야 하는 끔찍스런 처지에 빠진다.
김인식 감독의 <얼굴없는 미녀>는 이런 사필귀정, 일벌백계의 호러 리메이크가 아니다. 환자 지수(김혜수)는 물론이고 의사 석원(김태우)에게 감당하지 못할 상처와 사연을 비슷하게 안겨주고 절대고독에 빠진 그들끼리 또 한번 물고 물어뜯게 만든다. 석원은 가해자이기에 앞서 슬
매혹적인 이미지들로 엮은 파괴적 사랑의 순간, <얼굴없는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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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황금빛 들녘을 누비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풍경이 펼쳐진다고 해서 전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예전 영화들과 똑같이 진행되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삶이 그토록 풍요로운 순진함과 행복으로만 충만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의 삶이라고 해서 언제나 용서받고 감싸지고 그들의 순수함이 보존되어야 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만은 없다. <지중해>와 <너바나>로 잘 알려진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신작 <아임 낫 스케어드>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아름다움의 견고함을 확신하고 있던 10살짜리 소년이 순수함을 상실하기까지, 그 직전의 풍경을 가슴 아프게 그려보인다. 순수로부터 타락으로의 여정, 성장한다는 것의 쓰라림 혹은 꿈과 환상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의 충격과 경악.
1970년대 남부 이탈리아의 조그만 시골 마을, 귀여운 여동생과 아름다운 어머니, 터프한 트럭 운전사 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년 미카엘은 어느 날 버려진 집의 지하 굴에 갇힌 이상한 존재를 발견한다. 눈도
순수로부터 타락으로의 여정, <아임 낫 스케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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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까지 말을 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최진실이 병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이 병실에는 전날 최진실의 집에 머물다 함께 조성민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촌동생 이모씨가 나란히 입원해 있다. 최진영도 맞은 편 병실에 입원중이다.한편 최진실의 잠원동 집도 공개됐는데 거실과 안방에는 깨진 유리병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고, 아이 방에는 장롱과 책상이 쓰러져 있는 등 전날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다음은 최진실과의 일문일답.조성민이 이미 술에 취해 새벽에 왔다고 하는데 왜 문을 열어줬나.새벽 3-4시에 왔고, 술에 취해 있었다. 너무 놀랐지만 보름 전에도 아이가 보고 싶다고 왔기 때문에 문을 열어줬다. 또 소란을 피우면 이웃 주민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다.집에 들어온 조성민이 뭘 했나.우선 아이들 방에 가서 아이들을 보고 나왔다. "술이 없느냐"고 물어 간단히 준비해 같이 마셨다. 그 사람은 양주 반 병 정도를, 난 남아 있는 소주를 조금 마셨다.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드는데 그
[최진실 병상 인터뷰] “조성민에 접근금지가처분 신청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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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봐야 하는데, 한번 (체모와 성기 노출을) 허용하면 그게 빌미가 돼 선정적으로 노출신을 집어넣는 영화를 못 막는다는 우려가 앞서왔다. 그런데 이 영화(<팻 걸>)처럼 소녀들의 성장 과정을 깊이있고 품위있게 그릴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면서 선정적 노출을 앞세우는 영화가 오면 그땐 또 다르게 보는 거다.”
금단의 벽이 깨졌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지난 28일 <팻 걸> 등급심의 재심에서 ‘제한상영’ 등급을 매긴 영화소위원회의 결정을 깨고 이 영화에 ‘18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줘 일반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했다. 프랑스 카트린느 브레이야 감독이 연출한, 사춘기 여학생의 성장영화인 <팻 걸>엔 여자의 체모와 남자 성기가 잠깐 노출되는 장면이 2~3 차례 나온다. 국내 일반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가운데 <크라잉 게임>, <쉰들러 리스트> 처럼 성행위와 무관한 성기 및 체모 노출이 허용된 경우
“누가 그 장면 음탕하다 하나” , 김수용 영등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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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니는 우리 시대의 이모티콘(중의 하나)이다. *^^* 물론 이모티콘은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무의미한 것이며, 언어 안에서 그저 비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학교의 문법책은 금지할 것이며, 어른들은 불편하게 생각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모티콘은 생겨난 것이다. 이모티콘은 말 그대로 권력이 있는 곳에서 생겨난 (귀여운) 저항이다. 그것은 철자 안에 있는 클로즈업이며, 문장 안에 있는 표정이다. 이모티콘은 방언이 아니라 기호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표준어에게 굽실거릴 필요 없이 자기들의 (사이버) 커뮤니티 안에서 비밀스럽게 약속한 공동체의 암호이다. 그것은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바깥, 혹은 당신을 향해서 문 걸어 잠그고 있는 저 방안의 소년·소녀들의 언어이다. 그 세계에서 외로운 귀여니는 친구를 찾아 간청하듯이 글을 쓰고, 또 쓴다. 인터넷 세계 저편의 소년·소녀들은 그걸 읽고 또 읽으면서 친구의 리플을 단다. (혹은 비분강개해서
[비평 릴레이] ‘귀여니’ 원작 영화 두편,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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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는 밤 10시 미니시리즈 시간대에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전면에 나서 전쟁중이다. 우선 KBS 2TV 수목 드라마 <풀하우스>(극본 민효정, 연출 표민수)에서 비는 '정지훈'이라는 본명이자 연기자용 이름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파트너는 송혜교. 같은 채널 월-화요일 오후 10시에는 그룹 신화의 전진이 미니시리즈 <구미호외전>(극본 황성연 이경미, 연출 김형일)에 출연중이다. 그는 김태희 한예슬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어 지난달 28일부터 인기그룹 god의 윤계상이 SBS TV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 연출 이창한)에서 연기자로 변신해 첫 선을 보였다.
