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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작가를 만나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
히치콕(1899∼1980)은 이제 신화다. 살찐 이중턱 위로 삐죽 나온 아랫입술과 불룩 나온 배가 그려내는 특유의 실루엣으로 한눈에 그임을 알아보게 하는 이 감독이 영화사에서 거의 신격화된 존재임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바로 지난해 전세계 영화계가 이 거장의 탄생 100주년을 ‘경건하게’ 기념한 ‘사건’이다. 세계의 영화인들은 20세기, 즉 영화의 세기를 히치콕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고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함으로써 보낸 것이다. 영화탄생 100주년과 맞먹을 정도로 자신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인이 도대체 또 어디에 있을까?
나에게 히치콕은 중고등학생 시절 텔레비전의 흑백 브라운관을 통해 다가왔다. 당시 나는 앨프리드 히치콕이란 이름을 ‘서스펜스의 거장’ 정도로 알고 있었다. 여기에 그가 자기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든 한번씩 얼굴을 내미는 독특한 감독이며, 한 장면 한 장면 손수 스토리보드를 그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7] - <히치콕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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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애니메이션 <딸기 마시마로>가 TV 방영에 앞서 ‘프롤로그’ DVD로 먼저 선을 보인다. 오는 6월 8일 일본에서 한정판으로 발매될 이 타이틀에는 DVD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 애니메이션이 수록되며 주연 성우들의 인터뷰가 포함된다.
<아즈망가> 제작진이 참여하여 화제를 모은 동명의 원작만화는 현재 국내에도 단행본으로 출간된 상태. 7월부터 일본 BS-i에서 방영될 애니메이션판은 <니어 언더 7> 등에서 정감 있는 캐릭터 묘사를 선보인 사토 타쿠야가 감독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야무라 유코(신세기 에반게리온)와 카와스미 아야코(마호로매틱) 등 인기 성우들의 출연도 팬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日 애니 <딸기 마시마로> DVD로 먼저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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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에서 생긴 일
시드니 루멧의 <영화 만들기>
연극의 유산과 텔레비전의 현장성을 잘 결합시킨 시드니 루멧의 영화를 개인적으로 퍽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들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 못 된다. 주목할 만한 데뷔작 <12인의 노한 사나이>나 <전당포> 같은 고전이 비디오로 출시되지 않았을뿐더러, 명작 <네트워크>도 비디오숍에서 금방 찾기 힘들다. 이런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시드니 루멧이 자신의 영화제작과정을 토대로 쓴 <영화 만들기>는 얼핏 흥미가 덜할 수도 있다. 오히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교과서적으로 충실히 풀이한 다른 이론서가 도움이 클지 모른다.
그럼에도 굳이 <영화 만들기>를 추천하는 것은 이 책이 먼저 연출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이면서도 동시에 영화에 이론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시드니 루멧은 거장답게 자신의 특수한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6] - <영화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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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영화의 제왕, “내 멋대로 했다”
로저 코먼의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어쩌다가 나는 영화보기를 잠깐 멈추고, 영화에 관한 책을 보게 된 것일까. 잡지 말고, 영화에 관한 책으로 처음 봤던 것은 아마도, <신과 악마의 동화>일 것이다. 배우들의 라이프스토리와 출연작들의 스틸을 얼기설기 엮어놓은 책이었다. 그 다음에는 주로 대학 시절에 읽었다. 당시로서는 유일한 영화 개론서인 <영화의 이해> <민족영화를 위하여> <영화의 이해> 에이젠슈체인에 관한 책도 몇권 있었다. 영화언어나 한길사에서 두번인가 나오다만 고급스러운 영화잡지도 있었다. 그런 책들을 그냥 주절주절 읽었다.
나는 영화과를 나오지도 않았고, 영화 동아리에 가입하지도 않았고, 친구들과 어울려 8mm 단편영화를 찍지도 않았다. 영화마당 우리의 단편영화 워크숍에 참가한 것은 후의 일이었고, 그 전까지는 그저 잡지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5] -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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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을 좋아하세요?
