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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 이병우, 2004년 현재 그를 가장 쉽게 소개할 수 있는 직함은 영화음악 감독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영화음악으로 상하이국제영화제에서 음악상을, 제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영화·드라마 음악상’을 받았다. 뒤늦게 당도한 <장화, 홍련> 사운드트랙 음반은 한국과 일본에서 7월23일 동시에 발표된다.
사실 이병우는 영화음악가이기 이전에 ‘멀티 기타 플레이어’로 통한다. 지난해 발표한 연주 앨범 5집 <흡수>(2003)는 8년 만의 신보이자 몇년 동안 클래식 기타를 조련한 결과물이었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자.
꿈을 따라갔던 멀티-기타리스트
1984년 만난 이병우는 조동익과 더불어 1980년대 후반 한국 대중음악의 새 지평을 연 당사자들이다. <우리노래전시회 1>의 ‘너무 아쉬워하지 마’, <들국화 1집>의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시작으로, 어떤날 이름으
<장화, 홍련> <스캔들>의 영화음악감독 이병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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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우리는 록 탄생 50주년을 퍽이나 작위적으로 기념했다. 록은 음악일 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어떤 관념이다. 그것은 비판, 젊음, 자유- 그것을 깎아내리는 자들에게는 죽음, 마약, 퇴폐- 같은 것과 연관된 급진적인 낭만주의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도 록은 대개의 경우 영화산업에 길들여졌다. 배우 엘비스는 가수 엘비스의 김빠진 꼴이었고, 화면에 비친 비틀스는 인상 좋은 꼭두각시 같았다. 몇몇 영화인들만 동시에 로커가 되는 법을 알았다. 파스빈더 같은 사람이 그 예다. “영화의 본질은 단순히, 비타협적으로, 진실을 외치는 것”이라고 말한 그는 ‘더 후’의 기타리스트 피트 타운젠드의 말을 되받는 셈이다. “섹스 피스톨스를 듣는 즉시 깨닫게 되는 것은 그게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실 시드 비셔스의 폭력성은 파스빈더의 그것만큼 실재했기에 매혹적이었다. 섹스 피스톨스는 연주하는 법을 몰랐다. 소음을 만들어낼 뿐이었다. 그러나 시드와 조니가 던지는 사악한 미소와 독기 뿜는 눈빛
[외신기자클럽] 영화와 록을 연결하려는 유일한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불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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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감독 9인이 모여 회사를 설립했다. 권칠인, 김성수,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이재용, 이현승, 유하, 허진호 감독(가나다순)이 그들이다. 지난 6월 말 법인 등록한 이 유한회사의 명칭은 ‘나인 디렉터스’(대표 이태헌). 지금까지 알려진 ‘나인 디렉터스’의 설립 목적은 특정 작품의 사전 개발비를 확보하면서도,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는 새로운 창작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감독들의 작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사전에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최초 제안자로 알려진 권칠인 감독(사진)은 “실무적인 일은 이태헌 대표와 이현승 감독이 일임하고 있고, 일의 윤곽이 잡히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개별 언급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태헌 대표 역시 “정식 보도자료 작성 전까지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여기에는 저간의 사정이 있다. 이현승 감독에 따르면 “최저 자본금을 공동출자하여 회사 설립을 한 것 외에 아직 뚜렷하게 가시화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지
[인 사이드 충무로] 영화제작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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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알려졌듯 현재 일본 영화계의 대가 중에는 소프트코어인 로망포르노와 핑크영화 출신이 제법 된다. 그렇다면 하드코어인 AV도 대가를 키우는 토양이 될 수 있을까? 히로키 류이치가 <바이브레이터>로 메이저에서 인정받고, 히라노 가쓰유키가 야마가타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로 상을 받았으며, 모치쓰키 로쿠로우는 야쿠자영화 전문으로 이름을 알렸다.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이 정도의 가능성이었다. 현역으로 뛰고 있는 AV 감독들의 꿈은 어디에 닿아 있을까? 경력 1년의 젊은 감독 쓰치야 유키쓰쿠와 경력 8년의 중견 감독 아키 히데토는 공히 영화전문학교 출신이다. 15편을 만든 쓰치야 유키쓰쿠는 자주영화를 하고 싶었으나 제작비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AV에 들어온 사례.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잘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한달에 2편 만든다. 죽을 때까지 AV 하겠다는 이들도 많은 데 존경스럽다.” 너스레를 떠는 그는 지금은 샐러리맨이나 다름없지만 언젠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AV에도 작가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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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의 거장이면서 AV의 또 다른 면을 끊임없이 추구해온 도요다 가오루 감독은 21세기를 2년 앞두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결국 살아가면서 욕망에 묻혀가는 것이 인간의 일생이다. 욕망하는 것의 근원적인 힘과 끝없는 거짓, 모든 것의 쾌락장치는 그 양면을 비추는 거울 같은 것이다. 그것이 시대에 맞춰 세분화, 거대화되고 있는 것이 포르노비디오에 적용되지 않을까. 어쨌든 다른 장치에서는 획득할 수 없는 욕망, 영상으로만 충족 가능한 욕망, 그런 것을 나 자신이 붙잡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냥 이 상태로 21세기로 돌입해도 괜찮은 걸까, 어떻게 되는 걸까 일본은?”
