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로 코엘료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브라질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에 정신병원을 들락거렸으며 히피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이후 <연금술사>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 등의 소설을 썼고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 그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오 자히르>는 다른 코엘료의 근작처럼, 영적 체험과 사랑을 찾아 먼길을 떠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런데 분량이 조금 만만치 않다. 400페이지를 넘는 분량의 소설을 통해 우리는 코엘료가 제안하는 신비로운 여행을 접한다.
<오 자히르>는 보르헤스의 단편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한다. 책의 서두에서 포부르 생 페르가 인용하는 보르헤스의 정의에 따르면 ‘자히르’는 “이슬람 전통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눈에 보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느낄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일단 그것과 접하면 우리의 사고를 점령해나가 다른 무엇에도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사물 혹은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신성
지금까지의 너이기를 그만두고, 너 자신이 돼라, <오 자히르>
-
스무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마흔살이 되어서도 사회주의자라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20년 전에는 참 널리도 퍼져 즐겨 사용되곤 했던 이 격언은 지금 고어(古語)이거나 사어가 되어버렸다. 이 표현이 몹시도 생소할 젊은이들을 위해 간단한 해설이라도 붙여야 하겠다.
대개 마흔 줄에 들어선 사람들에 의해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위압이 앞서는 분위기보다는 회유가 앞설 때 흔히 사용된다. 남영동 대공분실이나 안기부 지하실, 각경찰서의 대공과 취조실 뭐, 이런 곳들에서 대공혐의자들을 수사 및 지도할 때 간혹 양념처럼 사용했다. 검찰수사관 입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는 보직 교수들이 이 말을 사랑하기도 했다. 사회지도층, 수사층, 정보층 외의 일반인들 중에서도 자신을 반공보수로 여기는 사람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원래의 의미와는 달리 ‘후일 마흔이 되어 골이 없어진다면 스물의 심장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일까’라는 투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머리보다는 심장으로
-
웬일인지 한달째 목소리가 들락날락한다. 누군가에게 말을 하면 중간중간 음절들이 목구멍을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내 귀 안에서만 공명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군데군데 이빠진 묵음들을 미루어 짐작하면서 듣는 셈이다. 냉방병일까, 말하기가 부끄러워 생긴 증세일까 갸웃거리다가 <여고괴담4: 목소리>를 봤다. 바로 이거야! 영화 주인공처럼 실제로 나는 이미 죽었고 착한 가족과 동료의 기억 덕택에 산 사람 흉내를 내왔지만 마침내 사람들의 기억이 희미해진 거군. 이 새로운 가설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듣는 둥 마는 둥이어서 내 심증은 굳어졌다.
어쨌거나 <여고괴담4: 목소리>가 보여준 아이디어는, 영화의 소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누구나 “영화 보러 간다”고 말하지 “영화 들으러 간다”고 말하지 않지만, 영화 관람은 청각적으로도 대단히 특별한 체험이다. 누군가에 의해 ‘디자인’된 소리가 공들여 층을 쌓고 사방팔방에서 귀를 자극하는 사태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오픈칼럼] 사운드 오브 매직
-
도청사건 때문에 시끄럽다. 아무리 시끄러워봤자, 도청 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는 결코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재벌기업과 언론사가 거론되었지만 그것도 유야무야 넘어갈 것이다. 어차피 그 ‘도청’이란 것도 지배집단 내에서의 암투일 뿐이고, 사실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다. FBI의 후버 국장은 백악관에도 도청장치를 설치했고, NSA는 세계의 모든 통신을 검열하는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알려져 있다. 전화나 e-메일에서 폭탄 같은 금기단어가 쓰이는 것을 모두 검색하고, 이론적으로는 모든 도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원하기만 한다면. 이미 <에너미 오브 스테이츠> 등을 통해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정의가 승리하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정리가 되던, 정보기관의 도청이나 개인 정보 수집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보조직의 필수적인 임무이자, 생존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정보조직을 만드는 것은 자신, 이를테
[숏컷] 조직이 무엇이건데
-
-
일본 최고의 인기 드라마 시리즈 <춤추는 대수사선>이 한정판 컴플리트 박스로 오는 11월 25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완간서 경찰들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춤추는 대수사선>은 1997년 오리지널 TV 시리즈가 종결된 이후에도 스페셜 방송이 꾸준히 제작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 이미 두 편의 극장판이 제작되어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오다 유지가 연기한 형사 주인공 아오시마는 물론 조연 캐릭터들까지 덩달아 사랑을 받아, 그들을 주연으로 한 스핀오프 영화들까지 나올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시리즈다.
