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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초기작품들에 ‘청색시대’란 이름을 붙이련다. 푸른 물의 지배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어둠과 빛, 비극과 희망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세계는 <악어>와 <파란 대문>을 거쳐 <섬>에 와서 일단락된다. <섬>은 김기덕의 미장센이 한 정점에 올랐던 작품인데, 그것이 공허한 상태에 머물지 않은 것은 소외와 고립의 메타포를 읽기 쉽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기덕은 <섬>을 지나면서 육체와 이미지의 세계에서 심리와 스토리의 세계로 넘어갔다. <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상처를 입은 부위에 대고 남녀가 서로 부채질을 해줄 때 연출된다. 몸의 어디를 건드리면 상처를 입는지 아는 감독의 감각을 잘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영화로선 드물게 유머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침침한 느낌의 DVD 영상은 어두운 장면과 색 표현에서 단점이 두드러진다. 특이하게 감독이나 배우가 아닌 영화평론가가 음성해설을 맡았는데, 다소 억지가 있지만 비
제작자 이승재가 말하는 김기덕,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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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누아르 클래식 컬렉션 1집> Film Noir Classic Collection Vol.1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음성포맷 DD 1.0 영어자막 영어출시사 워너(미국)<안녕, 내 사랑> Murder, My Sweet1945년 l 에드워드 드미트릭 l 95분<과거 때문에> Out of the Past1947년 l 자크 투르네르 l 97분<건 크레이지> Gun Crazy1949년 l 조셉 H. 루이스 l 87분<짠 경기> The Set-Up1949년 l 로버트 와이즈 l 72분<아스팔트 정글> The Asphalt Jungle1950년 l 존 휴스턴 l 112분‘보가트 영화를 보고 난 아침, 그곳 사람들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었지. 범죄를 꾸미는 피터 로레처럼 사람들 사이를 떠돌 때, 그녀는 빗물 머금은 수채화 같은 실크 드레스를 걸치고 햇살 아래 나타나지.’ 비단 알 스튜어트의 노래 <이어 오브 더 캣
밤과 미스터리의 향연, <필름 누아르 클래식 컬렉션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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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지진희(33)가 오는 11월 26일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 체리웨딩홀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신부는 6년 동안 사귄 이수연(29)씨. 데뷔 시절부터 공공연히 결혼할 여자친구가 있음을 밝혀왔던 지진희는 데뷔 전 사진작가로 활동할 당시 이씨를 만났다. 이씨는 모 광고회사 그래픽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커리어우먼. 지난달 15일부터 중국에서 촬영중인 대만 드라마 '100번째 신부'가 10월 말 촬영이 끝난다. 촬영 직후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는 셈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민정호 종사관 역을 통해 인기를 얻은 지진희는 차분하고 신뢰감을 주는 용모로 최근 CF시장도 석권하고 있다. 외환은행, 대우일렉트로닉스, DHC 포 맨 등 6개 제품의 모델로 활동중이다. 9일 CF촬영을 위해 일시귀국하는 지진희는 신혼집과 결혼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스케줄 등을 양가 어른들과 의논할 예정이다.