21세기의 일본에 대해 다른 건 몰라도 AV가 세분화, 거대화하는 욕망의 거울이란 건 더욱 분명해졌다. 도요다 가오루가 이런 질문을 던지기 1년 전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가 AV 채널을 시작했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300개 채널 중 26개 채널이 AV를 24시간 방송하고 있다. 위성 AV의 연간 매출 규모는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26개 채널, 24시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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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DVD 재킷 표지 촬영장. 배우들이 나름대로 도발적인 포즈를 취하고 분장 겸 의상 코디네이터가 분주히 오가며 매무새를 만져준다. 표지 디렉터가 따로 있어 사진작가와 열심히 상의한다. 이런 자세, 저런 자세…. 커다란 ‘PRESS’ 카드를 목에 걸고 있었지만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스탭들이 주춤한다. 쓰치야 프로듀서가 오더니 스탭들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해달라고 한다. “배우와 감독은 노출돼도 상관없지만 스탭들은 대체로 영화쪽에서 일하는 전문인력들이다. 부업 삼아 이 일을 하는 거라 얼굴이 알려지는 걸 꺼린다.” 이건 국내 에로비디오 촬영현장에서 들었던 말과 완벽할 만큼 똑같다. 본격적인 사진 촬영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씨네21> 스튜디오와 비슷해진다.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은 것하며 사진작가가 열심히 추임새를 주며 배우들을 격려하는 것까지. 차이점은, 저 한구석에서 남자배우가 열심히 자기 물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 언제든 부르기만 하면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AV 전용 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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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AV(Adult Video: 모자이크 처리한 하드코어 포르노)를 왜 취재하려고 하죠?”라는 힐난조의 질문을 수차례 받았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뜨악했다. 아니, 어떻게 취재를 안 하지? 날마다 쏟아져들어오는 스팸메일의 대부분이 ‘모자이크 없는 일본 AV 있습니다’라는 광고들이고, 1시간 이용에 5천원인 인터넷 성인방에는 일본 AV가 종류별로 채곡채곡 쟁여져 있지 않은가. 음성적일 뿐이라고? 일본 AV를 편집한 영상이 june과 fimm의 모바일로 서비스되면서 장르로 안착했고,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의 미드나잇 채널은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퍼펙TV에 두개의 AV 채널을 운용하는 JAM TV와 MOU를 체결하고 전략적 제휴에 들어갔다. 미드나잇 채널의 이강복 국장의 말은 일본 AV가 우리의 현실이 됐음을 알려준다. “19세 관람 이상의 일본 콘텐츠 허용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방송환경이 개선되면 우선적으로 JAM TV의 콘텐츠를 제공받는다는 거래를 튼 것이다. 약간의 기술적 효과를 가미
[현장취재] 일본 AV, 음란영화의 모든 것 - 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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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의 현신, 양동근"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 무작정 열심히 찍었다. 고생하며 찍은 것밖에는 생각 안난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바람의 파이터>에서는 양동근(25)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연기파 배우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그의 매력이 한껏 살아 숨쉰다. 맨손 하나로 일본 무술 세계를 평정한 최배달의 삶을 그린 이 영화에서 양동근은 목숨을 건 승부사의 모습을 강렬한 눈빛 연기로 잘 그려내고 있다.영화 후반부 갈대가 울창한 무사시노 벌판에서 최배달과 대결을 펼치는 일본 무도 수장 가토로 나오는 가토 마사야는 양동근에 대해 "눈에서 느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니다. 최배달 역할은 양동근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치켜세웠다. 영화에서 양동근은 오줌싸개로 놀림받을 때 굴욕감이 치밀어오르는 내면 표정부터 그 어떤 상대도 단번에 제압해버릴 만큼 화산처럼 분출하는 강인한 남자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
“고생하며 찍은 것밖에 생각 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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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등 특정국가 편중 현상 극심영화 수출이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한국영화 해외세일즈 회사들의 협조를 받아 집계한 '2004년도 상반기 한국영화 수출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전세계 39개국에 총 111편이 수출됐다. 계약금액은 3천252만150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의 1천491만6천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총수출액 3천97만9천달러를 초과한 실적. 편당 평균 수출액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진위는 설명했다.2004년 상반기 수출실적을 권역별로 보면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실적은 2천545만4천700달러로 올 상반기 전체 수출액의 78%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전체 수출액의 69%인 2천240만1천달러가 일본으로 수출됐다. 일본에서는 연초부터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스캔들> 등의 한