이들 인기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경쟁과 연기자로서의 평가는 방송계의 화제였다. 이번이 두번째 작품인 비, 시트콤에 이어 정극에 도전하는 전진, 드라마 출연 전 영화 촬영을 마쳤던 윤계상까지 모두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신인 연
비·윤계상·전진, 신세대 가수 삼색 매력 드라마서 인기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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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약식기소, 형 확정되면 최초 사례될 듯개인간 파일공유 서비스인 'P2P'로 영화 등 영상물을 무단, 복제 유통시킨 일반 네티즌에게 최초로 저작권법 위반 혐의가 인정됐다. 법률사무소 동녘은 "지난 5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던 네티즌 중 1명에게 서울지검 형사6부가 최근 구약식(벌금형)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네티즌은 영화 <킬빌2>(사진)를 무료 배포한 혐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이 네티즌이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구형한 벌금형이 확정된다. 이렇게 되면 P2P 혹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의 운영자가 아닌 일반 네티즌을 상대로 한 최초의 유죄인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동녘은 백지영의 뮤직비디오 `성인콘서트', 함소원과 비키의 누드집, 영화 <킬빌2> 등을 무료 배포한 네티즌 20명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동녘의 조면식 변호사는 "피고소된 20명 중 합의가 된 3∼4명과 이번 판결이 난 네티즌을
P2P 이용 네티즌에 저작권법 위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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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스타 보아가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브랜드 '메이블린 뉴욕'과 모델료 7억원에 1년간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메이블린 뉴욕'은 18세부터 24세 여성을 주고객으로 하는 메이크업 브랜드로 한국인 모델을 선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메이블린 뉴욕 측은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와 한국 10-20대 여성에 어필할 모델을 찾던 중 4집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보아의 모습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보아는 지난 12일 지면 광고 촬영에 이어 22일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서 TV CF촬영을 마쳤으며 이 광고는 오는 9월 중으로 TV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보아는 오는 6일 광주에서 열리는 '팅콘서트'와 7일 속초에서 열리는 '대한민국음악축제' 폐막식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보아 ‘메이블린 뉴욕’과 7억원에 CF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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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이 대만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로는 최초로 종합 시청률 2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폭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나깨나 대장금 생각만 하는 '대장금 폐인' 신드롬까지 일으키며 인기가 치솟고 있다. 또 소설 '대장금'이 베스트셀러 3위, 대장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오나라'는 g-music 아시아 차트 6위에 올랐으며, 드라마와는 아무 상관도 없으면서 인기에 편승해보려는 '대장금 보양식'이라는 요리책까지 출시되고 있다.<대장금> 홈페이지에는 "극의 빠른 전개를 위해 편집한 것 말고 1회 부터 한국어로 방송되는 대장금을 보고 싶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으며 하루종일 대장금 생각뿐이라며 '폐인 증상'을 호소하는 글도 보이고 있다. 또 온 집안이 대장금에 빠져 딸을 '장금아'라고 부르는 어머니와 어려운 일이닥쳤을 때 '얘야, 힘내라! 장금이도 이 모든 시련을 겪었단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기운을 차리는 딸까지 있다.이 딸은 대장금에 빠져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대장금 대만서 인기폭발, 각종 신드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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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자연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강원도 정동진과 제주도에 열린다. 6~8일 정동진의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제6회 정동진독립영화제는 14편의 장·단편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원신연 감독의 <빵과 우유>, 이경미 감독의 <잘돼가 무엇이든>, 김미례 감독의 <노동자다 아니다>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특히 한국영상자료원이 제공하는 특별섹션 ‘찾아가는 영화관’에서는 1978년 제작된 작고한 고영남 감독의 <소나기>를 상영한다. (033)645-7415, http://jiff.co.kr
20일부터 26일까지 제주도 프리머스시네마 제주 예술영화전용관에서는 제3회 제주트멍영화제가 개최된다. 극영화 23편, 애니메이션 5편, 다큐멘터리 2편 등 총 30편이 경쟁부문에서 작품상을 놓고 겨루며, 인기 감독들의 단편과 영화아카데미 졸업 감독들의 옴니버스 영화 <이공>(사진)
정동진·제주도서 영화제 피서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