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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만 나오는 멜로드라마 <나쁜 교육>
(경고/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반전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은 영화를 본 뒤에 읽으십시오.)
<나쁜 교육>은 알모도바르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남자들만이 나오는 멜로드라마이다. 여자배우가 거의 보이지 않으며, 대신 여장남자, 여성으로 성전환한 남자, 그리고 (위험하게도) 소년들이 여자들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영화처럼 남자들이 멜로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으로는 1987년에 발표된 <욕망의 법칙>이 있다.
동성애 감독들 작품에서 종종 발견되는 것인데, 보통의 영화들과는 달리 <나쁜 교육>에선 여성이 아니라 남자배우들이 욕망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카메라는 남자들의 ‘아름다운’ 몸매를 마치 여성 섹스심벌의 육체를 탐닉하듯 세세히 찍는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에서 파스빈더가 아랍 남자를 바라보는 방식과 비슷하게, 알모도바르는 네 가지 역할을 소화해내는 가엘 가르시아 베
알모도바르, 리얼리즘 영화를 찍다, <나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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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을 기만하는 공갈빵의 예술 <연인>
영화는 잇따라 기대어놓은 ‘검’을 클로즈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편 <영웅>에서 진시황으로 하여금 살생의 도리를 깨닫게 해주었던 붉은색의 찬연한 ‘검’(劍)자 대신 육중하고 쇳소리나는 진짜 칼이 여기 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서 좋았냐’는 양자경의 말에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니, 더욱 잃어버린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와호장룡의 검을 기억하는가? 그러나 <연인>의 검은 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채우기 위해 지금 칼집에 꽂혀 있다. 허무가 사라진 자리, 꽉 찬 칼들의 춤이 화면을 메우고, 영화는 막 눈먼 소녀의 신기에 가까운 춤 솜씨와 콩알을 던져 그것의 방향을 맞추는 신선의 길안내라는 메아리 게임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거기엔 색이 넘쳐나고 소리가 넘쳐나고 장이모는 시청각적 쾌감으로 충만한 유희하는 액션의 과녁에 정확히 칼끝을 가져다댄다.
할리우드 공산품에 가까운 중국형 블록버스터
칸에서
무협을 두번 죽인 상업주의, 중국 인민을 기만하는 공갈빵의 예술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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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의 집과 감옥을 교차편집한 이유?
정성일 l 감옥과 선화의 집을 교차편집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방식은 미장센 영화가 아니라 몽타주 형식인데. 선화의 집을 감옥으로 만들기도 하면서 동시에 계속되고 있는 가정폭력의 이미지를 중첩시키고 있습니다. 태석이 새 흉내를 낼 때 선화는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한옥가옥을 찾아가서 낮잠을 잡니다. 이것은 두 장소의 몽타주인 동시에 지적인 몽타주 방식이기도 한데. 더 중요한 것은 교차편집의 방식이 감옥 전체를 초현실적인 상황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사가 없기는 하지만 사실주의적이었던 영화에서 별안간 판타지로 탈바꿈을 해버리는데, 탈바꿈의 의도는 무엇을 목표로 한 것입니까.
김기덕 l 위대한 해석입니다(웃음). 일차적으로 저는 그것이 꼭 교차편집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백과 이해의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변해가는 것에 똑같이 보조를 맞추어주어야만 했습니다. 선화는 남편이 때리면 맞받아치기도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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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아이언과 폭력과의 관계?
△ 한강 중지도에서 남편인 민규(권혁호)에게 3번 아이언을 휘두르는 것을 지도하는 김기덕 감독.
정성일 l 골프채로 공을 쳐서 사람을 공격한다는 것을 떠올렸을 때 생각한 정서적 효과는 무엇입니까.
김기덕 l 골프를 5년 전에 처음 해보면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부르주아 운동으로 보이지만 사실 섬세한 계산과 인내가 있어야 하는 운동입니다. 언젠가 골프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싫어하는 3번 아이언을 주제로요. 3번 아이언은 직선코스에 강하고 총알처럼 날아가기 때문에 전화번호부 책도 뚫습니다. 이것으로 공을 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테러라는 것을 떠올릴 때 생각하지 못하는 백색의 공과 반짝이는 은빛 골프채. 그것으로 폭력을 휘두르면 그 임팩트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력적인 폭력이라는 생각이지요.
정성일 l 태석과 선화가 함께 들르는 첫 번째 집은 사진작가의 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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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석은 선화가 만들어낸 판타지?
정성일 l 혹시 태석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던 것은 아닙니까. 그러니까 태석은 선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판타지인 것입니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두 사람의 여행이지만, 사실 그것은 혼자만의 여행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사는 원래부터 성립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감독님은 프로덕션 노트에서 ‘우리는 모두 빈집이다. 굳게 잠긴 내 자물쇠를 누군가 열고 들어와 나를 해방시켜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러던 어느 날, 유령 같은 한 남자가 나타나 나의 자물쇠를 열고 나를 데려간다. 오늘, 난 무작정 그 남자를 믿고 따라간다’라는 대목이 있는데. ‘나’는 태석이 아니라 선화입니다.
