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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트윈 프린스>(Twin Princes)가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월드 미디어그룹을 상대로 1천만달러 투자유치를 성사시킨 데이어 최근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 세계시장을 향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트윈 프린스>는 한국이 원작과 캐릭터를 맡고 일본, 미국, 인도 등이 제작과투자에 참여하는 다국적 애니메이션. 5억년 전 바다를 무대로 해양생물들의 사랑과전쟁을 그린 판타지 드라마를 담고 있다.제작사인 애니21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포치라이트 배급사(Porchlight Distribution)와 5년간 52부작 TV시리즈와 극장용의 배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포치라이트는 영국 BSkyB, 프랑스 TF1, 미국 HBO·ABC·디즈니 등과의 제휴를통해 70여개국에 배급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배급사. 이번 계약에 따라 포치라이트는 한국·일본·인도를 제외한 세계 80개국 이상에이 작품을 배급할 예
<트윈 프린스> 미 메이저와 배급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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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랑이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연출 제의를 물리치고 <거미단>을 만든 것은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프리츠 랑은 루이 푀이야드의 연작 범죄물과 이국적 취향의 모험물에서 영향을 받은 <거미단>을 만들면서 미래를 감지할 수 있었다. 프리츠 랑은 변장과 최면과 술수에 능한 마부제 박사와 일당의 범죄행각과 몰락을 그린 <도박사 마부제 박사>를 통해 범죄의 세기인 20세기와 범죄 연대기의 대중적 이용을 예언했던 것이다. 유작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까지 이어진 ‘마부제 박사 시리즈’의 시작인 <도박사 마부제 박사>는 독일의 당시 상황을 반영한 표현주의 너머의 세계에 이미 도착했던 작품이다(그래도 첫 번째 표현주의 작품의 연출을 놓친 게 못내 아쉬웠던 것일까? 프리츠 랑은 <도박사 마부제 박사>에서 ‘표현주의는 주변에 넘쳐나는 수많은 오락거리 중 하나일 뿐’이란 말로 자위했다).
미국의 이미지사와 영
[DVD vs DVD] <도박사, 마부제 박사> 이미지판 vs 유레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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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콜세지의 이탈리아 여행> My Voyage to Italy1999년감독 마틴 스코시즈상영시간 246분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음성포맷 영어, 이탈리아어 DD 2.0 서라운드출시사 미라맥스(미국)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세계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데뷔했던 마틴 스코시즈를 비롯한 새로운 세대의 미국 영화감독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직업으로 선택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진지하게 시도했던 첫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이들 중에서 고전영화의 보전과 복원, 그리고 비판적 고전영화 보기의 대중화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마틴 스코시즈의 노력은 그 자신의 영화적 업적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성과를 쌓아왔는데, 이미 1995년에 영국영화원(BFI)의 후원으로 제작한 <마틴 스콜세지의 미국영화 기행>에서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해석, 그리고 무한한 애정을 선보였던 그는 좀더 개인적인 영화적 체
스코시즈는 이탈리아영화에서 뭘 느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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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콜롬보>는 <코작>과 함께 1970년대에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은 TV형사물이다. 콜롬보란 인물이 어필했던 건 그가 이전에 등장한 탐정이나 형사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코난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 등장하는 논리적으로 완벽한 초인적인 인물이 아니며, 레이먼드 챈들러나 데시엘 해밋의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처럼 현실과 낭만이 결합된 존재는 더욱 아니다. 콜롬보는 그야말로 이웃 아저씨처럼 친근한 인물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실력만큼은 선배들 못지않다. 극중에 나오는 ‘당신은 어설프고 더듬거리지만 늘 급소를 찾는군요’란 대사처럼 말이다. 다시 보는 <형사 콜롬보>는 그 내용이나 영상처리에 촌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건 초반에 늘 범인과 범행 과정을 다 보여주던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번에 수록된 에피소드가 권력을 쥔 자의 비윤리적인 범죄를 모아놓은 것이라서, 그에 대항하는 평범한 아저씨 콜롬보의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건
안녕! 콜롬보 아저씨, <형사 콜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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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원령공주> DVD가 미국서 최초로 발매된 때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일본보다 1년 먼저 발매되는 DVD 였기에 전세계 아니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디즈니는 실망스럽게도 오디오 사양으로 영어 더빙만을 담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하여 dvdtalk.com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포럼에서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였고 몇 개월 지연되긴 했지만 결국 디즈니는 일본어 DD 5.1채널을 포함하여 DVD를 발매하였다.
