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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SNS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K장녀 이야기의 인기를 옆에서 씁쓸하게 지켜보고 있었을 차녀들을 위한 책이 드디어 나왔다. “부모도 첫째도 자기가 가정의 주인공인 줄” 아는 가족 내부에서, 언니가 물려주는 옷을 입고 언니가 보는 책을 곁눈질하면서 입 다물고 가족 내 관계를 관찰하는 역할을 맡게 된 둘째 딸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는 책이다. 다들 알다시피 한국의 가족 문화는 공고하고, 구성원마다 자리가 배정된다. 첫째는 첫째라서 집안 식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중압감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둘째는 무명 배우처럼 아예 없는 사람 대우를 받는다. “나만 없어, 돌 사진.” “아람단이나 걸스카우트는 언니만 시켜줬던 사람 접어.” “내가 입던 건 늘 헌 거, 내 마음은 늘 헝거(hunger)!” 둘째에게 돌 사진만 없을까, 엄마는 첫째 입맛은 기억해도 둘째 입맛은 절대 머릿속에 입력하지 않고 아빠는 자식들이 싸울 때 유독 둘째가 첫째 위에 올라타면 감히 서열을 어겼다고 발
씨네21 추천도서 - <차녀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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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한 폐 안 끼치고 죽는 방법 없을까?’ 새벽 3시 마포대교 위에 선 29살의 ‘나’ . 지나가던 취객이 말리기는커녕 돌아보지도 않아서 ‘나 혹시 투명한가?’ 하는 서글픈 마음에 빠져든다. 폐 끼치지 않고 죽는 법을 궁리하던, 300만원을 갚을 방법이 없어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나’에게 눈부시게 하얀 여자가 말을 건다. “당신은 마법소녀가 될 운명이에요.” <마르타의 일> <더 셜리 클럽>을 쓴 박서련의 신작 장편소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마법소녀가 존재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후 위기처럼 거대한 재앙에 맞서기 위해 마법소녀들은 전국마법소녀협동조합을 만들어 힘을 합친다. ‘나’를 찾아온 마법소녀 아로아의 설명에 따르면 ‘나’는 ‘시간의 마법소녀’라는, 중요한 재능을 각성할 예정이다. 참고로 시간의 마법소녀는 사상 최강의 마법소녀가 되리라고 예상된다.
<마법소녀 은퇴합니다>는 절박한 삶의 장면에서부터 출발한다. 최저임
씨네21 추천도서 - <마법소녀 은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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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은퇴합니다_박서련 지음
차녀 힙합_이진송 지음
칼_요 네스뵈 지음
한국 팝의 고고학 시리즈_신현준, 최지선, 김학선 지음
우주의 일곱 조각_은모든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6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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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지망생들이 보내오는 다이렉트 메시지 내용 중 상당수가 ‘랩을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다.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 품는 귀여운 생각이다. 실제로 데모 음악을 들어달라는 메시지보다 많다. 차라리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요?’라면 답변이 조금 수월할 것 같지만, 어쨌든 저런 게으른 고민에 대한 답은 언제나 ‘나이키’의 슬로건이 대신해준다. “그냥 하세요.”
가끔은 이런 질문도 받는다. ‘제가 곧 서른에 취업 준비생인데 이제라도 랩을 시작해도 될까요?’ 라든지 ‘30대 직장인입니다. 취미로 랩을 해보고 싶은데 늦지 않았을까요?’ 같은 고민인데, 이럴 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동해온다. 어린 친구들의 고민보다 무게가 조금 더 진지하게 와닿는 건, 어른의 삶에서 새로운 도전이 얼마나 난이도 있는 각오인지를 나 또한 공감하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냥 하면 되죠, 뭐’라고 대답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뜨뜻한 진심을 담아 조언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최근 공연장을 찾아온
[딥플로우의 딥포커스] 도전하는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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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너무나 발전한 나머지 반란을 일으켜 사람들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너무 많이 나왔다. 그나마 발상이 자연스럽다면, 많이 보던 이야기라도 그러려니 할 텐데 이런 소재는 밑바탕부터가 답답한 이야기다. 왜 인공지능이 할 일 없이 사람을 지배하려고 하겠는가? 사람들 중에 굳이 남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까닭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능을 갖고 살다 보니, 남이 굽신거리면서 좋은 말로 떠받들여주면 우쭐해하는 습성에 도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그런 데 관심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짐작하는 것은 따분하다.