탤런트 지진희, 11월 26일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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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버림받은 기수가 주인에게 버림받은 말과 함께 단거리 우승을 일궈내는 이야기가 <씨비스킷>이라면 <히달고>는 카우보이 프랭크 홉킨스가 야생마로 장거리 우승을 거머쥐는 이야기다. 또 하나의 주요 차이점은 뼈대있는 가문에서 태어난 씨비스킷과 달리 히달고는 잡종 무스탕이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백인 아버지와 인디언 어머니를 둔 홉킨스의 출생의 비밀이기도 하다. 1880년대의 익스트림 스포츠로 인기 높았던 장거리 경주에서 히달고는 2900km를 30일 만에 주파하며 주목을 받았는데(당시 2위의 기록은 44일이었다) 홉킨스는 히달고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4900km를 주파해야 하는 ‘불의 대양’ 경주에 몸을 던진다.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 역을 맡았던 비고 모르텐슨이 프랭크 홉킨스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오마 샤리프가 시크 족장으로 등장하여 어울리는 앙상블을 보여준다. 메이킹 다큐 한편이 부록으로 수록
인디언들이 들려주는 야생마의 전설, <히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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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는 디카가 말과 생각을 만들어 낸다. 무슨 일만 생기면 디카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돈다. 기자보다 어느 네티즌이 찍었다는 게 더 믿을만하다. 현장에서 그 순간을 찍었기 때문이고 유포된 만큼 공신력은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디카는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가 된 듯하다. 디카가 생겨나면서 디카와 그 사진을 다루는 사이트도 함께 흥성한다. 하지만 디카 사이트 없이는 디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디카 없이 글 한 줄 올리기 겸연쩍은 세상이지만, 인터넷 없이 디카가 무슨 소용인가. 디카와 인터넷은 선후를 따지지 않고 뒤섞여 있다. 디카가 만들어 내는 것도 그러할 것이다.디카를 문화의 한 도구라고 말한다고 해서 디카가 일방적으로 수동적이지는 않다. 한편에서 디카의 성능 자체의 최대치를 겨루는 이들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잘 찍히면 그만이라고 하면 재미없는 소리다.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해도 무시하겠다. 어디 내용과 형식을 두부 자르듯 할 수 있던가.‘SLR 클럽’(www.slrcl
디카를 위하여, SLR 클럽 www.slr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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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액션어드벤처배급 UBI 소프트코리아플랫폼 Xbox언어 영어 음성/영어자막<비욘드 굳 앤 이블>이 뒤늦게나마 출시되었다는 소식에 리뷰 스케줄을 1주일씩 미루었다.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만을 다룬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완성도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지 못했던 적지 않은 타이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비욘드 굳 앤 이블>이기 때문이다.전쟁고아들을 보살피던 힐리즈 행성의 프리랜서 사진작가 제이드. 지하 반군 조직 아이리스를 만나며 그녀는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외계종족 돔즈에 맞서싸운다는 알파 섹션 방위군은 과연 그들의 말처럼 정의의 사도일까? <비욘드 굳 앤 이블>은 전쟁 뒤에 감추어진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는 한 소녀의 활약을 그린 액션어드벤처 게임이다.<비욘드 굳 앤 이블>은 기본적으로 퍼즐을 바탕으로 한 어드벤처. 게임 속의 모든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힘으로,
음모와 싸우는 사진작가, <비욘드 굳 앤 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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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양쪽, 혜화 로터리와 이화동 사거리 사이에는 심야에 이륜차가 들어갈 수 없다는 표지판이 서 있다. 돌돌거리는 나의 스쿠터가 4년째 이곳을 굴러다니고 있지만 한번도 단속하는 걸 보지는 못했다. 다만 그 금지의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번쩍거리는 라이트를 달고 쇼바를 한껏 올린 모터바이크를 타고 미친 듯 중앙선을 넘나드는 폭주족들. 한때 이곳도 신천 등지와 더불어 폭주족들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것이다. 그때 나도 그 미친 정신을 이해해보고자 밤새 ‘오빠 달려’ 하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까마득한 옛날만 같다.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그 시절의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폭주족은 직업이 안 되는 걸까? 그러면 계속 달릴 수 있잖아.” 다카하시 쓰토무는 <폭음 열차>를 통해 1980년대 초반 도쿄의 소년 폭주족들을 그리고 있다. 한 영웅을 내세우기 위해 폭주족이라는 백그라운드를 잡은 게 아니라, 폭주족이라는 커다