국내에서도 작년 엑스필들은 이에 맞먹는 기쁨을 맞보았다. DVD 커뮤니티인 dvdprime.com을 통하여 요구해 왔던 <엑스 파일> TV시리즈에 대한 한국어 더빙 삽입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것이 비록 기대만큼의 매출 신장으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제작사로서는 이미지 재고에 큰 도움이 되었고 소비자들로서도 자신들의 희망이 제대로 반영된 제품을 사게 되어 윈윈 했던 좋은 선례로 남게 되었다.
<효자동 이발사>의 경우 DVD
네티즌과 함께 추억의 이발사, <효자동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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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박흥식 감독의 전작처럼 너무도 착하다. 때문에 식상하기도 하고 무난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감동이 있다. 그 이유는? 자잘한 웃음의 장치들,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 잔잔한 눈물로 양념친 멜로도 빼놓을 수 없지만 어쩌지 못하는 혈연의 다리를 통과하고 있는, 혹은 부조리한 개인사 속에 포획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을 성찰시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치고 병든 아빠, 품위와는 거리가 먼, 악착스러운 엄마의 지긋지긋한 현실을 고통스레 부정하던 딸은, 젊은 부모의 순박한 과거 연애 시절을 목도한 뒤 이해와 화해의 장으로 가게 된다. 과거는 그렇게 현재를 긍정하고 미래로 이끄는 힘이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백 투 더 퓨처> 판타지는 스타일 자체의 완성도보다는 그를 통해 파생되는 의미가 중요하다. 그 연결고리에는 바다가 있다. 바다(혹은 물)는 대자연이자 모성의 상징이며 또한 삶과 죽음의 표상이다. 이 영화에서도 엄마의 생존터인 좁고 천박한(?
착하고 담백한 사운드, <인어공주>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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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판형의 여성 만화월간지 창간, 유통은 정기구독자 중심으로전사자가 속출하는 전장에서 새로운 잡지가 창간됐다. <허브>(Herb)라는 예쁜 이름의 잡지는 초록색으로 제 색을 무장하고 손에 잡히는 소설책 판형에 256쪽 분량으로 태어났다. 생존 방법은 인터넷을 통한 정기구독. 5천명의 정기구독자가 목표란다. 참 소박하다. 이름처럼 작고 소박한 꿈이다. 만약 5천의 독자로 이 잡지가 생존된다면, 나는 그중 1%라도 모아볼 참이다.<허브> 창간호에는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보통 만화잡지를 창간하면 간판으로 한두명의 작가를 민다. 잡지 표지에도 간판 작가의 작품은 큰 활자로 적시된다. 하지만 <허브>는 <오후>에서 보여준 전략을 따라 모든 작가의 비중이 동일하다. 즉, 김진에서 난나에 이르는(배열 순서임) 12명의 작가가 자기에게 주어진 페이지에서 최선의 경주를 다한다는 말이다. 작품의 다양성은 만족이다. 연재극화와 단편의 배율도 적절
<허브> 잘되기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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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데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 알랭 드 보통이 이번에는 여행을 주제로 문학, 예술, 철학 그리고 자신의 여행 체험을 엮었다. 여행의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 등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은 각각 다음과 같은 질문들과 상응한다. 여행의 시작은 어디인가? 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여행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은 어떻게 간직할 수 있는가?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어디인가?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과 기대가 막상 실제로 여행하면서 무너지거나 변하는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드 보통은 ‘일과 생존 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을 꿈꾸며 ‘원시적인 순수와 낙관’을 찾아 바베이도스로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지의 모습에 실망하고 만다. 여행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라는 게 드 보통의 통찰이다. 자유로운 상상과 고독을 즐기면서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해주는 여행, 어떤 의미에서는 자기 자신으로의 여행이 여행의 본모습이
