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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가정도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중년 남성 히사(구사나기 쓰요시)는 오랫동안 문학 작가를 꿈꿨으나 대필 작가로 활동 중이다. 먹고살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써온 그에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평범한 고등어 통조림 하나가 들어오고, 번득 어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내게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다. 아무리 나이가 든다 해도 그 여름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히사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자신만의 글을 써나가기 시작한다. 때는 1986년 여름, 초등학생 히사(반카 이치로)와 타케(하라다 고노스케)는 같은 반이다.
타케는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니는 것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도 책상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리는 등 꿋꿋이 자기만의 세계를 유지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이다. 여름방학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집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히사에게 느닷없이 타케가 찾아와 돌고래
[리뷰]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마음 한 구석 시큰하게 일렁이는 그 여름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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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메트로놈이 째깍거린다. 연필을 쥔 엔니오 모리코네가 총보 위에 사각사각 기보해나간다. 평생 음악과 일체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일상은 이토록 단순한 규칙들로 이뤄져 있다. 박자를 듣고, 소리를 상상하고, 악보를 매만지기. <시네마 천국> <말레나>의 감독이자 엔니오 모리코네와 오랫동안 협업한 동료이기도 한 주세페 토르 나토레는 생전의 모리코네와 나눈 대화와 그의 주변인을 인터뷰한 영상을 모아 모리코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군악대 트럼펫 주자였던 아버지를 이어 음악원에서 트럼펫을 배웠던 어린 시절, 스승 고프레도 페트라시를 사사했지만 또래에 비하면 작곡 실력이 부진했던 청년 시기, 친구들과 ‘일 그루포’를 결성해 음향 음악에 가까운 실험적 작업에 몰두하던 때까지, 영화는 수많은 푸티지와 다양한 인물들의 진술을 통해 엔니오 모리코네의 과거를 쉼 없이 열거한다. 모리코네는 스파게티 웨스턴 스타일을 확립하는 데 일조하면서 이탈리아 대중가요의 호황을
[리뷰]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영화사와 음악사를 종횡무진하며 익숙한 선율로 관객을 끌어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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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의 홍우진은 불량한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남자다. 철없던 시절 일수 일에 발을 들이기도 했지만 개과천선 후 성실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난한 복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복싱 대회 결승에서 만난 건우(우도환)와 급속도로 우정을 쌓아가던 그는 사채업체에 잘못 휘말려 빚더미에 오른 동생을 돕기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 뮤지컬 <쓰릴 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인 더 하이츠> 등에서 먼저 주목받은 뒤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특유의 서글서글한 넉살을 보여준 이상이는 순수한 복서의 심장을 가진 두 남자의 액션 버디극을 차지게 이끌어간다.
- 웹툰 <사냥개들>이 시리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먼저 알려진 후 캐스팅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안다.
= <갯마을 차차차>를 촬영할 때였다. 김주환 감독님의 <청년경찰>을 무척
[인터뷰] ‘이상이’라는, 상상 이상의 세계, ‘사냥개들’ 배우 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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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2017년부터 전세계의 주요 문화·예술 인사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K-Fellowship 행사를 꾸준히 운영 중이다.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 6월16일 중동 지역 유일의 예술교육기관인 이집트종합예술학교의 부총장 이브라힘 히샴이 한국을 찾았다. 이브라힘 히샴은 이집트종합예술학교 연극영화과 주임교수이면서 다큐멘터리와 상업광고를 오가는 명망 높은 촬영감독이고, 주재국 내 문화·예술 행사의 진행에 빠지지 않고 고문으로 참석해 중동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한 바가 크다. 체류 기간 동안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을 오가고, 중동의 예술 교수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내방한 이브라힘 히샴이 <씨네21>과 만났다.
- 방한 일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 음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복국에 충격을 받았다. 독이 든 생선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걸 먹은 건 정말 독특한 경험이었다.
- 그간 한국
[인터뷰] ‘현재 이집트에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이브라힘 히샴 이집트종합예술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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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은 온라인 생방송에서 벌어지는 불법 사이버 성범죄를 다룬다. 평범해 보이는 청년 동주(박선호)가 주인공이다. 동주는 어느 날 자신의 여자 친구 수진(김희정)이 불법 성착취 온라인 생방송의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목격한다. 방송의 진행자는 젠틀맨(박성웅)이라 불리는 미지의 남성. 젠틀맨의 마수에서 수진을 구출하기 위해 동주는 고군분투한다. <라방>의 최주연 감독은 20년 넘게 배우 매니지먼트업에 종사한 영화계 베테랑이다. <날, 보러와요> <공모자들> 등 사회문제를 다룬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관객에게 현실 속 문제를 알리고자 첫 장편 연출작으로 이 소재를 선택했다.
- <라방>의 제작 계기는.