현재까지 일본에서 발매된 <춤추는 대수사선> 관련 DVD를 한데 묶은 이번 박스세트는 오리지널 TV 시리즈를 비롯해 각종 스페셜 방송, 그리고 두 편의 극장판 모두 담은 타이틀로 디스크 장수만 무려 16장에 달한다. 이 가운데서도 2003년 일본에서 천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두 번째 극장판 <춤추는 대수사선 2 -
<춤추는 대수사선> 컴플리트 박스 일본 발매
-
없이 살아서 그런 것 같다. <씨네21> 513호에 실린 김소영 교수의 <친절한 금자씨> 평에 따르면 나는 ‘친절한 금자씨’과가 아니라 찌질한 종두씨(<오아시스>)과다. 또는 하얀 생크림 케이크과가 아니라 희멀건 두부과다. 성능은 떨어져도 무조건 예쁜 총을 선택하는 금자씨가 아니라 ‘그까이꺼’ 대충 싸구려 꽃다발 달고 임대아파트로 털레털레 걸어가는 종두가 내 친구였던 것이다. <오아시스>를 그리 재미있게 보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임대아파트 또는 서민아파트에 대한 나의 친연성은 꽤나 유서 깊다. <소름>이나 <강원도의 힘>을 좋아했던 것도 사실은 내가 임대아파트과인 탓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잡는 트집인데 나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의 방이 등장하는 순간 허걱했다. 얼룩말 무늬를 연상케 하는 검붉은 벽과 어둡고 기하학적인 무늬의 이불,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임대아파트에 어울려
[투덜군 투덜양] 뭐든지 아름다워야 한다고? <친절한 금자씨>
-
롱테이크는 널리 알려진 촬영기법 가운데 하나다. 오랜 시간 컷을 나누지 않고 찍는 이 기법은 지루한 예술영화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무조건 부당한 것은 아니다. 의미없는 롱테이크만큼 효과만점인 자장가도 드물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롱테이크는 가장 단순한 촬영기법이다. 널리 아다시피 뤼미에르가 만든 최초의 영화는 롱테이크로 찍은 것이다. 컷을 잘게 나누고 편집을 하는 것은 좀더 나중에 개발됐다. 초기 영화의 발달사는 지금 현재 어떤 개인이 영화를 배운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롱테이크는 편집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게 자연스런 선택이다. 그러던 롱테이크가 대가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기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장들의 영화에서 롱테이크는 시간과 감정의 결정체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롱테이크는 지루하다는 말을 믿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예를 들어 <살인의 추억> 도입부에 롱테이크로 촬영한 장면. 넓은 들에서 시체가
[편집장이 독자에게] 어떤 롱테이크, 정성일과 박찬욱의 대담
-
지난 6월 출시되어 팬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던 <죠스> 30주년 기념판 DVD가 유니버설을 통해 9월 중 국내에서도 선보인다.
개봉 30주년을 맞아 부록과 사양을 보강하여 새로 출시한 <죠스>는 기 출시된 DVD에 1시간으로 단축 수록된 메이킹 다큐멘터리를 2시간짜리 원판으로 복원했으며, 각각 별도로 발매되었던 돌비 디지털 5.1과 DTS 사운드를 한 장으로 합쳤다. 이외에도 500여장에 이르는 테마별 이미지 갤러리, 1974년의 촬영 현장을 기록한 영상, 삭제 장면 등 다양하고 충실한 부록을 담고 있다.
또한 유니버설에서는 30주년 기념판의 출시와 함께 총 4편으로 구성된 <죠스> 시리즈 전편을 모은 DVD 박스 세트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죠스> 30주년 기념판 9월 국내 출시
-
니콜 키드먼과 숀 펜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인터프리터>가 다음 달 DVD로 출시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야망의 함정>의 시드니 폴락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로 유명한 영국의 워킹 타이틀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본격 액션 스릴러.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의 암살을 막기 위해 UN 통역가와 연방요원이 벌이는 활약을 그렸다.
사상 최초로 UN 본부 건물에서 촬영된 영화로 화제를 모았으며 <세븐>과 <패닉 룸> 등으로 잘 알려진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독특한 영상미, 극중 곳곳에서 등장하는 액션 장면들도 볼거리다.
DVD 부록으로 극장공개판과 다른 미공개 엔딩, UN 본부 촬영에 얽힌 다양한 뒷 이야기와 촬영 풍경, 니콜 키드먼이 직접 소개하는 UN 통역사의 일상 등이 관심을 끌며, 시드니 폴락 감독의 음성해설과 화면 비율의 차이에 따른 장면 편집 과정 등 충실한 내용을 수록할 예정이다. 2.35대 1 아나모픽
니콜 키드먼 주연 스릴러 <인터프리터> 9월 출시
-
<웰컴 투 동막골>이 아무래도 일을 저지를 조짐이다.