스티그 비에르크만의 <우디가 말하는 앨런>
<모두 주고 싶다>란 책을 발견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기회 때문이다. 재수 시절, <수학의 정석I>을 누군가 훔쳐 가버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난 아주 기분이 더러워졌다. 수학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나로서는 <수학의 정석1>을 다시 사야 된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 분명 정석의 제일 앞부분 1장 집합만을 볼 것이 뻔한 책을 다시 사야 된다는 것이 기분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아예 사지 않기에는 한편으로 마음이 불안했다. 그 책을 베개로 삼을지언정 수학의 정석 정도는 갖고 있어야 되는 것이 재수생의 도리로 여겨져 남영동 어느 헌책방을 가게 되었고, 산처럼 싸여 있던 책더미 사이에서 <모두 주고 싶다>라는 이장호 감독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무살 시절에 이장호 감독이 쓴 일기장을 태멘이라는 곳에서 출판한 책이었다. 나는 너무나 기뻐 수학의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4] - <우디가 말하는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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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비평에 관한 ABC
수잔 헤이워드의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를 강의를 통해 배운 적은 없었다. 학부에선 생물학을 공부했고, 대학다닐 때 유일한 홍일점 야구선수로 뽀얀 흙먼지 뒤집어쓰고 놀기에 바빴으니, 영화에 관한한 무슨 교양강좌나 무슨 아카데미, 무슨 무슨 학교에조차 얼굴을 들이민 적이 없는 셈이다. 가끔 영화 강의를 하러 가는 곳에 이력서 제출이나 영화에 관한 경력을 물어보면, 그냥 ‘<씨네 21> 평론상을 수상했어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오히려 그쪽에서 머쓱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긴 자기가 무슨 쿠엔틴 타란티노라고.
실제로 인생의 많은 것들은 환자한테서 배웠다. 무엇이 정말 잔인한 것인지 무엇이 진짜 슬픈 것인지에 관해서 말이다. 영혼이 부서진 정신과 환자의 그림은 놀랍도록 영화의 한 장면과 닮아 있다. 까만 크레파스로 사람들이 둥글게 손을 맞잡고 있는 말기 정신분열증 환자의 그림에서 프에블로 인디언족의 벽화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3] -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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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무엇을 하는가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영화 책은 별로 기억이 없다. 대학 초년생 시절, 그 당시로는 영화 책이 가장 많았던 서강대 도서관에 여름방학 동안에 죽치고 앉아서 잉마르 베리만의 비평서나 피터 울른의 <영화의 기호와 의미>를 뜻도 모르면서 붙잡고 있기도 했지만 결국 다 읽는 데는 실패했다. 그보다는 옛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한 월간지 <영화>의 번역 글을 읽는 것이 훨씬 재미있었다. 행간에 새마을운동 구호가 적혀 있고 박정희 대통령 어록도 심심치 않게 실려 있던 70년대 유신시대의 그 월간지는 영화가 한국에서 얼마나 구박받던 매체인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증거물이지만 매 호마다 꼭 실리는 번역 글은 재미있었다. 하길종 감독이 번역했던 ‘영화는 메타포가 아니다’라는 잉마르 베리만의 에세이, 배창호 감독이 번역한, ‘70년대 미국영화의 자식들 세대’ 감독의 스타일에 관한 리처드 제임슨의 ‘스타일 대 스타일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2] - <영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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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전>에서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까지
8명의 영화인이 말하는 내 인생의 영화책
“관객의 지성과 감성을 바탕으로 작품이 주는 충격을 최대한 연장시키는 것(앙드레 바쟁)”이 비평가의 지고한 임무라면, 영화감독은 보들레르가 말한 대로,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해주는 사람”을 꿈꾸는 자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이런 염원을 품도록 한 영감의 태반은 무엇이었을까?
여기에 실린 8명의 필자들은 한결같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첫 번째로 꼽는다. 현재 감독과 비평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시작은 영화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상이한 사유의 궤적을 거쳐 지금 이곳에 이르렀으며, 그 여정에서 평생 가슴에 품을 만한 책 한권씩을 발견했다. 그 중에는 <영화사전>처럼 영화를 ‘넓게’ 보도록 안내하는 책이 있는가 하면, <히치콕과의 대화> <낮은 목소리2 제작노트>처
내게 영화를 가르쳐준 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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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의 유명 SF 소설 을 원작으로 한 3부작 미니 시리즈. 찬반양론에 휩싸였던 데이빗 린치의 영화와는 달리 미국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얻었던 작품이다. 우주 최고의 자원 스파이스의 생산지인 모래 혹성 아라키스를 둘러싸고, 여러 종족들과 세력들간의 정치적 암투와 전쟁을 그리고 있다. 저예산 TV 영화답게 빈약한 특수효과가 종종 눈에 걸리지만 영화판보다 디테일한 내용과 풍성한 볼거리를 담고 있다.
