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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가 직접 드러내지 않는 전사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 사라가 외부적 의존도가 큰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다. 담배와 술을 항상 가까이 두고 마약에도 중독되고. 파트1엔 남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걸 암시하는 장면도 있고 어렸을 적 본드를 흡입했다는 대사도 있다. 삶의 의지가 크지 않은 이 친구가 왜 이런 것들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해보면 그 바탕엔 부모의 올바르지 않은 사랑이 내재했던 것 같다. 링거 이모도 찾아주고 토마토 주스도 갈아주지만 어떤 부모가 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마약을 하도록 내버려둘까. 사라는 그런 점의 결핍을 지녔다. 하지만 안길호 감독님과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라의 행동에 대한 모든 이유를 찾아주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사라의 선택과 결정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이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궁극적인 목적을 잃지 않는 게 가장 중요했다. 사라는 가해자일 뿐이고
[인터뷰] ‘더 글로리’ 김히어라, “사라의 배경엔 부모의 올바르지 않은 사랑이 내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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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레터>로 연극·뮤지컬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키기 시작한 김히어라는 2021년 <괴물>을 시작으로 매체 연기를 선보였다. <배드 앤 크레이지>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용사장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사랑하는 딸을 뒤로하고 자수를 결심한 탈북민 계향심을 그린 그는 본능적으로 인물의 한끗을 올려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해낼 줄 알았다. 무수한 질문에도 공백 없이 답하는 김히어라의 모습 속에서 오랫동안 고민한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태도를 보았다. <더 글로리> 속 이사라를 완성하기까지 그가 남긴 궤적을 함께 되짚었다.
- 파트1과 파트2에서 사라의 미묘한 태도 차이가 드러난다. 파트1에서는 연진이(임지연)를 주축으로 친구들의 위계가 확실했던 반면 파트2에서는 “사실 다들 얘기 안 해서 그렇지 윤소희는 너가 어떻게 한 거 아니야?” 하며 스스럼없이 공격하기도 한다.
= 연진이와 혜정이(차주영)가
[인터뷰] ‘더 글로리’ 김히어라, “파트2가 더 재미있다는 확신이 강했기에 더 자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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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배우 본체와 캐릭터의 간극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더 글로리> 빌런스의 리더 격인 전재준과 배우 박성훈은 접점이라곤 하나도 없을 만큼 멀어 보이지만 문득 겹쳐 보이는 순간도 있다. 다혈질에 제멋대로인 전재준이 그저 악마가 아니라 문득 인간적으로 보이는 지점이 있다면 그 친근함의 상당 부분은 배우 박성훈의 매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도 곳곳에 지뢰 같은 웃음 포인트를 던져주는 묘한 남자. “새로운 역할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배우 박성훈의 캐릭터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근면한 연기의 결과다.
- 전재준 역할은 김은숙 작가님이 직접 추천했다고 들었다.
= 처음 대본을 읽을 때는 어떤 역인지 모르고 봤다. 읽으면서도 전재준이란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악역인데, 조금 날티 나고 상스러운 부분이 재밌게 다가왔다. 신기하게 작가님도 재준 역할에 나를 염두에 두셨다고 해서 잘해내고 싶었다. 욕이나 비속어가 많아서 쉽지 않았지만 낯선
[인터뷰] ‘더 글로리’ 박성훈, “유머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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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로 두개의 금요일 밤을 감쪽같이 날려버린 사람들의 모임에 <씨네21> 기자들도 더러 있다. 아직 꽃샘추위가 가시기도 전인 3월에 ‘올해의 드라마’를 운운하게 하는 이 복수극은 시청자층의 몰입도와 화제성, 주제의 시의성 측면에서 <오징어 게임>과 함께 OTT 드라마가 한국 대중문화를 뒤흔든 주요 현상으로 기록될 만하다. 2022년 12월30일 첫 공개 후 지난 3월10일 파트2를 공개한 지 3일 만에 약 1억2445만 시청 시간을 기록. 비영어권 TV부문 1위를 압도적인 차이로 거머쥔 <더 글로리>는 일본, 홍콩, 대만, 태국, 브라질 등 약 79개국에서 톱10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더 글로리>는, 김은숙 같은 중견 작가가 여전히 미개척 영역으로 굳세게 도약할 수 있음을 알리고, 이름이 생소했던 신인배우를 일약 스타 반열에 올리는가 하면, 수많은 밈과 패러디를 양산해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대중의 화두를 차지
[기획] ‘더 글로리’의 모든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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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동> 개봉 이후 12년 만에 민용근 감독이 장편영화를 내놓았다. 그사이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영화 <어떤 시선>에 참여했고, 그 인연으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를 다룬 책 <그들의 손에 총 대신 꽃을>을 쓰기도 했지만 이 모든 게 그에겐 ‘사이드잡’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준비하던 영화가 무산되면서 “영화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을 무렵, 그는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리메이크작 연출을 제안받았다. 미소(김다미)와 하은(전소니)의 운명적인 우정을 담은 <소울메이트>를 만들면서 영화를 사랑한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오랜만에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민용근 감독을 만났다.