폭주족은 직업이 안 되는 걸까? 다카하시 쓰토무의 <폭음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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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이란 것은 상식이다. 그렇지만 ‘속편이 전편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20세기 영화계의 속설을 19세기 소설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문학사상 손꼽히는 걸작이기 때문. 비록 이런 평가가 강단을 넘어 상식 수준으로 알려진 것 같진 않지만. 같은 세기에 살았던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도 그가 <노틀담의 꼽추>와 <레 미제라블>의 소설가라는 건 <도전! 골든 벨>의 10번대 이하의 문제에나 나올 법한 상식이다. 하지만 <올랭피오의 슬픔>의 한 구절을 읽어주며 ‘이 낭만적 장편시를 지은 시인이자 극작가이기도 한 19세기 프랑스의 문호는?’으로 질문을 바꾼다면 ‘친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계의 문제에나 적합할 것이다.대체 이런 얘기가 ‘이주의 책’도 아니고 ‘이주의 음반’ 꼭지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
어느 고참 인디밴드의 7년, 허클베리 핀 <올랭피오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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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요정들의 말로 일루바타르라고 불리는 유일자 에루가 자신의 생각으로 아이누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그의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였다. 이 음악으로 세상이 시작되는데 일루바타르는 아이누들의 노래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했고, 그들은 어둠 속의 빛을 보듯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의 많은 이들이 그 아름다움에 반했고, 환상 속에서 시작되어 전개되는 그 역사에 매료됐다. 그리하여 일루바타르는 그들의 환상에 존재를 부여하여 공허 속에 위치시키고, 그 세상의 중심에 비밀의 불을 보내어 타오르게 했고, 그 세상을 에아라 불렀다.’<실마릴리온>에서 유일자를 대리하는 신들인 발라에 관한 이야기인 ‘발라퀜타’의 첫머리에 나오는 태초에 관한 이야기, 눈으로 볼 수 있는 환상의 음악이 존재가 되고 역사가 되어 시작되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반지의 제왕>에서 2년에 걸쳐 진행된 ‘반지 전쟁’ 이야기는 2만년이 넘는 세월에 걸친 이야기인 <실마릴리온>에서는
‘가운데땅’의 신화와 역사, <실마릴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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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싶지만 선뜻 가지고 싶다고 표현할 수 없는 대상 앞에 서면 우리는 초라해진다. 위축된 자신을 추스르는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한번쯤은 그럴 게 아니라 선망의 눈길을 가려주는 가면을 쓰고 주위를 맴도는 것은 어떤가. 기회가 생길 때까지.<파리의 연인>이 원하는 대상의 주위를 맴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공간성이다. 파리는 자유다. 파리는 불꽃이다. 파리는 온갖 잡스러운 계층과 물건이 뒤섞여 요동치는 불가마이다. 명품숍이 즐비한 샹젤리제 거리 한구석에 더러운 거지가 뒹구는 그 자체가 예술일 수도 있음을 천연덕스럽게 전시하는 오만한 과시장이다. 그런 곳에서 잿빛의 신데렐라는 숨을 쉰다. 상상할 수조차 없는 차단된 공간에서 은빛성의 왕자를 꿈꾸는 것이 아니다. 쇼윈도의 화려한 명품을 환상할 수 있는 광장이 아니면 안 된다. 그곳이 태영(김정은)이 살고 있는 곳이고, 캔디가 살았던 곳이고, 명랑소녀가 재잘거리던 곳이기도