나는 초등학생 때 돈이 많은 부자들은 집 창고에 새우깡을 500개 정도 쌓아놓고 언제든지 마음대로 먹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인공지능이 뛰어난 능력으로 고작 사람이라는 종족 위에 군림하고 싶어 할 거라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은 그 정도 상상력인 것 같다. 혹시 길 가다가 바닥을 돌
[곽재식의 오늘은 SF] 담백한 '위험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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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캐릭터라는 단어가 유행했었다. 어느 정도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현실의 인물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쇼를 한국에서는 예능이라고 부른다. 물론 인물만 실제로 나오지, 실제 자신과 같은 것은 아니다.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소위 ‘캐릭터’가 형성되지 않으면 인기가 없다. 방송의 성공은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상관관계, ‘케미’에 의해서 결정된다. 예능을 지향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성공도 일정 정도는 캐릭터 플레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봉주나 김어준이나, 방송의 모습과 개인의 모습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 플레이로는 박근혜와 최순실 조합이 환상 아니 ‘환장’의 조합이 되었다. 오방색까지 배경으로 끼어들며, 추운 겨울날 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광화문으로 나오게 하였다. 가슴이 뛰는 감동과는 정반대의 가슴 터지는 속터짐이 발생했다.
결혼하고 9년 만에 큰아이가 태어나면서 뒤늦게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만화영화도 같이 보게 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얘기의 재미, 진짜 재밌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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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할리우드 톱스타 중 한명인 톰 크루즈. 자신이 받는 애정만큼 팬들에게 되돌려주는 톰 아저씨의 모습은 방한 때마다 큰 이슈였다.6월19일, <탑건: 매버릭> 레드 카펫 행사에서도 다시 한번 친절한 톰 아저씨를 기대한다. 사진은 2011년 12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레드 카펫 현장.
[ARCHIVE] 친절한 톰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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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본격소설> / 미즈무라 미나에
장대한 서사도 흥미롭지만 인물의 감정선까지 섬세하게 담아낸 문장을 읽다 보면 작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유포리아> / <HBO>
이상하게 또 보게 되는 ‘중독적인' 매운맛이 있다.
유튜브 채널 <김나영의 nofilter TV>
건강한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자신을 잘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는다. 왠지 모를 친근감에 만나면 나도 모르게 나영 ‘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석세션> / <HBO>
유약한 인간이 어떻게 잔인해지는지, 괴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만든다.
<아메리칸 허슬>
사기극과 사랑 이야기의 접점은 너무나 매력적이고, 나의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LIST] 영화감독 김진화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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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사람의 존재감은 떠난 뒤에야 실감하게 된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나 가수로, 희극인으로, 영화배우로, 라디오 진행자로, 그리고 무엇보다 34년 동안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자로 사랑받았던 ‘일요일의 남자’ 송해(본명 송복희)가 지난 6월8일 세상을 떠났다. 3살 아이부터 100살이 훌쩍 넘는 노인까지 출연해 “1세기의 시간이 하나가 되는” 무대였던 <전국노래자랑>은 송해의 세상이었다. 녹화 하루 전 그 지역에 미리 가서 경치와 동네 분위기를 살폈던 그는 보령에 가면 얼굴에 진흙을 칠했고, 금산에 가면 인삼 왕관을 썼다. 모든 지역 특산물을 권하는 대로 먹고, 그 어떤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거나 싫은 얼굴을 하지 않으며, 누구든 신나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판을 깔았다. 노인에겐 반갑게 큰절 올리고 어린이 앞에선 무릎 꿇고 말을 건네던 진행자로서 그의 철칙은 “죽은 나무가 나와도 꽃피는 나무라 그래라”였다. 무대에 오
[최지은의 논픽션 다이어리] 전국노래자랑 - 송해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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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스토퍼 / 넷플릭스
생각만으로 설레고 가슴 아린 첫사랑. 영국 트루엄 남자 중학교에 다니는 찰리와 닉의 이야기다. 겉보기에 전혀 친해질 수 없을 듯한 찰리와 닉은 몇번의 계기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럭비팀 에이스 닉은 커밍아웃한 후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찰리는 질 나쁜 친구와 어울리길 거북해하는 닉에게 숨 쉴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곧바로 사랑에 빠진 찰리와 달리 닉은 고민에 사로잡힌다. 찰리의 성별이 닉 자신과 같아서다.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우면서도 찰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는 닉과 사랑 앞에서 조금씩 용기를 내는 찰리의 성장담이 뭉클하다. 주인공의 감정이 변화하는 신마다 삽입된 애니메이션과 알맞은 타이밍에 끼어드는 감각적인 사운드트랙이 몰입을 배가한다.
