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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사의 그늘을 관찰하다영화는 늘 직, 간접적으로 당대의 사회, 문화, 정치적 풍경을 담고 있지만, 양차 대전과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적 부채가 컸던 독일의 경우, 영화가 사회를 담는 그릇이 되는 일은 취향보다는 절체절명의 임무이자 부채이기도 했다. 1950년대 독일영화는 라인강의 기적 앞에서 오히려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TV의 등장으로 인해서 촉발된 영화산업의 급격한 몰락과 68혁명의 정신이 감도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출발한 '뉴 저먼 시네마'는 영화 속에서 특히 현실사회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고 애썼다. 어찌 보면 이것이 아무런 미학적 프로그램이나 영화적 입장도 공유하지 않고 있던 '뉴 저먼 시네마'의 유일한 구심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이번 회고전에 출품된 다양한 작품들의 유일한 공통분모이기도 하다.'뉴 저먼 시네마'의 모태가 되었던 '오버하우젠 선언'의 발기인이자 이후 독일 영화진흥제도의 입안에 있어서도
뉴 저먼 시네마를 회고하는 독일영화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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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냄새>와 <도와줘> 부산상 공동 수상10월9일 폐막한 제7회 PPP(부산프로모션플랜)가 그레이스 리의 <버터냄새>와 리캉생의 <도와줘>를 2만불의 상금을 주는 부산상 공동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민병훈의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코닥상을 수상해 한국코닥이 제공하는 2천만원 상당의 네거티브 필름을 받게 됐고, 봉준호의 <괴물>은 MBC 드라마넷에서 상금 1천만원을 주는 MBC 무비스상을 수상했다. 올해 신설된 씨네클릭 아시아 상은 논지 니미부트르의 <파타니의 여왕>이 가져갔다. 씨네클릭 아시아는 상금 1만 달러를 제공하고 수상작과 사전 협의를 통해 해외배급권을 우선으로 가져갈 수 있다. 역시 1만 달러의 상금이 있는 BFC(부산영상위원회)상은 장율의 <망종>이 수상했다. 첫번째 프로젝트를 출품한 신인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NDIF(New Directors in Focus)는 이원석의 <국민체조&
마켓 기능이 한결 강화된 제7회 PPP 폐막 이모저모(+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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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야, 표야, 너 거기 있었니?주말을 맞아 전국에서 몰려든 영화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남포동과 해운대 극장가. 영화를 보기 위해 먼 길도 마다 않고 달려왔지만 보고 싶은 영화의 티켓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이른 새벽부터 담요를 덮고 극장 앞 매표소가 시작되길 기다리는 ‘담요족’이 등장한 극장가, 표를 구하기 위한 열혈 관객들의 애타는 심정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표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SKT 모바일 기자단이 알려 드립니다!담요족과 깜짝 세일까지 등장9일 아침 영화동아리 회원들과 부산에 도착한 대학생 김현모(25)씨. 김 씨는 이미 표 5장을 구했지만 15명이나 되는 동아리 회원들과의 의리(?)를 위해 추가로 티켓을 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표를 교환하거나 포기하는 관객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면서, 표를 구할 때 까지 ‘상시 대기’ 중이라는군요.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관객들만큼이나 속이 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티켓
모바일 기자단이 전하는 표 구하는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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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관객들은 직설어법으로 물었다. 그러나 감독은 간접화법을 택했다. 올해 부산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된 호유항 감독의 <안식처> 상영이 끝난 후 객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무기력한 삶을 그린 <안식처>가 그리 관객이 이해하기 쉬운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객의 첫 질문도 “도대체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였다. 