= 2018년, 유튜브에서 12분짜리 단편영화 <별풍선>을 우연히 보게 됐다. 온라인 라이브 방송을 이용한 성착취를 다룬 작품이었다. 이 소재를 장편으로 확대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별풍선>의
[인터뷰] “알아야 예방할 수 있다, 온라인 성범죄도 마찬가지”, ‘라방’ 최주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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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마 토시로(사카구치 타쿠)는 독보적인 액션 배우다. 세상도 그걸 인정한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현재, 실력은 여전해도 세상은 그를 잊었다. 다시 한번 리얼한 액션극으로 재기를 노리고자 유일무이한 제자 아키라(후쿠야마 코헤이)와 함께 촬영에 돌입한 어느 날, 그는 실제로 싸워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유다이 야마구치 감독의 6년 만의 신작 <원 퍼센터>는 독창적인 액션 세트피스의 향연으로 숨을 훅 들이마시게 하다가도 리얼 액션 배우에 대한 신념으로 버티는 주인공의 직업의식에 깊게 탄식하게 한다. 올해로 벌써 4번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찾은 유다이 야마구치 감독을 만나 <원 퍼센터>의 놀라운 주연 사카구치 타구 배우와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에 관해 물었다.
- 첫 장편 연출작 <지옥 갑자원>(2003)의 주연을 맡아 우정을 이어온 사카구치 타쿠 배우가 <원 퍼센터>에서도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극 중 전설의 액션 스타인 토시로처럼
BIFAN #6호 [인터뷰] ‘원 퍼센터’ 유다이 야마구치 감독, 액션은 양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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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10대 소녀 자판(자프린 자이리잘)은 어느 새벽, 생리라는 낯선 변화를 맞닥뜨린다. 불편함과 어색함이 여전하건만 자신을 둘러싼 친구들의 따돌림까지 견뎌야 한다. 2차 성징을 먼저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판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인다.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기대를 마음껏 무너뜨리는 주인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아만다 넬 유 감독을 만나 호기롭게 호랑이가 되길 선택한 여자 아이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 <호랑이 소녀>로 76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 순간의 소회를 말해준다면.
= 말레이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 지역성이 두드러지는 작품인데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공감을 표해서 무척 신기했다. 모두가 자판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고 있었다. 사실 수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수상 발표 전 총평을 먼저 읽어주는데 “외적인 힘과 내적인 힘을 잘 연결시켰다”는 말
BIFAN #6호 [인터뷰] ‘호랑이 소녀’ 아만다 넬 유 감독, 금기를 깨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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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 제너레이션> The Doom Generation
그렉 아라키/미국, 프랑스/83분/스트레인지 오마쥬
1990년대 미국, 조던과 에이미는 술과 마약에 절어 지내는 10대 연인이다. 이들은 본인들보다 훨씬 방탕하게 사는 X를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다. X는 귀공자 같은 외양과 달리 동물적인 본능으로만 사는, 요컨대 성욕과 식욕과 수면욕이 전부인 인물이다. 그의 거친 성정은 결국 우발적인 살인으로 이어지고 세 사람은 도피의 길을 떠나게 된다. X의 자유로운 생활 양식에 전염된 조던과 에이미는 셋이 함께하는 문란한 성생활까지 즐기기에 이른다.
90년대 컬트 영화계의 총아였던 그렉 아라키 감독의 ‘10대 아포칼립스 트릴로지’ 중 2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선정성을 전면에 드러내며 90년대 미국의 X세대를 표방하는 퇴폐의 공기를 영화에 가득 담는다. X세대의 의식은 정신 착란을 방불케 하는 영상미와 전복적인 영상 문법에서 선명하게 느껴진다. 가령 대화 장면에선 오버
BIFAN #6호 [프리뷰] 그렉 아라키 감독, ‘둠 제너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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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정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6월24일, 예술영화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대한적십자사와 씨네21이 주최하는 '국제인도법 시네마토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전쟁을 다룬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상영한 뒤, 국제인도법 전문가인 김회동 육군사관학교 교수와 배동미 씨네21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이자 대한적십자사 IHL 서포터즈로 활동 중인 박채영 씨가 국제인도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영화 <고지전>을 여섯 번 관람했다는 김회동 교수는 “볼 때 마다 울림이 다르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서 국제인도법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운을 떼었다. 그는 “국제인도법은 과거 ‘전쟁법’이라고 불렸다”는 배경 설명과 함께 “무력 충돌에서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 과거 적대행위에 가담했더라도 이제 더 이상 가담하지 않는 사람을 보호하고,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법이 국제인도법”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통해 국제인도법 이해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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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초반, “오늘 기말고사가 끝나 후련하다”며 문우진이 환하게 웃었다. 청량한 해수 역에 캐스팅된 이유를 단번에 납득한 순간이었다. 해수는 사고사한 지용(김정철)의 친구로, 그의 누나인 지은(정민주)과 지용 담임의 부인 명지(박하선)를 잇는 인물이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문우진에게 김희정 감독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니 잘하라”며 격려했다. 감독이 추천한 방법은 해수처럼 살아보는 것이었다. “나의 일상을 토대로 해수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감정을 기록해봤다.” 이를 통해 “친구를 잃은 뒤, 최선의 방법은 지은을 가족처럼 돕는 거란 결론에 이른 해수”를 이해하게 됐다고. 해수가 스케이트보드를 자주 타기 때문에 따로 수업을 들으며 연습하고, 레드와 블랙이 배색된 보드를 신중하게 골랐다. 후반부에서 “해수가 지용과 약속한 대로 스케이트보드 기술에 성공했으나 보여줄 방법이 없어 먹먹해하는 감정 신”을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으로 고르기도 했다
