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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정 감독의 신작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2세대를 거쳐 진화한 실험체들 중 죽은 닥터 백과 초인간주의자들이 염원한 완전체 모델의 기원을 연다. 자기 정체를 깨달은 뒤 실험실을 초토화시킨 구자윤(김다미)의 <마녀>에 이어 이름 없는 소녀(신시아)의 <마녀2>는 실험체 탄생의 전말을 암시하는 장치들로 미스터리를 촉발한다. 영화는 망실된 소녀를 찾으려는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 백 총괄(조민수)과 초인간주의 그룹의 책임자 장(이종석),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소녀를 생포하려는 요원 조현(서은수)과 상하이 랩 출신 ‘토우’들의 추격전으로 요약될 만하다. 그 가운데 소녀는 자신을 구해준 젊은 가장 경희(박은빈)와 그의 동생 대길(성유빈)과 함께 인간의 감정을 배워가는데, 경희 가족을 위협하는 지역 조폭 용두(진구)까지 나타나면서 사방에서 좁혀오는 포위망이 완성된다.
소녀는 아직 자신이 누군인지 모르지만 괴
'마녀 Part2. The Other One' 신시아/박은빈/서은수/진구/성유빈/조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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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범죄도시2’ ‘쥬라기’ ‘브로커’ 등 대작들 잇단 등장에 관객 급증, 거리두기 없고 취식 가능도 한몫 / 코로나 최대수혜 OTT업계는 고민, 경쟁 심화에 가격 올라 가입자 감소, 전문가 “숨고르기 뒤 안정화될 것”
스크린은 부활하고, 오티티(OTT)는 숨 고르고.
영화 <범죄도시2>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첫 1000만 영화 기록을 눈앞에 두는 등 극장가가 팬데믹 이전 수준의 활력을 되찾고 있다. 반면,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콘텐츠 수급 차질과 구독료 인상 등으로 이탈자가 늘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범죄도시2>는 전날까지 957만5000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안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가 8일 개봉하면서 하루 관객 14만6000여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
기운찬 ‘극장의 부활’, 기죽는 ‘OTT의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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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메타버스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 몇년간의 열광과 소란과 흥분 속에서도, 코로나19를 거치며 화두로 떠오른 ‘비대면’이라는 이슈 속에서도. 말하자면 인간의 감각이 완전히 구현되지 않은 메타버스는 현실과 제한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는 있더라도 현실의 대체품이 될 수는 없다고 믿는다. 이건 전자책이 종이책을 보조할 수는 있더라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믿는 구닥다리 애서가의 고집과 비슷하며, 나는 실제로도 구닥다리 애서가를 겸하고 있다.
이건 방구석에 앉아 기술 발전과 문화 변화에 삿대질하는 뒤떨어진 인간의 불만 섞인 호통이라기보다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종이책의 곁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의 믿음이다. 인간은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이 몸이다. 우리는 겨우 아주 잠깐 동안 디지털 문화를 가졌을 뿐이다. 우리는 몸과 몸이 만나는 일, 물질과 물질을 주고받는 일을 현실로 인지하게끔 진화해왔다. 실제로 접촉은 상호작용에 있어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사람들은 직접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인간이라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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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이규홍씨가 앉혀서 밥을 먹이고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는 상대는 손주가 아닌 아내 이연숙씨다. 그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는 이연숙씨를 곁에서 돌보기 시작한 그날부터 철저히 아내 위주로 짜인 그의 하루 시간표는 13년째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가 췌장암 선고를 받으면서 영원불변의 일과에도 큰 변동이 생긴다. 수술을 앞둔 이규홍씨는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동안 아내가 지낼 요양원을 알아보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둘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다큐멘터리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의 초반은 헌신적 사랑의 주인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하고 의심하게 한다. 더 잘해주지 못한 남편의 회한을 읊는 성우의 내레이션과 간병과 살림을 도맡은 남편을 안쓰럽게 지켜보는 카메라의 시선 때문이다. 그러나 중반쯤 딸의 등장으로 이규홍씨와 이연숙씨의 호칭이 남편과 아내에서 아버지와 엄마로 바뀌는 순간, 영화는 하나의 특별한 러브 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
[리뷰] 하나의 특별한 러브스토리에서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대라는 기억 연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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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고 있는 중년 여성 경아(김정영)에게 하나뿐인 교사 딸 연수(하윤경)는 정서적으로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지만, 독립한 뒤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경아는 이따금 영상통화를 주고받으며 딸의 일상을 세심히 신경 쓰지만, 정작 연수는 그런 엄마의 걱정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편, 연수는 헤어진 남자 친구 상현(김우겸)이 자신에게 집착하자 그에게 최종 이별 통보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간의 비밀스러운 동영상이 연수의 지인들에게 뿌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영상의 수신인 중에는 연수의 엄마 경아도 포함되어 있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영상을 받아보게 된 경아는 깊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피해 당사자인 연수 또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사람들의 뜻밖의 언행은 연수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단편 <우리가 택한 이 별> <야간근무> 등을 연출한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