여기에 대한 호유항 감독의 답변은 “그건 내가 대답할 부분이 아니다”라는 것. 계속해서 “영화가 너무 불친절하다”고 말하는 관객들을 향해 그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찾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나의 설명으로 인해 영화 해석의 범위가 좁아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가족에게서 영화적 영감을 가장 많이 얻고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호 감독은 “일부러 편집, 음향보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말레이시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가
<안식처>의 호유항 감독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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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몰락을 눈으로 확인했다"다큐멘터리 <길동무>는 20살의 청년 이주희 씨가 막 귀농을 한 시점에서 시작한다. 약물 중독자였던 주희는 땅 일구는 법을 배우고, 갓 귀농한 2002년 7월, ‘우리 쌀 지키기 백인 백일걷기’에 참가해 2002년 7월부터 105일간 진도에서 여의도까지 걸어갔다. <길동무>는 길 위에서 만난 농촌의 현실을 그린 다큐인 동시에 버리고 싶은 과거를 끌어안고 먼 길을 떠난 한 청년의 로드 무비이다. 영화 상영 뒤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서, 한 관객은 “다른 영화 표가 없어서 <길동무>를 보게 됐는데 잘 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고,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뜨지 않고 김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자리에 주인공 이주희 씨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이 씨를 귀농의 길로 안내한 ‘박 선생님’이 자리를 함께 했다.영화의 내용과 촬영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먼저 있었다. 영화가 ‘개인의 변화’와 ‘농촌의 현실’ 사이에서 갈
다큐멘터리 <길동무>의 감독 김태일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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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케렌 예다야 오픈 토크 현장
올해 칸이 지지를 보낸 감독들이 부산에서 다시 뭉쳤다. 9일 파라다이스 호텔 정원에서 열린 오픈토크의 주인공은 <올드보이>의 박찬욱, <열대병>의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오르>의 케렌 예다야. 심사위원대상, 심사위원 특별상,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었던 이들의 오픈 토크는 박 감독이 케런 예다야에게 칸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렸던 연유를 묻는 것으로 시작했다. “원래 잘 우는 편이다. 지금도 울려고 마음만 먹으면 울 수 있다”고 좌중을 웃긴 케렌은 “<오르>의 모녀처럼 세상에는 아직도 소외받고 어렵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박 감독은 미술 작업도 병행하는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에게 자신의 동생도 미술을 한다는 이야기를 곁들여 미술과 영화작업의 연관성을 묻자, 그는 “대학 시절부터 영화는 미술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답했다.
진행을
박찬욱 등 칸이 사랑한 세 감독, 관객들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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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2004, 80분, 감독 장 뤽 고다르, 오전 11시, 대영 3관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쉽게 안다고 말할 수 없는 현대 영화의 거장, 고다르. <아워 뮤직>은 그의 최신작이다. 여느 노장감독이라면 세월의 위협을 이겨내기에도 벅찬 나이인 74살에 고다르는 여전히 영화와 세계가 닿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늘상 그렇듯이 <아워 뮤직>은 미술, 음악, 철학, 역사학의 지식들이 서로 모여 지식의 ’서가’를 이룬다.영화는 지옥, 연옥, 천국으로 나눠져 있다. 첫 번째 장 지옥편에서 그는 ’전쟁의 역사’ 를 보여준다. <영화의 역사>에서 수많은 작품들을 인용하고 그것들을 하나의 ’디졸브’로 이으면서 따로 뗄 수 없는 인류의 인과관계를 완성시켰던 고다르는 유사한 방식으로 이 지옥편을 구성해낸다. 수없이 많은 영화들의 전쟁장면과 인류가 겪은 거의 모든 전쟁 자료가 뒤섞인다. 두 번째 장 연옥으로 넘어가면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사라예보가 배경