문우진은 “TV에 내가 나오는 게 신
[WHO ARE YOU]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문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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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이와 노랑이는 만난 적이 없다. 같은 학년이지만 학교가 다르고, 사는 곳도 좀 떨어져 있다. 독서교실에서도 수업 시간이 달라서 마주칠 일이 없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 자신들도 모르게 만나는 장소가 있다. 교실 한쪽, <하이디> <톰 소여의 모험> <프랑켄슈타인> 같은 작품이 놓인 ‘클래식’ 책장 앞이다. 이 책들이 대부분 양장이라 무게를 생각해서 맨 아래 칸에 꽂아두었기 때문에 책 꺼내기가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한명은 월요일에, 한명은 화요일에 똑같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파랑이는 <삼총사>와 <홍당무> 중에서, 노랑이는 <꿀벌 마야의 모험>과 <폴리애나> 중에서 무엇을 먼저 읽을지 고민하는 정도만 다르다.
파랑이는 우리나라 동화를 좋아한다. 우리말로 되어 있어서 작가의 마음을 더 잘 알 것 같단다. 출판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종종 판권도 살핀다. “이 책은 제가 태어나기 10년 전에 나왔네요.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읽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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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해당 영화와 관련된 굿즈를 수령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굿즈의 유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등장인물이 그려진 다양한 형태의 판촉물이고, 둘째는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의 모형)들이다.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의 시사회에서 캐릭터 딱지를 제공했던 <범죄도시>는 올해엔 영화에 나온 아주 사소한 소품 몇 가지를 굿즈로 증정했다. 굿즈는 <범죄도시3>에서 형사 마석도(마동석)가 한번쯤 손에 쥐었던 물건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중 이 글을 통해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두 가지는 바로 손거울과 증거 수집용 지퍼백이다. 그 둘이 어떤 측면에서 올해 첫 ‘천만 영화’ (예정)인 <범죄도시3>의 성질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손거울과 지퍼백 같은 영화
둘은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가장 특징적인 것은 두 소품이 영화와 딱히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거울과 지퍼백은
[비평] ‘범죄도시’라는 프랜차이즈와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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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칸영화제에서 소개된 루벤 외스틀룬드의 <슬픔의 삼각형>과 웨스 앤더슨의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폐쇄된 장소를 무대로 삼는다. <애스터로이드 시티>의 배경은 미지의 소행성이 발견된 건조한 평원이다. 혜성 관측일에 외계인을 태운 우주선이 출몰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그 자리에 참석한 인물의 이동이 통제된다. <슬픔의 삼각형>은 망망대해 위의 크루즈와 크루즈 폭발 사고 이후 생존자들이 모인 외딴섬을 주된 장소로 삼는다. 영화에서 특정 장소에 갇히거나 이동이 통제된 인물을 보여줄 때, 그것은 영화관에 모인 관객의 비유로 인식되곤 한다. 영화를 보는 동안 움직임이 제한된 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해야 하는 관객은 갇힌 이들을 통해 자신의 현 상태를 자각한다고 이야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동시대 상황 속에서 한정된 장소와 이동의 통제는 일상에 가까운 것이 되었다. 거의 동시적이라 말해지는 극장의 위기와 팬데믹은 영화적이라고 인식된 행위를
[비평] 마주 보기의 불가능성을 마주보기, ‘애스터로이드 시티’와 ‘슬픔의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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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다시 왔을 때 모든 것이 좋았다. 트렌드의 첨단을 달린다고 자부하며 길쭉샐쭉 올라간 건물을 조금만 지나면 다큐에서나 나올 법한 고궁과 한옥이 나온다.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환상의 도시. 그때를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금세 어디론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태도다. 그리고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관계도, 일도, 사랑도. 심지어 삶까지도.
잠깐 영화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우리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정한 얼굴을 한 채로, 사실 울고 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과거로의 여행뿐이다. <헤어질 결심>의 서래와 해준처럼. 서래와 해준은 고궁에서 가장 밝게 웃고, 포옹하고, 서로의 손을 잡고, 코트 안을 뒤진다. 현실에서 비소와 냉소로 모든 것을 일관하는 현대인은 시대착오적인 공간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모든 가면을 벗고 자신을 서로에게 맡긴다. 그렇게 상대가 얼음송곳으로 자신을 찌를 것이라 두려워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상
[김민성의 시네마 디스패치] 지역과 여행 섹션: 뉴요커의 서울 여행