영화 수출 호조, 상반기 3천252만달러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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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심야상영을 하고 있는 극장들이 몰려드는 관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삼성동의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이 극장의 1일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하루 이곳을 찾은 관객의 수는 3만1천736명. 1일 관객 신기록은 지난달 17일 이미 한 차례 경신된 바 있어 7월 한달 동안 두차례나 신기록이 세워진 셈이다.이는 늦은 저녁시간이나 심야상영 때까지 관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 메가박스의 이진일 운영사업본부장은 "이날 24시간 내내 주말 프라임타임 때의 모습을 보였고 2편을 패키지로 해서 심야상영되는 '메가나이트'는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라고 말하며 "이는 미처 피서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도심 속 피서지로 극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낮 같은 밤'은 또다른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CGV가 7월 초부터 판매중인 심야 패키지 '야한(夜寒)요금제'는 처음 선보였
열대야로 심야상영 극장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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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잡지 '컴퍼니'는 최근 <트로이>에 출연했던 미국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혔다고 2일 보도했다. 피트는 이 잡지가 매년 실시하는 '가장 섹시한 남성 100인'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3위였다가 올해는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피트와 함께 트로이에 출연했던 올랜도 블룸은 2위를 차지했으며 영국 드라마 <이스트앤더스>에 나오는 나이절 하먼은 3위, 2002년 1위였으며 지난해에는 2위였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은 4위로 밀려났다.
그 밖에 저스틴 팀버레이크, 콜린 파렐, 조니 뎁, 로비 윌리엄스, 주드 로, 던컨 제임스가 10위권에 들어있다. 이번 조사는 가장 섹시하지 않은 남성의 순위도 매겼는데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에 뽑혔다.
브래드 피트,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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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투자협정 실효성 공방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한 경제적 실효성을 두고 각계 전문가들의 논리 싸움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가 서비스부문 규제 개혁의 일환으로 스크린쿼터에 대한 축소 방침을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간한 월간 '나라경제 8월호'에서 이에 대한 찬반 양론을 소개했다. 특히 지금까지 경제적 실익을 감안한 축소 찬성과 자국 문화보호를 위한 축소 반대로 양분되던 스크린쿼터 논쟁과는 달리 지상토론에 나선 4명의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경제논리로 찬반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사진은 지난달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영화인 연대 집회 모습)대외경제정책연구원 노재봉 연구원은 기고문에서 "논쟁의 핵심은 한미투자협정(BIT)의 이익이 스크린쿼터 축소의 비용보다 클 것인지 여부"라면서 "협정을 체결하지 못했을 때 미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입게 되는 피해를 고려해야 한다"며 축소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노 연구원은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
스크린쿼터, 경제논리도 찬반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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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감독 허우샤오셴(侯孝賢.57)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선정한 제2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뽑혔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최근 1년간 아시아 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화제 사무국은 3일 "허우샤오셴이 최신작 <카페 뤼미에르(Coffee 時光)>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가치와 진정한 교류의 의미를 일깨워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깊은 감동과 영감을 전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80년대 대만 영화계의 뉴웨이브인 '신랑차오(新浪潮)'를 주도한 허우샤오셴은 89년 <비정성시>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으며 국내에서도 지난해 회고전이 성황리에 열리기도 했다. 신작 <카페 뤼미에르>는 일본 거장 오즈 야스지로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 일본 도쿄를 무대로 한 여자의 일상을 보여준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 허우샤오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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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애니메이션 - 짧지만 큰 재미, 장편 부럽지 않소
올해 SICAF 경쟁부문에는 몇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짙은 잔상을 남기는 다채로운 단편애니메이션들이 초청됐다. 후안 솔라나스의 <머리없는 남자>는 지난해 칸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애니메이션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초현실적인 깊이를 가진 이 애니메이션은 머리없는 남자가 연인과 함께 무도회에 가기 위해 머리를 사러 나가는 이야기. 느리지만 섬세한 표정의 변화와 따뜻한 반전이 미소를 부르는 작품이다.
러시아에서 온 <뮤지컬 샵>은 어두운 녹색이 주가 되는, 마구 그어내린 듯한 거친 색감으로 서글픈 동화를 들려준다. 두 마리 귀뚜라미는 악기점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그들이 바이올린과 트럼펫을 연주하면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꽃이 피어날 정도지만, 손님으로 찾아온 파리 세 모자는 악기와 그 주인을 모욕할 뿐이다. 음악이 그림 위에 내려앉는 것 같은 귀뚜라미의 연주가 인상적이다.
SICAF2004 경쟁부문 - 단편 + 공식개막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