<아워 뮤직> Our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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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04, 감독 한스 바인가르트너, 오전 11시 메가박스 5관 다큐멘터리의 질감으로 시작되지만 픽션이라는 게 금방 드러난다. 복면 쓴 누군가 고급 저택에 침입해 집안의 온갖 물건들을 멋대로 재배치한다. 그게 마치 설치미술 같아서 약간 예술적인 느낌마저 준다. 작품에는 작가의 사인이 필요하다. “돈이 너무 많은 자본주의 돼지들”에게 이대로는 안된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그 인장을 대신한다.침입자들의 사연과 ‘행위예술’을 꽤 오래도록 지켜봐야하는데 다소 지리하다.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 얀(다니엘 브륄)과 페터의 입에서 노예, 억압, 착취 등의 단어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어쩐지 낯설다.하지만 머지않아 깜짝쇼가 벌어진다. 페터의 여자친구가 가세한 이들의 작업 현장을 목격한 한 부르주아를 본의 아니게 깊은 산속으로 납치하게 되면서부터다. 갑자기, 그 부르주아가 젊은이들의 이상을 진심으로 이해하겠다며 맘좋은 아저씨가 된다. 자신이 68혁명 당시 독일 지도부의 일원이었고, 지금의 아내는 함께
<에쥬케이터> The Edukat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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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봐 주세요.” 오늘 만난 두 팀은 신기하게도 같은 말을 한다. <꿈꾸는 손짓 너머>를 찍는 이지형씨 팀과 <너를 믿는다>의 이문호씨 팀. <꿈꾸는 손짓 너머>는 스스로도 하반신 장애를 겪고 있는 연출자가 청각장애인 혜림씨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 다큐멘터리 다. 반면 <너를 믿는다>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고는 주인공들이 장애인임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영화. 관객은 마지막까지 그들의 신체적 고통을 모르는 상태에서 주인공들의 우정과 경쟁 이야기를 지켜보게 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라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녔지만, 모두 최대한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그리려 한다는 두 팀의 영화 촬영 현장을 만나보자.한국영화에도 자막을 부탁해, <꿈꾸는 손짓 너머> 현장“안녕하세요, 박찬욱 감독님. 한국영화에도 한글 자막을 넣어주실 생각이 없으신가요?” 10월8일 금요일 오후 5시 메가박스 4관. <올드보이>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의
상상예찬 영화제작단, <꿈꾸는 손짓 너머><너를 믿는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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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즐거움이 나의 행복이다"<품행제로>의 조근식 감독은 성룡과 홍금보와 원표의 영화를 보면서 십대 시절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홍금보는 왠지 큰형님같고 막후실력자같아서 좋아했다”는 그는 2001년 칸영화제에 놀러갔다가 길거리에서 만난 홍금보에게 무작정 다가가 사진을 찍은 적도 있다. 바로 그 형님 홍금보가 부산에 왔다. ‘아시아 영화 네트워크의 뿌리를 찾아서: 한-홍 합작시대’에 초청된 홍금보는 <용호문> <흑권> 두편의 출연작과 함께 80년대 초반 그를 보며 울고 웃었던 한국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물 주세요” “괜찮아요”라고 짤막한 한국어를 들려준 홍금보와 신작 <여름 이야기>(신작) 시나리오 마감 와중에도 새벽 6시 40분 열차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온 조근식. 국경과 세대를 넘은 두 영화인이 부산영화제에서 만났다.조근식: 당신은 북경 오페라 학교 출신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북경 오페라 학교만 나오면 다 고수가 되는 줄 알았다(
코믹액션의 전설 홍금보를 만나다(+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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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03년/ 감독 모건 스펄록/ 98년/ 대영3 오후 2시미국은 슈퍼 사이즈의 나라다. 커다란 자동차, 커다란 건물, 그리고 커다란 사람들. 모건 스펄록은 미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뚱뚱한 것일까 자문했고, 패스트푸드 체인 중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맥도널드에 혐의를 돌리게 됐다. 그리고 그는 실험을 시작했다. 스펄록은 30일 동안, 세 끼를 전부 맥도널드 음식만 먹고 마시고, 혹시 종업원이 물어보면 슈퍼 사이즈 메뉴를 주문했다. 건강식으로 튼튼하게 키워왔던 그의 몸은 잠깐 사이에 드라마틱할 정도로 무너졌다. 그는 체중이 늘었고, 혈압과 혈당이 위험 수치를 향해 갔을 뿐만 아니라, 피로와 신경질도 심해졌다. <슈퍼 사이즈 미>는 자본과 마케팅의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패스트푸드 체인들을 직설적이고도 충격적으로 공격하는 영화다.선댄스 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 감독상을 수상한 <슈퍼 사이즈 미>는 영화로서 재미도 충분하다. 스펄록은 그 자신을 생체실험하