자유로운 상상과 고독을 찾아서 떠나라! <여행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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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우 형사는 존 우(오우삼)에 대한 오마주로 보인다.” 4년 전 뉴욕에서 열린 어느 영화제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소개됐을 때 뉴욕의 한 신문에 실린 영화평엔 이런 말이 들어 있었다. 아마 이명세 감독의 전작을 봤다면 이런 말을 못했겠지만, 이 서구인의 눈에 오우삼과 이명세는 아시아의 액션감독이라는 한 묶음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당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상영 직후 이명세 감독이 뉴요커들과 나눈 관객과의 대화도 기억이 난다. 그 무렵 뉴욕에선 경찰의 폭력문제가 큰 이슈였다. 그들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형사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기겁을 했다. 뉴욕의 한 시민이 물었다. “한국에선 정말 경찰이 범죄혐의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나요?” 그때 오래전 홍콩의 어느 경찰관에게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홍콩누아르를 보면 홍콩은 아무 데서나 총질을 해대는 도시로 보이지만, 사실 홍콩이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거꾸로 보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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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 고 홈.”영화 <헤드윅>의 주인공 ‘한셀’의 망토 오른쪽에 적힌 글귀다. 한셀은 ‘미국물’이 든 동독 꼬마였다. 어릴 때부터 미군 라디오 방송에 빠졌다. 데이비드 보위에 열광했고, 루 리드가 우상이었다. 그는 베를린의 철조망을 넘어 아메리칸드림을 꿈꾼다. 미군 흑인 병사가 그의 꿈을 현실로 바꿀 청혼을 한다. 한셀이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한셀은 성전환 수술을 받고 헤드윅이 된다. 동독을 떠나기 전, 한셀이 드랙쇼를 하다 망토를 펼친다. 그 망토의 오른쪽에는 “양키 고 홈”, 왼쪽에는 “위드 미”가 박혀 있다. 태어난 땅에서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이들의 슬픔을 이토록 간결하게 요약한 말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진보’물까지 먹은 성소수자라면, 양키에 대한 감정은 양가적일 수밖에 없다. 양키도 싫지만, 한국이 더 싫은 자들의 비애.나의 ‘접시’는 한셀의 라디오다. 요즘 미국병이 단단히 들었다. 날마다 미국 드라마만 보고, 미국 토크쇼만 즐긴다. ‘접시’를
양키 고 홈, 위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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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범의 오피스텔에서는 범죄영화 비디오 테이프가 발견되고, 영화 <실미도>가 흥행 기록을 세운 뒤에는 실미도로 가는 버스노선이 새로 생긴다. 현실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모델이지만, 드라마는 다시 새로운 현실을 만드는 모델이 된다. 드라마와 현실, 가상과 실재는 서로 뒤섞이고 결국에는 무엇이 가상이고 무엇이 실재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흔히 들어왔던 이런 상황을 이번 여름휴가에 제주도에서도 경험했다. 드라마 <올인>의 무대가 되었던 곳, 제주도 동쪽 끝 바닷가 절벽 위에서 사람들은 드라마를 모델로 하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성산 일출봉이 바라보이는 드넓은 초원과 파도가 부서지는 절벽 위로 그림 같은 하얀 등대가 서 있는 이곳은 훌륭한 경치 때문에 예전부터 알려진 관광코스였지만, 바로 이 드라마 때문에 최근에 더 유명해졌을 뿐 아니라 관광의 내용 자체가 바뀌고 있는 중이었다. 조금 과장한다면 드라마가 이곳의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까지