김기덕 l (웃음) 등골이 짜르르한 게 너무나 정확하게 보셨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선화의 판타지입니다. 선화에게는 한국의 주부들이 생각하는 불만이 모두 들어 있지요. 박탈당한 경제권, 언제나 집안에 갇힌 식물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 그런 것들을 스스로의 의지로는 파괴할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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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5일 오후 3시.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정성일 영화평론가가 말했다. “김기덕 감독이 웬 인사동? 영등포나 구로에서 만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웃음) 농담이지만 김기덕 영화의 변화를 암시하는 듯한 말이다. <빈 집>을 연상시키는, 한옥을 개조한 찻집에서 이루어진 3시간에 걸친 대화는 “베니스영화제 수상 축하합니다”로 시작해 “우리 밥이나 먹으러 갈까요?”로 끝났다. 그러므로 여기에 싣는 것은, 그 기나긴 애정표현의 일부를 간신히 추슬러 담은 여백없는 편지이자 <빈 집>의 나침반 구실을 해줄 김기덕의 첫 번째 고백일 것이다. /편집자
“10년간 나는 내 노선을 지켰다”
정성일 l 베니스영화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김기덕 l 감사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더이상 대담할 말이 남아 있나요? (웃음)
정성일 l 우리가 벌써 인터뷰를 했던 게 4년인데, 영화를 너무 빨리 찍으셔서 개정증보판을 내야 할 형편입니다. (웃음) 우선 이 인터뷰는 일종의 소개라는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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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들은 자기들의 주인의 마음의 실내화이며, 삶의 환유이자, 그들 자신의 작은 세계이다. 집은 세상에 떠 있는 작은 섬들이다. 그러므로 그 남자와 그 여자는 세상에 흩어져 있는 작은 섬들을 찾아 그들이 잠시 머물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런 다음 그 여자는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반복이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잉여지식과의 동거이다. 혹은 <빈 집>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유령연습”이다.
견딜 수 없는 현실을 뒤집어서 견뎌내다
그러나 <빈 집>은 여기서부터가 핵심이다. 혹은 다시 시작한다(이것은 이제 김기덕 영화에서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그는 영화를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중단하고 다시 시작한다. 이를테면 <나쁜 남자>의 마지막 장면, 혹은 <사마리아>의 세 번째 에피소드). 이제 그 (유령과 같은, 혹은 유령인) 남자는 자기의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를 증명해야만 한다. 여기서 그 남자는 연습한다. 혹은 그것은 다시 태어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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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유령연습’
“사람들은 내가 일에 미쳤다고 하죠. 한편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영화에 들어가고 결국 많은 작품을 찍어냈으니까요. 그러나 세트에서 난 휴식을 취합니다. 나에게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 해야 할 것만을 하고는 집으로 가죠. 그리고 쉽니다. 그 다음날 다시 시작하고요. 절대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전 차분한 성격이거든요.”
해외 언론들엔 김기덕은 괴물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제6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 올해 베를린과 베니스의 감독상을 독식한 이 놀라운 감독의 지치지 않는 먹성에 질문이 집중됐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은 “촬영현장은 내게 사무실이나 다름없다”는 태연한 답변으로 그들의 호기심을 더욱 부추겼다. <빈 집>에 대한 질문에도 김기덕 감독은 짧은 답변으로만 응수했다. 어디 해외 언론들뿐이었을까.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과 <빈 집>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못지않았고, 결국
김기덕과 <빈 집>에 관한 모든 것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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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차이나/ 2004년/ 감독 왕가위/ 오후 7시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장오래 전 앙코르와트 사원 석벽에 사랑의 비밀을 봉인한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아름답고 안쓰럽고, 그래서 궁금했던 그 남자 차우가 돌아왔다. 그는 변했고, 변하지 않았다.오리엔탈 호텔 2046호를 맴돌며 이라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차우(양조위)에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2046호에 머무는 매력적인 여인 바이 링(장쯔이)과 뜨거운 사이로 발전하지만,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 일본 애인과의 사랑을 힘겹게 이어가고 있는 호텔 사장의 딸 왕징웬(왕페이)과 연애와 소설에 대해 많은 공감을 나눈다. 싱가폴에서는 프로 도박사(공리)와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그늘에 묻혀 지낼 뿐이다. 자의건 타의건 둘 다이건, 차우는 ’다시’ 사랑하지 못한다. 그는 여자에게 “과거에서 벗어나면 내게로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그건 그 자신을 향한 애원이자 탄식이다. 미래라고 생각하고 쓴 소설 도 결국은 그의 과거 이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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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양조위와 한국의 톱 여배우 이영애가 부산영화제에서 만난다. 