<슈퍼 사이즈 미> Super Siz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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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04년/ 감독 이와이 순지/ 135분/부산1 오후5시하나와 앨리스는 단짝친구다. 전철 안에서 미야모토를 보고 반한 하나는 그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그가 있는 만담 써클에 가입한다. 하나는 언제나처럼 미야모토를 쫓아가다가, 차고 문에 부딪쳐 잠깐 기절한 그앞에 서있게 된다. “기억 안나요?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기억날 리가 없지만, 미야모토는 하나의 말을 믿고, 그녀와 사귀기 시작한다. 그러나 미야모토는 헤어진 자신의 여자친구 배역을 맡아 나타난 앨리스를 정말 좋아하게 된다. 두 소녀와 한 소년은 수줍은 연애의 단계에서 다툼과 질투와 눈물이 얼룩을 남기는 긴장어린 관계로 접어든다.<하나와 앨리스>는, 그 진짜 색채와는 관계없이, 분홍색을 떠올리게 되는 영화다. 발레복을 입은 소녀들의 웃음소리와 그림책에서 오려낸 것같은 트럼프, 좋아하는 남학생을 몰래 찍은 사진들. 봄비같았던 를 추억하게 만드는 <하나와 앨리스>는 드문드문 비치는 현실의 그
<하나와 앨리스> Hana and A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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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다<우먼트랩>의 감독 앵키 빌랄은 당대 최고의 유럽 예술 만화가중 한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니코폴이라는 정치범, 독수리의 신(神) 호루스와 푸른 머리칼의 여자 질의 모험을 그린 그의 만화 <니코폴>은 한국에서도 출간되어 소수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지난 10월 8일 저녁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상영된 <우먼트랩>은 <니코폴>에서 기본적인 영감을 가져와 만들어진 SF 대작. 앵키 빌랄은 "강한 바람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상영장을 메운 관객들에게 감동했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3부작으로 구성된 방대한 만화 <니코폴>을 스크린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불가능해 보여서 더욱 도전을 결심하게 되었다. 원작을 전혀 직접적으로 참고하지 않은채 3부작 만화에 대한 기억과 느낌만을 토대로 작업했다. 다행히 프랑스에서는 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비평적인 성과도 좋았다.-헐리우드
<우먼트랩>의 감독 앵키 빌랄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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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영해준의 뒤집어보기 엎어보기 (이하 글은 13세 이상 18세 이하 관람 가)얘덜아, 이 ‘형 혹은 오빠, 것도 아님 아저씨’가 재수하던 시절 얘기를 잠깐 해볼라 그래. 종합반에 같이 다니던 어느 여자애를 알게 됐거든. 그 애는 예쁜 몸매는 아니었지만 목이 길고 빗장뼈가 멋지게 양 갈래로 뻗은 아이였어. 그 애는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오직 그 애만이 낼 수 있는 몸짓과 말투가 있었지. 그런 애한테 한번 반하면 그건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 되는 거야. 마력.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이 ‘형 혹은 오빠, 것도 아님 아저씨’는 그 애와 말을 트게 되었어.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 유일하게 그 애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 재수학원에서 비탈길로 3분을 내려오면 지하철역이 있었는데, 교회 장로인 그 애의 엄격한 아버지는 항상 그 곳에서 딸을 기다리다가 데려가곤 했었어. 그러니까, 그 애와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오직 3분. 그 3분 동안 무슨 얘기할까를 밤새 공부하다가
하나와 앨리스 보고 사랑을 배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