[리뷰]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나란한 걸음, 미약하지만 분명한 빛 '경아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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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혈투 끝에 비밀연구소 아크에서 빠져나온 소녀(신시아)가 흰눈으로 뒤덮인 숲을 따라 걷는다.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소녀를 중심으로 전작의 미스터리를 풀어내기 위해 그 세계관을 더 확장했다. 책임자 장(이종석)과 죽은 닥터 백의 쌍둥이 동생 백 총괄(조민수)은 망실된 소녀를 제거하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서로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여기에 두 수뇌부의 명령에 따라 미션을 수행하는 조현(서은수)과 토우 4인까지 소녀를 추격하면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를 드러낸다. 그 사이에서 다정다감함을 잃지 않는 이가 있으니 바로 경희(박은빈)다. 그는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고, 갈 곳 없는 그에게 집에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따뜻한 사람이다. 경계심으로 경직된 소녀가 경희 남매 앞에서는 순수함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 <마녀2>는 소녀를 역대급으로 강력한 초월
[리뷰] 확장된 세계관 속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궁극적 목표 '마녀 Part2. The Other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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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단돈 20엔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돈을 내지 않고 나오다 점주에게 붙잡힌 아빠 사토시(사토 지로)와 그를 무사히 집에 데려오려고 한달음에 달려온 딸 카에데(이토 아오이)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둘은 부녀가 아닌 친구 사이 같다. 아니 카에데는 약간 얼이 빠져 있고 사회성도 부족해 보이는 사토시를 보호하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모습의 이면에는 사토시의 아내이자 카에데의 엄마가 루게릭병으로 살 의지를 잃고 자살한 사정이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사토시는 뜬금없이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연쇄살인범을 목격했다고 말한 뒤 다음날 자취를 감춰버린다. 그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카에데는 사토시의 근무지에서 사토시와 동명이인의 청년을 만나자 당황한다. 수배 전단에서 그가 연쇄살인범 야마우치 테루미(시미즈 히로야)란 사실을 알아챈 카에데는 아버지의 신변을 걱정하며 킬러를 향한 필사의 추적을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킬러에 관한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플래시백 등장 전
[리뷰] 익숙한 장르, 독특한 스타일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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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현(송강호)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브로커> 팀의 트럭은 지체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 달 27일 칸 프리미어로 시동을 건 그들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덕분에 <브로커>를 일찍 만나본 관객들은 알 것이다. 이 작품이 힘주어 건네는 부드러운 메시지는 이동과 이동 사이에, 불 꺼진 모텔 방이나 공중의 놀이기구 안에서 전해진다는 것을. 촘촘한 일정으로 바쁜 <브로커> 팀의 이야기도 비슷할 테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어졌을지 모른다. <씨네21>은 그 틈을 비집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대화를 주선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눈 후 7년 가까이 <브로커>를 키워온 그들이다. 다른 언어를 쓰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 감독과 배우는 줌(zoom)을 켜고 그동안 못 다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X 강동원, <브로커>를 말하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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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상현(송강호) 일행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브로커> 팀의 트럭은 지체 없이 달리고 있다. 지난 달 27일 칸 프리미어로 시동을 건 그들은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고 돌아온 지 열흘 만에 한국 극장가에 도착했다. 덕분에 <브로커>를 일찍 만나본 관객들은 알 것이다. 이 작품이 힘주어 건네는 부드러운 메시지는 이동과 이동 사이에, 불 꺼진 모텔 방이나 공중의 놀이기구 안에서 전해진다는 것을. 촘촘한 일정으로 바쁜 <브로커> 팀의 이야기도 비슷할 테다. 영화를 만드는 동안 말하지 못한 감상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맺어졌을지 모른다. <씨네21>은 그 틈을 비집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대화를 주선했다. 일본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눈 후 7년 가까이 <브로커>를 키워온 그들이다. 다른 언어를 쓰면서, 다른 작업을 병행하면서 말이다. 국내 개봉을 일주일 앞둔 시점, 감독과 배우는 줌(zoom)을 켜고 그동안 못 다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X 강동원, <브로커>를 말하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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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 송해 선생님의 “전국” 선창에 “노래자랑”을 외치는 팬들. 마이크를 잡은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저 큰 울림은 오래도록 팬들의 마음에 메아리로 남을 겁니다. 2016년 영화 <전국노래자랑> 촬영현장에서.