- 전체 흐름은 원작과 거의 흡사하지만 구체적인 배경은 한국에 맞게 각색됐다.
= 스토리 기획 단계에서 강현주 작가와 제주와 서울 두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자는 전체적인 세계관을 함께 정했다. 그다음엔 시대 배경을
[인터뷰] ‘소울메이트’ 민용근 감독, “파편화된 이미지에 감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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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규제가 풀리면서 이제는 극장 안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뭔가를 먹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영화 관객은 이전 규모로는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가 전성기를 맞았다. 이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잠시 생각을 해보자.
가성비로 따지면 극장은 OTT를 따라가지 못한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그냥 TV만 틀면 나오는 드라마 역시 가성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제작비를 어떻게 구해왔든, 광고가 얼마가 붙었든, 시청자에게는 전적으로 무료다.
영화의 최전성기는 1929년 대공황기였다. 경제 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가난해졌고, 영화만큼 값싼 놀이도 없었다. 채플린이 최전성기를 맞았고,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 같은 공포영화들도 이때가 최고 전성기였다. 그 뒤로 영화는 늘 위기라고 그랬다. TV가 등장하면서 매체로서 라디오의 전성기가 끝났고, 연이어 컬러TV가 등장하면서 총천연색을 자랑하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영화의 ‘포스트 코로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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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 스캔들>의 지동희는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조하는 최치열 연구소 메인 실장이다. 실제 일타 강사의 조교로부터 “조교의 역할은 강사 옆에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것”이라는 자문을 얻은 신재하는, 그림자가 사물에 양감을 부여하듯 연기와 기지로 드라마에 입체감을 더했다. 지동희가 강의실의 온도와 습도를 맞추며 학생들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디테일과 분필의 색별 구비 여부를 확인하는 액션은 신재하의 취재로부터 나온 아이디어다. 촬영 현장에서도 신재하는 지동희처럼 존재했다. 드라마 속 최치열과 지 실장의 관계처럼, 정경호의 재치를 적절한 극의 재미로 녹아들게 하는 것도 신재하의 몫이었다. “화제가 된 절대음감 장면도 평소 노래를 흥얼거리는 내 습관에서 비롯한 애드리브다. 경호 형이 신나게 애드리브를 하면 나는 지 실장처럼 ‘그거 아니에요’라며 형의 애드리브를 그냥 넘기거나 모른 척했다. 사실 형의 애드리브에 동참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신재
[WHO ARE YOU] '일타 스캔들' '모범택시2' 신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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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얼굴을 한 25살의 나웅남(박성웅)에게는 출생의 비밀이 있다. 그가 마늘과 쑥을 100일간 먹고 사람이 된 반달곰이라는 사실이다. ‘곰’ 웅남을 연구하던 과학자 나복천(오달수)과 아내 경숙(염혜란)에게 거둬진 그는 고된 사회화를 거쳐 어엿한 경찰이 되지만, 자신이 곧 죽는다는 얘기에 충격을 받아 근무 태만으로 해직된다. 백수가 되어 동네 친구 말봉(이이경)과 도박장에 갔다가 선배 경찰 오일곤(윤제문)에게 체포되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를 얻는다. 생물 테러를 계획하는 국제 범죄 조직의 이인자 이정학(박성웅)과 똑같이 생긴 덕분에 공조를 제안받은 것. 엄마 소원인 복직까지 가능해지자 웅남은 오일곤이 이끄는 도플갱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웅남이>는 사람이 된 곰의 초월적 능력을 활용해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화다. 발달된 후각과 청각으로 누가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아맞히거나 멀리서 발생한 사고 소리를 듣고 괴력을 발휘해 현장을 해결하는 웅
[리뷰] ‘웅남이’, 사람이 된 곰의 흐릿한 웃음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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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시카고에 사는 에밋(제일린 홀)은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 사는 사촌들을 만나러 갈 생각에 들떠 있다. 엄마 메이미(대니엘 데드와일러)는 하나뿐인 아들이 걱정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백인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미시시피에 도착한 에밋은 목화밭에서 사촌들의 일을 돕고 이후에 한 식료품점에 들른다. 에밋은 계산할 때 가게 주인인 캐롤린(헤일리 베넷)에게 말을 건넨다. 악의 없는 그의 언사에 분노한 캐롤린은 황급히 총을 찾으러 나서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친다. 며칠 뒤 캐롤린의 남편 일당이 에밋이 묵고 있는 고모네로 쳐들어와 에밋을 납치해간다.