귀여운 여인과 왕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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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남부지법의 이정렬 판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는 그저 ‘법리’에 따라서 판결을 내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꼴보수적인 대한민국 사법부에 제정신 가진 사람이 적어도 한명이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의 말대로 이는 대한민국 “사법사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명판결”이다. 이 판결을 보며 혹시나 이제는 다를까 했더니, 역시나 아직도 아닌 모양이다.‘아웃사이더’의 임성환 대표한테 전화가 왔다. 양심의 이유에서 병역을 거부하는 그는 곧 감옥에 갈 예정이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양심의 자유보다 국방의 의무가 앞선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양심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그 체제를 물리력으로 수호하는 게 국방이라고 할 때, 국방을 위해 양심의 자유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본말이 전도된 이 사법적 도착증은 몰상식을 넘어서 파쇼적이기까지 하다.전세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여섯 나라. 그 후진국가의 첨단에 당당하게 대한민국이 서게 된
법도 비판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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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상류엔 우리의 꿈이 있었다.강의 위쪽으로 주욱 올라가면… (물론 물을 타고 올라가는 건 아니다. 우린 연어가 아니니까)… 버스 타고 올라가 조금 걸어들어가면 강의 상류와 만난다.오후 다섯시가 되면 동네의 건아들이 그곳에 다 모였다. 내가 굳이 건아라고 표현을 하는 이유는 구체적 확인은 없었지만 그곳에 여자 학우들의 모습은 단 한번도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그곳에 모인 건아들의 맘속에 한 가지의 소망들로만 가득했다.강을 건너리라~.다섯시 반이 되면 강의 상류 그 위의 물벽을 틀어막고 있는 댐의 일일 방류가 시작된다.그러면 상류의 물살은 몇곱으로 빨라질 것이고 우린 그 물살에 몸을 띄워 그 힘으로 강을 건너리라.우리의 맘속에 똑같이 새겨놓은 횡단의 꿈은 그 당시 조오련이 보여준 대한해협의 가로지름과 맞먹는 것이었다. 강의 저 건너에 어떤 신기함이, 돈 될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저 저 강은 어느새인가부터 동네 또래들의 가슴속에 커다란 꿈으로 자리했고
그곳엔 우리의 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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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모성애의 판타지를 거둔 <인어공주>의 미덕을 환영하다모성애의 판타지는 막강하다. 우리는 여전히 자식을 버린 아버지보다는 자식을 떠난 어머니에게 가혹하다. 자식을 까먹은 아비에게 붙는 레테르는 ‘무책임’, ‘나약함’ 정도에 그치지만 모성을 끊어낸 여성에게 새기는 꼬리표는 ‘잔혹한’, ‘비정한’ 등의 서늘한 주홍글씨다. 동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튼실하게 건축된 모성애의 내러티브 속에서 어머니들은 자신의 무게의 몇 십배가 넘는 트럭을 너끈히 들어올리고 목숨 ‘따위는’ 초개같이 팽개치곤 한다. 저널리즘은 여전히 이러한 ‘엽기스릴러’를 아름다운 수사학으로 갈무리하여 ‘미담’으로 엮어내곤 한다. 생태계 전체를 굽어보더라도 인간만큼 비효율적이고 획일적으로 모성을 관리하는 종족은 없는 것 같다. 개미는 무시무시한 규모의 공동육아에 도가 튼 종족이지 않은가. 갈매기는 일단 유전자가 ‘실한’ 수컷과 짝짓기를 한 뒤 살림은 ‘맘에 드는 암컷끼리’ 차리는 경우도 많다.모성애의 ‘판타지
모성의 해방을 허하라,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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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가 다시 한번 우주항해의 길에 오를 수 있을까? 20여년 만에 발표된 <우주전함 야마토>의 극장판 신작 계획이 저작권 문제 등을 놓고 처음부터 마찰을 빚어 야마토의 ‘부활’을 기다리던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올해는 마쓰모토 레이지의 <우주전함 야마토>가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지 30년이 되는 해. 이에 맞춰 얼마 전 야마토 시리즈를 탄생시켰던 프로듀서 니시자키 요시노부 중심으로 2006년 여름 <우주전함 야마토 부활 편>(가제)을 극장에 공개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시대는 전작으로부터 약 20년 뒤인 2222년. 지구가 반년 뒤 이동 블랙홀에 빨려들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인류가 2만7천광년 떨어진 별에 이주하기로 결정하지만, 지구인을 실은 함단이 이동 중 공격을 받으며 야마토가 반격한다는 스토리다. 죽은 모리 유키 대신 딸이 나오는 등 새로운 캐릭터도 대폭 등장시킬 예정이다.
걸림돌은 원작자인 마쓰모토와 마쓰모토를 70년대
[도쿄] 야마토, 30년만에 스크린을 항해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