지난 4일 개봉한 <웰컴 투 동막골>은 개봉 11일만에 전국 관객 누계 300만을 돌파하더니 17일 현재 367만명을 동원, 내주 4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더욱이 이번 주말 개봉작들중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 <웰컴 투 동막골>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며, <박수칠 때 떠나라>와 <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이번 주말 "극장가 빅3" 자리를 계속 이어갈 것 같다.
이번 주말은 대작은 없지만, 한국영화 3편을 포함해서 총 9편의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영화가 대거 개봉한다.
성현아 주연의 호러 영화 <첼로>가 여름호러시즌의 마지막 주자로 나서고, 이범수 최성국 투톱의 경찰 코미디 영화 <이대로 죽을 순 없다>와 함께 여름방학때 마다 나오는 남기남표 아동영화 <바리바리짱>까지 가세해 극장가 한국영화 파워에 힘을 싣는다.
해외영화로는 와
[주말극장가] <웰컴 투 동막골>의 흥행질주 계속된다
-
홍콩영화의 포스트 뉴웨이브 세대로 등장한 관금붕은 유례없는 예술영화 몇편을 내놓는다. 관금붕 자신이 말한 바 홍콩 영화산업이 활황을 구가하던 시기였기에 <연지구> 같은 영화의 제작이 가능했듯이, 당시 홍콩 대중영화의 인기에 편승해 국내에 소개됐던 그의 영화들은 낯선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인지구>로 잘못 소개된 <연지구>는 요괴영화와 모던 멜로드라마를 혼용한 작품이다. 영화는 과거의 연인을 찾아 현대로 찾아온 귀신을 통해 지키지 못한 사랑의 약속, 사라지는 홍콩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 변화에 대한 낭만적 거부를 이야기하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촘촘한 화면구도 속에 죽어가는 듯 대사를 읊는 배우의 모습이 탐미적 시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1920, 1930년대 중국의 대표적 배우인 완령옥을 그린 <완령옥>은 관금붕과 배우들의 토론, 완령옥의 기록영상, 그리고 영화 속 영화가 컬러와 흑백영상으로 교차되어 나오는 작품이다. 연기자는 미쳐야 한
[DVD vs DVD] 홍콩 포스트 뉴웨이브, 관금붕
-
90년대 초반, 마블 코믹스를 영화화한 <캡틴 아메리카>를 본 적이 있다. 만화 원작 영화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라고 할 수 있는 <캡틴…>은 싸구려임이 확연한 조잡한 영상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도 드라마와 연기가 너무나 서툴렀다. 10여년이 지나 본, 같은 마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스파이더 맨2>는 모든 면에서 <캡틴 아메리카>와 대조적이다. 이 영화는 참신하면서도 박력이 넘치는 영상뿐만 아니라, 탄탄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관객에게 감동을 주었다. DVD에 실린 두개의 음성해설 가운데 배우와 감독,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 것을 선택해보라. 그들이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얼마나 연구했고 얼마나 정확하게 장면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 1편과 달라진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도입부의 해설과 클라이맥스에서 스파이더 맨이 가면을 벗어야 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웬만한 영화분석 이상으로 훌륭하
[코멘터리] 스파이더 맨이 가면을 벗어야 했던 이유, <스파이더 맨2>
-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집요한 복수 행각을 그린 임영동의 <협도고비>.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날아가는 총알의 궤적을 멋지게 표현을 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나이트클럽의 총격신은 지금 봐도 꽤 근사하다. 그외 선악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거의 악당들이 판을 치는 설정도 나름대로 독특하며, 좋은 역과 악역을 빈번하게 오가는 임달화의 사이코 같은 연기와 살을 빼고 스포츠머리를 한 주윤발의 모습 또한 인상적. 특히 주윤발의 영화로서는 완전 성인용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임영동과 주윤발의 액션, <협도고비>
-
열풍적이던 익스트림 스포츠와 액션을 결합, 새로운 스파이 액션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던 전편과 달리 속편은 한마디로 80년대 유행하던 <람보> <코만도>류의 ‘무데뽀’ 근성이 영화 전편을 메운다. 보고 나면 남는 건 없지만, 그 순간은 꽤 즐거운 것이 <트리플 엑스2: 넥스트 레벨>의 미덕이다. 액션의 스케일도 커졌지만 전편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은 DVD 타이틀의 퀄리티. 특히 폭발적인 사운드의 공습은 비교 불가의 수준. 부가영상은 삭제장면을 비롯하여, 영화 속 군사 장비들에 대한 이야기, 메이킹필름 수록.
생각하지 말고 즐겨라, <트리플 엑스2: 넥스트 레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