영화제 집행위에 따르면 양조위와 이영애는 8일 오후 1시30분 부산 해운대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리는 오픈토크에 참가해 관객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양조위는 <비정성시>, <아비정전>, <영웅>, <무간도> 등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모아온 중국어권 톱스타로 이번 영화제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으로 왕가위 감독과 함께 부산을 찾는다. 영화제 측의 주선으로 마련되는 오픈 토크이지만 두 스타는 만남에 각별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특히 양조위는 최근 중국어권에서 방영된 <대장금>과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영애에 대해 적지 않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영화제에 이영애는 개막식 사회자로 참석한다.올해 영화제는 오픈 토크로 이밖에 두 차례의 감독들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9일 오후5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는
이영애, 양조위 부산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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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의 김기덕 감독이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국내 출품작 선정에 대해 처음으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김기덕 감독은 6일 오전 연합뉴스에 보낸 e-메일에서 "더이상 아카데미 건으로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5일 아카데미에서 보내온 공문을 확인하고 실망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그가 '실망을 금치 못하겠다'며 지적한 것은 영진위가 아카데미측에 출품작 선정을 맡기며 보낸 공문의 내용과 이에 대한 답장에 담겨 있는 아카데미측 답변이다.김감독은 "영진위가 아카데미에 보낸 공문에 <빈 집>의 출품 자격이 있는지만 물어보면 될 것을 '<태극기...>를 출품작으로 결정한 영진위의 의견에 동의해달라, 내년으로 <빈 집>의 출품 기회를 미뤄달라'라는 얘기를 담고 있다"며 의뢰 과정에서의 공정하지 못함을 지적했다.또 "아카데미가 <빈 집>의 출품 자격이 있다고 미리 통보를 했고 영진위에 보낸 답장에서도 '
김기덕 감독 “영진위 결정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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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양조위와 한국의 톱 여배우 이영애가 부산영화제에서 만난다. 영화제 집행위에 따르면 양조위와 이영애는 8일 오후 1시30분 부산 해운대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리는 오픈토크에 참가해 관객들과 대화할 예정이다. 양조위는 <비정성시>, <아비정전>, <영웅>, <무간도> 등으로 오랫동안 인기를 모아온 중국어권 톱스타로 이번 영화제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으로 왕가위 감독과 함께 부산을 찾는다. 영화제 측의 주선으로 마련되는 오픈 토크이지만 두 스타는 만남에 각별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조위는 최근 중국어권에서 방영된 <대장금>과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공동경비구역 JSA>로 이영애에 대해 적지 않은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영화제에 이영애는 개막식 사회자로 참석한다.
올해 영화제는 오픈 토크로 이밖에 두 차례의 감독들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9일 오후5시 파라다이스 호텔
[PIFF 2004] 이영애, 양조위 부산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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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전체 관객수는 전월대비 29.1% 감소9월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점유율 55.1%를 기록하며 강세를 이어나갔다. 서울지역 극장가의 전체 관객 수는 전월에 비해 29.1%가 감소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가 6일 발표한 9월 영화산업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영화를 관람한 서울 관객수는 196만1천520명으로 전체 356만2천106명의 55.1%였으며 올해 1~9 한국 영화의 점유율은 58.4%를 기록했다.9월 점유율은 전월(8월) 58.6%보다는 3.5% 포인트 감소한 수치. 9월 극장가에 전통적으로 한국 영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한국영화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한국 영화 점유율은 59%였다. 한편 서울 지역 기준 관객 수는 8월에 비해 29.1%가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328만2천474명)보다는 8.5%가 증가한 숫자다. 올해 1~9월 관객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9월 한국영화 점유율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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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모범적인 남자 고등학생을 일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가장 쉬운 방법은? 미모의 여성을 등장시켜 그동안 억압된 성욕을, 혹은 성에 대한 호기심을 마구 자극하기. <아메리칸 파이> 시리즈를 비롯한 할리우드 청춘물이 즐겨 다루는 소재다. 성에 대한 이미지는 여기저기 널려 있으나 정작 아무것도 ‘경험’해보지 못한, 말로만 ‘섹스’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는 여기에서 한발 나아가 유치한 성적 욕망과 낭만적 사랑을 결합시키며 섹스코미디의 상상력에 로맨스의 진정성을 부여하려고 시도한다. 게다가 거기에는 포르노 배우와 포르노 사업이 단순히 눈요깃거리가 아니라 중요한, 심지어 교육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신선함(?)’도 있다.
모범생 매튜(에밀 허시)는 명문대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아놓고 장학금을 타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졸업을 앞둔 동료 학생들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그에게 일탈이란 순간의 몽상에 불과하다. 그러던 어느 날, 매튜 앞에 매혹적
평범한 모범생의 야심찬 성공담,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