<틸>은 1955년 백인 남성 2명이 14살 흑인 소년을 린치해 살해한 ‘에밋 틸 피살 사건’을 기반으로 한 실화 영화다. 68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은 여전히 미국 내의 인종차별 문제를 상기시켜며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실화를 충실히 옮기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또한 개인의 죽음이 어떻게 공론화되고 사회적 문제
[리뷰] ‘틸’, 엄마의 손으로만 오직 가능한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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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일본에서는 고교무상화제도가 시행되었다. 공립고등학교는 수업료가 무료이고, 사립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한달에 1인당 1만엔가량의 취학지원금이 지급되는 제도다. 하지만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 10곳의 조선고급학교들은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되었는데, 일본 정부는 조선학교에 지급될 취학지원금이 어떻게 유용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선학교와 조총련의 관계를 의식한 이 차별적 법령에 반발하여 2012년 12월부터 일본 각지의 5개 조선학교와 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는 2017년 7월 오사카 지방재판소에서의 1심 판결일로부터 2년여의 시간을 스케치한다. 이곳에서의 한번의 승소 외에 나머지 모든 재판에서 패소하는 동안 학생들은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찾기 위한 집회를 이어가고 이 투쟁을 지지하는 재일조선인, 한국인, 그리고 일본인들의 연대는 계속된다. 영화의 카메라 역시 연대의 표지처럼 각각의 현장, 집회뿐만 아니라 조선학교 문제와 관련된
[리뷰] ‘차별’, 영화 때문이 아니어도 지지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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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의 한 병실에서 구속복을 입은 모나(전종서)는 갑자기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이내 간호사가 들어오고 모나의 발톱을 정리해준다. 무시하는 말투로 모나를 대하던 간호사는 몸이 굳고 들고 있던 가위로 자신의 허벅지를 찌른다. 이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닌 모나의 초능력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렇게 모나는 병원에서 탈출해 뉴올리언스로 향한다. 경찰 해롤드(크레이그 로빈슨)는 지명수배된 모나를 뒤쫓기 시작한다. 해롤드도 별수 없이 모나의 초능력에 상해를 입고 병원에 실려간다. 모나는 도망치는 와중에 싸움에 휘말린 댄서 보니(케이트 허드슨)를 도와주고 그녀와 함께 스트립 클럽으로 향한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에 올라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붉은 달이 뜬 화려한 도시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영화는 모나의 탈출기를 그린다. 그 과정에서 모나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을 경험한다. 영화는
[리뷰]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유난히 붉은 달, 기묘한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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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마주한 인생 최초의 영화. 부모와 나란히 앉아 관람한 <지상 최대의 쇼>는 새미(가브리엘 라벨)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는 영화의 기차 추돌 신을 보며 받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상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재현하기에 이른다. 기차 모형 장난감이 충돌하도록 배치해 촬영하는 식으로 말이다. 새미가 완성한 영상을 보고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는 “자기 식대로 세상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어린 아들의 의도를 헤아린다. 부모의 지지하에 동생들, 친구들과 영화 작업을 거듭하며 새미는 독자적으로 본인의 작법을 완성해간다. 직접 연출한 서부영화, 전쟁영화를 선보인 작은 상영회도 성공리에 마무리 짓는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익숙해진 새미는 아버지의 절친 베니(세스 로건)가 합류한 가족 여행을 카메라에 담는다. 여행에서 돌아와 촬영본을 편집하던 중, 그는 필름에 기록된 가족의 비밀을 목도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파벨만스>를 자신의 “기억
[리뷰] ‘파벨만스’, ‘우리’의 상흔마저 포용하는 영화라는 소명, 영화라는 영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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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보듬어주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공동체로 갈수록 부모는 ‘고졸’ , ‘자영업’, ‘특이사항: 청각장애인’으로 분류되며 점점 멀어졌다는 고백.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고요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오가며” 자란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감독이자 작가 이길보라의 이야기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공간도 있다. 농인의 천국이라 불리는 갤로뎃대학교는 미국 수어를 공용어로 쓴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 앞에서 음성통화를 하면 정보 소외가 일어나기 때문에 음성전화가 오면 숨어서 받거나 영상통화 혹은 문자메시지로 바꾸어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농문화가 존중받는 공간에서는 같은 농인이라도 다양한 정체성이 있고 때로는 갈등과 어둠이 존재한다고 머뭇거림 없이 드러낼 수 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영화를 상영하고 글을 쓰면서, 코다를 비롯하여 단선적으로 정리할 수 없는 정체성을 지닌 여러 존재를 마주한다. 다큐멘터리영화 <반짝이는
씨네21 추천도서 -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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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소박하다. 20년 전, 타이베이의 가장 큰 상가 중화상창이 허물어지던 날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실종되었다. 자전거는 우리 가족과 뗄 수 없는 관계다. 한때 여섯 아이를 다 먹여살릴 수 없어 다섯째 누나를 다른 데로 보내려던 아버지를 붙잡으려고 어머니는 자전거를 타고 정신없이 기차역으로 내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어린 나를 살리려고 아버지는 자전거에 나와 어머니를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기도 했다. 도합 130킬로그램을 실은 자전거가 무사히 움직인 덕분에 나는 살아났다. 그랬던 아버지가 사라졌고, 나는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행복표 자전거를 찾기 시작했다. 고물장수 친구 덕분에 마침내 아버지의 행복표 자전거 모델 넘버가 찍혀 있는 자전거를 찾아내지만, 정작 자전거 주인은 그 자전거를 팔 생각이 없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 우밍이의 <도둑맞은 자전거>는 자전거 바퀴와 딱 붙어 시간을 달려온 아시아의 현대사를 이야기한다. 책을 펼치면 바닷가 포격을
씨네21 추천도서 - <도둑맞은 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