올인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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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스파이더 맨2>에 나타난 미국식 영웅을 비판하다“영웅 없는 시대는 불행하지만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는 더욱 불행하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은 묘하다. 도구적이나마 합리성을 공유한 소시민적 세계가 피와 신음을 거름으로 영웅을 키워내던 난세보다는 낫다? 맞다. 영웅하나를 키우기 위해 무수한 사람이 살육되던 ‘킹 아더’의 세계보다는 아무런 희생 없이 스타라는 애완적 영웅을 발명해 갖고 노는 현대는 분명 복되다. 그런데 왜 브레히트는 ‘영웅을 요구하는 시대보다 영웅 없는 시대가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고 불행의 비교우위를 말했을까? ‘영웅 없는 시대의 불행’은 뭐란 말인가.브레히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아도르노는 인류의 역사를 지배의 역사로 봤다. 인간의 행위를 가장 기저에서 규정하는 힘이 지배욕이라는 비관적 감정은 영웅을 갈망할 법도 하다. 하지만, 아도르노도 브레히트도 영웅을 염두에 두진 않았다. 왜냐하면, ‘영웅 없는 시대’의 불행은 영웅이 나타나 한칼에 베어버릴
현대의 영웅은 누구인가?, <스파이더 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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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여름이었을 거다. 대학로를 지나는데 견공들의 고통받는 사진을 걸어놓고 서명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늙은 여배우로 인해 또 다시 국제적 ‘망신거리’가 된 보신탕을 비난하면서 개고기를 불법화하는 법을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지나가던 나에게 두 사람이 다가와 찌라시를 주면서 서명을 하라고 한다. 미안하게도 나는 갑자기 화가 난 어조로 되물었다. “아니, 왜 개고기만 먹지 말자는 거죠? 소, 돼지, 닭은 대체 무슨 죄가 있길래 그렇게들 먹어대는 거죠? 소나 돼지는 먹어도 되고 개는 먹어선 안되는 이유가 뭐죠?”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다. 예전에도 먹지 않았다. 그렇다고 흔히 하듯 야만적이란 생각 때문은 아니었다. 거꾸로 “인간의 친구인 개를 먹는다”는 이유로 한국인을 비난하는 바르도나 서구인들의 소식을 들으면 차라리 먹어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먹지 않았던 것은 특별히 보양식을 찾아먹는데 별 관심이 없었던 데다, 사먹을 돈도 없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개고기에 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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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뉴질랜드의 설원이지만 <반지의 제왕>과는 느낌이 달랐다. 반지원정대가 넘어갔던 설산의 험한 봉우리와 계곡엔 괴물과 요정과 신화가 숨어 있을 것만 같았다. 송강호·유지태 주연에 임필성 감독 진용의 <남극일기> 촬영이 진행중인 뉴질랜드 남섬 스노우팜 일대의 설원은 이렇다할 표정이 없었다. 눈밭이 적당한 높낮이의 굴곡으로 끝없이 펼쳐진 이 곳은 색만 하얀 사막같다. 거기엔 낭만이 없다. 괴물도 살지 못할 것같은 오지의 느낌, 거기서 <남극일기> 팀이 주목한 건 낭만조차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감이었다.
지난 9일 스노우팜을 찾았을 때, <남극일기> 팀은 남극탐험 대원들이 서로 다투다가 그중 한명이 크레바스(빙판 속으로 깊게 뚫린 구멍)에 빠지기 직전까지의 장면을 찍고 있었다. 남극 탐험 경험을 가지고 이 영화에 스탭으로 참여한 탐험가 박영서에 따르면 이 곳의 풍경은 남극과 흡사하다. 영하 40~50도의 남극보다는 훨씬 덜 춥지만 기후가
탐험 미스테리 스릴러, <남극일기> 뉴질랜드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