[ARCHIVE]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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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 고레에다 히로카즈
세상은 흑백이 아닌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회색에 대한 이야기.
<나는 지금... (40 something)> / 강승원
강승원님이 마흔 무렵에 쓰셨다는 곡. 노래를 통해 그의 마흔이 나의 마흔을 다독여준다.
유튜브 채널 <성시경>
‘노래’와 ‘먹을 텐데’라는 코너가 있는 음주가무를 겸비한 채널. 매주 꾸준히 업데이트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뿐.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천천히 해.’ 나와 내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담겨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한강 작가님의 작품을 읽을 때면 그의 살을 떼어 건네받는 기분이다. 작품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 창작자로서 나 스스로
[LIST] 배우 김준한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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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드라마를 만나면 꼭 공식 홈페이지의 기획 의도를 읽으러 간다. 거창한 목표와 조잡한 결과물간의 괴리가 클수록 얄궂은 재미도 커진다. 그래도 말한 대로 책임지길 바라는 기획 의도를 만날 때도 있다. 의료사고로 임신한 드라마 보조작가 오우리(임수향)가 주인공인 SBS <우리는 오늘부터>는 베네수엘라 텔레노벨라를 리메이크한 미국 <The CW>의 <제인 더 버진>(넷플릭스)을 다시 한국판으로 옮겨왔다. 원작의 중요한 성취에 한국식 양념을 치는 드라마에 자주 실망했던 터라, 2년 사귄 연인과 냉동 정자의 주인을 오가는 우리의 로맨스는 남편 찾기로, 임신을 유지하는 결정은 생명의 가치 등으로 재포장한다 해도 그리 놀라지 않았을 테다(불은 뿜었겠지만). 해서, ‘사랑 없이! 남자 없이! 여자 혼자! 임신한다면? 이건 여성이 중심인 가족을 만들 기회 아닌가요?’라는 기획 의도가 뜻밖이었다.
임신을 소재로 죄책감을 심는 드라마에 바짝 긴장하는 입장으로 &l
[유선주의 드라마톡] '우리는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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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베이비 / 왓챠
유대교 가정 출신 대니엘(레이철 세넛)은 대학 졸업반이지만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고, 슈거 대디 맥스(데니 데페라리)와의 섹스로 가까스로 용돈벌이를 한다. 어느 날 대니엘은 부모의 연락을 받고 삼촌의 둘째부인의 시바(유대교 친족 장례 후 애도기간)에 참석한다. 폐쇄성을 띠는 유대교 가족 커뮤니티에서 대니엘은 ‘연애는?’ ‘취업은?’류의 질문으로 고통받는다. 영화는 신경질적 스트링 스코어와 아기 울음소리를 끊임없이 삽입하며 대니엘의 고통을 극대화하지만, <시바 베이비>의 장르는 재치 있는 대사로 가득한 코미디다. 당황의 연속에서 먼 친척에게 “홀로코스트 뮤지엄에서 행복해 보이시네요!” 같은 아무 말을 남발하는 대니엘의 고군분투가 쓰라린 웃음을 자아낸다. 감독 에마 셀리그먼의 동명 단편이 원작이다.
야쿠자와 가족 / 넷플릭스
<야쿠자와 가족>은 야쿠자 겐지(아야노 고)의 삶 중 세 시기를 영화에 담는다. 야쿠자 출신의 꼬리표를 벗고
[리뷰 스트리밍] 시바 베이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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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기묘한 이야기>의 배경은 1986년 여름이다. 마인드 플레이어의 활개 이후 윌(노아 슈나프) 가족은 일레븐(밀리 보비 브라운)과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마이크(핀 울프하드)와 더스틴(게이튼 매터래조)은 새로 사귄 친구 에디(조셉 퀸)와 헬파이어 클럽을 결성했고, 루카스(케일럽 매클로플린)는 친구들과 달리 농구팀에서 활약하며 세간의 주목을 즐긴다. 그러던 중 괴이한 살인 사건이 호킨스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더스틴, 낸시(나탈리아 다이어), 스티브(조 키어리), 맥스(세이디 싱크) 그리고 로빈(마야 호크)은 본능적으로 이 연쇄 살인이 뒤집힌 세상의 괴물 짓임을 알아챈다. 한편 조이스(위노나 라이더)는 죽은 줄 알았던 호퍼(데이비드 하버)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구하러 알래스카로 떠난다. 새 학교에서 누적된 따돌림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엘은 우발적 폭력을 저질러 소년원으로 연행되고, 사라진 엘을 찾으려 마이크와 윌, 조나
[리뷰 스트리밍] 기묘한 이야기 시즌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