강구바이 카티아와디: 마피아 퀸 / 넷플릭스
어떤 삶은 타인의 기억에 깊이 각인된다. 1960년대 인도의 홍등가 카마티푸라의 ‘마피아 퀸’ 강구바이의 생애가 그렇다. 변호사 아버
[리뷰 스트리밍] '하트스토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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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시아 출신 부모 밑에서 자란 10대 소녀 카말라 칸은 성애화되지 않은 신체에 뛰어난 능력치를 지닌 히어로 캡틴 마블을 선망한다. 그러나 캡틴 마블을 통해 판타지적인 세계와 접속하는 카말라에게 공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살라는 조언만 돌아온다. 게다가 미국 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카말라와 달리 여전히 남아시아 문화권에 굳건한 뿌리를 둔 부모는 줄곧 충돌한다. 이를테면 마블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고 참석하는 ‘어벤져콘’에 가려는 카말라에게 부모는 어떤 사건에 휘말릴지 모른다는 이유를 들며 반대한다. 여느 10대와 같이 카말라는 부모의 의견을 귓등으로 듣고 몰래 어벤져콘으로 향한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반문하게 만든 사건을 마주한다. 자기 자신다운 히어로가 되기 위해 집 안에 있던 전통 문양의 팔찌를 찬 이후 카밀라 안의 어떤 힘이 폭발한 것이다.
뉴저지 출신 유색 인종 소녀가 세상을 구한다. 이러한 도전적인 의제로부터 <미즈 마블>은 마블 시네마
[리뷰 스트리밍] '미즈 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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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심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시련 속에서도 끝내 박동한다. 로맨스영화에 열광하는 동년배들 사이에서 고전 시대극의 미학을 설파하는 18살 영화광 ‘맨발’에게 찾아온 여름도 꽤나 가혹하다. 직접 쓴 시나리오 ‘무사의 청춘’이 동아리 투표에서 저조한 반응을 얻자 소녀가 택한 방편은 절친인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함께 자체 제작에 나서는 것. 좋아하는 것이라면 언제든 웃고 울 준비가 되어 있는 세 친구의 열렬함은 저예산 영화에 따르는 온갖 고초를 격파하는 동력이 되고, 미래에서 나타난 소년 린타로까지 합류하면서 시대극, SF, 멜로가 뒤섞인 소동극이 펼쳐진다. 재팬필름페스티벌을 통해 SNS에서 입소문을 일으킨 뒤 국내에 상륙한 <썸머 필름을 타고!>는 명랑 코믹 영화 제작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일본 인디시네마의 청량함을 품은 청춘물 <린다 린다 린다> 사이 어디쯤에 있다. 사랑하는 무언가, 특히 영화에 몰두해본 적 있는 사람들의 마
[Coming so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썸머 필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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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미국 영화 박스오피스 1등은 단연 톰 크루즈의 <탑건>이었다. 1986년은 파라마운트 픽처스의 전성기였다. 1위 <탑건>뿐만 아니라 2위 <크로커다일 던디>, 7위 <스타 트렉4: 귀환의 항로>, 10위 <페리스의 해방> 등이 있었으며 1986년 연말부터 흥행했던 에디 머피의 <골든 차일드>까지 모두 5편의 영화가 1986년을 뜨겁게 달구었다.
1986년은, 1985년 극장 매출 감소로 인해서 홈비디오 시장으로 영화 업계가 넘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던 해였다. 파라마운트의 선전으로 다시금 매출이 증가하자 극장은 오히려 비디오 렌털 시장을 활용하여 전체 매출 크기를 늘리는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탑건>의 극장 매출은 1억8천만달러였다. 톰 크루즈의 커리어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었고, 1996년 <미션 임파서블>이 나오기 전까지 북미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영화였다.
[김조한의 OTT 인사이트] 애프터 코로나, OTT에서 다시 박스오피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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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희 소설가로서 처음 이창동 작가를 뵌 것은 1980년대고 영화판에 넘어온 감독님을 뵌 건 1993년이에요. <그 섬에 가고 싶다> 현장이었죠.
이창동 촬영은 1992년이에요. 그때 촬영장에 오셨어요. 기자들을 불러서 촬영장을 공개하는 관습이 있었어요. 저는 조감독이고 새까맣게 타고 메가폰을 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연민의 눈으로 저를 바라봤어요.(웃음) 나중에 기사에 썼던가 누구한테 얘기를 했던가, 현장에서 제가 조감독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삶의 회의’를 느꼈다고….
조선희 아이, 감독님 좋은 거 느꼈어요.(좌중 웃음) 감독님이 조감독이셔서 박광수 감독이 “슛 들어간다”라고 하면 확성기를 들고 “뒤에 좀 조용해주세요!” 이런 일을 하고 계셨어요. 근데 너무 열심히 하고 계시더라고요. 거기서 제가….
이창동 아, 삶의 비애!(좌중 웃음)
조선희 아, 삶의 비애! 박광수 감독이 이창동 감독님에게 영화를 하라고 제안하셨다고 해요. 감독님은 박광수 감독
이창동 감독 X 조선희 작가 대담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