TV물임에도 1.78: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비와 돌비 디지털 5.1 채널 음향을 지원하고 있어, 시청각적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제작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부록이 있으나 한글 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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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에서는 날마다 갈라 스크리닝(드레스코드가 적용되는 상영)과 레드 카펫 행사가 있다. 보통 하루에 두건씩 열리고 경쟁부문 영화들은 필수적이다. 비경쟁 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 등의 상영작들 중에서도 (작품이 어떤가에 상관없이!) 스타가 있는 영화는 갈라 스크리닝을 갖는다. 오전에는 기자회견 전 포토콜 따라가랴, 저녁엔 턱시도 입고 레드 카펫 촬영하랴, 각국의 사진기자들은 온종일 땀을 흘린다. 올해 칸은 <신 시티>와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가 있어 일단 수적으로 화려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이클 매드슨, 소피 마르소, 맷 딜런, 발 킬머, 다이앤 크루거,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등이 경쟁부문 외 상영작으로 칸 카펫 위에 섰지만 지면 관계로 싣지 못했다. 영화를 잘 만든 감독은 빛이 나고, 드레스를 입은 배우들은 눈이 부시다.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6] -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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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사상 최다 진출…
김기덕의 <활>부터 장률의 <망종>까지 현지 반응
올해 58회 칸영화제에는 장편 6작품, 단편 1작품 등 총 7작품의 한국영화가 진출했다. 한국영화 사상 초유의 일이다.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경쟁부문, 김기덕 감독의 <활>이 주목할 만한 시선,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이 비경쟁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가 각각 비공식 감독 주간, 조선족 장률 감독의 <망종>이 비공식 비평가주간에 포진됐다.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는 심민영 감독의 단편 <조금만 더>도 포함됐다. 각 부문에 고루 초청받은 것이 특기할 만하다.
김기덕의 <활>, 호응도 좋은 편
5월18일 현재, <극장전>을 제외한 모든 감독들의 영화가 이미 상영을 마쳤고 호평과 관심 속에 기자회견 등을 열었다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5] -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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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신성 발견 - <상그레> <천국에서의 전쟁>
<불타버린 극장의 예술가들> <그림 그리기 또는 사랑 나누기>
작은 변명을 먼저 덧붙이면, 여기서 ‘신성의 발견’이란 이름으로 간추린 네명의 감독 중 아마트 에스칼란테를 제외한 세 사람은 순수하게 신성도, 순수하게 발견도 아니다. 캄보디아 출신의 리티 판은 1985년 <사이트2>를 시작으로 20년간 활동해온 다큐멘터리스트이자 극영화 감독이고 8편의 작품 가운데 2편이 칸에 초청된 적이 있으며 지난해 EBS와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각각 그의 영화 <앙코르의 사람들>과 <방황하는 영혼의 땅>을 국내에 소개했다. 몇년 전 미국에서는 리티 판의 회고전도 열렸다.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데뷔작 <하퐁>(2002)으로 200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의 아르노 라리유와 장 마리 라리유 형제는 지금까지 1편의 단편, 1편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4] - 4인의 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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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인터넷 연재만화 ‘다세포소녀’(www.dasepo.com)가
영화화된다. ‘다세포소녀’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된 후 네티즌들의 퍼나르기로 유명해진 만화로 만화의 원작자는 단행본을 낸 경력이 있는 프로 만화가 B급달궁이다. 원작자는 잡지에 담기 힘든 얘기를 자유롭게 풀어내기 위해 인터넷에 이 만화의 연재를 시작했다.
만화는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과 선생님들이 등장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다세포 소녀’는 순정 만화풍의 등장 인물들이 수위 높은 성적인 코드를 기본으로 한 엽기적인 일을 벌이는 기발한 설정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주류 매체에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수위로 성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는 이 만화는 내용과 표현의 수위가 높은 만큼 이러한 핵심 설정을 영화에 어떻게 담느냐가 관건이다.
‘다세포소녀’의 제작은 영화세상이 맡았다.
화제의 인터넷 연재만화, ‘다세포소녀’ 영화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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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의 미국 연작 두번째 <만달레이>
다르덴 형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구제 연작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라면, 라스 폰 트리에는 말 그대로 미국 삼부작 중 두 번째 연작을 완성해서 이번 칸에 왔다. 이미 그 첫 번째 작품 <도그빌>로 미학적 급진성을 인정받았고, 황금종려상도 탄 뒤이기 때문에 그의 두 번째 작품 <만달레이>가 또 어떤 영화가 될 것이냐는 예측이 난무했다. 결과적으로는 라스 폰 트리에 자신이 말한 바에서 크게 벗어나질 않는다. “내가 구상한 인물과 사건이 미국이라는 공간을 빌리고 있는 것뿐이다. 내가 갖고 있는 미국에 대한 느낌 그리고 지식에 대한 영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전편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색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이 3부로 넘어가는 어떤 매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전히 영화적인 모든 미장센들은 배제되어 있다. 또는 ‘벌거벗은 미장센’만이 있다. <도그빌>처럼 연극 무대와 같은 한정된
제58회 칸영화제 중간 결산 [3] - 거장들의 신작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